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친환경 덕질의 시대

“죽은 지구에 케이팝은 없다.” 죄책감 가지며 하는 덕질은 더 이상 No!

BYBAZAAR2021.11.08
케이팝 팬덤에는 조금 특이한 문화가 있다. 아이돌 팬사인회에 ‘당첨’되기 위해서는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 포털사이트에 “혹시 이번 팬싸컷 (팬 싸인회 커트라인)이 어떻게 돼요?”라는 순진무구한 질문을 남겼다간 팬들에게 무개념 취급받기 일쑤다. 공식적으로 알려진 정보가 없는 만큼 그들 간의 치밀한 경쟁이 일어난다. 그렇게 열 장, 혹은 몇십 장의 앨범을 사며 ‘사재기’를 한다. 문제는 대부분의 경우 당첨 여부 확인 후 소장용 하나 빼고는 버려진다는 것이다. 이렇게 쉽게 버려지는 앨범은 보통 재활용이 안 되는 양면 비닐 코팅 종이인 데다가, 플라스틱 포장재로 되어있다. 올해 전 세계 케이팝 음반 판매량은 약 6,000만 장이라는 어마어마한 수가 예측된다. 이런 현상을 보며 위기를 느낀 자카르타 출신 케이팝 팬 누룰 사리파 (Nurul Sarifah)는 ‘Kpop4Planet (케이팝포플래닛)’ 이라는 플랫폼을 만들어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를 희망한다.    
 
케이팝 팬들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힘 중 하나다. 한국국제교류재단에 따르면, 1억 명의 K문화 팬들이 존재한다. 만약 우리가 환경을 위해 뭉친다면, 기후 공동체 중에서 가장 강력한 목소리가 될 것이다. 더 많은 케이팝 팬들이 ‘Kpop4Planet’과 함께 기후 위기에 맞서 싸우는 것을 환영한다. 왜냐하면 죽은 지구에는 케이팝이없기 때문이다.
KPop4Planet 운영자 누룰 사리파 (21)

KPop4Planet 운영자 누룰 사리파 (21)

어떻게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나?  
자카르타는 인근 지역의 석탄발전소에 둘러싸여 있어서 맑은 하늘을 거의 보지 못할 정도로 대기오염이 심하다. 그곳에서 태어나고 자란 나는 자연스럽게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그리고 나는 EXO-L(엑소 팬덤명)인 만큼 열혈한 케이팝 팬인데, 앨범 사재기와 같은 ‘덕질’ 활동이 결과적으로 환경을 해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케이팝 팬들은 대부분 MZ세대, 즉 기후 위기의 영향을 직접 받게 될 대상이다. 케이팝 산업은 날이 갈수록 더 인기를 얻고 있기 때문에 하루빨리 대응해야겠다 싶었다. 결과적으로 케이팝을 좋아하면서 기후에 위기감을 느끼는 사람들을 위한 ‘KPop4Planet’이라는 플랫폼을 만들게 됐다. 정부와 기업들이 기후 위기에 대처하는데 더 큰 야심을 갖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KPop4Planet

KPop4Planet

다른 환경 단체와 어떻게 다른가?
우리는 다양한 나라, 인종, 종교, 민족, 성별의 팬들로 이루어져 있다. 좋아하는 음악과 아이돌을 지지하기 위해 모인 만큼 다른 환경 단체보다 훨씬 더 빠르게 단합하고 협력적이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젠Z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기 생각과 의견을 표현하는 창의적인 방법을 알고 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점은, 케이팝 산업의 수익은 팬들에게 의존한다는 것. 우리가 기후 조치를 위해 회사를 압박한다면, 그것은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변화를 위해 어떤 구체적인 행동을 취했는가?
KPop4Planet 캠페인이 가능한 많은 관객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하고, 파급효과로 변화를 불어넣기 위해, SM, JYP, HYBE, YG, 등 한국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의 지원과 협력을 요청했다. 예를 들어, 7월에는 ‘No K-Pop on a Dead Planet (죽은 지구에 케이팝은 없다)’ 캠페인을 진행했다. 굿즈를 생산하는 데에 있어 플라스틱 사용을 최소화하고, 저탄소 콘서트 투어를 하는 등 더욱 ‘지속 가능’하게 만들 것을 요구했다. 이를테면, 팬들에게 텀블러와 재사용 가능한 빨대를 가져오라고 격려하거나, 바이오연료 버스를 이용하고 제로플라스틱 콘서트를 개최하는 것. 또한, 가수들이 자신이 음악을 통해 기후 위기에 대한 인식을 높일 수 있다고 믿는다. 언젠가 그들과 협력하여 기후 정의를 위한 우리의 투쟁을 지속하기를 희망한다.
 
'Tokopedia 4 Bumi' 캠페인'Tokopedia 4 Bumi' 캠페인
KPop4Planet 런칭 이후 변화가 있었다고 느끼는가?
우리가 6개월간 진행한 여러 캠페인이 긍정적 반응을 얻고 있다. 인도네시아 대기업 토코피디아에게 2030년까지 친환경 전기 (태양광풍 등)으로 전환해줄 것을 요청했던 ‘Tokopedia 4 Bumi’ 캠페인 탄원서는 2,030명의 서명을 받아 회사와 팬들 사이의 대화를 끌어냈다. ‘죽은 지구에 케이팝은 없다’ 캠페인은 현재 7,000명 이상의 서명을 받았다. 또한, BTS ‘BUTTER‘ 뮤비 촬영장인 삼척 맹방해수욕장에 석탄 공장이 건설되는 것으로부터 지키기 위한 '세이브 버터 비치' 캠페인 청원은 현재 3,500명이 넘는 서명을 받았다. 6개월 동안 12,000명 이상의 사람들이 참여했고 그들은 세계 각지에서 왔다.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팬들은 한국 정부 및 엔터테인먼트 업계와 더 지속 가능한 관행을 구현하는 것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이것은 케이팝 팬들뿐만 아니라 정부와 기업에 속한 사람들도 기후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세이브 버터 비치' 캠페인'세이브 버터 비치' 캠페인
KPop4Planet 활동을 하면서 뿌듯한 순간이 있었다면?
KPop4Planet 런칭 이후 인도네시아에서는 케이팝 팬과 콜라보하는 환경 운동은 트렌드가 됐다. 자체 캠페인을 위해 케이팝 팬들에게 손을 내밀고 있다. 예를 들어 ‘350.org’ 이라는 환경 단체는 석탄발전소 자금 지원을 중단하기 위해 케이팝 댄스 대회를 주최했다.  
 
앞으로의 목표는?
코로나 대유행은 인류가 반성하도록 강요하는 경고 신호였다. 궁극적으로, 우리는 계속해서 목소리를 높이고 캠페인을 벌이며 팬들뿐만 아니라 정부, 기업들이 세계 시민으로서 미래를 위해 더 많은 조치를 취하도록 요청할 것이다.  
 
현재, 케이팝포플래닛은 유엔클로벌콤팩트 한국협회의 공식 지지를 받고 있다. https://kpop4plane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