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ristian Lacroix for Jean Patou haute couture, Spring:Summer 1987 (Hat)
어나더 (Another) 매거진의 패션 피처 디렉터이자 파이낸셜 타임즈지의 멘즈 크리틱인 알렉스 퍼리 (Alex Fury)는 빈티지 패션 컬렉터로도 유명하다.
패션을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는 아카이브로 소통하는 흥미진진한 교감이 있다. 언젠가 모두 모아 촬영하고 역사에 대한 집착과 그것이 담고 있는 다양한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알렉스 퍼리.
아카이브 컬렉션은 그에게 옷을 처음 봤을 때 그 감정을 공유하는 과정이며 엑스레이로 옷을 들여다보며 그것이 만들어진 작업과 시각을 조명하는 계기이다. 그에게 듣는 패션 아카이브 이야기를 키워드로 소개한다.
비비안 웨스트우드
비비안 웨스트우드 플랫폼 슈즈 ‘카피’를 신던 엄마의 영향으로 12세부터 패션을 접했다는 알렉스. “역사를 컬렉션에 담는 디자이너의 세계를 통해 오늘날 패션의 가치를 탐구하게 됐다”는 알렉스는 이후 비비안 웨스트우드를 통해 14-15세기 옷을 발견했다고 한다. 그는 최근 출간한 테임즈 & 허드슨의 비비안 웨스트우드 캣워크의 저자이기도 하다. 알렉스는 “비비안은 코르셋을 입었을 때 여인들의 감정을 잘 알고 있다. 코르셋이 여자들을 어떻게 조이거나 혹은 예상치 못한 해방감을 주는지를 보여준다.”며 “크리놀린을 입었을 때 어떤 존재감을 갖게 될지, 하이힐이나 플랫폼이 비단 키만 높이는게 아니라 서는 자세와 움직이는 동작 안에서 어떤 애티튜드를 주는지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그녀에겐 있다.”고 했다.
영국스러움
알렉스가 본격적으로 패션 역사를 파고든 계기는 데이빗 보위, 듀란 듀란은 물론 특히 브라이언 페리의 아이코닉한 이미지를 만들어준 패션 디자이너 안토니 프라이스 (Antony Price)였다. 그의 옷은 무척 구조적이고 데이웨어가 아닌 철저한 이브닝웨어다. 이베이에서만 소량으로 구할 수 있는데 알렉스는 학생 시절 그의 컬렉션을 접한 이후 본격적인 컬렉터가 되었다. “매우 글래머러스하고 복접한 구조의 아름다운 컬렉션으로 영국스러움이 있다”며 안토니를 계기로 비비안 웨스트우드, 존 갈리아노 그리고 크리스챤 라크루아까지 좋아하게 됐다고 한다. 특히 “라크루아의 옷에는 별난 (eccentric) 무드가 있는데 그가 런던에 어린 나이에 와서 경험한 것들을 토대로 작업한 영국스러움이 묻어나” 영국인이 아니지만 무척 영국스런 디자이너 중 한 명이라고 꼽았다.
Christian Lacroix for Jean Patou haute couture, Autumn_Winter 1985 (coat)
존 갈리아노
틴에이저부터 옷을 구입하기 시작한 알렉스는 외곽에 살다 런던에 올 때마다 돈을 모아 디올에서 살 수 있는 한가지를 사기 시작했다. “디올 1998 겨울 컬렉션 중 슬리브 리스 스웨터를 샀는데, 슬리브 있는 룩과 존 갈리아노 컬렉션은 살 수 없어서였다”며 처음엔 입으려고 샀지 수집을 위한 목적은 아니였다고 한다. 존 갈리아노의 캣워크는 남들과 달랐다. 90년대 그는 쇼틀 통해 ‘극적인 요소’의 최고치를 선보였고 기술 또한 대단했는데 예를 들어 드레스 위 모티브 안에 시침선을 숨겨 넣고 옆선도 어깨선도 없다. “다음 시즌 좀 더 복잡한 드레스는 해머링한 새틴 드레스로 타피타 꽃들이 장식되어 있고 그 다음 시즌 나오미 캠벨이 입은 흑표범 드레스도 시침선이 모두 그 안에 숨겨져 있고 회전 목마 버전도 있다. 얼마나 복잡하게 할 수 있냐에 대한 실험 같다!”고 회상하는 알렉스! 드레스를 실제로 보면 여밈도 지퍼도 없는 무척 모던하고, 머리 위로 입는 드레스라며 바이어스 재단 돼 티셔츠처럼 입을 수 있다고 덧붙인다. 제작 과정이 무척 복잡할 수 밖에 없는 작업.
