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 마지막 날 눈물이..." 김선호가 고백한 '이사통' 비하인드와 반전 향수 취향
김선호가 촬영 내내 감탄한 앳킨슨 1799 향수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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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부드럽고 달콤한 향처럼 스며들고, 때로는 강렬한 향처럼 존재감을 드러낸다. 앳킨슨 1799의 여섯 가지 향수가 김선호의 다채로운 매력을 그려낸다.
김선호가 입은 재킷은 Stu. 팬츠는 Recto. 벨트는 Our Legacy. 셔츠, 탱크톱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앳킨슨 1799는 200년의 역사를 가진 영국 향수 브랜드로 빅토리아 여왕, 나폴레옹 등이 사용했다고 알려져 있다. 왕실 문장을 새겨 넣은 향수 병 뚜껑과 바스켓에서 볼 수 있는 위빙 직조 패턴 패키지, 첫 번째 부티크의 벽돌 색에서 가져온 오렌지 컬러 박스가 시그너처다.
김선호가 입은 재킷은 Stu. 셔츠, 탱크톱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김선호의 미소만큼 부드럽고 우아한 향을 지닌 앳킨슨 1799 ‘로즈 인 원더랜드’. 이슬 맺힌 장미 정원의 신선함 위로 블랙커런트의 산뜻한 과일 향, 따뜻한 앰버 노트가 어우러져 맑고 고급스러운 플로럴 향을 남긴다.
김선호가 입은 스웨터, 팬츠는 Taille. 셔츠는 Tonywack.
자몽과 라임의 시트러스 노트가 청량한 에너지를 전하는 앳킨슨 1799 ‘민트 앤 토닉’. 평범한 일상에서 가볍게 즐기기 좋은 향이다.
김선호가 입은 재킷, 이너 톱, 팬츠는 모두 Recto. 피케셔츠는 Golden Goose. 벨트는 Sain Laurent. 슈즈는 Amiri. 양말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앳킨슨 1799 ‘44 제라드 스트리트’는 런던 소호에 문을 연 최초의 매장을 기념한다. 시원한 유칼립투스와 생강, 그린 레몬이 도시의 활기를 전하고 재스민, 오키드, 로즈는 클래식한 영국식 우아함을 표현한다.
김선호가 입은 재킷, 이너 톱, 팬츠는 모두 Recto. 피케셔츠는 Golden Goose. 벨트는 Sain Laurent.
하퍼스 바자 향수를 좋아하는 편이죠? 지금껏 좋아한다고 밝힌 향들이 일관적이지 않은 걸 보면 특정 향만 고집하는 스타일은 아닌 것 같고요.
김선호 좀 왔다 갔다 하죠? 요즘에는 우디한 향에 꽂혀 있어요. 옛날엔 이런 제가 싫었어요. 취향이 뚜렷하지 않은 거요. 왜, 우스갯소리로 “자기만의 플레이리스트가 없는 사람은 가까이하지 말라”는 말도 하잖아요.(웃음) 근데 저라는 사람이 그렇더라고요. 플레이리스트도 보면 장르가 되게 다양해요. 향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을 땐 머스크 향을 좋아했는데, 요즘에는 묵직하게 오래 남는 향이 좋더라고요. 너무 스파이시한 것보다는 달달한 쪽이 좋고요.
하퍼스 바자 촬영한 앳킨슨 1799 향 중에서 요즘 취향에 가장 가까웠던 건요?
김선호 ‘샤인 디스파이트 에브리띵’이요. 우디한데 달콤한 냄새가 났어요. 캐러멜 향과 비슷하다고 설명해주신 것 같은데. 잔향도, 향을 맡았을 때 떠올랐던 잔상도 오래 가더라고요. 시간이 지날수록 내 살 냄새, 공간의 냄새랑 섞여서 살짝 변하잖아요. 그렇게 남아 있는 향이 좋았어요. 이곳 외의 다른 촬영장이나 연극 연습실에서는 또 어떤 향이 남을지 궁금해요.
김선호가 입은 재킷은 Stu. 팬츠는 Recto. 벨트는 Our Legacy. 셔츠, 탱크톱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장미꽃을 들고 있는 김선호를 마주하는 순간이 ‘로즈 인 원더랜드’가 아닐까. 베티버의 우디 향이 장미의 달콤함을 균형 있게 잡아주며 순수함과 성숙함 사이를 은은하게 넘나든다.
