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PPY TOGETHER
그녀들은 단순히 배우와 스태프의 관계가 아니다. 진정한 ‘듀오’가 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조건은 시간이라고 말하는 구혜선 옆에는 늘 헤어 스타일리스트 서윤이 함께했다.
같이 작업한 지 얼마나 됐나요?
혜선: 스무 살 때니깐, 15년요. <논스톱 5>로 얼굴이 알려질 즈음부터 같이 일했는데, 그때는 연예인들이 전담 헤어, 메이크업 스태프를 둔다는 개념이 없었어요. 그때 언니(서윤)가 저의 헤어, 메이크업, 스타일링까지 혼자 도맡았죠. 그러다가 제가 일을 잠깐 쉬는 사이에 언니가 헤어 디자이너가 됐고, 다시 일을 시작하면서 지금까지 함께하고 있어요.
지금으로선 상상이 안 가는데요.
혜선: 언니랑 같이 일하는 동생들한테 그 시절 무용담을 자주 얘기하곤 해요. 서윤 언니가 옷을 픽업 반납하고, 메이크업 박스까지 들고 다녔다고요. 전 그게 습관이 돼서 지금도 스태프가 여러 명 있으면 너무 어색해요.
서윤: 에피소드가 있어요. 혜선이가 한 매체랑 웨딩 화보를 촬영하는데, 옛날 생각만 하고 스태프를 저만 데려간다고 한 거예요. 신랑은 헤어, 메이크업, 스타일리스트까지 다 같이 갔는데, 전 혼자 갔어요. 그런데 저도 몇 년 만에 해보는 거라서 옷을 뒤집어서 입히고, 난리도 아니었죠.(웃음)
첫인상은 어땠어요?
서윤: 처음 본 순간 ‘아, 엄청 예쁘게 생겼다’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착해 보여서 부담 없이 편하게 대했죠. 대신 너무 털털해서 같이 다니는 제가 까칠해져야만 했어요. 혜선이가 말 못하는 걸 대신 말해주고, 화내고.
혜선: 잔 다르크 같았어요.(웃음) 그때는 아무것도 모르고 덜컥 주인공이 돼서 믿을 만한 사람도 없고, 서로를 의지하면서 겁 없이 다녔던 것 같아요. 둘 다 혼자 살아서 공사 구분 없이 매일 붙어 있었어요.
일하면서 의견 대립은 없었나요?
혜선: 언니는 ‘샤랄라’한 스타일링을 해주고 싶어했고, 저는 그게 너무 싫었어요. 그래서 ‘투닥투닥’ 많이 했어요. 일하면서 싸우기도 많이 싸웠는데, 뭐 때문이었는지 이제 기억이 안 나요.
서윤: 그래도 혜선이가 대부분 맞춰주는 편이었어요. 언니를 공경하는 마음으로?(웃음)
지금은요?
서윤: 지금은 혜선이도 결혼해서 자기 생활이 있고, 저도 아이 엄마이다 보니 일할 때나 숍에 머리 하러 올 때만 봐요. 그래서 다툴 일도 없죠. 진짜 편한 사람들끼리는 침묵이 흘러도 전혀 어색하지 않잖아요. “왔어? 머리 하고 가.” 정도의 대화면 충분하죠.
혜선: 이젠 그런 관계를 넘어섰어요. 너무 긴 시간을 함께했고, 내 인생에서 가장 어렵고 부끄러웠던 순간을 함께 겪었으니까요.
특별히 기억에 남는 작업이 있다면?
서윤: 드라마 <엔젤 아이즈> 때 혜선이가 했던 펌과 컬러를 하려고 오는 손님들이 정말 많았어요. 그만큼 잘 어울리는 스타일이었죠. 합이 가장 잘 맞았던 건 <논스톱>? 아니, 오늘로 하자.(웃음)
혜선: 거의 데뷔 때부터 함께해서 오히려 특별할 게 없어요. 그냥 매 순간이죠.
혜선씨는 최근에 머리를 잘랐는데, 누구의 의견이었나요?
혜선: 모발이 얇아서 끝이 많이 상하기도 했고, 머리 좀 자르라는 잔소리를 듣기도 해서. 변화를 즐기는 편은 아니에요.
