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고 깨끗하게 김아중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Celebrity

맑고 깨끗하게 김아중

미스터리 추적 스릴러 <그리드>로 돌아온 김아중, 그녀가 우리에게 보여줄 미지의 세계.

BAZAAR BY BAZAAR 2022.01.29
 
 
니트 슬리브리스 톱은 Bally. 화이트 팬츠는 Wovement. 체인 목걸이는 Roaju. 짧은 펜던트 목걸이는 Engbrox. 팔찌는 Tani by Minetani. 앵클부츠는 Magpie. 귀고리, 긴 펜던트 목걸이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니트 슬리브리스 톱은 Bally. 화이트 팬츠는 Wovement. 체인 목걸이는 Roaju. 짧은 펜던트 목걸이는 Engbrox. 팔찌는 Tani by Minetani. 앵클부츠는 Magpie. 귀고리, 긴 펜던트 목걸이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오랜만에 〈하퍼스 바자〉 카메라 앞에 섰다.
그러고 보니 2011년 1월호 이후로 11년 만이다. 그간 여러 매체와 화보 촬영을 했는데, 〈바자〉와 드디어 재회하게 돼서 반갑다. 평소 작업해보고 싶었던 스태프들과 함께해서 그런지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를 정도로 신나게 촬영했다.
미스터리 추적 스릴러 드라마 〈그리드〉의 방영을 앞두고 있다. 〈비밀의 숲〉을 집필한 이수연 작가의 신작인 만큼 많은 관심이 쏟아지고 있는데, 촬영 과정은 어땠나?
벼락치기 공부 하고 시험을 끝낸 느낌이다. 보통 새로운 작품을 할 때 한두 달 정도 준비하고 들어가는데, 이번 작품은 결정하고 거의 열흘 만에 첫 촬영에 나갔다. 그만큼 평소보다 더 많이 집중하고 연구해야 했던 작품이었고, 몸을 써야 하는 신들도 많아서 정신적, 육체적으로 많이 피곤했다. 내내 정신없이 달려서 체력이 완전히 방전된 것 같다.
수트, 이너 톱은 Etro. 귀고리는 Roaju. 펜던트 목걸이는 Hoze. 스니커즈는 Vans.

수트, 이너 톱은 Etro. 귀고리는 Roaju. 펜던트 목걸이는 Hoze. 스니커즈는 Vans.

평소 페이스와 다른 선택을 할 정도로 이번 작품에 강하게 끌린 이유는 무엇이었나?
대본이다. 지금껏 내가 본 서스펜스물의 대본 중 가장 완벽했다. 이수연 작가님만의 색깔이 있다. 보통의 대본들이 어떤 명확한 목표점, 지향하는 좌표를 딱 찍고 그 방향으로 달려간다면, 이수연 작가님은 어디로 향해 가는지 절대 보여주지 않는다. 매초, 매 신마다 앞을 예상할 수 없도록 불안감과 긴장감을 끝까지 유지하며 극을 이끌어나간다. 물론 연기해야 하는 배우 입장에서는 결코 쉽지 않지만 그만큼 새로웠고, 무엇보다 배역에 욕심이 났다.
매 작품마다 특수 직업군을 섭렵하고 있다. 법의학자, 검사에 이어 이번에는 강력계 형사다. 지난 몇 달간 정새벽이란 인물로 살면서 새롭게 얻은 관점이 있다면?
연기하기 전까진 몰랐는데, 형사라는 직업이 이성적, 감정적, 육체적인 영역까지 총체적인 능력을 동원해야 하는 직업이라는 걸 알게 됐다. 그래서인지 그간 맡았던 배역 중 가장 어려웠던 것 같기도 하다. 예측할 수 없는 사건의 최전방에서 일을 수행해야 하는 만큼 여러 고충이 있다는 걸 간접으로나마 경험할 수 있었다.
원피스, 골드 체인 목걸이는 Tod’s. 슈즈는 Jimmy Choo.

원피스, 골드 체인 목걸이는 Tod’s. 슈즈는 Jimmy Choo.