김선호가 맡고 있는 향수는 앳킨슨 1799 ‘민트 앤 토닉’. 한여름 영국 정원에서 느낄 수 있는 자유와 휴식을 담았다. 갓 으깬 민트와 상큼하게 터지는 시트러스의 청량한 에너지가 김선호의 표정에서 그대로 전해진다. 반복적인 일상에 설렘을 가져다주는 향이다.
김선호가 입은 재킷, 팬츠는 Carry Over. 셔츠는 Havor. 스카프는 Sain Laurant. 벨트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한다.” 전설로 남은 배우 사라 베르나르는 햄릿 같은 남성 역할에 도전하며 성별의 경계를 넘어선 인물이자 세계를 무대로 활동한 선구자다. 무대 사고로 다리를 다친 후에도 휠체어와 의자에 앉은 채 공연을 이어가며 굴하지 않는 의지를 보여주었다. 그런 그에게 바치는 향수, 앳킨슨 1799 ‘샤인 디스파이트 에브리띵’. 연극부터 브라운관, 스크린까지 새로운 무대에 끊임없이 도전하는 배우 김선호와도 닮아 있다.
김선호가 입은 재킷은 Qui. 팬츠, 반지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스파이시한 향으로 시작해 우드와 래더 노트가 강렬한 여운을 남기는 앳킨슨 1799 ‘본 포 이터니티’. 투탕카멘의 무덤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던 순간의 경이로움과 압도적 존재감을 향으로 풀어냈다. 밤하늘을 상징하는 신성한 블루 보석, 라피스라줄리와 투탕카멘 황금 가면을 모티프로 한 보틀에 향이 지닌 오라를 화려하게 담았다.
김선호가 입은 재킷은 Qui. 장갑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하퍼스 바자 작품이 공개되는 것을 향을 뿌리는 일에 비유하자면, 지난 1월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이 사랑 통역 되나요?>(이하 <이사통>)는 어떤 향을 남겼다고 볼 수 있을까요?
김선호 이제는 이 작품이 저에게 남긴 걸 더 객관적으로 보게 되는 시점 같은데. 돌아보면 매 순간 여행을 한 느낌이었어요. 끝나지 않길 바라게 되는 여행 있잖아요. 촬영을 100일 했다고 치면 딱 하루 빼고 99일은 정말 모든 것이 완벽한 현장이었어요. 딱 하루, 마음이 안 좋았던 건 촬영 마지막 날이었고요. 저 진짜 웬만하면 그러지 않는데, 눈물이 살짝 고일 정도로 이대로 끝내기 아쉽다는 생각이 들더라니까요. 모든 배우, 스태프가 고생한 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해지더라고요. 열심히 기도도 했어요. 제발 잘되게 해달라고요.
하퍼스 바자 기도가 통했네요. ‘주호진’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으니까요.
김선호 네. 완전히요. 사실 저한테 징크스가 하나 있거든요. 기대하고 설레발을 치면 잘 안 되는 경향이 있어요. 그래서 오디션 본 거 굳이 떠벌리지 않고, ‘잘될 거야’ ‘잘됐으면 좋겠다’, 같은 말도 아끼는 편이죠. 근데 이번에는 그 마음이 너무 커서 못 참고 터져 버렸는데 이렇게나 많은 사랑을 받았어요. 징크스를 깨준 작품이에요.
하퍼스 바자 흔히들 말하는 ‘잘되는 작품’에는 운도 따라 줘야겠지만, 배우가 캐릭터와 얼마나 밀착해 있는지가 중요한 것 같아요. <이사통>의 주호진은 김선호와 어느 정도 닮아 있었기에 이만한 공감과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것 같고요. 흐트러짐 없이 올곧기만 해 보이는 주호진에게서 아주 가끔씩 예능 프로그램에서 보여줬던 김선호의 장난기가 보였거든요.
김선호 어쨌든 제가 연기하는 인물은 저에게서 발현되는 거잖아요. 제가 할 법한 선택을 할 때가 있을 수밖에 없죠. <이사통>에서도 상대를 바라보는 시선이나, 그로부터 자연스럽게 나오는 리액션, 웃음 같은 요소들은 작가님과 사전 합의 하에 제가 선택한 부분이 있고요. 저를 잘 아는 친구들은 주호진을 보고 ‘그냥 너 같다’는 얘기를 하더라고요. 근데 <귀공자>를 봐도, <폭군>을 봐도 그래요. 아주 찰나와 같은 순간에서 ‘저건 김선호가 할 법한 말과 행동이다’ 하고 느끼는 거겠죠. 말씀해주신 그 미묘한 지점을 잘 담아보려고 노력했는데 알아봐 주셨다니 감사하네요.
