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트린 드뇌브의 진심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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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트린 드뇌브의 진심

루이스 부뉴엘(Luis Bunuel)의 영화 '세브린느(Belle de jour)'에서 한때 프랑스공화국의 상징 마리안(Marianne)의 모델이었던 역사상 가장 매력적인 여배우는 모든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우리는 카트린 드뇌브(Catherine Deneuve)와 그녀가 다른 아티스트들과 함께 #Me too 운동에 반대하는 편지에 서명했던 사건, 패션에 대한 그녀의 열정, 그리고 어떻게 계속해서 틀을 부수고 나아갈 수 있었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BAZAAR BY BAZAAR 2018.04.28

카트린 드뇌브가 담배를 찾고 있다. 말보로 슬림. 담배 한 개비를 꺼내 불을 붙였고, 우리는 대화를 나누었다. 그리고 금방 두 번째 담배를 태우기 시작한다.

“나는 담배를 지나치게 많이 태운다.” 드뇌브가 말했다. “담배라는 존재를 없앨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곤 담배를 사라지게 만들 수 없다면, 전자담배로 바꿀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오랜 세월 동안 동전과 우표 속에 담겨 있는 프랑스공화국의 상징, 마리안을 연기한 드뇌브의 프랑스 문화 속 상징적인 이미지를 지우는 것보다는 담배라는 존재를 이 세상에 없애는 편이 더욱 현실적일 수도 있다.

프랑스 영화계의 여왕인 74세의 드뇌브는 반박할 수 없는 프렌치 시크의 이미지를 간직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현재까지도 패션계의 스타일 아이콘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런 그가 지난 1월, 논란의 소지가 많은 헤드라인의 주인공이 되었다. 그는 다른 99명의 여성과 함께 미투(#MeToo) 운동과 프랑스의 #BalanceTonporc 운동에 반대하는 공개 서한에 사인을 했으며, 그러한 운동들이 오히려 여성을 나약한 존재로 만들고 철저한 금욕주의와 전체주의적인 생각을 부추긴다고 강조했다.

코트는 Yves Saint Laurent 제품.

이러한 생각에 대해 대중의 강한 반발이 있자, 드뇌브는 프랑스 일간신문 <르몽드(Le Monde)>에 성적 학대나 성희롱에는 절대로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한 원본 서문을 공개했다. 그리고 바로 프랑스 신문 <리베라시옹(Libération)>에 후속 편지를 실었다. “나는 자유로운 여성이며, 앞으로도 자유로운 여성으로 남을 것이다. <르몽드>에 공개되었던 편지로 인해 실제 성적인 피해를 입었던 여성 희생자들의 기분을 상하게 한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다. 그 고통은 그들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

이제 드뇌브는 자신이 내뱉었던 말에 대해 더 이상 덧붙이거나 고수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다 전했으며, 더 이상 그 편지에 대해 할 말은 없다.”

하지만 그는 강제적인 힘과 유혹 사이에 존재하는 미묘한 기준과 논쟁을 다루기 위한 작업은 여전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포토그래퍼, 화가, 가수 그리고 어떤 직업이든지 간에 분명 유혹과 욕망의 순간은 오게 되어 있다. 하지만, 문제는 지켜야 할 선이 어디까지인지, 그리고 유혹과 희롱의 차이점에 대해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을 때 발생하게 된다. 가장 좋은 방법은 회사의 규모와 상관없이 모든 회사에 관련 규범 코드를 만들고 사내의 모든 직원들이 그 규범을 철저하게 지킬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남성과 여성 모두가 말이다. 그리고 이제 학교에서 제대로 교육을 해야 할 시점이 왔다고 생각한다. 성희롱을 구분 지을 수 있는 규범은 교육 과정에 포함되어야 한다. 남자아이들은 여자아이들을 유혹할 때 때로는 지나치게 힘으로 제압하려고 할 때가 있다. 제대로 된 교육이 없었기 때문이다.”

드뇌브는 1971년에 이미 여성 문제에 대해 이야기한 바 있다. 그는 페미니스트 작가 시몬 드 보부아르(Simone de Beauvoir)가 쓴 임신 중절 합법화 탄원서에 사인을 했다. 당시 그는 불법이었던 시기에 낙태를 한 적이 있었다고 밝혔다.

“낙태로 기소되는 것은 정말 불공평한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그 편지에 서명을 했다. 왜냐하면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것을 선택할 자유가 있고, 섹스와 출산이 항상 같은 선상에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드뇌브가 말한다.

“나는 늘 여성의 편에 서 있었다. 나는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의견은 바로 실천한다.”

드뇌브의 의견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동의 여부와는 별개로 그는 순수하게 정직하다. 마찬가지로 그는 자신이 이루었던 영화계에서의 성공에 대해 솔직하게 말하고 있다.

“초기에는 재능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재능보다는 외형적인 모습이 더욱 중요하다. 아름답고 멋진 여성이 등장하면, 사람들의 시선은 그녀에게로 향한다. 불공평하지만 그게 인생이다.”

드뇌브는 25세의 나이에 자동차 사고로 비극적으로 세상을 떠난 언니 프랑수아즈 돌레악(Françoise Dorléac)으로부터 영감을 얻어 연기를 시작했다. “언니는 나보다 빨리 배우가 되었다. 관계자들로부터 그녀가 맡았던 캐릭터의 자매 역할을 제안받았다.” 드뇌브가 회상한다. “그렇게 해서 연기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되었다. 언니와 함께 영화에 출연했다고 해서 내가 앞으로도 배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는, 당시에는 전혀 확신할 수 없었다.”

