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e PHOTO BOOTH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말할 수 없는 비밀과 신비로운 사연을 감추고 있을 것 같은 임지연의 이면은 사실 맑고 투명하다.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카메라를 바라보던 임지연이 말했다. “사실 저는 셀카에는 자신이 없어요." | 인터뷰,임지연

임지연의 등장은 파격이었다. 첫 작품부터 이라는 큰 영화의 주연을 맡은 그녀는 이성이 아닌 본능으로, 머리가 아닌 몸으로 이끌리게 되는 묘한 분위기의 여자 ‘종가흔’의 모습으로 세상에 나왔다. 영화를 보다 보면 김대우 감독이 도박에 가까운 캐스팅을 하게 된 이유를 알게 된다. 예쁜 배우는 흔하다. 그러나 어떤 사람이 가진 분위기라는 것은 인위적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임지연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해지는 눈빛과 관능적인 그늘과 신비로운 분위기를 지닌 배우였다.나는 그녀가 이후에도 그 이미지를 이어 나갈 줄 알았다. 누군가의 환상 속에서 존재할 것 같은 모호하고 아름다운 이미지로 남는 것은 여배우가 할 수 있는 가장 편리하고도 유리한 선택이니까. 그러나 임지연은 이어진 몇 편의 드라마에서 곧바로 베일을 벗었다. 특히 드라마 에서의 임지연은 천진난만하게 느껴질 만큼 발랄하고, 비밀스럽기는커녕 속을 뒤집어 보여줄 것 같은 캐릭터를 연기했는데 그건 어쩌면 대중이 임지연에게 원하는 모습이 아닐 수도 있었다.(이후 그녀는 에 출연해서 맨손으로 뱀을 잡기까지 했다!) 그러나 실제로 만난 눈앞의 임지연은 “복잡한 건 질색”이라고 말한다. “사연이 있거나 알쏭달쏭한 역할이 많이 들어 오긴 해요. 영화 에서도 그렇고요. 영화 자체는 코미디지만 그 안에서 제가 연기하는 여자는, 잘 모르겠거든요.(웃음) 그렇다고 해서 제가 그 캐릭터를 사랑하지 않은 것은 절대 아니에요. 캐릭터 자체가 아리송한 여자죠. 영화 속에서 중요한 사건의 키를 쥐고 있는 인물이에요. 원래의 저는 속의 모습에 가장 가까워요. 저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친구들은 제가 종가흔으로 데뷔했을 때 무척 어색해하더라고요. 첫 작품의 인상 때문에 어떤 분들은 제가 굉장히 어떤 이미지를 만들려고 애쓰는 사람이라고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사실 전 그럴 수 있는 타입이 못 돼요.”그러니까 임지연은 대중이 원하는 이미지 안에 갇힐 생각이 없다. 신비주의를 유지하기 위해 말수를 줄이거나 예쁜 역할만 할 생각도 없다. 배우 유해진, 이준, 이동휘와 임지연이 출연하는 영화 는 올가을에 개봉할 예정이다. 그 전에 우리는 주말드라마에서 임지연의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그녀가 이번에 선택한 작품은 배우 손호준과 함께 출연하는 드라마 다. 역시나 예쁘기만 한 역할은 아니다. 첫 타이틀롤을 맡아 북한에서 온 여자 ‘미풍’을 연기하게 된 그녀는 요즘 한창 북한 사투리를 연습하고 있다. “평양여자의 말씨는 뭐랄까, 곡선적이에요. 여성스럽다고 해야 하나? 기본적으로 부드럽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어조더라고요. 문화적 차이 때문에 접근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사실 살아가는 배경이 다를 뿐이지 감정적으로는 우리와 다를 게 없잖아요. 그런 부분들을 어둡지 않게 표현하려고 해요. 그리고 제가 맡은 캐릭터의 성향이 저랑 비슷하거든요. 자기 의지가 강하고 씩씩하고 명랑한 인물이에요. 그래서 이번 드라마는 원래의 임지연에서 출발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사연이 있거나 알쏭달쏭한 역할이 많이 들어 오긴 해요. 저를 잘 알고 있는 친구들은 제가 의 종가흔으로 데뷔했을 때 무척 어색해하더라고요. 