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해수욕객을 아시나요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Lifestyle

플라스틱 해수욕객을 아시나요

캐나다 해변에 해변 관광객의 20가지 행동을 묘사한 실사 크기의 플라스틱 조형물이 전시됐다. 작가 케이틀린 도티가 회상하기를, 플라스틱 수집은 매우, 아주, 굉장히 쉬웠다고 한다. 슬프게도 말이다.

BAZAAR BY BAZAAR 2021.07.29
 
밴쿠버의 키칠래노 해변, 토론토의 하버프렌트센터 일대, 퀘백의 앙리 부라사 해변에 전시된 조형물들. 해변의 플라스틱 쓰레기로 만들었다.

밴쿠버의 키칠래노 해변, 토론토의 하버프렌트센터 일대, 퀘백의 앙리 부라사 해변에 전시된 조형물들. 해변의 플라스틱 쓰레기로 만들었다.

 
곧 바다로 휴가를 떠나게 된다면 해변에서 ‘플로깅(Plogging)’을 해보라. 플로깅은 이삭을 줍는다는 뜻의 스워덴어 ‘Plocka Upp(Pick Up)’과 조깅(Jogging)을 합친 말로, 한국에서는 ‘줍깅’이라고도 표현한다. 산을 타면서, 집 주변을 달리면서, 심지어 Jtbc 예능 〈바라던 바다〉의 김고은과 이동욱처럼 바닷속에서 기꺼이 청소에 힘을 쏟는 사람들은 이미 주변에 넘쳐난다. 지난 6월 한 달간 캐나다의 3개 해변에서는 이와 맥락을 같이하는 설치미술 순회 전시 «Plastic Beachgoers(플라스틱 해수욕객)»가 열렸다. 캐나다의 화가 겸 광고 세트 디자이너인 케이틀린 도티(Caitlin Doughty)가 2개월 정도 손수 수집한 해변의 플라스틱 쓰레기로 20개의 대형 조형물을 만들어 해변에 펼쳐놓은 것이다. 관광객을 대신한 조형물들은 태닝, 러닝, 스트레칭을 하거나 서핑보드를 든 ‘우리’의 모습을 하고 있다. 전시는 다른 어느 곳도 아닌 캐나다에서, 즉 뜨거운 지열이 대지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기온이 급상승하게 되는 ‘열돔(Heat Dome)’ 현상으로 신음하는 나라에서 이루어졌기에 더없이 짙은 책임감을 불러일으킨다. 캐나다와 북미에서는 50℃ 내외로 치솟은 기온으로 인해 사람들이 목숨을 잃고 해변의 조개들이 산 채로 익는 등 통탄할 일들이 잇따르고 있다.
 
 
투어 전시 프로젝트 «Plastic Beachgoers»는 누구의 아이디어였나요? 
캐나다 소재의 환경연구기관 오션와이즈(Ocean Wise)가 주최하고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 아노말리(Anomaly)에서 디렉팅한 프로젝트였어요. 자금은 캐나다의 2백만 평방미터의 해변을 청소하는 일에 앞장서는 맥주 브랜드 코로나(Corona Beer)에서 지원했고요. 이렇게 뜻깊은 일에 제가 덜컥 참여한 거죠. 전시 목적은 플라스틱 소비율에 대한 관심을 모으는 것, 또 다음과 같은 충격적인 통계를 물리적으로 보여주는 것이었어요. “캐나다인들은 매년 1인당 125kg 이상의 플라스틱을 사용하는데, 이는 인간의 평균 몸무게의 거의 두 배다.”
 
작품 기획 단계에서 어떤 점이 가장 염려되었나요? 
기획과 준비에만 일 년 가까이 몰두했고, 처음부터 20개의 대형 조형물을 만드는 것을 목표했었어요. 실제 인간의 몸집만 한 것으로요. 그렇기 때문에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충분한 양의 플라스틱 폐기물을 찾고 모으는 게 관건이었죠. 한데 이 일이 순탄할 거라는 생각이 금방 들더라고요. 왜냐하면 플라스틱은 해변 어디에나 존재했으니까요. 슬프게도 말이죠.
 
해변에서 어떤 것들을 수집했는지 궁금해요. 
프로젝트 참여자들과 함께 가방과 장갑을 들고 무작정 해안가로 나갔어요. 걸으면서 모래를 헤집어보고, 바위 틈도 살피면서 2개월가량 플라스틱을 찾았고, 이것들을 요리조리 결합해서 조형물을 만들었죠. 대부분의 폐기물은 플라스틱 물병과 뚜껑이었어요. 독특한 것으로는 낡은 고무, 플라스틱으로 코팅된 전선, 자전거 페달, 인형 부품 같은 것들이 생각나요.
 