서윤: 그래서 잘 맞았던 것도 있어요. 헤어 디자이너라면 실력은 다 비슷할 거예요. 하지만 누군가는 혜선이를 바꿔주고 싶어하죠. 이렇게 하면 더 예쁠 것 같다고 설득하고 강요해요. 그런데 전 잘 알아요. 설득해봐야 소용이 없다는 걸.(웃음) 머리를 자른다고 하면, “진짜 자를 거야?”라고 한 번 묻고 원하는 대로 해주죠. 서로를 존중하는 마음이 생긴 거라 생각해요.
물론 작품마다 다르겠지만, 스타일링을 할 때 가장 고려하는 부분은?
서윤: 모발이 워낙 가늘고 볼륨이 없어요. 그런데 지금처럼 기장이 짧으면 파마마저 할 수가 없어서 층을 많이 내죠. 이해 못하는 사람들도 많아요. 요즘엔 층 많은 머리는 한물갔다고 여기잖아요. 하지만 혜선이 나름의 방법을 찾은 거죠.
단도직입적으로, 서로에게 시너지를 주는 파트너라고 생각해요?
서윤: 배우와 헤어 디자이너의 관계로서 이미지 메이킹에 큰 도움을 줬다기보다 믿고 의지할 수 있는 파트너가 되어준 것 같아요. 어떤 작업을 하든 마음이 편할 때 더 큰 시너지가 나잖아요. 불편한 사람과 있으면 일에 집중할 수 없고요. 혜선이랑 작업할 때는 혼자 고민할 필요가 없어요. 솔직하게 묻고 의견을 나누면 되죠.
‘환상의 짝꿍’이 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조건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혜선: 시간! 반짝 친했던 사이는 결국 반짝 하고 사라지더라고요. 관계에 있어서도 ‘꾸준히’가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그렇게 오랫동안 신뢰를 쌓으면 거짓말을 했을지언정 ‘사정이 있겠지’라고 믿고 넘어갈 수 있죠. 그 사람의 진심을 아니까.
22년 후를 상상해본다면?
혜선: 귀농. 자연을 워낙 좋아해서, 일이 있을 때만 서울에 오지 않을까요? 살아 있었으면 좋겠는데.(웃음) 사실 크게 바라는 건 없어요. 이 일을 계속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행운인 거죠. 늘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서윤: 한 곳에 정착하기보다 신랑과 함께 해외 여행을 하면서 일하고 싶어요. 잠깐씩 헤어숍에 취직하기도 하고, 프리랜서를 해도 좋고요.
EVERY DAY, EVERY MOMENT
배우가 대중 앞에 서기까지 꼭 거쳐야 하는 손길이 있다. 배우 최태준과 헤어 디자이너 정미영은 매 순간을 함께 나누는 또 다른 의미의 가족이다.
드라마 <훈남정음>부터 호흡을 맞췄다고요? 생각보다 얼마 되지 않았네요.
태준: 사실 인연은 그보다 더 오래됐어요. 원장님이 지창욱 배우도 담당하는데, 드라마 <수상한 파트너>를 함께 촬영할 때 현장에서 자주 뵀어요. 그러다가 창욱이 형과 (남)주혁이의 추천으로 함께 작업하게 됐어요.남자배우들을 워낙 많이 담당하셔서 조심스럽게 찾아갔는데, 흔쾌히 함께해주셨죠.
미영: 둘 다 창욱이랑 워낙 친해서 밥도 같이 먹고 했어요. 옆에서 지켜봤는데, 성격이 너무 좋은 거예요. ‘참 괜찮은 친구다’ 생각했어요.
태준: 저의 가식에 넘어가신 거죠.(웃음)
지창욱 씨가 사랑의 오작교네요.
태준: 창욱이 형 외에도 원장님과 함께 작업하는 배우들과 다 친해서 같이 가서 머리를 자르고 수다도 떨고 그래요.
그럼 누구부터 머리를 잘라요?(웃음)
태준: 가위바위보를 해서 이긴 사람부터 자르는데, 파마를 하는 사람은 예외죠. 오래 걸리니까. 얼마 전에도 창욱이 형이 휴가 나와서 같이 왔었어요.
