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밀라노에 새롭게 열린 프라다 월드

쇼핑부터 전시, 디저트까지 프라다라면 한번에 가능해

프로필 by 김서영 2026.11.03

TIME ACCUMULATED


프라다 갤러리아에 다녀온 후에야 알았다. 프라다의 세계는 끊임없이 탐구하고 교류하고 기록하며 그 여정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 갤러리아에 위치한 프라다 남성 부티크.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 갤러리아에 위치한 프라다 남성 부티크.

약 2년 만이다. 패션위크 출장으로 찾은 밀라노는 왠지 생경했다. 호텔 바로 앞에 중앙역을 두고도, 혼잡한 쇼장을 활보하면서도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생소함이라니. 하지만 그 낯가림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해제되었다. 두오모 광장과 스칼라 광장을 이어주는 밀라노의 상징적인 쇼핑 아케이드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 갤러리아’에 들어선 순간,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익숙한 풍경이 펼쳐지자 그제서야 현실 감각이 돌아왔다. ‘아, 나 밀라노에 있구나. 여기 즈음에 프라다 부티크가 있었는데!’ 지금껏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 갤러리아를 오고 간 이유는 대부분 두오모 성당 인증 샷을 찍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출장길에 오르기 전, ‘프라다 갤러리아’가 아케이드에 리뉴얼 오픈한다는 소식을 들었고 나의 발걸음은 정확하게 그곳을 향했다.

사실 프라다에게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 갤러리아는 꽤 의미 있는 장소다. 밀라노의 전설적인 19세기 쇼핑 아케이드인 동시에 프라다의 시작인 프라텔리 프라다(Fratelli Prada)의 역사적인 터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곳에 선보이는 프라다 갤러리아는 단순한 매장 리뉴얼이 아니다. 리테일과 호스피탈리티, 예술과 역사를 아우르는 8개 층으로 구성된 대규모 프로젝트로, 프라다가 이어온 탐구의 역사를 시간을 들여 탐색할 수 있는 복합적인 문화 공간이다.

프라다 최초의 상설 전시 «프라다스피어».

프라다 최초의 상설 전시 «프라다스피어».

오세르바토리오 내부 공간.

오세르바토리오 내부 공간.

우선 아케이드의 중앙 팔각형 공간으로 가면 프라다 여성과 남성 부티크가 대각선으로 마주 보고 있다. 그중 여성 부티크가 1913년 프라텔리 프라다 매장이 처음 오픈했던 자리다. 이번 리뉴얼을 통해 프라다 여성 매장은 지하 층을 확장해 전시 공간을 거의 두 배로 넓혔다. 이곳에선 여성 컬렉션뿐 아니라 트래블, 홈 컬렉션 및 뷰티 제품을 역사적인 벽화, 아카이브 오브제와 함께 만나볼 수 있는데, 흥미로운 점은 이 공간이 새롭게 조성된 지하 통로를 통해 남성 매장과 연결된다는 점이다. 일명 ‘비밀 통로(passaggio segreto)’로 알려진 이 터널에 들어서면 프라다의 실험적인 시도와 협업을 담은 전시가 펼쳐진다. 2008년 S/S 컬렉션을 위해 자체 제작한 애니메이션 <트렘블드 블로섬(Trembled Blossoms)>부터 컬렉션 쇼 인비테이션과 시그너처 로봇 키 링 모음, 2007년 LG전자와 함께 출시한 프라다폰까지. 어쩌면 프라다의 역사 속에선 이벤트처럼 스쳐 지나간 찰나의 순간들이지만 나에겐 그 시절 향수를 불러일으켜 한동안 터널 속에 머물게 만들었다.

신비로운 지하 통로를 통해 남성 매장을 거쳐 위층으로 올라가면 밀라노의 상징적인 페이스트리 숍, ‘마르케시 1824(Marchesi 1824)’가 있다. 장인정신으로 완성한 다양한 메뉴와 섬세한 디저트로 이미 유명한 곳. 현지인과 관광객이 북적이며 서로 교류하는 모습이 밀라노 카페 문화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아 인상 깊었다.

개인적으로 프라다 갤러리아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공간은 마르케시 1824 바로 위층에 위치한 ‘피아노 노빌레(Piano Nobile)’였다. 이곳에서는 프라다 최초의 상설 전시인 «프라다스피어(Pradasphere)»를 관람할 수 있다. 프라텔리 프라다의 창립부터 오늘날까지, 한 세기가 넘는 프라다 아카이브의 자료와 예술·건축·영화·문화·스포츠 분야와 수십 년간 이어온 교류의 흔적을 한데 모은 프라다의 여정 그 자체! 프라다 갤러리아를 통해 미우치아 프라다가 말하고자 하는 연결의 에너지가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공간이기도 하다. 특히 이번 밀라노 패션위크의 첫 쇼가 프라다였고, 그 테마가 스커트여서일까. 시대를 관통한 여러 개의 프라다 스커트가 빙글빙글 돌아가는 전시 공간에서는 패션사의 한가운데에 서 있는 것 같은 묘한 기분마저 들었다. «프라다스피어»는 앞서 런던과 홍콩(2014년), 상하이(2023년)에서 열린 순회 전시의 일환이기도 하지만, 이 가운데 상당수는 최초 공개라고 하니 이미 본 사람이라도 다시 볼 만한 가치가 있다.

리뉴얼한 프라다 여성 부티크 전경.

리뉴얼한 프라다 여성 부티크 전경.

이 외에도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진작가 안드레아스 구르스키(Andreas Gursky)가 작품을 전시하는 공간이자 프라이빗 디너와 특별한 행사를 위해 활용될 ‘아파르타멘토(Appartamento)’, 마지막으로 가장 높은 층에 자리하며 새로운 형태의 이미지 제작 방식과 미디어를 탐구하는 플랫폼으로서 활약할 ‘오세르바토리오 폰다지오네 프라다(Osservatorio Fondazione Prada)’까지! 지난 한 세기 동안 이어진 패션 하우스의 유연한 정체성을 이처럼 다양한 복합 공간으로 기획할 수 있다니, 프라다의 남다운 비전이 놀라울 따름이다.

“프라다에게 과거는 결코 지나간 것이 아니라 직관과 협업, 지적 교류로 이어진 아이디어가 축적된 결과입니다.” 프라다 갤러리아를 소개하는 첫 문구가 원고를 쓰는 내내 머릿속에 맴돌았던 이유를 이제는 알겠다. 과거의 하루하루가 모여 현재의 프라다를 만들어왔듯, 프라다 갤러리아를 통해 광활한 프라다 세계를 더 확장하고자 하는 미우치아 프라다의 포부가 이 공간에 가득하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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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사진/ © Prada
  • 디자인/ 이진미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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