김선호가 입은 코트, 셔츠는 Amiri.
밤과 새벽이 맞닿은 찰나를 플로럴 앰버 구르망 향으로 표현한 앳킨슨 1799 ‘미드나잇 센티드 드림’. 1933년 출시된 ‘블랙 튤립 디럭스’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향수다. 새벽 공기처럼 프레시한 시트러스 플로럴로 문을 열고, 레이디 오브 더 나이트와 재스민이 부드럽고 관능적인 꽃향을 완성한다. 여기에 화이트 아몬드, 앰버가 어우러져 달콤하고 포근한 잔향을 남긴다. 마치 꿈에서 깨어난 뒤에도 잔상이 남듯, 향 또한 오래 지속된다.
김선호가 입은 재킷은 Qui. 팬츠, 슈즈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하퍼스 바자 <이사통> 다음 행보로는 연극을 택했어요. <비밀통로: INTERVAL> 공연이 진행 중인데요. 선호 씨처럼 연극으로 배우 일을 시작한 분들은 연극을 쉬기 위한 선택이라고 하더라고요. 공감하나요?
김선호 진짜 그래요. 연습하는 과정이 정말 쉬는 것 같거든요. 동료 배우들이랑 연습실에서 커피 한 잔 마시고, 서로 실수한 거 굳이 끄집어내서 놀리고, 많이 웃어요. 여행 가서 친구들이랑 고기 구워 먹고 수다 떠는 자리 같은데, 동시에 배우고 성장하고 있다는 것도 느껴지고요. 이번 작품에서도 저와 같은 역할을 하는 배우가 2명 더 있거든요. 그분들이 저와는 전혀 다른 것을 들고 오신 것을 볼 때, 개안하듯 어떤 차원이 하나 열리는 것 같은 느낌이에요. 연극은 그런 순간을 쌓는 작업 같아요.
하퍼스 바자 연극 무대를 떠나 처음 방송 매체에 발을 들인 건 2017년 드라마 <김과장>을 통해서죠. 지금까지도 그 무렵의 감정을 잊지 않으려 노력한다는 말을 한 적이 있어요. 오디션을 보고, 연기를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는 마음이요. 연기의 어떤 면이 연기로 인해 오는 고통과 괴로움까지도 품고 용서하게 만드나요?
김선호 그러게요. 질문을 듣는데 괜히 기분이 이상하네요.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인생도 살아보면서 그 안에서 위로와 사랑, 힘과 용기를 받기도 하는 게 연기잖아요. 하지만 모든 걸 차치하고 단순히 날이 너무 더워서, 추워서, 체력이 따라주지 않아서 힘들고 지치기만 하는 날도 있어요. 그런데 저에게 그 무엇보다 최악은 연기를 하지 않게 되는 상황이에요.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을 수 있다는 게 정말 감사한 일이잖아요. 저는 연기를 할 수 있어 진심으로 행복한 사람인 거죠. 동시에,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건 별개라는 점을 자주 생각해요. 연기를 잘하기 위한 노력이 인간 김선호가 넘어지지 않고 잘 걸어갈 수 있도록 돕는 힘이 되는 것 같고요.
김선호가 입은 코트, 셔츠, 팬츠는 모두 Amiri.
하퍼스 바자 삶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를 행복이라 말한 적도 있죠. 요즘은 충분히 행복한가요?
