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dbye Skinny, Hello big!

1956년, 오버사이즈 셔츠에 와이드 레그 진, 매니시한 레이스업 부츠를 신고 포즈를 취한 캐서린 헵번.
이번 시즌, 샤넬을 비롯 루이 비통, 발렌시아가, 스텔라 매카트니, 클로에, 막스마라, 펜디, 더 로, 로에베 등 일일이 열거할 수도 없을 만큼 많은 패션 하우스에서 진정한 럭셔리를 추구하기 위한 움직임이 포착되었다. 그 대표적인 결과물이 바로 빅 팬츠인 셈. 그러나 넉넉함을 펑퍼짐한 것과 동일시해서는 안된다. 안락함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날이 선 컬렉션을 선보이기 위해 고심한 동시대 디자이너들은 홈웨어가 아닌, 워킹우먼들의 쿨한 유니폼으로 빅 팬츠를 제안하고 있으니 말이다. 하이웨이스트에 한 개에서 많게는 세 개의 핀턱 주름, 드라마틱한 밑위 길이를 갖춘 디자인, 소재는 치노와 데님이 압도적인 인기를 모으는 가운데 실크 혹은 리넨을 혼방한 소재의 빅 팬츠는 이브닝웨어로도 손색이 없다.

1 백 참 장식이 달린 체인 벨트는 가격 미정 Chanel. 2 어떤 상의와도 잘 어울리는 디자인의 빅 팬츠는 1백8만원 MaxMara.
아울러 빅 팬츠에 개성을 더해줄 액세서리도 눈여겨보아야 한다. 그중에서도 벨트는 헐렁한 팬츠에 긴장감을 더해줄 주요한 액세서리. 팬츠와 닮은 루이 비통의 오버사이즈 벨트부터 귀여운 가방 모양 참 장식이 달린 샤넬의 체인 벨트까지, 다채로운 모양새로 등장한 벨트를 현명하게 활용해보길 권한다. 반면 치렁치렁한 길이에 발끝이 답답해 보인다면 살결을 드러내는 것이 해답이다. 오픈 토 샌들이나 스트랩 슈즈로 발끝에 숨통을 틔워보라. 또 런웨이의 모델처럼 낭창낭창한 워킹을 꿈꾼다면 청키한 굽의 플랫폼 샌들이 큰 도움이 될 것. 물론 바닥에 닿을 듯한 맥시한 길이가 포인트인 만큼 밑단을 수선할 때에는 슈즈의 굽 높이까지 염두에 두어야 한다.

3 영화 촬영 중 휴식을 취하고 있는 캐서린 헵번. 특유의 시그너처 룩이 눈길을 끈다. 4 청키한 굽이 돋보이는 니트 소재 뮬은 1백98만원 Bottega Veneta.
캐서린 헵번의 말처럼 틀을 깨는 하나의 아이템으로 옷차림에 즐거운 변화를 꾀할 수 있다. 늘 고수해온 평범한 팬츠가 아닌 길고 큼지막한 팬츠. 그 양 호주머니에 두 손을 꽂고, 불어오는 봄바람을 고스란히 맞으며 당당하게 거리를 활보하는 것. 그 모습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한결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바로 이런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