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라가모의 총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폴 앤드류를 만나다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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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라가모의 총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폴 앤드류를 만나다

과거의 유산을 바탕으로 브랜드 정체성에 모던함을 주입하며 페라가모 하우스에 신선한 에너지를 불어넣은 폴 앤드류(Paul Andrew). 1월의 어느 저녁, 밀라노에서 새로운 시즌을 준비 중인 그와 모니터를 앞에 두고 만났다.

BAZAAR BY BAZAAR 2021.02.04
 

PA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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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 폴 앤드류.

디자이너 폴 앤드류.

쇼 시작 전에 상영된 패션 필름이 매우 인상적이었는데, 히치콕 영화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들었다.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과의 작업은 어떻게 이루어졌나?
2021 S/S 컬렉션 준비 시기와 맞물린 록다운 기간 동안 꽤 많은 영화를 봤다. 특히 고전영화에 푹 빠져 있었는데, 그러다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명작들을 재발견하게 되었다. 〈마니〉 〈새〉 〈현기증〉과 같은 영화들 말이다. 팬데믹 시기에 본 그 영화들의 초현실적인 면과 묘한 아름다움은 마치 지금 우리의 ‘실제’인 것처럼 느껴졌다. 그 즈음에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과 다른 프로젝트 건으로 이야기를 나누던 중 그 역시 히치콕 영화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음을 알게 되었다. 무엇보다 히치콕의 영화는 살바토레 페라가모의 기원이라 할 수 있는 할리우드 패션과도 일맥상통해 있다. 결국 이번 컬렉션은 완벽한 페라가모의 역사,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과 나의 우정, 천재 감독인 알프레드 히치콕에 대한 감사로 완성된 셈이다.
필름에 등장한 옷과 액세서리의 컬러가 공간과 완벽하게 어우러진 것 같다. 특히 슬링백 슈즈는 ‘당장 구입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다.
그것 참 기쁜 소식이다.(웃음) 답변을 위해선 다시 히치콕 이야기로 돌아가야 한다. 우린 그의 영화들에 쓰인 화려하고 초현실적인 색감에서 컬러 팔레트를 가져왔는데, 당시엔 이를 ‘테크니컬러(Technicolor, 미국의 테크니컬러 모션픽처가 발명한 색채영화 시스템의 명칭)’라 불렀다. 나는 루카에게 이번 필름은 테크니컬러만을 사용해 촬영할 것을 제안했고, 그는 이를 완벽하게 구현해냈다.
남녀 통합 컬렉션으로 선보였음에도 전체 피스 수를 줄여 선보인 점도 인상 깊었다. 어떤 의도를 담은 것인가?
다분히 의도적인 것이었다. 컬렉션당 보통 55~60피스 정도의 룩을 선보여온 것에 비해 이번 쇼에서는 32피스만을 선보였다. 록다운 기간 동안 패션산업의 방향성에 대해 고민했고, 어떻게 변화하는 것이 올바른 것인지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패션산업은 아주 오랜 기간에 걸쳐 망가져왔다. 디자이너로서 더 새롭고, 더 많은 상품들을 개발해왔지만, 사실 대부분의 상품들은 소비자를 위한 것이 아니었다. 내가 내린 결론은 “Less but Better(더 적지만 더 나은 것)”다. 이것이 전체 피스 수를 줄인 주요한 이유이며, 덕분에 하나의 룩을 더 연구하고 집중할 수 있었다.
이번 컬렉션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피스를 꼽는다면?
아, 이건 마치 부모에게 제일 아끼는 자식을 고르라는 것 아닌가.(웃음) 모든 룩이 다 자랑스럽지만, 하나를 고르자면 재활용 저지로 만든 블루 드레스를 선택하겠다. 나와 우리 팀은 지속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두고 있고, 이 저지 소재는 바다에 버려진 플라스틱 병을 재활용해 만들었다.
그와 같은 컬렉션을 앞으로도 계속 선보일 예정인가?
물론이다. 이는 나와 페라가모 모두에게 굉장히 중요한 화두다. 작년의 일들을 겪으며 보다 중요해졌고, 미래에는 더 그러할 것이다. 앞으로의 목표는 올해 컬렉션의 최소 25%를 지속가능한 피스로 만드는 것이다. 실질적인 노력을 위해 많은 요소를 효율적으로 분배하고 있으며 건물에서 사용하는 전기까지 절약하고 있다. 단적인 예로 내 오피스에서는 더 이상 플라스틱 물병을 찾아볼 수 없다.
(왼쪽 드레스만) 재활용 저지 소재로 완성한 블루 드레스.

(왼쪽 드레스만) 재활용 저지 소재로 완성한 블루 드레스.