역사
알렉스의 가장 큰 열정은 존 갈리아노, 비비안 웨스트우드, 크리스챤 라크로와, 아자딘 알라이야, 안토니 프라이스라고 꼽았다. 이유는 모두가 다르지만 그들을 관통하는 하나의 실이 구조에 집중하고 역사를 존경하며 그걸 다양하게 적용하기 때문이라고. 과거를 조명하는 지식적인 열정은 숨길 수 없다. “크리스토퍼 케인 드레스를 보면 그가 빅토리아 시대의 드레스들을 봤다는 걸 알 수 있듯이”라며 “ 케인의 해석은 그것을 고무줄 밴드와 레이스 러플을 두르는 디테일로 완성된 것”라고 덧붙이는 알렉스.
여인
알렉스는 “미우치아 프라다에게 중요한 건 옷이 아니라 ‘여인’들이었다.”라고 했다. “그 옷을 입은 여인들의 삶에 집중하며 미우치아는 그 옷이 그들의 삶 속에 어떻게 살았을지 그것을 부활시키고자 했고, 도나 카라의 옷을 입으면 아무것도 안 입은 것 같다”며 그렇게 여자들에게 자유를 선사한 이들과 달리 웨스트우드의 옷은 반대라고 소개한다. “비비안이 말하는 편안함은 육체적인 것이 아니라 심리적인 것”이라고 전하는 알렉스는 “코르셋을 입고 하이힐을 신은 그녀는 그 룩 안에서 편안한 것이다. 비비안의 옷은 입었을 때 움직임이 그래서 다른 것이다.”라고 결론 내렸다.
알렉산더 맥퀸
캣워크 샘플은 하나 밖에 없는 옷이고 꾸띄르 제품은 누군가가 오더한 것. 그 옷이 어떤 삶을 살다가 컬렉터의 손에 들어왔을 때 옷에 담긴 이야기는 무척 은밀할 수 밖에 없다. 한때 누군가의 살길에 닿았을 옷이니까. “V&A에서 열린 알렉산더 맥퀸 전시의 첫 2개 전시관에는 그가 직접 돈을 지불하고 옷을 입게 한 여인들의 옷이 전시되었는데 그게 제일 좋았다.” 알렉스는 맥퀸의 초창기 런던 컬렉션을 제일 좋아한다. 그가 파리로 넘어가기 전에 선보인 무척 거칠고 잔혹한 컬렉션이다. 엉덩이에 걸친 범스터 룩에, 타이어 마크 프린트된 재킷 등은 그의 졸업 작품의 연장선이자 테일러링에 집중한 컬렉션이다. 갈리아노가 로맨스였다면 맥퀸의1996년 감성은 강하고 철저한 테일러링을 제일 잘했기 때문이다.
최근 검색 키워드
“루엘라 (Luella) 바틀리의 2000년대 컬렉션 중 턱시도나 그래피티 자수로 뒤덮인 룩과 자일즈 (Giles) 디컨의 보테가 컬렉션, 그리고 릭 오웬즈는 박스 안에 담기 위해 수집한다”는 알렉스. “니콜라스 게스키에르의 발렌시아가, 입생 로랑 쿠튀르, 오래전 프라다는 지금 입어도 손색이 없어” 시도해보기 좋은 룩이라고 권한다.
Dries Van Noten and Christian Larcoix, Spring_Summer 2020 (pink cap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