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육시젠(Yooxyzen) 어워드에서의 우승을 축하한다. 육시젠 어워드에 대한 스토리가 궁금하다.
온라인 패션 플랫폼 육스(www.yoox.com)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육시젠 어워드 파이널에 올라 인터뷰를 하면서도 감히 우승할 것이라 상상하지 못했다. 다만 스스로 믿음을 가지고 디자인한 세월호 추모 ‘4·16 컬렉션’에 대한 열정과 진심만큼은 전달되길 바랐다. 그래서 우승을 거머쥔 순간, 너무나도 놀랐고 기뻤다. 혼자 유학생활을 해온 딸의 졸업식에 참석하기 위해 처음으로 뉴욕에 오신 부모님도 함께였기에 더욱 행복했다. 졸업 후, 육스 네타포르테 본사인 뉴욕과 밀라노를 오가며 ‘샤론 조×육스’ 컬렉션을 만들어 나갔고, 잊지 못할 경험을 했다.
어린 시절부터 디자이너를 꿈꿨고, 성공했다. 꿈을 이룬 샤론 조에 대해 얘기해달라.
부모님은 베트남 산악마을에서 소수민족을 돕는 데 평생을 바친 선교사였다. 그래서 어린 시절을 그곳에서 보냈다. 당시 베트남은 전쟁에서 회복 중인 저개발 국가였기 때문에 모든 것이 턱없이 부족했다. 부모님의 낡은 옷을 자르고 꿰매서 내 옷이나 인형 옷을 만들어주시고는 했다. 여덟 살 무렵, 패션 디자이너가 되어 장학 재단을 만들겠다고 결심했다. 사실 선교사의 자녀로서 패션 디자이너의 꿈을 이루기란 쉽지 않았다. 파슨스에 어렵게 합격하고도 학비가 부족해 포기하려 했지만 기적 같은 지원을 받아 뉴욕에 갈 수 있었고, 항상 장학금을 받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졸업 후 4백 통이 넘는 메일과 인터뷰를 통해 마이클 코어스, 캘빈 클라인, 레베카 테일러 등에서 일할 수 있었다.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노력하다 보니 어느새 꿈에 한 발짝 더 다가가고 있더라.
세월호 참사는 한국인으로서 부끄럽고 힘겨운 사건인데, 이를 패션의 언어로 풀어낸 것이 감동적이다. 어떤 컬렉션인가?
한국에서 외국인 고등학교를 다닐 때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다. 당시 할 수 있는 건 기도뿐이었다. 4년 후, 졸업작품을 준비하는데, 핸드백에 달린 노란 리본이 눈에 띄었다. 추모할 수 있는 기회라 여겨 시작했다. 반년이 넘는 노력 끝에 인연이 닿아, 세월호 피해자 어머니들이 세운 4·16공방을 찾을 수 있었다. 그곳에서 한복 천으로 오리가미 꽃을 접어 바느질을 하고, 편지를 쓴 원단으로 4·16 한복 컬래버레이션을 완성했다. “우리 아이들을 통해 더 좋은 세상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라는 한 어머니의 말이 지금까지도 가슴 한구석을 울린다. 4·16 컬렉션에 세월호 피해자들의 이름을 레이저로 직접 새겼다. 또 세월호 추모를 원하는 한국의 아티스트들과 작업했다. 버클리 음대 출신의 작곡가 콜린 신은 ‘Yellow Ribbon in the Sky’라는 곡을 만들었으며, 뉴욕의 패션 일러스트레이터 도리스 리는 4·16 한복을 그렸다. 사진 촬영 또한 뉴욕에서 활동하는 모델 문영과 임후석, 사진작가 케이트 킴과 함께 진행했다. 이것이 ‘4·16 컬렉션’이 진정으로 의미하는 바다. 치유와 교감을 통해 직접 행동하고 표현해서 함께 극복하는 것.
9월 16일, 육스를 통해 선보일 첫 번째 컬렉션에 대해 설명해달라.
지속가능성, 시대를 초월하는 패션, 테일러링, 그리고 품질에 집중했다. 일상적인 옷을 재해석하고 싶었다. 착용할 때마다 완전히 새로운 느낌을 주도록 다양하게 스타일링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테일러링 재킷은 탈착식 패널로 만들어져 원하는 대로 길이 조절이 가능하다. ‘4·16 컬렉션’의 시그너처인 오리가미 테셀레이션을 재해석한 자수가 각 의류의 뒷면을 장식하고 있다. 육스와 나의 공통 목표는 소비자들이 적은 비용으로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게 하는 것이었다. 100% 플라스틱 병을 재활용한 원단으로 만든 재킷, 친환경적인 프로덕션으로 만들어진 양모 원단의 코트 등이 대표적이다.
지속가능성의 연장선상에 테일러링도 있다고 말했는데, 제대로 된 옷을 오랫동안 입을 수 있도록 하고 싶다는 의견에 적극 동의한다.
테일러링을 굉장히 좋아한다. 남자는 물론 여자도 완벽하게 테일러링된 수트를 입었을 때 가장 멋있고 섹시하다. 내가 자주 입고 디자인하는 것 역시 수트다. 남자의 수트를 사서 몸에 맞게 다시 디자인하는 것을 즐긴다. 시대나 트렌드를 초월하는 클래식한 멋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제대로된 테일러드 수트는 수년간 입을 수 있기에 지속가능한 아이템이다.
현재 패션계의 촉각은 지속가능성으로 향해 있다. 그렇다면 이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
패션계가 행하는 운반, 과잉생산, 과소비 등 모든 과정이 환경에 영향을 미친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소재의 재활용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이후의 과정 속에서도 피해를 조금이라도 더 줄일 수 있는 방법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나눠야한다. 소비자들이 더욱 의식적인 결정을 내려 여러 방면으로 지속가능성이 있는 의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이번 컬렉션 역시 재활용 패브릭으로 만들었으며, 유행을 타지 않을뿐더러 다양한 상황에 맞게 연출할 수 있다. 그래서 옷장의 많은 옷들이 필요하지 않게 만들 것이다. 궁극적으로 과잉생산과 과소비를 줄이는 것이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