1백 년에 가까운 역사를 가진 이탈리아 패션 하우스의 총괄 디자인 디렉터로 임명되었다. 2016년에 여성 슈즈 디자인 디렉터, 이듬해 여성복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승진한 이후 일 년 만의 초고속 승진이다.
1960년에 페라가모가 사망한 이후 첫 번째 총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된 것은 대단한 영광이다. 또 첫번째 해에 매출과 브랜드 주목도에서 많은 성장을 이뤘다. 모든 카테고리에 각기 다른 디자이너가 존재하지만 나의 디렉팅을 거친 뒤엔 하나의 완성된 보이스로 느껴지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을 매우 기쁘게 수행하고 있다.
당신과 창립자인 페라가모의 공통점은 슈즈 디자이너로 먼저 알려졌다는 것이다. 어떻게 여성복으로 그리고 남성복으로, 그 영역을 확장할 수 있었나?
비슷한 점이 있긴 하나 그는 천재에 가깝다. 그는 편안한 제품이 곧 좋은 제품이라고 생각했고, 나 또한 그 부분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살바토레는 슈즈 디자이너로 유명했지만, 다른 방면에서도 다양한 발명품을 가지고 있었다. 그와 같은 맥락으로 나에게 있어 영역 확장은 디자인을 향한 비전의 연속일 뿐이다.
페라가모에는 훌륭한 장인들과 빛나는 유산이 존재한다. 이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가?
페라가모는 이탈리아 내에서 자체적으로 컬렉션의 모든 제작 과정을 수행하는 거의 유일한 브랜드다. 대대로 이어져 내려온 장인정신은 어느 곳에서도 흉내 낼 수 없다. 그렇기에 나는 이 유산들이 기술적인 혁신을 덧입고 컬렉션 안에서 꽃피울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세 번의 특별한 과정을 통해 가죽을 염색하는 것이나 마치 금속처럼 하이힐의 굽을 샌딩하는 것 등이 그 대표적인 공정이다.
한 인터뷰에서 “페라가모는 유행이 아니다. 페라가모는 딸과 아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것이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당신이 생각하는 ‘명품’의 의미는 무엇인가?
페라가모를 통해 명품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페라가모는 몇 세대에 걸쳐 그의 패밀리들이 관리하고 있다. 당신이 구입한 페라가모 제품 역시 당신의 몇 세대에 걸쳐 착용될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뛰어난 퀄리티를 바탕으로, 순간의 유행이 아닌 영원함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지속될 수 있는 것을 우린 명품이라 부를 수 있다.
영화 〈현기증〉에서 영감을 받은 핸드백.
알렉산더 맥퀸에서부터 나르시소 로드리게스, 캘빈 클라인, 도나 카란에서 근무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들은 당신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나?
맥퀸과 일했던 경험은 말 그대로 나를 눈뜨게 만들었다. 틀에 박힌 관념에서 벗어나게 했으며, 모든 경계를 허물었고, 상업적인 것과 거리가 먼 런웨이를 구상할 수 있게 해주었다. 진정한 패션을 경험한 시기가 아니었나 싶다. 그 후 미국으로 건너와 나르시소 로드리게스, 캘빈 클라인 등의 브랜드에서 일하게 되었는데, 그들을 통해 좀 더 미니멀하고 상업적인 접근 방식을 배울 수 있었다. 그중 가장 좋았던 기억은 도나 카란에서 일한 10년이다. 그녀는 항상 여성 몸을 편안하면서도 파워풀하게 해주는 옷을 만들었다. 이 모든 과정이 지금의 나를 있게 만들었다.
얼마 전 2021 프리폴 컬렉션도 선보였다.
분명 제약은 있었지만 진행하는 방식은 더 흥미로웠다. 2021 프리폴 컬렉션 역시 전에 비해 규모가 작아졌다. 그 대신 더 많은 디테일에 집중할 수 있었다. 나 스스로, 그리고 내부적으로도 이번 프리폴 컬렉션에 대한 자부심이 크다.
팬데믹 시대 이후의 컬렉션 전개에 대한 고민도 많을 것 같은데, 당신의 비전은 무엇인가?
앞서 얘기했지만, 미래의 패션은 ‘Less but Better’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너무 과한 쇼와 과한 컬렉션, 과한 제품들을 만들어왔다. 또한 지속 불가능한 과정을 통해 많은 요소를 낭비해왔다.
마지막으로, 요즘 당신을 가장 행복하게 하는 것 세 가지를 공유한다면?
너무 많아서 얘기하기 어렵다.(웃음) 음, 첫 번째는 여름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 두 번째, 프리폴 컬렉션을 곧 선보일 수 있다는 것. 세 번째는 매주 배달 받는 꽃.  이탈리아 꽃이 예뻐서 뉴욕에서도 이곳의 꽃을 배달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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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에디터/ 이진선
    사진/ ⓒSalvatore Ferragamo,Imaxtree
    웹디자이너/ 김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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