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 of "TasteView Daelim Branch - Not for Sale" exhibited by Tastehouse.Exhibition view, No Space Just a Place, Daelim Museum, Seoul (2020)
미술을 파는 상점 신상품이 디스플레이되는 쇼윈도와 작품이 전시되는 화이트 큐브의 차이를 결정짓는 것은 무엇일까? 취미가가 제안하는 유리 진열장은 일종의 ‘예술 상점’이다. 관객은 이 친절한 상점의 유리 진열장에 놓인 미술품을 구경하고 가격을 확인한 후 가치를 따져보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취미가는 어떤 목표를 가지고 설립된 공간인가?
취미가는 미술을 소개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세상에 다양한 미술이 있는 만큼 미술을 소개하는 다양한 방법이 있고, 그중 일부를 취해 작업에 어울리는 방식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특히 기존의 형식에서 수용하기 어려운 방법으로 작품을 제작하는 젊은 작가들의 작업을 소개할 수 있는 현실적인 형식과 방식을 고민하려 한다. 처음에는 판매의 맥락에서 가능한, 무겁지 않은 방식을 생각하며 취미가의 1층에 숍 공간을 열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온전히 수용하기 어려운, 더 확장된 맥락의 미술을 소개하기 위해 2층의 전시장을 열게 되었다.
취미가의 로고. Courtesy of Tastehouse Design: Shin Shin
취미가는 미술을 소개하는 방법 중 하나로 판매와 구매를 권한다. 미술품 매매의 장벽을 낮추기 위해 어떤 시도를 해왔나?
우리나라에서는 소수의 컬렉터를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좋아하는 작품을 소장하고, 나의 생활 공간 속에서 오랜 시간 동안 바라보고 감상하는 시간을 경험하지 못한다. 예술을 긴 시간 동안 사적인 공간에서 감상하는 경험은 잠시 들른 전시장에서 작품을 보고 나오는 경험과는 완전히 다르다. 미술을 좋아하는 일반 관객들도 쉽게 그러한 경험을 할 수 있기를 바랐다. 그래서 다양한 맥락의 예술작품(특히 누군가의 방에 들어가기에 부담스럽지 않을 만한 크기가 많다)을 상설로 디스플레이해두고, 바로 옆에 가격을 표기해두어 관객이 충분한 마음의 준비를 한 뒤에 작품을 구입할 수 있는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동일한 방식과 태도를 확장한 판매, 전시 행사인 ‘취미관 TasteView 趣味官’을 열어 더욱 다양하고 많은 작업과 작가를 소개하기도 했다.
취미가에서 만난 재미있는 관객 혹은 고객이 있다면?
종종 하나의 작품을 구입하기 위해 여러 번 방문하는 분들이 있다. 홈페이지나 공간을 통해 마음에 드는 작품을 발견하고, 그것의 가격을 확인해보고, 다시 집에 돌아갔지만 잠이 들기 전까지 작품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아서 결국 그 작품을 집으로 가져 오기로 결심한 사람들이다. 그런 분들은 발걸음이나 눈빛부터 다르다. 확신과 기대에 가득찬 상태로 들어와 “○○작가님의 ○○작품을 주세요.”라고 말씀하시고, 돌아가는 뒷모습에서도 기쁨이 느껴진다. 그때마다 공간을 운영하는 보람을 느낀다.
«이 공간, 그 장소: 헤테로토피아»전에서 다시 선보이는 ‘취미관’은 미술관 1층에 통상적으로 자리 잡은 기념품 숍처럼 보인다.
아쉽게도 이번 전시에서는 대림미술관의 정책상 판매는 하지 못한다. 그래서 정지된 상점처럼 보이기도 한다. 판매가 이루어지지 않지만, 작품의 가격은 꼬박꼬박 표기해둔다. 유리장 안에 놓인 여러 작품들을 지켜보며 사물들, 작품들의 가치에 대해 함께 생각해볼 수 있길 바라서다. 작품들 옆에 쓰여 있는 가격으로서의 숫자는 정말 그 작품의 가치인 것인지, 그것이 나의 생각과 얼추 비슷하다면 소장을 해볼 수 있는 것인지, 숫자와 별개로 전혀 다른 맥락의 작품들이 병치되고 엉켜 있는 상황 속에서 각각의 작품들이 품고 있는 의미는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되길 기대한다.
공산품과 미술품, 굿즈의 차이를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점점 그러한 차이를 구분하는 선이 불명확해지고 다각화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현대미술에 있어 작가들 본인이 선정하는 자신만의 작업 맥락이 있고, 그것이 사회의 어떤 부분을 건드리고 포섭하느냐에 따라 공산품, 미술작품, 굿즈의 경계가 판단된다. 완결된 마스터피스로서의 작품뿐만 아니라, 작품 각각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에 따라 사물의 가치가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취미가라는 공간을 매개로 던지고 싶은 하나의 질문이 있다면?
세상엔 정말 다양한 미술이 있고, 그만큼 많은 작가들이 가능성과 질문을 던진다. 미술을 지켜보는 많은 관객이 자신의 삶의 시간에 도움이 되는 가능성과 질문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었으면 한다. 그들이 만나 발생할 수 있는 또 다른 가능성이 있고, 취미가는 그들을 매개하는 플랫폼이고자 한다.
※ 구찌가 함께하는 «이 공간, 그 장소: 헤테로토피아(No Space, Just a Place: Eterotopia)» 전은 2020년 4월 17일부터 7월 12일까지 서울 대림미술관에서 열린다.
프리랜스 에디터 김지선은 다방면에 대한 글을 쓰는 동시에 한국 예술의 현장을 기웃거리는 미술 애호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