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이하나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그녀가 말했다. “이번 드라마에서는 한 번도 웃지 않아요.” 사랑스럽고 엉뚱한 배우인 줄만 알았던 이하나가 꺼내놓은 뜻밖의 이야기, 그리고 뜻밖의 인터뷰 | 인터뷰,이하나

촬영에 들어가기 전 위층에서 미리 포즈 연습을 하는 모습을 봤어요. 화보 촬영은 제가 잘하지 못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서 사실은 좀 어려워요. 그런데 인터뷰에 대한 질문지를 미리 보내주셔서 좀 아쉬웠어요. 죄송하기도 하고. 크리스마스 선물을 미리 열어본 기분이랄까요?저는 본인이 질문지를 원한다고 전해 들었어요. 아니었나요? 그렇다면 메일을 열어보지 않으시는 편이 나았겠어요. 소속사 측의 염려였던 것 같아요. 제가 인터뷰할 때 솔직히 말하는 편이라.... 근데 저는 편하게 대화하는 게 좋거든요. 그래서 열어보기만 하고 일부러 읽진 않았어요.(웃음)그동안 뭘 하면서 지냈어요? 너무 오래된 이야기지만, 앨범 작업을 하고 있었어요. 드라마 촬영에 들어가기 전까지 가사를 완성하느라 바빴어요.몇 년 전에 앨범을 준비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이 나요. 왜 이렇게 오래 걸린 건가요? 제가 만들고 싶은 음악은 ‘있어서 좋은 음악’이에요. 기술적 완성도라기보다는 색깔의 완성도라고 할까요? 그 색깔을 찾기까지 오래 걸렸어요. 그런데 이젠 이야기하고 싶은 게 명확해졌어요. 저는 음악을 쓸 때나 연기를 할 때 개인적인 감정이나 경험을 많이 담는 편이에요. 그런데 그걸 들으면 지금 제가 생각하는 사람이 상처를 받을까 봐 조심스러워요. 제가 정말로 사랑하는 연기와 음악을 하면서도 그것보다 더 소중한 걸 찾게 된 거예요.그게 뭔가요? 사랑하는 사람이죠.지금 사랑하는 사람이 있으세요? 네. 사랑을 하지 않는 시기는 거의 없는 것 같아요. 짝사랑이라도요. 저는 사랑이 없으면 굉장히 메말라요. 예전에는 영화를 보다가 가사를 쓰기도 했고, 에서 투개월이라는 팀이 탈락했을 때 쓴 곡도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사랑이 가장 큰 영감을 주긴 하죠. 사랑이 항상 시작이고 근본이죠. 제가 너무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아픔을 주었다고 해서 그 경험이 무의미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그 아픔이 많은 영감과 정진할 수 있는 힘을 주니까요. 그래서 내가 좋아한 사람은 뭘 해도 나를 좋은 쪽으로 만들어주는구나,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그게 기대하지 않았던 선물 같은 느낌이 들어서 진짜로 사는 게 재미있어요. 물론 이제서야 알게 된 거예요. 예전에는 그냥 막 울었어요. 장소 불문하고.(웃음) 나이가 들면 사실 아쉬운 게 더 많잖아요. 젊음도 없어지고, 팬들도 적어지고, 섭외도 줄고.... 그런데 나이가 들어서 좋은 점이 있다면 진짜에 가까운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점인 것 같아요. 점점 제 얘기가 풍성해져요.귀감이 되는 이야기예요. 왜냐하면 저도 30대보다 20대가 훨씬 재밌었다고 투덜거리던 참이었거든요. 지금이어서 좋은 거, 많을 것 같은데요? 그런 게 있더라고요. 저는 기가 센 편이 아니라 예전에는 항상 긴장을 많이 했거든요. 지금은 좀 편안해졌어요.1월에 시작되는 드라마 촬영에 한창이죠. 연기 면에서도 변화가 있어요? 연기 면에서도 있어요. 예전에는 사실 눈물이 바로 날 만큼의 아픔이 없었어요. 그런데 몇 년 사이에 어떤 캐릭터를 만나도 금세 차오를 만큼의 아픔이 생겼어요.빈틈없이 레드 립을 바르고 완벽한 모습으로 철두철미하게 일하는 여성이 저에게는 완성된 모습처럼 느껴져요. 혼자 있을 때 제 모습이 그런 여성과 맞닿아 있다고 생각해요.과거에는 연기에서도 내성적이고 수줍은 사람의 특성이 묻어났는데, 그게 오히려 호감이 가는 지점이었어요. 고유의 개성으로 느껴졌달까요? 저도 어리숙했던 모습이 그립기도 해요. 그런데 그때는 오히려 정진을 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지금은 음악적인 자신감도 생겼고 연기적인 부분에서도 일을 많이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고, 많은 사람들을 기다리게 하고 있다는 마음 때문에 여기서 또 주춤하면 내가 정말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에 대한 배신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등의 작품이 꾸준히 있었는데도 왠지 공백이 있던 것처럼 느껴져요. 