아직 정새벽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것 같다.
아마 어느 배우나 마찬가지겠지만 작품이 끝났다고 해서 캐릭터에서 완전히 벗어나거나 버리지는 않는다. 맡았던 모든 캐릭터들이 내 안의 어딘가, 어느 구석에 조금씩은 남아 있다.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면 작품을 보는 선구안이 좋다. 맡은 배역이나 장르의 스펙트럼도 넓고. 평소 작품을 선택할 때 어떤 점에 주안을 두는가?
심플하게 작품의 재미와 완성도만 본다. 내 캐릭터가 어떤지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그냥 작품을 보고 재미있으면 캐릭터가 크건 작건 조건 없이 하니까 오히려 그게 랜덤으로 달라지는 것 같다.
대중들의 입맛도 무시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스위트홈〉 〈오징어 게임〉 〈지옥〉 등 최근 흥행한 작품들을 보면 디스토피아적 현실을 그린 작품들이 많은데, 배우로서 이런 현상들을 어떻게 바라보나?
아무래도 시대상에 따른 자연스러운 문화적 흐름 아닐까? 지난 2년간 팬데믹을 겪으면서 사회가 성숙해져가고 있는 것 같다. 사람이 목표를 달성하려고 파이터처럼 살다가도 한번쯤 고난을 겪으면 자기 반성을 하면서 성장하는 것처럼, 사회도 그렇게 에이징되는 과도기가 있다고 생각한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재앙을 겪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 무엇을 잊고 살았는지, 앞으로 어떤 것에 가치를 두고 살아야 하는지 해답을 찾기 위해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시대적으로 이렇다 보니 디스토피아적 스토리를 다룬 콘텐츠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을 하는 것 같다. 창작자 입장에서는 이런 정서를 논해볼 시기가 된 거고.
원피스는 Zimmerman by Net-A-Porter. 귀고리, 목걸이는 Roaju. 스니커즈는 New Balance.

원피스는 Zimmerman by Net-A-Porter. 귀고리, 목걸이는 Roaju. 스니커즈는 New Balance.

그렇다면, 작금의 상황에서 인간 김아중을 사로잡고 있는 화두는 뭔가?
어떻게 사는 게 잘 사는 걸까. 그런 생각을 많이 한다. 꼭 코로나 때문은 아닌 것 같고, 이제 그런 생각을 해볼 나이가 됐다.
그 답은 찾았나?
현재까지의 답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더 많이 사랑하면서 교류하고 나누는 게 진정한 행복의 기준이라는 것이다. 더 이상 어떤 성취나 성공 같은 것들이 삶의 행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됐다. 더 잘 산다는 건, 내가 얼마나 더 많이 성취하고 가졌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주변 사람들에게 베풀고 나눌 수 있는지의 문제 같다.
니트 슬리브리스 톱은 Bally. 체인 목걸이는 Roaju.짧은 펜던트 목걸이는 Engbrox. 귀고리, 긴 펜던트 목걸이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니트 슬리브리스 톱은 Bally. 체인 목걸이는 Roaju.짧은 펜던트 목걸이는 Engbrox. 귀고리, 긴 펜던트 목걸이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어느덧 데뷔 18년 차다. 배우로 그리고 한 여성으로서 아름답게 성숙해가는 것 같다.
사실 10년 차가 지나고 나서부터는 연차를 세지 않게 됐다. 지난 시간에 대한 자축도, 후회도 하지 않는다. 그저 여태까지 해왔듯 계속해서 꾸준히 한발 한발 내딛을 뿐이다. 어렸을 때는 지금보다 열정이 넘쳤다. 지금은 그때랑 일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좀 달라진 것 같긴 하다. 그게 성숙해진 것인지, 권태인지 정확히 구분할 수는 없지만. 뭐, 여전히 충분히 내 직업을 사랑하고 즐기고 있다.
그럴 땐 안 해본 게 새로운 자극점이 되기도 한다. 근래에 뜸했던 로맨틱코미디 장르나 여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을 해볼 생각은?
너무 하고 싶다. 그런데 그런 작품의 편수 자체가 줄었다. 스릴러나 블록버스터, SF 장르물처럼 규모가 큰 작품들은 꾸준히 쏟아져 나오는데, 소소한 이야기를 하는 작품들은 예전보다 많이 사라져서 개인적으로도 아쉽다. 게다가 요새는 영화 자체가 제작되는 게 별로 없다. 주변 배우들이 다 그 이야기를 한다. 시나리오 편수가 전보다 4분의 1도 안 된다고. 찍어 놓은 작품들도 개봉이 미뤄지고 있는 판국이다.
셔츠, 팬츠, 뮬은 모두 Bottega Veneta.

셔츠, 팬츠, 뮬은 모두 Bottega Veneta.

