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로운 로운의 오늘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Celebrity

은혜로운 로운의 오늘

로운은 오늘을 아끼며 산다. 그 하루가 안온한 어제를 만들고 내일에 찬란한 빛을 비춘다.

BAZAAR BY BAZAAR 2022.03.01
 
블루종, 쇼츠, 스니커즈는 모두 Louis Vuitton. 양말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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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에 SF9 촬영으로 만났어요. 로운 씨에게 인상 깊었던 점은 눈을 마주치는 사람이었다는 거예요.
대화할 때 눈을 보는 게 예의라고 생각하거든요. 어떤 사람한테는 그게 불편할 수도 있을 테니 불편해하지 않을 정도로만. 좋은 부분만 기억해주시네요.(웃음) 
“나다운 내가 되고 싶다”는 말도 기억에 남았어요. 2년이 지난 지금 얼마나 ‘나다운 내’가 된 것 같나요?
모든 사람들이 자유롭게 살고 싶을 거예요. 다수의 책이 자유에 대한 갈망을 얘기하고 있어요. 역사도 자유에 대한 갈망 속에 있는 것 같고요. 저에게는 자유가 ‘나 다운 나’라고 할 수 있어요. 내가 하고 싶은 대로. 그런데 사회 속에서 다 드러내기는 쉽지 않아요. 상식 안에서 행동해야겠지만, 적어도 2년 전보다는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있어요. 이 일을 하지 않게 됐을 때도, 되돌아봤을 때 후회 없도록 솔직한 모습으로 있고 싶은 마음. 좋아하는 철학자가 비트겐슈타인인데, 그 사람이 죽으면서 “나는 정말 멋있는 삶을 살았다”라고 얘기했거든요. 그런 삶을 살고 싶어서 인터뷰 때도 매뉴얼대로 답하는 걸 피해요. 저기 좀 보세요. 저희 사무실 식구들 모두 제가 하는 얘기를 하나도 안 듣잖아요.(웃음) 이 정도로 믿음이 쌓인 거겠죠. 
 
셔츠는 Magliano by 10 Corso Como.

셔츠는 Magliano by 10 Corso Como.

〈연모〉 방영을 마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곧 새 드라마 〈내일〉이 시작되네요. 마음이 쉴 틈은 좀 있었어요?
〈연모〉 정말 좋았어요. 끝나고 조금 힘들 만큼요. 〈연기대상〉에서 백지영 님이 OST를 부르시는데 울컥하더라고요. 그만큼 캐릭터를 벗는 게 힘들었는데 바로 〈내일〉의 새로운 캐릭터를 맡으면서 혼란스러웠어요. 지난 촬영 때 은빈 누나가 “자아를 투영하려고 하지 말고 그냥 새로운 캐릭터를 구축해보는 건 어떨까?”라고 해준 말이 이번에 큰 도움이 되고 있어요. 원래 대본이 닳아 없어질 정도로 상대 배우의 대사까지 외우는 타입인데 힘을 좀 빼니 상대방의 연기도 더 잘 보이고요.
너무 멋있지만은 않은 역할을 하고 싶다고 자주 말해왔죠. 오랜 취준 생활을 하다 신입사원이 된 최준웅. 게다가 저승사자라니 바라던 역할에 가까워 보여요.
준웅이는 제가 여태까지 맡았던 캐릭터들 중에서 제일 감정적이에요. 가장 평범하기도 하고요. 삶을 포기하려는 이들을 인도하는 저승사자이지만 히어로 같은 게 아니거든요. ‘슬픔이나 어려움 속에 있는 사람들은 무조건 구해줘!’가 아니라는 점이 되게 마음에 들었어요. 현실이 그렇잖아요. 내가 사는 삶이 힘든데, 남의 삶까지 다 들여다보는 성인 같은 사람은 드무니까요. 대부분의 주인공이 가진 설정과는 다른 점이 좋았어요.
 
아가일 베스트는 Marni by Mue. 팬츠는 Le Maire.

아가일 베스트는 Marni by Mue. 팬츠는 Le Maire.

