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LEBRITY

식케이가 증명한 것

명실상부 국힙원탑

프로필 by 손안나 2026.03.30

식케이


누가 장르 음악의 종말을 논하나? 이름 석자로 성공의 증표가 된 어느 아티스트의 분투기.


톱은 Coach. 아우터는 Vetements by Leganshop. 모자는 Rick Owens.


목걸이는 아티스트 소장품.


하퍼스 바자 새 앨범 <6SEOUL>이 나왔다. 전작 <K-FLIP>이 한국적 로컬라이징에 대한 야심만만한 비전이었다면, 이번 앨범은 렌즈를 당겨서 서울이라는 도시에 살고 있는 권민식이라는 어떤 남자의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주는 느낌이다.

식케이 언젠가 숫자 6이 내 퍼스널 넘버라는 걸 알게 됐다. 이 앨범은 식스(Sik’s), 그러니까 민식의 서울이다. 한편으로 6이라는 숫자는 캐나다 토론토를 의미하기도 한다. 원래 토론토 사운드를 좋아했기 때문에 이런 접점이 흥미롭게 느껴졌다. 그렇게 처음으로 힙합이 아닌 R&B, 소울 장르로 채운 앨범이다. 한국에도 토론토 사운드가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사는 곳은 토론토가 아닌 서울이고, 그래서 짬뽕 아닌 비빔밥 같은 앨범이 됐다. 오마주나 차용이 아니라, ‘나도 잘한다. 이런 것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하퍼스 바자 토론토 사운드라면, 드레이크처럼 자신의 감정이나 욕망 같은 걸 아주 사적으로 표현한다는 의미일 텐데. 젠체하는 것보다 이렇게 노골적인 표현을, 그것도 한국어 가사로 쓰는 게 더 어렵지 않나?

식케이 가장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드레이크와 파티넥스트도어다. 그들 음악처럼 들었을 때 쿨하고, 마초적인 무드가 느껴지게끔 해보고 싶었다. 그러려면 직설적으로, 그야말로 생각나는 대로 적어야 한다. 누군가 들으면 수위가 높다고 느낄 수도 있다. 그런데 친구들끼리 사석에서 이야기할 때는 더 솔직한 말도 하지 않나. 하지만 음악에서는 그렇게 못한다. 한국 사람들은 감추려고만 한다. 그런 벽을 좀 깨고 싶었다. 물론 날것의 말들을 보컬로 담았을 때 생기는 문제도 있다. 그런 건 멜로디나 타임라인, 라이밍, 무드 같은 걸로 보완하려고 했다. 사실 계산하고 쓴 게 아니라서 설명이 어렵다. 어디까지나 감의 영역이고, 누가 물어보면 그냥 했다고밖에 말 못 하겠다.

하퍼스 바자 가수 박정현의 목소리가 어렴풋이 들리는 ‘PLAYER’는 1990~2000년대 한국 대중음악을 샘플링한 <K-FLIP>의 향기가 강하게 느껴지는 트랙이다. 샘플링이라는 기법을 영리하게 활용하고 있다.

식케이 2023년 <POP A LOT>에서도 자우림의 ‘미안해 널 미워해’를 샘플링한 동명의 곡이 있었다. 다음 앨범 <K-FLIP>에서는 그런 시도를 보다 공격적으로 해봤다. 프로듀서 휘민(릴 모쉬핏)이와 한국적인 로컬라이징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나온 앨범인데, 데뷔 때부터 가지고 있던 내 키워드 ‘FLIP’에 K를 붙이면 ‘KOREAN’의 이미지가 전달될 거라 생각했다. 한국에선 여전히 샘플링과 표절을 자주 헷갈려 한다. 그 차이를 좀 더 명확하게 전달하고 싶었다. 이번 곡 ‘PLAYER’의 경우에는 작곡가 보이콜드에게 한국적인 R&B를 넣고 싶다고 요청했다. 중학교 때 즐겨 듣던 ‘P.S. I Love You’를 넣었는데, 딱 맞아떨어지더라. 그래서 연줄 하나 없는 박정현 선배님께 아주 어렵게 연락드렸다.


