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더스트와 스카프로 만든 가방

업사이클링을 통해 지속가능한 패션을 외치는 '오픈톨드'의 큐레이터 김가윤을 만났다.

BYBAZAAR2020.08.31

OFTEN-TOLD

‘예쁘고 갖고 싶은 백’으로 재탄생한 더스트 백과 오염된 스카프. 이같이 쓸모를 다하거나 버려진 것에 새 생명을 더하는 업사이클링 아티스트를 찾고 또 소개하는 오픈톨드의 큐레이터 김가윤과의 일문 일답.

 
모자와 백은 Often_Told.

모자와 백은 Often_Told.

 
“오픈톨드의 큐레이터 김가윤입니다.”라는 첫인사가 인상적이었다. 
오픈톨드를 단순히 브랜드로 국한시키고 싶지 않다. ‘업사이클을 주제로 다양한 콘텐츠를 소개하는 플랫폼’이 정확한 설명이다. 그래서 스스로를 큐레이터라고 칭한다. 갤러리가 아티스트를 소개하듯, 나 역시 업사이클링 아티스트를 찾아내고 홍보하는 역할도 하고 싶다.
오픈톨드 이름을 단 태그 대신 아티스트의 핸드 사인을 넣는 것도 같은 의미인가? 
그렇다. 오픈톨드보단 아티스트가 주체가 되고, 제품을 하나의 ‘아트 작품’으로 생각해주면 좋겠다.
어떤 아티스트와 작업하고 있는가? 
론칭한 작년 11월부터 지금까지 FIJ(Fun to Image by Joy)와 함께했다. 최근 남성용 빈티지 수트팬츠로 여성을 위한 버뮤다팬츠를 만들고 있다. 다음 프로젝트는 ‘실로 짜는 회화’라 불리는 태피스트리 아티스트 정보아와 함께할 예정. 버려진 천이 주재료다.
메인 재료는 주로 어디서 공수해 오는가? 
FIJ의 백 시리즈는 더스트 백과 빈티지 스카프(더스트를 덧대거나 스트랩 용도)가 메인 재료다. 대부분 아티스트의 소장품으로 만드는데 워낙 패션에 조예가 깊고, 무엇보다 명품 백이 정말 많다.(웃음) 애초에 대량생산에 뜻이 없었기 때문에 소장품만으로도 충분했다. 스카프의 경우 내 것도 많고.
멀쩡한 스카프를 자른다는 건 생각만 해도 무섭다. 
그래서 보통 부분적으로 오염되거나 손상된 스카프만 활용한다.
오픈톨드는 100% 업사이클링 브랜드라고 할 수 있나? 
80~90% 정도. 오픈톨드의 첫 시리즈인 에르메스 더스트 백을 예를 들면, 백을 더 견고히 하기 위해 방수 코팅 처리했다. 샤넬 더스트 백에 더해진 체인 역시 기성품. 이런 기술적이고 장식적인 요소 역시 차츰차츰 바꿔나갈 생각이다. 업사이클링 제품이라고 해서 무작정 친환경을 고집하는 것보단, ‘예쁘고 갖고 싶은 백’을 만들고 싶었다. 사람들의 흥미를 끌지 못하면 또 다시 버려지는 물건이 될 테니.    
오픈톨드가 주목받는 것도 그 이유 덕분일 듯하다. 
그렇다. 조각들을 단순히 패치워크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헌 옷 느낌이 나더라. 현대적인 테크닉을 결합해 모던하게 풀어나가는 심미안이 중요하다. 오래된 식탁보나 빈티지 데님 위에 브랜드의 시그너처인 달 모양을 레이저 프린팅하는 마린 세레의 방식을 주목하고 있다.  

 
당신의 옷장은 어떤가? 빈티지로 가득할 것 같다. 
나는 빈티지를 거의 입지 않는다. 미술 애호가들이 작품을 컬렉팅하는 것과 비슷하다. 옷부터 그릇, 컵, 책, 의류 부자재(와펜, 단추, 레이스, 자수 장식 리본), 자카드 문양의 카펫, 주얼리 등 희소성과 역사적 가치를 지닌 물건을 수집하는 재미가 크다. 세계적인 디자이너들 역시 새 시즌의 영감을 빈티지 마켓에서 많이 찾는다. 마르지엘라가 에르메스 디렉터였던 시절, 두 번 감기는 허리 벨트를 발견한 뒤 하우스의 시그너처인 ‘케이프 코트 더블 스트랩’ 워치를 만든 것처럼. 빈티지 마켓은 파헤칠수록 끝이 없다.  
빈티지 마켓에서 있었던 재미난 에피소드는? 
파리의 방브 벼룩시장에 방문했을 때 정말 예쁜 단추를 파는 할머니를 만났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샤넬 공방에서 오랫동안 단추를 만들던 분인데 은퇴 후 소일거리 삼아 마켓에 나오셨다고. 그날 보물을 발견한 듯 기뻤다.
주 고객층은 어떠한가? 
20~50대 여성들. 의외인 사람도 종종 만난다. 얼마 전, 수트 차림의 남성분이 쇼룸을 찾았고, 당연히 잘못 찾은 줄 알았다.(웃음) 얘기를 나눠보니 명품 백이 너무나 많은 여자친구를 위해 색다른 밸런타인데이 선물을 찾고 있었다고. 고객을 만나는 소소한 재미 덕분에 예약제로 운영하던 쇼룸을 최근엔 금·토요일마다 오픈하고 있다.
다음 계획은 무엇인가? 
내 이름을 건 브랜드 ‘가윤’의 론칭. 내년을 목표로 하고 있다. 로로 피아나 같은 질 좋은 원단을 사용하는 브랜드의 데드 스톡 원단과 MTM(Made To Measure, 맞춤 제작) 방식을 활용할 예정. 스파 브랜드처럼 판화 찍듯 옷을 만들고 싶진 않다.
국내 빈티지 숍 중 추천할 만한 숍은? 
특정 숍보다는 황학동 풍물시장이나 동묘 벼룩시장을 주로 찾는다. ‘기적’적으로 에르메스 제품을 발견하기도 하는, 이상하고 또 재미있는 곳이다. 최근 인스타그램을 통해 알게 된 을지로의 ‘오팔 서울’도 관심 있게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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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에디터/ 윤혜영
  • 사진/ 김래영
  • 웹디자이너/ 김유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