2015년부터 지금까지 서울여성영화제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는 만큼,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독립영화 제작 환경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도 클 것 같다.
기본적으로 제작되는 영화의 양이 많아져야 관객이 다양한 작품을 볼 수 있는데, 시기가 이렇다 보니 소규모 독립영화나 퀴어, 다양성을 논하는 영화들은 아예 제작 시도조차 이뤄지지 못하고 있어서 마음이 아프다. 점점 나아질 거라 믿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절망에 빠질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그래도 수년간 영화제에 참석하면 느끼는 건데, 해를 거칠 때마다 더 좋은 작품들이 나타나고 있고, MZ세대 유입이나 참여율이 높아서 희망적으로 보고 있다.
아무래도 MZ세대는 영상 콘텐츠로 소통하는 게 익숙한 세대니까.
확실히 촬영하고 찍고 편집하는 모든 과정에 익숙한 세대다. 10대 청소년들이 출품하는 작품들을 보면 정말 젊고 재기발랄한 아이디어에 놀랄 때가 많다. 같은 창작자로서 신선한 작품을 보면 새로운 시각, 영감을 얻어서 즐겁다.
재킷, 스커트, 삭스, 슈즈는 모두 Miu Miu. 볼드한 반지는 Swarovski.

재킷, 스커트, 삭스, 슈즈는 모두 Miu Miu. 볼드한 반지는 Swarovski.

영감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SNS를 살펴보니 카트린느 드뇌브를 좋아하는것 같다. 혹시, 뮤즈인가?
예전에 박찬욱 감독님이 미팅 자리에서 한국의 카트린느 드뇌브 같다는 이야기를 하신 적이 있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여배우라 황송하기도 했지만, 도대체 어떤 지점이 나와 비슷하다는걸까, 궁금증이 일었다. 그래서 카트린느 드뇌브에 대해 탐닉하다가 좋아하게 됐다. 그녀가 연기하는 인물들은 공통적으로 신비로운 분위기가 느껴진다. 관객의 시선을 봤을 때 뭔가 나하고만 교감을 하는 것 같은 은밀한 느낌이 드는 매력적인 배우다.
어딘지 내밀한 매력, 당신에게도 그런 분위기가 있다.
그랬으면 좋겠다. 할리우드 배우 중에서 줄리언 무어, 에이미 아담스도 좋아하는데 그들도 비슷한 맥락이 있다. 둘 다 내밀한 연기를 잘한다. 얼굴에 수만 가지 감정이 지나가는 것 같은데, 그걸 명확하게 어떤 제스처나 연기로 드러내 보이지 않는다. 계속 들켜줄 뿐. 내 감정이 이 정도야라고 들켜주긴 하지만,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는. 그런 묘한 매력이 있는 배우들을 좋아한다. 
수트는 Magpie. 레이어드한 콰트로 클래식 펜던트 목걸이는 Boucheron. 슈즈는 Repetto.

수트는 Magpie. 레이어드한 콰트로 클래식 펜던트 목걸이는 Boucheron. 슈즈는 Repetto.

들켜준다라는 그 표현 너무 좋다. 우리가 보지 못하는 카메라 밖의 김아중은 어떤 모습일까, 문득 궁금하다.
항상 사람들이 넌 혼자 뭐해 그러는데, 내 일상은 사실 별거 없다. 요즘 유행하는 브이로그 형태로 내 하루를 촬영한다면 아마도 계속 정지 자세일 것 같다. 계속 뭘 읽거나, 먹거나 하는.(웃음) 여행을 가도 럭셔리한 거랑은 거리가 먼 스타일이라 모자 쓰고 배낭 메고 발길 가는 대로 걷는다. 신비주의라서 일부러 감추는 게 아니고, 근사하게 보여줄 만한 게 없다.
미지의 가능성으로 가득한 2022년, 다가올 시간은 어떻게 채워나가고 싶나?
올해는 조금 더 부지런히 일을 해야 할 것 같다. 현재 논의 중인 작품이 몇 편 있다. 가끔은 내가 연기하는 사람이 아니라 읽는 사람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많이 읽고 검토하고 있는 만큼, 조만간 또 좋은 소식을 들려줄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즐겁게 살고 싶다. 너무 멋없는 말 같지만, 정말로 즐겁게, 건강하게, 기쁘게 올 한 해를 꽉꽉 채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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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글/ 김루비(프리랜스 에디터)
    컨트리뷰팅 에디터/ 박만현
    사진/ 목정욱
    스타일리스트/ 김경선
    헤어/ 이일중
    메이크업/ 안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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