첫 작품의 인상 때문에 제가 굉장히 어떤 이미지를 만들려고 애쓰는 사람이라고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사실 전 그럴 수 있는 타입이 못 돼요.내가 만난 ‘원래의 임지연’은 이렇다. 몇 명의 사람들이 오가고 있는 스튜디오 주차장에서 마주친 임지연을 나는 곧바로 알아보지 못했다. 여전히 임지연이라는 배우를 의 종가흔으로 기억하고 있는 나에게 헐렁한 티셔츠에 데님을 입은 여자가 다가와 친근하게 말을 건네 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녀는 30°C가 넘는 뜨거운 날씨에 뜨거운 커피를 주문했다. 더운 날에도 뜨거운 음료를 마시는 게 생활습관이냐고 묻자 방금 전 냉면을 먹고 와서 몸이 차가워졌다고 답하며, 워낙에 자극적인 음식을 좋아해서 평양냉면보다는 함흥냉면파라는 말도 덧붙였다. 두 달 전에 그녀는 부모님과 함께 살던 집에서 독립해 혼자 살기 시작했다고 한다. “한 번도 부모님과 떨어져 살아본 적이 없어서 혼자 살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잠시 나가려고 한 건데 부모님이 그럴 거면 아예 나가라고 하더라고요.(웃음) 작품을 시작하기 전에는 아무래도 예민해지는 부분이 있는데 그럴 때 혼자서 거실에서 연습도 하고 영화를 볼 수 있어서 편해요.” 요즘 임지연은 여느 20대 독신녀와 마찬가지로 이케아에 가서 골라 온 물건들로 집을 꾸미고 알록달록한 요리 도구들을 구입하기도 한다. 집에서 가장 아끼는 공간은 서재인데, 그 안에는 주로 장르소설로 채워져 있으며 최근에는 정유정의 을 읽기 시작했다.새로 생긴 장르소설 전문 서점과 로 친해진 배우 유이가 추천해준 여성 전용 목욕탕과 아이폰 사진첩에서 가장 높은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조카와 오랫동안 연애를 못 하는 이유를 거쳐 이야기는 와 올림픽으로 이어졌다. 얼마 전 임지연은 수전증을 겪는 양궁선수 역할로 에 특별출연했다. 활을 잡는 건 딱 한 신이었는데, 그 신을 위해 양궁 레슨을 받았다. “기보배 선수를 제가 직접 만났어요! 그래서인지 이번 올림픽 경기들을 보는데 유난히 벅차더라고요.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얼마전에 있었던 정영식 선수와 세계 챔피언 마룽 선수의 탁구 경기예요. 처음에 정영식 선수는 긴장한 내색도 없더라고요. 오히려 이 악물고 라켓을 잡은 느낌이랄까? 모두가 상대편이 이길 거라고 예상하는 분위기 안에서 갖게 되는 결기 같은 게 있잖아요. 처음 2세트는 우리가 이기고 있었어요. 결국 역전을 당했지만 마지막에 마룽 선수도 ‘겨우 이겼다, 진짜 힘든 경기였다’는 표정이었어요. 저는 너무 감동 받았어요.”가장 섬세하게 작동해야 하는 손이 떨리기 시작한 양궁선수의 심정과 모두가 질 거라고 예상하는 게임에서 결기를 보여줘야 하는 상황은 배우가 하는 일에 대한 일종의 비유 같기도 하다. 외모에 대한 평가와 연기력 논란, 파도처럼 밀려들어왔다가 다시 빠져나가는 거품 같은 인기와 허약하기 그지없는 이미지의 성, 그리고 모두가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반드시 잘 해내야 하는 순간들은 매 작품마다 찾아온다. 그 순간들을 마주하는 태도는 배우마다 다를 것이다. 임지연은 낙관적이고 의연한 태도로 이 게임을 풀어가고 있는 중이다. 누군가가 다소 삐딱한 태도로 “당신은 운이 좋다”고 말해도 그녀는 담담한 말투로 “운이 나쁘지 않았다”고 대답할 것이다. “지금은 힘들지 않아요. 현장이 재미있어요. 어렵고 잘 안 풀려서 ‘멘붕’ 상태가 올 때도 많지만 그것을 다 해내고 집으로 돌아올 때의 뿌듯함, 이런 게 다 재미인 것 같아요. 작품을 하면 할수록 점점 더 대담해지는 부분이 있어요. 저의 경우에는 운이 좋은 편이었죠. 도와주는 분들도 많았고요. 저는 기회가 오면 적극적으로 움직이려고 하는 편이에요. 언제나 내가 한 선택을 믿으려고 해요. 그래서 지금 하고 있는 작품도 너무 믿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