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이카와'·'꿀알바', 왜 지금 '고수익 알바'인가?
보수 100배, 시급 50배의 유혹…귀여움과 공포로 그린 노동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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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시리즈 <꿀알바> 예고편 영상 캡처
평소보다 100배 많은 보수, 시급 50배. 숫자가 이상할수록 일자리는 수상하다. 개봉 4주 차에도 박스오피스 정상을 지키며 200만 관객을 눈앞에 둔 <극장판 치이카와: 인어 섬의 비밀>의 주인공들은 100배의 보수라는 제안에 이끌려 미지의 섬으로 떠난다. 오는 30일 공개되는 넷플릭스 시리즈 <꿀알바>의 청년 혁준은 시급 50배를 내건 인력사무소의 문을 두드린다. 한쪽은 귀여운 캐릭터 애니메이션이고 다른 쪽은 생계형 호러지만, 두 이야기는 '미끼'라는 같은 소재에서 출발한다. 두 작품이 같은 계절에 나란히 주목받는 이유를 짚었다.
<치이카와>, 귀여운 얼굴을 한 노동의 세계
애니메이션 영화 <극장판 치이카와: 인어 섬의 비밀> 스틸
일본 작가 나가노가 2020년부터 연재한 만화 <치이카와>(국내명 '먼작귀')의 세계는 보이는 만큼 평화롭지 않다. 작고 귀여운 캐릭터들은 풀을 뽑거나 괴물을 토벌하는 일로 생계를 잇고, 더 나은 보수를 받으려고 자격증 시험을 준비한다. 주인공 치이카와는 제초 검정 5급 시험에서 여러 차례 떨어진 끝에야 합격했다. 그럼에도 이들은 친구들과 음식을 나눠 먹고 서로를 위로하며 작은 행복을 지킨다. <극장판 치이카와: 인어 섬의 비밀>은 이 세계에 '보수 100배'라는 제안을 던진다. 원작자 나가노가 각본에 직접 참여한 이 영화는 개봉 10일 만에 100만 관객을 넘겼고, 그 흥행의 한가운데에는 20·30대가 있다. 22일 기준 CGV 예매에서 20·30대가 62%, 여성이 69%에 달한다. 노력해도 뜻대로 되지 않는 고단함을 귀여운 외형에 담은 설정이 성인 관객의 공감을 얻었다는 분석이다.
<꿀알바>, 호러의 얼굴을 한 밥벌이
넷플릭스 시리즈 <꿀알바> 스틸
사진 / 넷플릭스 시리즈 <꿀알바> 대본 리딩 스틸
귀여움이 고단함을 감싸는 방식이 있다면, 공포로 마주하는 방식도 있다. 넷플릭스 8부작 <꿀알바>는 후자다. 시급 50배부터 시작하는 알바만 소개하는 수상한 인력사무소 '거미인력'에 빚에 쫓기던 청년 혁준(이재욱)이 발을 들이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편의점 야간근무, 이벤트 출장 알바, 극장 알바처럼 누구나 한 번쯤 겪었을 법한 일터는 회차마다 악몽 같은 무대로 바뀐다. 김다민 감독은 먹고사는 문제만큼 큰 게 없다는 생각을 출발점으로, 장르의 힘을 빌려 노동을 새로운 감각으로 볼 수 있게 하는 걸 목표로 삼았다고 밝혔다. 한준희 기획총괄도 비현실적인 공포를 다루지만 결국 현실과 맞닿아 있는 작품이라고 짚었다. 공개에 앞서 부산국제영화제 온 스크린 섹션에 초청돼 4화까지 먼저 상영됐다.
같은 미끼, 서로 다른 감각
사진 / 넷플릭스 시리즈 <꿀알바> 대본 리딩 스틸
두 작품이 기대는 건 숫자의 마력이다. 치이카와 일행은 풀을 뽑고 괴물을 토벌하며 생계를 잇고, 혁준은 빚에 쫓긴다. '100배'와 '50배'는 이들에게 유혹이기 전에 결핍의 크기이고, 그래서 수상해도 거절하기 어렵다. 다른 점은 이 제안을 감싸는 외피다. <치이카와>는 귀여움으로 고단함을 한 겹 덮고, <꿀알바>는 공포와 코미디로 현실을 과장해 낯설게 만든다. 방식은 달라도 둘 다 노동을 정면으로 그리지 않고 한 걸음 떨어져 보게 한다. 일터의 현실을 고스란히 옮기면 견디기 어려운 이야기가, 캐릭터와 장르라는 거리를 두면 웃고 놀라며 끝까지 볼 수 있는 이야기로 바뀐다.
애니메이션 영화 <극장판 치이카와: 인어 섬의 비밀> 스틸
<치이카와>가 2030 관객의 공감을 얻고 <꿀알바>가 공개 전부터 주목받는 배경은 결국 맞닿아 있다. 노력해도 뜻대로 되지 않는 인물들 앞에서 비정상적인 숫자는 헛된 욕심이라기보다 절박함의 방증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끼를 무는 캐릭터들을 마냥 웃거나 비명만 지르며 볼 수는 없다. 보수의 숫자가 커질수록 그 뒤에 숨은 대가도 커진다는 문법은 두 작품이 함께 쥔 약속이다. 판타지의 외피를 썼지만, 두 작품이 내민 '고수익 알바'의 전단지는 이 시대의 노동이 받아 든 청구서처럼 읽힌다.
Credit
- 사진 / CJ ENM MOVIE·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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