50년이 넘는 기간 동안 100편 이상의 영화 출연 경력과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영화 제작사를 선택할 수 있는 안목을 갖춘 드뇌브는 자크 데미(Jacques Demy)의 뮤지컬 <쉘부르의 우산(The Umbrellas of Cherbourg)>에 출연했던 21세 때부터 이미 재능을 인정받기 시작했다. “운이 좋긴 했지만, 그 운도 우리의 선택에 따라 정해진다. 물론 아주 훌륭한 감독들과 함께 작업할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었다. 하지만, 자크 데미를 만나고부터는 영화계를 떠나 뮤지컬에 전념해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루이스 부뉴엘의 <세브린느>나 프랑수아 트뤼포(François Truffaut)의 <마지막 지하철(The Last Metro)> 그리고 로만 폴란스키(Roman Polanski)의 <혐오(Repulsion)>같은 다양한 영화를 통해 신비스러운 아름다움을 보여주며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기 시작했다. 그는 복잡하고 다양한 캐릭터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연기력을 스스로 입증해냈다.

스크린 안팎에서 드뇌브는 세상을 매료시켰다. 거기에는 패션계도 포함되어 있다. 영화 <세브린느>에서 이브 생 로랑이 그녀의 의상을 디자인하면서부터 패션과 드뇌브의 특별한 관계가 발전하기 시작했다.

“패션, 특히 이브 생 로랑과 나의 밀접한 관계는 아주 오래전에 시작되었다. 어린 시절부터 그의 쿠튀르 하우스를 드나들기 시작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멋진 경험이었던 것 같다. 우리의 관계는 계속해서 유지되고 있고, 나는 그와의 관계를 아주 소중히 여기고 있다.” 드뇌브가 말한다. “개인적으로 옷 그 자체보다는 옷을 구성하고 있는 재료에 더욱 관심이 있다. 원단이나 컬러가 나의 마음을 더 끌어당긴다. 오랜 시간 동안 특정 디자이너를 추종하고 그의 옷을 입다 보면,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그런 무언가가 생기게 된다. 피부에 닿는 실크의 촉감은 다른 소재와는 다르다. 모든 공정이 핸드메이드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옷은 외관만큼이나 안감도 아름답다. 옷과 교감하는 경험을 통해 어떻게 옷을 바라보고, 어떻게 작은 디테일을 다르게 느끼는지 배우게 된다.”

포토그래퍼, 화가, 가수, 어떤 직업이든지 간에 분명 유혹과 욕망의 순간은 오게 되어 있다. 하지만, 문제는 지켜야 할 선이 어디까지인지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을 때 발생하게 된다.

이브 생 로랑, 샤넬 그리고 루이 비통과 함께했던 광고 캠페인을 통해, 드뇌브의 이미지는 우아함과 여성스러움의 상징으로서 세계적으로 비상했다. 현재도 그녀는 패션 업계에서 활약하면서, 동시에 영화계에서도 여전히 자신의 입지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나이가 들면서 왕년의 은막 스타들의 영향력은 감소하고 있지만, 그러한 흐름도 드뇌브의 열정을 꺾을 수는 없다.

“나이가 들면, 영화에서 맡게 되는 역할이 달라지는 것은 사실이다. 더 이상 영화의 중심에 있지 않게 된다. 더 어렵게 느낄 수도 있겠지만, 거기에서도 흥미로운 요소를 찾을 수 있다. 물론 과거에 참여했던 영화 속 자신과 비교될 것이다. 이 사실이 나이 든 배우들을 힘들게 만든다. 남자 배우들 또한 마찬가지다. 나는 단지 내가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한다. 나는 멋진 몸매를 가꾸기 위해 시간을 허비하지 않는다. 내가 늘 간직하고 싶은 것은 에너지다. 에너지가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삶을 살아가는 데 필수적이다. 하지만 나에게도 아이들이 있다. 나에게도 개인의 삶이 있다. 만약 자식들이 없고, 손주들이 없었다면, 노화에 대해 받아들이는 태도가 달라졌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자식들과 손주들이 있다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지게 된다.”

나는 멋진 몸매를 가꾸기 위해 시간을 허비하지 않는다. 내가 늘 간직하고 싶은 것은 에너지다. 에너지가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삶을 살아가는 데 필수적이다.

드뇌브는 주말마다 시골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균형 있는 삶을 살고 있다. 그는 그 시간이 자신에게 아주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정원을 가꾸거나 자연 속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은 <매드맨(Mad Men)>, <브레이킹 배드(Breaking Bad)>, <홈랜드(Homeland)> 혹은 프랑스 드라마 시리즈를 보는 것만큼이나 즐겁다고 말했다.

현재 드뇌브는 올해 말 개봉 예정인 프랑스 감독 안드레 테시네(André Téchiné)의 새 영화 촬영에 한창이다. 그리고 정말 순수하게 기뻐하는 마음으로 이 새로운 프로젝트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영화를 준비할 때면 언제나 약간의 두려움, 그러니까 약간의 무대 공포증을 느낀다. 마치 모험 같다. 단지 연기 활동만 하는 것이 아닌 몇 개월 동안 전혀 몰랐던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야 하는 진정한 모험이다. 그리고 이 모험은 나에게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리고 그 앞에 펼쳐진 이 모험은 드뇌브를 계속해서 새로운 단계로 나아가게 만드는 아주 중요한 원동력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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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에디터|김 아름,헤어|J-C Gallon Cheveux,메이크업|Christophe Danchaud(B-Agency),사진|Giovanni Gastel,스타일링|Kristen Ingerso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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