네. 사실 공백 기간은 있었지만 작업을 손에서 놔본 적은 한 일주일 정도밖에 없어요.그 일주일 동안 뭘 했어요? 그 일주일은 제가 좀 아팠어요. 그래서 맛있는 걸 먹고, 산에도 매일 가고, 낮잠도 한 30분 자고, 엄마랑 드라이브 하면서 올드팝도 듣고, 시장도 가고. 그야말로 스트레스를 가장 안 받는 상태를 만들었거든요. 그 사이클이 저에게는 너무 행복한, 사실 가장 행복한 날들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촬영장에서도 그 사이클을 가지고 갈 수가 있더라고요.촬영장에서의 사이클도 달라졌나요? 아무래도 간결해진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촬영장에 갈 때 이동 시간이 한 시간 정도 되는데 예전에는 그 시간이 항상 좀 버거웠어요.한 시간 동안 뭘 했는데요? 귀에서 절대 이어폰을 안 빼고, 어떤 세계로 여행 가는 듯한 느낌을 받기 위해서 노력을 해야 했고.... 아무튼 준비 과정이 굉장히 복잡했어요.(웃음) 그런데 지금은 그 한 시간을 어떻게 써야 될지 알겠더라고요.진입로가 국도에서 고속도로로 바뀐 거군요? 맞아요.(웃음) 준비 과정이 간결해졌는데 오히려 제가 가야 하는 지점에 더 정확히 가는 것 같아요. 그래서 요즘 연기가 재미있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해봤어요.이번에 선택한 작품 는 어떤 지점에서 매력을 느꼈어요? 냉철한 프로파일러 역할이라고 들었는데, 지금까지 보지 못한 모습일 것 같아요. 새로운 연기에 도전하고 싶었던 간절한 시기에 들어온 좋은 작품이었어요. 맞아요, 지금까지 전혀 경험해보지 못한 감정선이 대부분이에요. 일단 한 번도 웃지를 않거든요. 작품 끝날 때까지 웃을 일이 있을까 싶어요.(웃음)상상이 안 가네요. 긴박한 장르물이다 보니 유머가 끼어들 틈이 없는 상황인 거죠? 네, 그래서 정말 힘들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기회를 주시니 감사합니다, 하고 합류하게 됐죠. 이렇게 보여줄 게 많은 여성 캐릭터도 드물거든요.어떤 캐릭터에 매력을 느끼나요? 예를 들면 에 나오는, 센터에서 일하는 여성상을 굉장히 좋아했어요. 에서도, 에서도, 메인 캐릭터의 주변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 저에게는 굉장히 완성된 모습처럼 느껴져요. 빈틈없이 레드 립을 바르고 완벽한 모습으로 철두철미하게 일하는 여성이요.흥미로워요. 사실은 배우 이하나의 이미지를 그와 정반대로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완벽하다기보다는 자유롭고, 엉뚱한 사람이 가지는 천진한 매력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남들에게는 그렇게 보일 수 있을 거예요. 그런데 혼자 있을 때 가장 익숙한 제 모습이 그런 여성과 맞닿아 있다고 생각해요. 특히 음악을 할 때는 그래요. 이번에 에서 연기하는 ‘권주’라는 여성이 하는 일을 음악으로 바꾸면 딱 제 모습이에요. 예를 들면 권주는 부모님이 안 계셔서 혼자 사는데 요리도 해 먹지 않을 정도로 일 말고는 어떤 취미도 없는 친구예요. 저에게는 그 일이 음악인 것 같아요.음악이 삶에서 차지하는 지분이 정말 크네요. 네. 너무 커요. 친한 동생이 백화점 디스플레이하는 일을 해요.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외관을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바꾸는 거죠. 버스를 타고 명동을 지날 때, 저는 꼭 그 백화점 쪽을 쳐다보거든요. 제가 그 친구한테 이야기해줬어요. 넌 네가 정말 잘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제 감이 틀리지 않다면 저에게는 그게 음악인 것 같아요. 제 감이 틀리지 않았는지 빨리 대중들한테 물어보고 싶어요.어떤 음악일지 궁금해요. 그렇게 조바심이 나는데 어떻게 오래 참았어요? 제가 조바심을 내고 있을 때 아빠가 이렇게 말씀하신 적이 있어요. 음악엔 성공도 실패도 없다. 그냥 뭘 하든지 네가 즐거웠으면 좋겠다. 그 말이 굉장히 힘이 됐어요.요즘은 어떤 음악을 들어요? 영화 에 나온 OST를 듣고 있어요. 그 영화도 다가오는 지점이 있었나요? 인생을 ‘툭’ 사는 고수들의 모습을 보며 대리만족했죠.저는 ‘툭’ 살진 못하고요. 끊임없이 무언가를 찾으면서 사는 사람인 것 같아요. 찾으라고 한 사람도 없고, 찾으려는 게 뭔지도 정확히 모르겠는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