김선호 바람만 불어도 행복했던 때가 있었어요. 드라마 <김과장>, <최강 배달꾼> 할 때요. 뭐, 거의 굴러가는 낙엽만 봐도 행복한 수준이었죠. 돌아보면 그건 꿈을 이뤘다는 성취에서 오는 행복이었어요. 단순히 어떤 매체에 출연해서가 아니라, 공연을 하고 카메라 앞에 서서 연기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벅차게 행복했던 거예요. 지금은 나이도 더 먹었고, 주연으로서의 책임감이 함께 따라오다 보니 그때처럼 마냥 행복함에 취해 있지만은 않아요. 사소한 행복만 좇다 보면 주변 사람들이 얼마나 힘든지 귀담아 듣지 못할 때도 있다는 걸 알게 됐고요. 그래서 주변을 더 예민하게 살피려고 노력해요. 그럼에도 질문으로 돌아와 답을 하자면, 네. 충분히 행복해요. 우선 무대 위에서 박수 받을 때 너무 행복하고요, 연극 끝나고 함께한 배우들이랑 서로 놀리고 장난치다가 내일 보자고 인사하고 헤어질 때도 너무 행복해요. 그런 걸 보면 행복에 앞서 진짜 중요한 건 사람인 것 같아요. 저는 친구가 적은 편인데 이 사람들만 있어도 충만함을 느끼거든요. 팬분들만 봐도 그래요. 어떻게 그런 일이 있어요. 한 사람을 맹목적으로 좋아하고 응원해주는 거요. 저는 많은 면에서 부족하고 더 노력해야 하는 사람인데도 그런 사랑을 받고 있는 걸 보면 복이 많은 것 같아요. 운이 좋아요 제가.
하퍼스 바자 현장에서 연기만큼이나 함께하는 사람들을 살피는 일을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군요. 방금 인터뷰하러 오기 전에도 먼저 퇴근하는 스태프들 저녁 식사를 살뜰히 챙겼죠. 좋은 배우이기 전 좋은 사람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김선호 맞아요. 말하자면 저는 현장에서 ‘다음에 또 함께해도 무리가 없겠다’ 싶은 사람이고 싶어요. 착한 사람처럼 보이고 싶다는 건 아니에요. 어려운 사람이고 싶지 않다는 거예요. 그걸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은 솔직함인 것 같고요. 낯설고 어색한 환경일수록 솔직해야 한다고 봐요. 사실 아까 맨몸에 단추 달린 재킷만 입고 누워 있어야 하는 컷이 있었는데 뭐라도 보일까봐 조마조마한 거예요.(웃음) 그래서 좀 부끄럽다고 솔직하게 말씀드렸거든요. 정중하게, 웃는 얼굴로 진심을 전한다면 상대가 누구든 확 가까워질 수 있는 것 같아요. 사람 사이의 일이니 열에 두세 명은 오해를 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저는 솔직하기를 택해요. 솔직하기 어려울 땐 요만한 부끄러움부터 꺼내면 쉬워져요. 인터뷰도 마찬가지예요. 오늘 처음 만난 사람과 내 이야기를 해야 하는 자리이니 불편할 수 있지만 그럴수록 더 진솔해지자고 마음먹거든요. 이 시간만큼은 나를 다 꺼내 보이자, 하면서요.
하퍼스 바자 그런 태도가 다정한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만들어 주기도 하죠. 다정함은 곧 체력이고요.
김선호 다정함의 체력을 다 써버린 날도 많아요. 그럴 때도 그냥 솔직해지죠. 나 힘들어. 힘들어 죽겠어. 나 좀 잡아줘. 나 좀 업어줘. 하면서.
(웃음) 저한테는 이러는 게 일종의 스킨십 같은 거예요. 어떻게 다정함을 줄 수만 있겠어요. 기대고 받을 때도 있는 거죠. 그런데 올해는 최대한 많이 드리고 싶어요. 배우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이 별 감흥 없이 들릴 수도 있겠지만, 진심이에요. 다정함의 체력이 다한다 한들, 저를 응원해 주시는 수많은 분들께 감사하는 마음만큼은 온전하게 표현해내고 싶어요. 최대한 많이요.
김선호가 입은 재킷은 Carry Over. 셔츠는 Havor.
앳킨슨 1799 ‘샤인 디스파이트 에브리띵’은 스스로의 한계에 맞서며 빛났던 배우 사라 베르나르에게서 영감받은 향수다. 그는 단순한 예술가를 넘어 여성이라는 시대적 제약에 끊임없이 맞서며 자신의 길을 개척했던 도전의 상징이다. 그 강인함과 용기를 강황과 인센스, 아이리스, 바닐라 노트로 그려냈다. 김선호는 피부와 공간에 오래 남는 향이 특히 매력적이라며 요즘 빠져 있는 향수라고 전했다.
Credit
- 헤어/ 박미형(Gloss)
- 메이크업/ 김도연
- 스타일리스트/ 박선용
- 프롭 스타일리스트/ 권도형(Ondoh)
- 어시스턴트/ 천유경
- 디자인/ 한상영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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