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 공간에서 열리는 예술가들의 흥미로운 전시 <시청각>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시청각은 2013년 11월에 문을 연 한옥 공간에서 동시대 예술가들의 흥미로운 전시를 기획해왔다.

View of

View of "AVP Route" exhibited by Audio Visual Pavilion.Exhibition view, No Space Just a Place, Daelim Museum, Seoul (2020)

공간의 기록

시청각은 2013년 11월에 문을 연 한옥 공간에서 동시대 예술가들의 흥미로운 전시를 기획해왔다. 동시에 부지런히 예술가들을 인터뷰하고 대담을 나누며, 미술 안팎의 현실을 활자로 기록한다. 이를 통해 방대한 이야기들을 수집한 시청각은 2000년대 한국 미술 현장의 아카이브 기능을 하게 되었다.

시청각에서 이루어진 많은 일들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을 꼽는다면?
서른 번이 넘는 전시와 문서, 다양한 활동들이 남았다. 전시가 열릴 때의 첫날과 마지막 날들. 그중에서도 ‘인왕산’을 주제로 한 첫 전시에 작품이 들어왔던 순간이 기억에 남는다. 전시될 작품들이 시청각의 녹색 철제 대문을 통과하는 것이 늘 문제였기 때문에 어떤 작품이든지 간에 한옥 공간 안으로 들어왔던 순간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시청각은 오랫동안 주거 공간이었던 한옥에 자리 잡고 있었다. 이 공간이 시청각의 작업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
계절의 영향력과 공기의 변화를 잘 느낄 수 있고, 청와대와 인접한 지리적 위치 때문에 어느 순간부터 정치적 매니페스토의 구호 등 생활 소음이 함께했던 공간이라는 점. 공간의 문을 닫을 때쯤 한옥 독채라는 점이 매우 중요한 한 축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입구에서부터 골목, 마당, 좁은 천장이 보여서 낮과 밤, 새벽등의 시간이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공간이었다. 이는 구동희 작가의 2014년 개인전 «밤도둑» 등에서 시간이라는 외부 요소를 적극 활용하는 계기가 되었다.
2019년 겨울에 공간 운영을 종료하고 〈계간 시청각〉으로 자리를 옮겼다. 지면이라는 공간은 어떤 가능성을 품고 있나?
2020년 6월 봄호를 목표로, GPS라는 주제의 〈계간 시청각〉을 만들고 있다. 올봄부터 지면과 더불어 연구실과 사무실, 전시 공간을 겸하는 ‘시청각 랩’을 열게 되었다. 지면이라는 공간은 가능성인 동시에 극적인 제약이라고 생각한다. 전시는 눈앞에서 열리고 닫히는 것이 보인다면, 지면은 만드는 사람과 읽는 이, 그 사이에 있는 수많은 공정들이 있다. 그 과정에서 이뤄지는 ‘눈에 보이지 않는’ 선택들이, 자본을 비롯한 물리적 조건에 보다 초연한 상태로 풍성한 이야기를 다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시청각 랩이라는 공간을 곧 열기는 하지만 연구와 리서치가 시청각의 작업에서 주요 축이라는 점에서 지면은 중요하다.
한국 미술의 현장을 기록하고 아카이빙 하는 일에 특별히 애정을 쏟는 이유가 있다면?
안인용과 현시원이 빨리 뭘 만드는 것을 좋아하고 눈앞에 딱 떨어지는 결과물을 숭배한다. 아카이빙 자체를 관습적으로 다루기보다 무엇인가를 수집하는 일을 재밌어 한다. 두 운영자가 할 수 있는 일 중에 글쓰기가 큰 파이를 차지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독립성과 자율성이라는 말이 케케묵은 화두가 아닌 하나의 행동이 되기 위해서 구체적인 현장의 기록이 가장 경제적인 판단이기도 했다.
시청각에서 열린 전시 ≪2분의 1≫ 전경, 2015 Courtesy of AVP Photo: Mingu Jeong

시청각에서 열린 전시 ≪2분의 1≫ 전경, 2015 Courtesy of AVP Photo: Mingu Jeong

시청각은 오랜 시간 동안 예술을 경험하는 다양한 방법에 대해서 탐구해왔다. 지금 시점에서 제안하고 싶은 새로운 방법론이 있다면 무엇인가?
‘경험’에 오랜 시간 꽃혀 있는 공간이었다. 전시, 문서, 활동은 시청각이 공간을 지키기 위한 방편이기도 했다.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공간’이기를 거부했기 때문에 전시도, 문서 작업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는 전시, 문서, 활동을 이어가되 전시의 경험적 추이들이 개인 작가의 작업 세계와 맺는 관계를 탐구하려 한다. 전시라는 것은 여전히 미술뿐 아니라 세계를 보는 방식이고, 어떤 형태로든지 간에 저쪽에 있는 것을 눈앞으로 끌어오는 것이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지금 이 시점에서 제안하고 싶은 방법론은 그간 시청각에서 고민했던 개인과 제도(또는 집단)의 관계, 그리고 전시공간에서 연구공간으로서의 이행과 관련이 있다.
서울의 아트 신에서 대안 공간은 어떤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생각하나?
현재 시점에서 어떤 곳을 대안 공간으로 불러야 하는지에 대한 새로운 논의가 필요하다고 본다. 거대 기관들이 플랫폼, 또는 콘텐츠 제작자로서의 방법론을 수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개인 작가, 개인 큐레이터, 개인 저자, 개인 활동가 등이 어떻게 제도에 무조건적으로 포섭되지 않으며 존재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시공간이어야 할 것이다.
시청각이라는 공간을 매개로 던지고 싶은 하나의 질문이 있다면?
‘공간은 이상한 것’이라는 사실이다. 보는 이의 시각에 따라 이곳의 성질이 변한다. 시공간의 주인이란 누구인가, 라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한국 현대미술에서 생겨난 것들을 직접 보고픈 마음을 독자성이나 주체성으로 바꿔 말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내가 본 것들이 어떤 나를 만드는가’에 대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가지고 있다.

※ 구찌가 함께하는 «이 공간, 그 장소: 헤테로토피아(No Space, Just a Place: Eterotopia)» 전은 2020년 4월 17일부터 7월 12일까지 서울 대림미술관에서 열린다.

프리랜스 에디터 김지선은 다방면에 대한 글을 쓰는 동시에 한국 예술의 현장을 기웃거리는 미술 애호가다.

시청각은 2013년 11월에 문을 연 한옥 공간에서 동시대 예술가들의 흥미로운 전시를 기획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