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 큰' 바지를 휘날리며!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Fashion

'통 큰' 바지를 휘날리며!

스키니 팬츠의 시대가 가고, ‘통 큰’ 바지의 시대가 열렸다.

BAZAAR BY BAZAAR 2021.03.29

Goodbye Skinny, Hello big! 

1956년, 오버사이즈 셔츠에 와이드 레그 진, 매니시한 레이스업 부츠를 신고 포즈를 취한 캐서린 헵번.

1956년, 오버사이즈 셔츠에 와이드 레그 진, 매니시한 레이스업 부츠를 신고 포즈를 취한 캐서린 헵번.

올봄, 새로운 팬츠를 마주함에 있어 ‘통 큰’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그도 그럴 것이 오버사이즈를 넘어선 ‘빅’ 사이즈의 팬츠가 런웨이를 장악했기 때문. 걸을 때마다 펄럭이는 낙낙한 품, 바닥을 쓸고도 남을 기장에 엄마의 잔소리도, 세탁비나 수선비 모두 두 배로 감수해야 하겠지만, 이 팬츠에는 도전정신을 불러일으키는 묘한 매력이 있다. 게다가 편안함이 미덕이 된 뉴노멀 시대에 몸을 구속하지 않는 큼직한 실루엣이라니! 여성들에게 팬츠의 우아함을 전파한 코코 샤넬 여사도 말하지 않았던가. 
 
럭셔리는 무조건 편안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은 건 진정한 럭셔리가 아니에요.
 
이번 시즌, 샤넬을 비롯 루이 비통, 발렌시아가, 스텔라 매카트니, 클로에, 막스마라, 펜디, 더 로, 로에베 등 일일이 열거할 수도 없을 만큼 많은 패션 하우스에서 진정한 럭셔리를 추구하기 위한 움직임이 포착되었다. 대표적인 결과물이 바로 빅 팬츠인 셈. 그러나 넉넉함을 펑퍼짐한 것과 동일시해서는 안된다. 안락함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날이 선 컬렉션을 선보이기 위해 고심한 동시대 디자이너들은 홈웨어가 아닌, 워킹우먼들의 쿨한 유니폼으로 빅 팬츠를 제안하고 있으니 말이다. 하이웨이스트에 한 개에서 많게는 세 개의 핀턱 주름, 드라마틱한 밑위 길이를 갖춘 디자인, 소재는 치노와 데님이 압도적인 인기를 모으는 가운데 실크 혹은 리넨을 혼방한 소재의 빅 팬츠는 이브닝웨어로도 손색이 없다.
 
1 백 참 장식이 달린 체인 벨트는 가격 미정 Chanel. 2 어떤 상의와도 잘 어울리는 디자인의 빅 팬츠는 1백8만원 MaxMara.

1 백 참 장식이 달린 체인 벨트는 가격 미정 Chanel. 2 어떤 상의와도 잘 어울리는 디자인의 빅 팬츠는 1백8만원 MaxMara.

자, 그렇다면 이 큼직한 팬츠들을 어떻게 즐기는 것이 좋을까? 가장 손쉽게 연출할 수 있는 두 개의 선택지 증 자신에게 맞는 스타일을 고르면 된다. 하나는 더 로, 발렌시아가, 루이 비통 룩처럼 오버사이즈의 셔츠와 티셔츠, 블레이저, 트렌치코트 등과 함께 매치해 중성적인 매력을 배가하는 방법이다. 이 룩들을 보고 있노라면 자연스레 떠오르는 인물이 있는데, 바로 세기의 배우이자 패션 아이콘인 캐서린 헵번이다. 그녀는 전성기에도 화려한 이브닝드레스 대신 블레이저에 오버사이즈 팬츠를 입었을 정도로 비범한 여성이었다.(그때만 해도 여성들이 바지를 입는 것이 일반적이지 않았다.) 당시 새빌 로의 한 재단사가 “그녀가 걸을 때마다 팬츠가 배의 돛처럼 흔들렸다”고 이야기했을 정도로 통 넓은 팬츠를 즐겨 입었는데, 80년이 훌쩍 흐른 지금도 하프넥 니트에 셔츠를 레이어드하고, 치노팬츠에 로퍼를 매치한 헵번의 시그너처 룩은 편안하면서도 당당함과 우아함이 느껴진다. 또 다른 하나는 언더웨어를 연상케 하는 슬립, 브라 톱을 활용해 빅 팬츠가 가진 나른한 무드를 강조하는 것. 디스퀘어드2, 스포트막스, 발렌시아가, 스텔라 매카트니, 제이슨 우 컬렉션에서 이러한 룩들을 만나볼 수 있었는데, 집 안팎으로 활용가능한 데다 좀 더 드레스업하고 싶을 땐 오버사이즈 재킷 하나만 걸치면 되니 시도해볼 만한 이유는 충분하다. 
 
아울러 빅 팬츠에 개성을 더해줄 액세서리도 눈여겨보아야 한다. 그중에서도 벨트는 헐렁한 팬츠에 긴장감을 더해줄 주요한 액세서리. 팬츠와 닮은 루이 비통의 오버사이즈 벨트부터 귀여운 가방 모양 참 장식이 달린 샤넬의 체인 벨트까지, 다채로운 모양새로 등장한 벨트를 현명하게 활용해보길 권한다. 반면 치렁치렁한 길이에 발끝이 답답해 보인다면 살결을 드러내는 것이 해답이다. 오픈 토 샌들이나 스트랩 슈즈로 발끝에 숨통을 틔워보라. 또 런웨이의 모델처럼 낭창낭창한 워킹을 꿈꾼다면 청키한 굽의 플랫폼 샌들이 큰 도움이 될 것. 물론 바닥에 닿을 듯한 맥시한 길이가 포인트인 만큼 밑단을 수선할 때에는 슈즈의 굽 높이까지 염두에 두어야 한다.
 
3 영화 촬영 중 휴식을 취하고 있는 캐서린 헵번. 특유의 시그너처 룩이 눈길을 끈다. 4 청키한 굽이 돋보이는 니트 소재 뮬은 1백98만원 Bottega Veneta.

3 영화 촬영 중 휴식을 취하고 있는 캐서린 헵번. 특유의 시그너처 룩이 눈길을 끈다. 4 청키한 굽이 돋보이는 니트 소재 뮬은 1백98만원 Bottega Veneta.

2021년의 빅 팬츠는 단순한 바지가 아닌 시대상을 반영한 트랜스폼, 즉 오버 피트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결과물처럼 느껴진다. ‘안락함을 추구하되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는. 
 
당신이 만약 모든 규칙을 지킨다면 즐거움도 모두 놓치게 될 거예요. 
 
캐서린 헵번의 말처럼 틀을 깨는 하나의 아이템으로 옷차림에 즐거운 변화를 꾀할 수 있다. 늘 고수해온 평범한 팬츠가 아닌 길고 큼지막한 팬츠. 그 양 호주머니에 두 손을 꽂고, 불어오는 봄바람을 고스란히 맞으며 당당하게 거리를 활보하는 것. 그 모습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한결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바로 이런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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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에디터/ 이진선
    사진 1/ Getty Images,Imaxtree,
    사진 2/ Max Mara,Chanel,Bottega Veneta
    웹디자이너/ 한다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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