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남편도 저도 쉬는 날이라 저희 둘 위주로 보낼 예정이에요. “아이는 엄마 아빠의 삶에 함께한다”라는 게 저희 가족의 방침이거든요. 그리고 아직 너무 어려서 특별한 이벤트를 해주기보다는 세 가족이 행복하고 편안한 휴일을 보낼 것 같아요.
아이에게 너무 몰두하지 말자? 흔한 교육관은 아니네요.
저희 집은 세 자매, 다섯 식구예요. 부모님은 딸들에게 큰 사랑을 주셨지만 그만큼 본인들의 꿈을 갖고 열심히 사셨어요. 지금 셋 다 결혼을 했는데 사위들까지 합친 만큼보다 부모님이 더 활동적이고 열정적으로 사세요. 제 아들 감자 왕자도 작은 것에 감사하고 어려움 앞에 도전하면서 살았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과하지 않게 적당한 관심과 사랑을 주려고 해요.
인스타그램 속이라지만 미도 씨의 하루는 참 행복해 보여요. 일과를 어떻게 보낼까 궁금해지기도 하고요.
코로나19가 없었던 삶을 되짚어보면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낸 다음부터 최대한 시간을 쪼개 써요. 쉬는 것도 열심히 쉬고 운동이랑 틈틈이 영어 공부도 해요. 촬영이나 일이 있을 때도 최대한 빼먹지 않고 그 와중에 지인들도 만나고요. 아주 바쁘게 사는 건 아닌데 주변에서는 어떻게 그렇게 사냐고 해요.(웃음)
뷔스티에는 Maison Margiela. 블루종은 Maxxij. 귀고리는 Monica Vinader. 부츠는 Shoebychoi.
대신 요즘 ‘엄마의 개인생활’은 조금 뜸해진 것 같아서 아쉬워요.
아무래도 코로나 바이러스 유행 때문에 야외 활동에 제한이 있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줄어들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감자 왕자가 예전처럼 가만 있지 않는다는 거예요. 마침 아이디어도 떨어졌고.(웃음) 남편이 영화 마케팅을 하는 사람이라 ‘엄마의 개인생활’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어떤 시기에 어느 정도 적당한 시간을 두고 올려야 한다고 조언도 해주고요. 처음에는 정말 우리 가족끼리 신나서 했던 건데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시고 여러 활동을 하게 된 계기가 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의무감이 생겨버렸어요. 이제는 편안하게 가족끼리의 시간을 즐기다가 재미있는 순간이 생기면 올리고 있어요. 최근에 벚꽃 날리는 영상도 아파트 단지 안 놀이터에 갔다가 방식을 바꿔서 올려봤는데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셨어요.
드라마 〈오 마이 베이비〉가 곧 시작해요. 오랜만에 배우 이미도를 볼 수 있겠어요.
신정원 감독님의 〈죽지 않는 인간들의 밤〉도 찍었는데 개봉이 밀리고 있어요. 〈오 마이 베이비〉 말고도 〈18 어게인〉이라는 드라마도 열심히 찍고 있는데 어쩌다 보니 배우로서 공백이 조금 커졌어요. 인스타그램이나 예능이 아닌 배우로서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시간이 와서 기쁠 따름이죠.
〈오 마이 베이비〉의 김은영은 결혼을 부정하다 첫눈에 반한 남자와 덜컥 결혼하고 쌍둥이를 낳아 키우는 주부예요. 아이가 있는 주부라는 공통점이 있어요.
재미있는 건 동시에 촬영 중인 〈18 어게인〉은 정반대 역할이에요. 〈오 마이 베이비〉에서는 결혼해서 굉장히 현실적인 육아를 하는 역할이고 〈18 어게인〉에서는 멋진 싱글로 살아가는 연기를 하고 있거든요. 아무래도 전자는 제가 실생활에서 육아하는 모습과 굉장히 흡사해요. 만약 한 작품만 했더라면 너무 현실적이라 아쉬운 감이 있었을 텐데 지금의 제 상황과 상반된 역할을 함께 하니까 균형이 잘 맞아 두 작품 모두 몰입해서 촬영하고 있어요.
〈18 어게인〉의 추애린은 결혼보다는 연애를 즐기고 직설적인 전문직 여성으로 설명돼요.
