지금 우리 세탁은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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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 세탁은

우리는 빠르게 ‘탈’ 드라이클리닝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새로운 세탁2.0 시대가 열리고 있는 지금, 우리가 알아두어야 할 세탁의 흑과 백.

BAZAAR BY BAZAAR 2022.03.10
 
지난했던 겨울이 지나가고 있다. 겨울과 봄의 문턱 사이를 폴짝 뛰어넘으며 가장 먼저 떠올리는 건 옷장 정리다. F/W 시즌에서 S/S 시즌으로의 옷장 업데이트를 위해 제일 선행되어야 할 것은 겨울 옷들을 세탁소에 맡기는 일. 드라이클리닝할 옷을 챙겨본다. 아기 엉덩이처럼 보드라우며 섬유의 보석으로 불리는 캐시미어는 정말 보석처럼 다뤄줘야 하니깐 세탁소로, 겨울 내 교복이었던 패딩도, 옷장 속 가장 값비싼 옷 중 하나인 울 코트도, 다루기 어려운 니트 팬츠도. 이렇게 하나둘 챙기다 보면 세탁소로 거의 모든 옷들이 대이동을 한다. 비싸고 좋은 소재의 옷이 많은 F/W 시즌의 마무리는 옷값만큼이나 비싼 드라이클리닝 비용이다. 비싼 건 무조건 드라이클리닝을 맡겨야 한다는 공식이 어느새 머리속에 자리 잡았다.
얼마 전 파타고니아가 대대적으로 선언을 했다. 더 이상 ‘온리 드라이클리닝(Only Dry Cleaning)’이란 케어 라벨이 달린 옷은 생산하지 않겠다고.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물이 아닌 기름으로 세탁하는 드라이클리닝은 애써 페트병을 모으고, 재활용한 천을 가공해 옷을 만들며 기울여온 환경보호에 대한 패션계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든다. 일단 드라이클리닝의 과정은 그 자체만으로도 환경에 유해하다. 드라이클리닝은 물 대신 유기용제로 세탁을 하는 방식이다. 휘발성이 강한 유기용제는 드라이클리닝 과정에서 대기오염 물질을 발생시킨다. 일반적으로 드라이클리닝은 보통 건식 세탁과 건조 두 가지 과정으로 이뤄지는데, 특히 건조 과정에서 유기용제가 뜨거운 바람을 받으면 ‘VOCs(휘발성유기화합물)’가 생성된다. 이 과정에서 휘발성 물질들이 공기 중에 떠다니거나 옷에 묻게 된다. 드라이클리닝의 흔적이라 할 수 있는 석유 냄새의 원인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기름을 이용해서 세탁하는 만큼 드라이클리닝은 기름 때를 제거하는 데 효과가 있다. 반대로 물이나 땀 등 수용성 오염을 제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런데 왜 브랜드들은 아이 옷부터 어른 옷까지, 노동복부터 드레스까지, 여름 옷부터 겨울 옷까지 개의치 않고, 드라이클리닝을 권할까? 디자이너 데렉 램이 어느 인터뷰에서 한 ‘양심’ 고백성 발언이 왠지 그 답이 될 듯하다. “케어 라벨은 의류보다는 브랜드를 보호합니다.”
사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옷을 만드는 사람이 옷이 팔린 다음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마치 어떠한 꼬투리도 잡히지 않으려는 듯 자신의 옷은 꼭 드라이클리닝을 권한다. 어쩌면 ‘비싼 옷=드라이클리닝’이란 공식 자체가 애초에 틀린 것일 수도 있다. 실제로 메리노 울의 경우 드라이클리닝을 할수록 울 특유의 장점이 사라지게 된다. 땀 배출이 많은 옷은 드라이클리닝보다 물 세탁이 더 효율적이며, 고가의 구스 패딩의 경우도 충전재인 거위털이 기름을 만나면 손상되기에 드라이클리닝은 오히려 해가 된다. 더 섬세한 케어 라벨의 표기가 필요하지만, 데렉 램의 고백처럼 케어 라벨은 철저히 브랜드의 입장에서 표기된다. 세탁2.0 시대에 제일 먼저 바뀌어야 하는 건 옷의 케어 라벨이다.
두 번째로 필요한 건 ‘탈’ 드라이클리닝 시대를 완성할 친환경 세탁법의 대중화다. 패션의 나라라고 할 수 있는 이탈리아를 비롯해 미국의 캘리포니아주, 뉴욕주 등은 드라이클리닝 세제인 퍼크를 사용하는 세탁기의 추가 설치를 금지하고 있으며 현재 사용하고 있는 퍼크용 세탁기도 단계적으로 폐기해나가는 중이다. 프랑스도 이미 올해 2월 말까지 주거지역 내 PCE 드라이클리닝 기계를 단계적으로 폐기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드라이클리닝이 사라진 자리를 메우고 있는 건 웨트클리닝(Wet-Cleaning)이라는 새로운 세탁 공법이다. 최근 독일은 세탁소의 60%가 웨트클리닝을 도입하며 빠르게 드라이클리닝과의 작별을 고하고 있다. 드라이클리닝이 기름으로 세탁하는 거라면, 웨트클리닝은 이름처럼 물을 이용한 습식 세탁법이다. 물론 우리가 세탁기를 이용해서 하는 일반적인 물세탁과는 차이가 있다. 물세탁은 보통 섬유 수축이 발생하는 반면 웨트클리닝은 섬유 수축이 일어나지 않게 하는 기계적인 기법과 옷감의 변형을 방지하는 성분이 포함된 친환경 세제를 사용해 옷감 손상을 최소화하는 장점이 있다. 웨트클리닝을 위해선 전용 세탁 기기와 세제가 필요하기 때문에 아직도 우리나라에서 웨트클리닝을 할 수 있는 일반 세탁소의 수는 절대적으로 적은 수치다. 현재 세탁 업계에 불고 있는 변화의 바람은 마치 자동차 업계에서 휘발유와 경유차에서 전기차로 이동하는 것과 비슷한 양상이다. 어찌 됐든 미래의 모습은 정해져 있다. 그쪽으로 향하는 속도가 나라마다 차이가 있을 뿐! 현재 일레트로룩스나 밀레 같은 해외 가전에서는 이미 웨트클리닝이 가능한 세탁기를 출시하고 있으며, 친환경 세탁소를 표방하는 새로운 업체들 역시 드라이클리닝이 아닌 웨트클리닝을 도입하고 있다. 19세기에 개발된 드라이클리닝 세탁 기법은 이제는 더 이상 통하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 그야말로 세탁소를 세탁해야 될 시점이 온 셈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세탁2.0 시대로 가는 한가운데 서 있다. 분명한 사실은 세탁 방식은 변화할 것이고, 우리에게는 브랜드가 더 이상 그들을 위한 케어 라벨을 만들지 않도록, 세탁소들이 서비스를 행하는 자와 받는 자 모두에게 해로운 드라이클리닝 방식을 점점 변화시켜나가도록 감시하는 일이 남았다. 생각해보면, 뭐 그다지 어려운 일도 아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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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프리랜스 에디터/ 김민정
    사진/ Getty Images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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