요즘 부쩍 웹툰을 영상화하는 작품이 많아요. 〈내일〉도 원작 웹툰이 있어요.  
신기하게도 원래 눈여겨본 웹툰이었어요. 드라마화가 된다는 기사를 보고 제가 먼저 연락드렸어요. 대본을 보고 싶어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감독님이 굉장히 의아해하셨서요. 왜 ‘안 멋진’ 걸 하느냐고.(웃음) 웹툰 자체의 메시지가 정말 좋아요. 2D로 잘 구현된 세계를 연기로 풀어내려니 부담감은 좀 있어요.
어떤 메시지인가요?
쉬는 동안 좋아했던 영화 〈파이트 클럽〉을 다시 봤어요. 예전에는 에드워드 노튼의 연기만 봤다면 이번에 눈에 딱 들어온 건 모든 걸 다 잃은 사람만이 내일을 살아갈 용기를 가진다는 메시지였어요. 〈내일〉도 제목처럼 내일을 살아갈 용기에 관한 이야기인데 시기가 절묘하게 들어맞으면서 꼭 이 드라마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저께 찍은 에피소드에서 상대 배우분이 “내 속얘기를 이렇게 다 하니 속이 너무 후련하네요.”라는 대사를 저한테 해주세요. 그 대사가 참 마음 아팠어요. 내일을 살아갈 용기라는 게 그렇게 특별한 게 아니구나. 드라마를 보시면 이런 느낌을 받게 되실 거예요.
 
지금처럼 노래와 연기를 하지 않았더라도 회사는 절대 못 다녔을 거라고 말하곤 했어요.
월요일부터 금, 토요일까지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게 정말 힘들 것 같아요. 지금 제가 하는 일은 날짜나 요일에 구애받지 않아서 공휴일이니까 놀아야 한다, 반대로 쉬어야 한다는 강박이 없어요. 어떤 일을 하더라도 자유롭고 싶은 마음에 그런 얘기를 했던 것 같아요.(웃음) 이번에 준비하면서 다큐멘터리를 찾아봤는데 취업이나 공시를 준비하는 분들이 정말 힘들어 보였어요. 흔히 말하는 ‘스펙’이 굉장한 높은 분들이었는데도 쉽지가 않더라고요. 같은 세대 사람들이 어떤 고민을 갖고 있나 알 수 있었어요.
회사 이름은 ‘주마등’. 위급한 상황이 왔을 때 머릿속에 펼쳐질 모습을 떠올려본 적이 있나요?
사실 정해놓고 싶지는 않아요. 뭐가 떠올랐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안 했을뿐더러, 뭐가 떠올랐으면 좋겠다라는 생각도 안 드는 것 같아요. 어제 먹은 것도 잘 기억이 안 날 때가 있잖아요. 기억하려는 순간, 지금 당장을 못 사는 것 같아요. ‘뭘 해야지’ 하는 순간 뭔가 어색해지는 것들이 많이 생기는 것 같고. 그래서 그냥 ‘멋있게, 열심히 살았다’ 이 정도였으면 좋겠어요.
 
니트, 재킷, 팬츠는 모두 Recto. 샌들은 Prada.

니트, 재킷, 팬츠는 모두 Recto. 샌들은 Prada.

‘연하남’이지만 여주인공과의 러브 라인보다는 함께 무언가를 해결해나가는 동지애를 보여줄 것 같아 기대가 돼요.
맞아요. 아직 방영 전이라 어디까지 말씀드려야 될지는 모르겠지만, 캐릭터가 트라우마를 극복해나가며 성장하는 과정을 좀 더 중점적으로 봐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김희선 선배님이 맡은 역할과는 심지어 서로 성격이 부딪혀요. 같은 상황 앞에서 해결하는 방식이 너무 다르거든요. 거기서 오는 마찰이 굉장히 재미있어요.
상대 배우 복이 많은 배우로 꼽히는데 어떤 것 같아요?
저는 참 운이 좋은 사람인가 봐요. 같이 호흡한 배우 분들이 모두 정말 좋은 분들이었어요. 상대 배우분들이 열정이 있는 사람들이고, 저도 열정이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가능한 거라고 생각해요. 서로가 신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하고, 뭔가 조금 더 풍부하게 표현할 수 있는 게 없을까를 같이 고민하는 사람들이라서 그렇게 평가를 해주시는 것 같아요. 김희선 선배님은 굉장한 톱스타이지만 오히려 의식하면 더 어색해질 것 같았어요. 선배님도 전혀 의식하는 분이 아니세요. 그렇게 높이 올라가고 오랫동안 하신 분이 설날이면 스태프에게 떡도 돌리시고 분위기가 지쳐갈 때 “치킨 먹고 하자~”고 환기도 시켜주셔서 모든 배우들이 편하게 하고 싶은 것들을 펼치고 있어요. 연기는 말할 것도 없고요.
 