두 분도 이제 친한가요?
태준: 새벽에도 늘 촬영 현장에 나와주세요. 사실 원장이 직접 나오는 일은 흔치 않거든요. 감동을 많이 받았죠. 오히려 제가 “이렇게 안 오셔도 괜찮아요.”라고 말할 정도로요. 그래서 더 빨리 친해질 수 있었어요.
미영: 나가면 즐거우니까! 에너지가 워낙 밝아서 옆에 있으면 저까지 기분 좋아지거든요.
함께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태준: 이번 화보가 굉장한 추억이 될 것 같아요. 결과물을 함께 얻어가는 일은 흔치 않잖아요. 지금까지는 저도, 원장님도 화면 속 제 모습을 보면서 일했으니까요. 그래서 더 특별했어요. 아참, 좀 전에 종신계약을 맺었어요.(웃음) ‘듀오’라는 주제로 촬영까지 함께 했으니까 ‘빼박’.
추억이 됐다니 좋네요.
태준: 창욱이 형이랑 주혁이가 질투할 것 같아요. 아까도 촬영 중간에 주혁이랑 영상 통화를 하는데, 둘이서 도대체 뭐하는 거냐고.(웃음)
미영: 저보고 지금 화보 촬영할 때가 아니래요. 내일 주혁이랑 스케줄이 있는데, 컨디션 관리 잘하라고 하더라고요.(웃음)
‘남자는 머리가 생명’이잖아요. 그래서 헤어 아티스트라는 존재가 더욱 중요하고요.
태준: 맞아요. 게다가 전 스스로 머리를 만질 줄 전혀 모르거든요. 그래서 평소에는 모자를 쓰고 다녀요. 또 워낙 모발이 얇고 곱슬이라서 취약한 부분 투성이죠. ‘머릿발’이 생명인데, 원장님이 생명의 은인?
미영: 절 만나고 더 멋있어진 건 인정.(웃음)
스타일링 법칙이 있다면?
미영: 내추럴한 스타일을 좋아해요. 제품을 많이 바르지 않고, 볼륨을 넣더라도 ‘고데 했네.’라는 느낌을 주지 않도록요. 그리고 멋있게보다는 예쁘게. 여자 감성으로 예뻐 보이는 머리를 해주려고 해요.
태준: 드라마에서 맡은 배역이 의사다 보니 멋을 낼 수가 없는데, 배우로서는 카메라에 멋있게 나오고 싶은 욕심이 있잖아요. 극중 직업 군을 침범하지 않는 선에서 멋진 스타일링을 해주셔서 늘 만족하고 있어요.
첫 작업인데 의견 조율은 어떤 식으로 하나요?
미영: 태준 씨가 100% 다 맡겨줘요. 스타일링 후에 항상 의견을 묻는데, 늘 돌아오는 대답은 “아유, 너무 좋아요.”예요. 같이 일하는 스태프로서 참 뿌듯한 순간이죠.
도전해보고 싶은 헤어스타일은?
태준: 곱슬머리라서 일이 없을 땐 늘 머리를 짧게 잘라요. 집에 왁스 같은 스타일링제도 없죠. 그런데 이제는 좀 길러보려고요.
미영: 머리가 좀 더 길면 손으로 헝클인 듯한 젖은 헤어스타일을 해주고 싶어요.
태준: 외출 전에 샤워기로 머리 한번 적시고 나와야겠다.(웃음)
태준 씨는 새벽에도 늘 현장에 나오는 게 감사하다고 했어요. 태준 씨에게 고마운 점은?
미영: 믿고 맡겨주는 것. 이젠 정말 한 가족 같아요.
태준: 맞아요. 아침에 원장님을 못 만나면 밖에 나가질 못하니까.
진정한 듀오가 되기 위한 조건은 뭘까요?
태준: 신뢰가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미영: 소통. 상대방의 이야기를 많이 듣고, 서로 의견을 나누면 더 좋은 결과물이 나오더라고요.
서로에게 한마디!
태준: 원장님이 결혼하지 않았다면, 결혼해 “듀오”라고 하고 싶었는데.(웃음)
미영: 앞으로 10년은 기본, 오늘부터 종신계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