 
전시를 위해 총 세 곳의 캐나다 해변을 순회했죠. 
여정은 저의 스튜디오가 위치한 토론토에서 시작됐어요. 조형물 운반에는 트럭이 쓰였는데, 주행거리는 자그마치 1만km였고요. 첫 전시는 6월 8일 세계 해양의 날을 포함한 3일 동안 밴쿠버의 키칠래노(Kitsilano) 해변에서, 2차는 6월 19~20일 토론토의 하버프런트 센터(Harbourfront Centre) 근처에서, 3차는 6월 26~27일 퀘벡의 앙리 부라사(Henri Bourassa) 해변에서 진행됐는데요. 전시 장소 모두 교통량이 많고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작품이 노출될 기회가 있는 곳들로 골랐어요.
 
조형물의 크기나 수량을 다소 줄였다면 제작은 물론 운반, 전시가 수월했을 텐데요. 
맞는 말이지만 크기와 수량에 분명한 의도를 뒀었어요. 먼저, 사람들이 매일의 플라스틱 소비 습관을 돌아보고 자신을 성찰했으면 바라는 마음이 컸죠. 또 각각의 조형물에서 보게 되는 행동이 개인과 바로 연결되기를 바랐고요. 그러려면 조형물은 실사 크기여야 하고, 행동도 20가지 정도는 돼야겠다고 생각했죠.
 
조형물의 20가지 행동 중 몇 가지를 나열한다면? 
‘배구하는, 독서하는, 일광욕하는, 친구들과 노는, 러닝하는, 서핑하는, 스트레칭하는’ 플라스틱 해수욕객.
 
투어 종료 후 조형물의 행방도 궁금해요. 
어느 장소에 보관해두었어요. 동일한 테마로 글로벌한 전시가 열릴 수도 있거든요.
 
 
 
전시 기간 중 경험한 인상적인 일을 회상한다면? 
전시의 첫 번째 장소였던 밴쿠버 해변에서 새벽 6시에 조형물을 설치할 때였어요. 거기에서 자발적으로 플라스틱을 줍는 한 여성을 만난 거예요. 그분과 관련 이슈로 의견을 나눴고, 그녀에게 수집한 플라스틱 중 일부를 조형물에 추가했으면 좋겠다고 말했죠. 그녀는 기꺼이 제안을 받아들였고, 이 경험을 계기로 투어를 진행하는 동안 조형물에 계속해서 플라스틱을 추가하게 됐어요. 그래서 저는 이번 프로젝트의 조형물들을 ‘결코 완성되지 않은 , 살아 있는 오브제’로 봅니다.
 
이번 프로젝트를 계기로 개인의 마음가짐에는 어떤 변화가 생겼을까요? 
이 프로젝트는 진정으로 제 삶을 바꿔놓았어요. 저는 일반적으로 많은 폐기물을 발생시키는 산업에서 일했어요. 일 년 가까이 이 작업을 이어가면서 자기성찰적인 태도를 갖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내 삶과 일하는 방식을 두고 ‘어떻게 하면 폐기물을 줄일 수 있으며, 폐기물을 줄인다면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궁금해하게 됐어요. 또 제품의 패키지를 새로운 시선으로 보게 됐고, 버려진 플라스틱과 쓰레기도 새로운 예술품을 창조하기 위한 유용하고 아름다운 재료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됐어요.
 
해양 환경 이슈를 주제로 한 다른 특별한 프로젝트를 맡게 된다면요? 
캐나다 전역의 예술가들과 함께 해변에서 수집한 플라스틱으로 실물 크기의 고래를 만들어보고 싶어요. 각 지역의 예술가들이 자신의 거주지 인근의 해변에서 플라스틱을 수집하고, 고래 신체의 몇몇 파트를 나눠 만드는 것을 상상하고 있죠. 프로젝트의 최후에 다 함께 각 파트를 연결시켜 작품을 완성하고요. 이를 계기로 다른 예술가들도 제가 〈Plastic Beachgoers〉 프로젝트를 통해 얻은 열정을 느낄 수 있다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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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에디터/ 손안나
    글/ 김수정(프리랜서)
    번역/ 백세리
    사진/ Getty Images
    웹디자이너/ 한다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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