추애린은 유학을 다녀와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삶에 만족해하는 당당한 여성이에요. 굳이 결혼을 하기보단 연애하면서 멋지게 살려는 역할이고요. 가장 재미있는 건 고등학생 시절도 제가 연기한다는 거예요.(웃음)
의상, 샌들은 모두 Polo Ralph Lauren. 귀고리는 Allsaints. 시계는 Ferragamo Timepieces by Gallery O’clock.
그러고 보니 데뷔작도 영화 〈발레교습소〉의 고등학생이었어요. 인상적인 고등학생 역할을 자주 해서 ‘고등학생 전문 배우’라는 수식어가 붙기도 했죠.
얼마전에 가족끼리도 이 주제로 얘기를 나눴는데 제 얼굴이 조선시대에도, 구한말에도 있었을 법한 얼굴이라고 하더라고요.(웃음) 제 얼굴이 절대 동안은 아닌데 이런 특징 때문에 어느 나이 대, 어떤 역할이나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지금까지 연기한 수많은 얼굴 가운데 배우 이미도가 가장 잘 대변할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해요?
메이크업 선생님과 콘셉트 회의를 하는데 제가 자신감 있고 당당하게 살아가는 역할을 많이 맡는다고 하더라고요. 세세하게 따지면 다 다르지만 크게 카테고리를 묶어보면 틀리지 않은 이야기인 것 같아요. 남편도 저에게 이것저것 털어놓고 싶은 언니 이미지가 있다고 하고요. 내가 생각하는 나는 소심하고 열심히 하다 보면 누구보다 빠르게 방전되는 사람인데 주변이나 대중들이 저를 에너지 넘치는 사람으로 본다는 걸 최근에 이해하게 됐어요.
‘엄마의 개인생활’이 알려지기 전과 후가 달라졌어요. 보여주고 싶은 건 많은데 그게 뭔지 정확하지 않았고 뭘 숨겨야 하는지도 잘 몰랐거든요. ‘엄마의 개인생활’을 통해서 거의 99%에 가까운 솔직한 제 삶과 성격을 보여주게 되었어요. 평범한 사람이고 엄마이자 배우인 제 모습을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시는 게 무엇보다 기뻐요. 대중과 저의 생각이 일치되었다는 행복감이랄까?
배우 이미도에 빠지게 할 만한 작품, 하나만 고를 수 있을까요?
5년 전에 방송됐던 드라마 〈착하지 않은 여자들〉요. 굉장히 의뭉스러운 역할이었어요. 악역이지만 나름의 이유가 있는 그런 악역. 우선 역할 자체가 정말 매력적이에요. 드라마 후반부로 갈수록 역할에 힘이 더 실리면서 저도 덩달아 연기에 빠져들었어요. 그런 모습이 작품에도 드러나서 배우 이미도의 다른 면모를 볼 수 있을 거예요.
수트는 Kimseoryong. 목걸이는 Allsaints.
50편 넘는 작품에 출연했지만 여전히 하고 싶은 것들이 많을 테죠.
안 해본 역할은 다 좋아요. 도전하는 것은 문제가 안 돼요. 꼭 연기하고 싶은 건 악역이에요. 정말 제대로 된 악의 끝.
결혼생활과 육아, 직업의 균형을 알맞게 지키기 위해 노력이 필요할 거예요.
그때 그때 주어진 미션을 가장 효율적으로 끝내려고 노력해요. 그러다 보니 되려 실수가 줄었어요. 아이와 시간을 보내는 게 얼마나 소중한지 알고, 일할 때는 일하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아니까 그때그때 원없이 집중하다 보니 훨씬 나아지더라고요.
유튜브 같은 개인 채널로 생활을 더욱 밀접하게 보고 싶다는 부름도 많아요.
지금은 여력이 없어서 못하고 있는데 하고 싶은 건 너무 많아요.(웃음) 요리하고 살림하는 거 좋아하고요. 사실 직업이 좀 더 많은 사람 앞에 나서는 일일 뿐이지 다른 여성들, 엄마들과 비슷하게 살거든요. 오히려 꾸민 모습보다 일상을 소중하게 살아가고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맞아요. 바로 그거요. 예전부터 제가 생각하는 좋은 배우는 공감을 이끌어내는 배우거든요. 제 일상생활과 같이 천천히 자리를 찾아갔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