톱은 Phoebe Philo. 목걸이는 Swarovski, N°21. 귀고리는 아티스트 소장품.


셔츠, 베스트는 Inok chung. 팬츠는 Cecile Tulkens. 모자는 Cage3000. 귀고리는 아티스트 소장품. 반지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하퍼스 바자 샘플 클리어링이라고 하지 않나. 해당 음악과 얽혀 있는 모든 저작권자와 음원 권리자에게 일일이 사용 허락을 받는 절차가 보통 일이 아니던데.

식케이 물론 음악이 좋아야 클리어되겠지. 그래도 외국보단 낫지 않나 싶다. 땅덩이 자그마한 한국에서는 무조건 회사에 찾아가서 문이라도 두드리면 어떻게든 길이 생긴다. 그보단 샘플링에 좀 더 포용적인 문화가 됐으면 한다. ‘LOV3’가 잘되면서 에픽하이 형들의 ‘Love Love Love’도 같이 차트 역주행했다. 덕분에 아주 좋아하시더라고.(웃음)

하퍼스 바자 좋은 앨범과 ‘쩌는’ 앨범에는 차이가 있다. 일종의 불가항력 같은 건데, 후자는 서사를 만들거나 영향력을 끼친다. <K-FLIP>은 후자 같다. 영향력을 실감하나? 요즘처럼 장르 음악이 어려운 시기에 귀중한 성공 사례다.

식케이 우리의 에너지와 시대의 주파수가 잘 맞아떨어진 것 같다. <K-FLIP>을 내면서, 힙합이 침체기를 깨고 다시 도약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었는데 다행히 전달된 것 같다. 선례가 될 수 있어서 좋다. 이렇게까지 잘될 줄은 몰랐지만 말이다. 좋은 아티스트들이 많이 나타나고 있고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10년 주기설 있지 않나. 결국 모든 게 다 변한다. 밴드 음악도, EDM도, 패션도 다 똑같다. 나는 힙합이 돌아오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다 같이 빨리 노를 저어야 한다.

하퍼스바자 ‘2026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최우수 랩&힙합 음반과 최우수 랩&힙합 노래를 수상했고 ‘2026 한국 힙합 어워즈’에서 올해의 아티스트, 올해의 힙합 앨범, 올해의 힙합 트랙, 올해의 컬래버레이션 4개 부문을 석권했다. 일상에서 달라진 점이 있다면?

식케이 부모님이 좋아하신다. 우리 부모님 세대는 크러쉬나 임영웅처럼 TV에 나와야 ‘노래하는 사람이구나’ 하지 않나. 불과 재작년까지만 해도 부모님께서 언제 잘될 거냐고 물어보셨다.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말이다.(웃음) 이제야 그런 걱정이 조금 해소되신 듯하다. 나로서는 데뷔 11년 만에 상이라는 걸로 인정을 받아서 그런지 감사한 마음에 여기저기 베풀고 있다. 공연하고 싶은데 공연할 수 없는 사람, 녹음실이 필요한데 녹음할 곳이 없는 사람. 금전이든 다른 무엇이든 도움이 필요한 동료들을 돕고 있다. 어떻게 보면 내가 데뷔 때 그런 도움이 아쉬웠던 사람이라서 그렇다. ‘내 아이를 낳으면 나는 꼭 이렇게 해줘야지’ 하는 부모 마음 같은 거다. 언젠가 내 회사를 차리면 적어도 이런 건 하지 말자, 반드시 이런 건 하자 같은 것들이 분명히 있었다.

하퍼스바자 KC라는 독자적인 레이블을 운영하면서 재능 있는 아티스트를 여럿 영입했고 안정적으로 세를 넓혀나가는 비결은?

