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의 현장, 오늘의 후유증…K-콘텐츠가 5·18을 기억하는 법
'화려한 휴가'·'택시운전사'·'닥터X', 사건의 안과 밖 그리고 46년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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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금토드라마 <닥터X: 하얀 마피아의 시대> 스틸
지난 24일 방송된 SBS 금토드라마 <닥터X: 하얀 마피아의 시대> 6회에는 1980년 광주에서 머리에 총상을 입고 46년간 발작과 환각에 시달려 온 환자가 등장했다. 일본 원작에 없던 설정을 두고 시청자 반응은 엇갈렸고, 방영 중단을 요구하는 국회 국민동의청원도 올라왔다. 5·18을 스크린과 안방극장에 불러낸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사건의 한복판을 정면으로 응시한 <화려한 휴가>, 외부자의 눈을 빌려 다가간 <택시운전사>, 그리고 지금까지 이어진 후유증으로 시선을 옮긴 <닥터X>까지. K-콘텐츠가 5·18을 기억하는 방식을 짚었다.
<화려한 휴가>와 <오월의 청춘>, 사건의 한복판에 선 평범한 사람들
영화 <화려한 휴가> 포스터
KBS 2TV 드라마 <오월의 청춘> 포스터
카메라가 가장 가까이 다가간 곳은 사건의 한복판이다. <화려한 휴가>(2007)는 실존 인물을 모티브 삼아 평범한 시민들을 주인공으로 1980년 5월 광주를 그렸다. 김지훈 감독은 5·18이 광주만의 역사처럼 평가받는 현실을 넘기 위해 ‘5·18의 전국화'를 모토로 삼았다고 밝혔고, 영화는 약 730만 관객을 모았다. 14년 뒤 등장한 <오월의 청춘>(2021)은 같은 시공간에 청춘 멜로를 들였다. 1980년 5월 광주에서 간호사 명희(고민시)와 의대생 희태(이도현)가 운명처럼 마주한다. 제작진은 방영에 앞서 특정 사건이 주된 내용은 아니라며, 그 시대를 살아간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봐 달라고 당부했다. 한 편은 대중영화의 호흡으로, 다른 한 편은 청춘의 사랑으로 광주에 다가갔지만, 두 작품이 비춘 것은 거대한 영웅이 아닌 평범한 이들이었다.
<택시운전사>, 광주 바깥에서 들어온 시선
영화 <택시운전사> 스틸
장훈 감독의 <택시운전사>(2017)는 <화려한 휴가> 이후 10년 만에 나온 5·18 소재 상업영화로, 약 1,218만 관객을 모았다. 이 영화는 광주의 안이 아니라 바깥에서 들어오는 사람의 시선으로 문을 연다. 5·18의 진실을 세계에 알린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토마스 크레취만)와 그를 태운 서울의 택시운전사 만섭(송강호)이 광주로 향한다. <화려한 휴가>가 사건의 한가운데서 비극을 직시했다면, <택시운전사>는 낯선 도시에 들어선 소시민이 목격을 거듭하며 광주와의 심리적 거리를 좁혀 가는 과정을 관객의 입장 통로로 삼았다.
<닥터X>, 46년 뒤의 병원에서 마주한 5·18
SBS 금토드라마 <닥터X: 하얀 마피아의 시대> 스틸
<닥터X: 하얀 마피아의 시대>(2026)는 5·18을 현재의 병원으로 데려왔다. 6회에는 5·18 피해자 오상범(하성광)이 환자로 등장했다. 병원 옥상에서 닥터헬기의 굉음과 강한 불빛에 과거의 기억이 되살아나 위기에 놓이는 그의 이야기에는 5·18 당시 계엄군의 폭력과 헬기 사격이 언급됐고, 같은 병원에는 전직 대통령을 연상시키는 가상의 인물이 이송된다. 모두 일본 원작에 없던 설정이다. 의학 드라마의 전개에서 낯설다는 반응과 오늘날까지 후유증을 안고 살아가는 5·18 피해자의 현재를 비췄다는 반응이 맞섰고, 작품에 정치적 메시지가 담겼는지를 두고도 의견이 오갔다.
영화 <화려한 휴가> 스틸
영화 <택시운전사> 스틸
<화려한 휴가>는 사건의 한복판에서, <택시운전사>는 광주 바깥의 시선으로, <닥터X>는 46년 뒤의 병원 안에서 5·18을 비췄다. 카메라가 선 자리는 저마다 달랐다. 그 자리에 따라 같은 사건도 다른 이야기가 되고, 관객이 받아들이는 방식도 달라진다. 5·18이라는 무거운 역사를 대중문화 안에서 어떻게 기억하고 이어갈 것인가. <닥터X>를 둘러싼 논의도 그 질문의 한 장면일 것이다.
Credit
- 사진 / CJ엔터테인먼트·쇼박스·KBS·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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