집업 스웨터는 Bode by Mue. 데님은 Recto. 샌들은 Prada.

집업 스웨터는 Bode by Mue. 데님은 Recto. 샌들은 Prada.

이제 곧 드라마가 시작해요. 이렇게 작품이 시작될 즈음에는 어떤 마음이 드나요?
다 찍어놓고 방영 안 됐으면 좋겠어요.(웃음) 농담입니다. 제 나름대로는 새로운 도전이라고 생각을 하기 때문에 어떻게 받아들여 주실까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요. 그래도 최대한 비워내고 즐기려고 하고 있어요.
주인공을 맡은 드라마가 어느덧 네 편째예요. 연기자 로운으로서 열심히 길을 닦아왔어요.
나이나 경력에 비해서 빨리 여기까지 왔다는 생각을 해요. 맡은 역할 하나하나를 떠나 보내기 싫을 정도로 정말 좋은 사람들과 만나 좋은 시간을 보냈다는 게 무엇보다 감사해요. 조금 부끄러운데 가끔 술 먹고 예전 영상들을 봐요. 가슴이 따듯해지는 순간들이 있거든요. ‘아, 저 때 내가 저런 캐릭터를 담았었는데…’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갑자기 너무 감상적이 되었는데.(웃음)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그냥 열심히만 하자 싶어요.
 
데님 재킷, 팬츠는 Recto.

데님 재킷, 팬츠는 Recto.

과거와 현재 미래 어디를 바라보는 사람인가요?
제가 이 얘기를 참 좋아하는데요. 아들러라는 심리학자가 있습니다.(웃음) 〈미움 받을 용기〉에서 아들러가 가슴 때리는 한마디를 했어요. 인생에서 제일 큰 거짓말이 현재를 살지 않는 거래요. 지금 얘기하는 순간도 과거가 되어버렸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잖아요. 그래서 저는 과거는 이미 어쩔 수 없다, 후회는 너무나 많지만 내가 바꿀 수 있는 게 현재라는 생각밖에 안 들어서 지금에 집중하려고 해요.
그래도 바라는 ‘내일’이 있다면?
목표라는 건 항상 큰 꿈이 되는 것 같아요. 어느 순간 돌아보니 목표에 닿지 못하면 자신을 갉아먹고 있더라고요. 삶이 불행했어요. 그때부터 나를 지키기 위해 변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냥 밥 잘 먹고, 내일 찍을 거 잘 찍고, 만약에 쉰다면 잘 쉬고. 그냥 평범한 하루를 원해요.
텀블러를 들고 다녀요. 내일이면 오늘 이 장면이 기억될 것 같네요.
부모님이 쓰셔서 저도 쓰게 됐어요. 특별히 환경을 생각해서 하는 행동이면 정말 좋겠지만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저도 배달 음식을 시켜 먹거나 해요. 그런데 쓰다 보니 정말 편해요. 이전 작품 할 때 커피차 커피에 붙어 있던 스티커를 붙이고 메이크업 스태프분이 주신 귀여운 고양이 발 모양 장식도 달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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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에디터/ 박의령
    사진/ 김영준
    스타일리스트/ 이혜영
    헤어/ 박미형
    메이크업/ 정보영
    어시스턴트/ 김형욱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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