식케이 가끔 퍼스널 트레이너가 된 것 같달까. 힙합 레이블이 말로는 개인 아티스트들의 집합이지만, 실제로는 아이돌 그룹처럼 움직일 때가 있다. 행사도 같이 하고, 자체 콘텐츠도 묶음으로 진행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아티스트는 각자 생각도 다르고 계획도 다르고 고민도 다르다. 그런 면을 최대한 존중하고 보완해주고 싶다. 그래야 로열티가 생긴다고 믿는다. 아무튼 단체 안에서 부당함을 느끼지 않게 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선 내가 해야 할 일이 있다. 배려 없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고 하잖나. 재범이 형을 통해 많이 배웠다. 내가 희생할수록 모든 게 좋게 돌아간다.


니트 톱, 팬츠는 Lacoste. 모자는 Jello Jello. 목걸이는 N°21. 반지는 Portrait Report. 슈즈는 Goomheo. 귀고리, 벨트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셔츠, 팬츠는 Ferragamo. 목걸이는 Sewn Swen. 귀고리는 아티스트 소장품. 안경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하퍼스바자 <쇼미더머니 12>에서 KC 소속 아티스트 김하온과 나우아임영의 집안 싸움이 화제였다. 단도직입적으로 묻겠다. 힙합은 멋인가, 실력인가?

식케이 당황스럽군.(웃음) 실력은 당연히 있어야 한다. 멋은 찾아가는 거고. 내가 둘 사이에서 교통정리를 잘 해보겠다.

하퍼스바자 만약 김하온과 나우아임영 두 사람이 동시에 <쇼미더머니> 피처링을 부탁한다면?

식케이 글쎄. 어차피 내가 방송 출연 정지라서.(웃음)

하퍼스바자 편견이겠지만, 힙합 음악은 유난히 젊은이의 전유물 같다. 아이스큐브는 배우로 전향했고 아웃캐스트의 안드레 3000은 피리를 연주한다.

식케이 그렇다고 안드레 3000이 랩을 그만두진 않았다. 스눕 독만 해도 여전히 랩을 하고. 유독 한국의 아티스트들이 자신이 지향하는 바를 라이프스타일로 충분히 보여주지 못했다. 자기 밥그릇을 지키는 데만 너무 집중했기 때문이다. 미래의 세대를 생각하지 않는 게 아쉽다. 다 같이 더 발전할 수 있는데 말이다.

하퍼스바자 신에 있는 기성세대는 자기 밥그릇을 챙기는 대신, 뭘 해야 할까?

식케이 옛말에 콩 한쪽도 나눠 먹으면 된다고 하지 않나. 의자 하나 더 갖고 와서 그냥 같이 먹으면 된다. 어차피 혼자 먹든 나눠 먹든 배고픈 건 변하지 않는다. 물론 자기 고유성을 지키는 일도 중요하다. 다만 너무 야박할 필욘 없단 얘기다. 다음 세대에게 숟가락 정도는 전해줄 수 있어야 하지 않나.

하퍼스바자 모든 예술이 그렇지만, 특히나 힙합 음악은 하고 싶은 말이 떨어지면 끝인 것 같다. 데뷔 11년짼데 아직 하고 싶은 말이 많이 남았나?

식케이 내가 잠을 잘 안 자는 편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스물여덟 살 때까지 하루에 서너 시간 잤다.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다. 잠을 안 자고 작업한다. 쓰러질 때까지 뭔가를 본다. 입력이 안 될 때까지 머릿속에 계속 뭔가를 집어넣는다.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서 그런 것 같다. 여전히 음악이 좋다. 그래서 자꾸 밖으로 나가려고 하고,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려고 하고, 새로운 자극을 얻으려고 한다. 평생 음악하고 싶으니까. 그렇게 언젠가는 걸어다니는 아카이브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경험으로 차곡차곡 쌓아올린, 이 신에 대한 살아있는 아카이브 그 자체가!


톱은 Dries Van Noten. 팬츠는 Goomheo. 선글라스는 Ed Hardy. 반지는 모두 Chrome Hearts. 슈즈는 Coach. 귀고리는 아티스트 소장품.


Credit

  • 사진/ 이준경
  • 헤어&메이크업/ 윤혜정
  • 스타일리스트/ 곽하늘
  • 어시스턴트/ 신형진
  • 디자인/ 진문주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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