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 with a Landscapehead’, 2019, Oil on linen, 195x130cm.
어젯밤도 잠을 설쳤다. 가을장마라는 것이 꽤 혹독한지 밤새도록 창문을 때려댄 빗소리 탓이다. 가수면 상태에서 이상한 꿈을 꿨다. 눈코입을 가린 낯선 순례자들과 어딘가로 향하던 나는 홍콩을 지지하는 발언을 했다가 어떤 조직에 쫓기고 우연히 만난 노파에게 도움을 받아 다락방에 숨었다. 캄캄한 다락방에 웅크리고 있는 동안 토독토독 창문을 두드리던 빗소리에 마음을 잠시 놓았다. 논리적으로도 미학적으로도 말도 안 되는 한낱 개꿈이다. 그런데 나를 다락방으로 밀어넣던 그 노파의 얼굴이 잠에서 깨고 한동안 마음에 남았다. 보고 싶은 나의 할머니. 얼마 전에 가족들과 둘러앉아 아주 오랜만에 할머니 이야기를 나눴기 때문일까.
조셉 초이의 작품은 꼭 꿈속에서 만난 그 이상한 이야기같이 뇌리에 강하게 남았다. 그는 1992년 프랑스로 이주한 뒤 파리를 거점으로 활동하며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를 넘나들며 아름다움의 근본을 찾는 일에 천착해왔다. 프로이트도 말하지 않았던가. 무의식이야말로 사고와 감정을 규정하는 우리 정신의 본질적 측면이라고.
4년 만에 선보이는 그의 개인전
은 몽롱하고 나른하게 꿈의 세계를 유영하는 여정이다. 작업은 그려진 이미지 위에 또 다른 이미지를 겹치고 지우고를 반복하면서 전혀 예상 못한 다른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이를테면 그의 그림에는 실외 풍경과 실내 공간이 함께 공존한다. 그리스 조각상이나 동물 같은 신화적 요소들과 수영복 차림의 여성 같은 동시대의 인물이 뒤섞여 있다. 이것들이 합쳐져서 만들어지는 어떤 매혹적인 이야기들. 작가는 이를 “욕망의 퍼즐이 맞춰져간다”고 표현한다. 당신이 욕망하는 이야기는 무엇인가. 어쩌면 어젯밤 꿈속에서 만난 그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전은 청담동 이유진갤러리에서 9월 29일까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