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광, 슬슬 넷플릭스 준공무원?…'썸바디'부터 '나를 충전해줘'까지
살인마·총기 브로커→충전 로코, 플랫폼 위에서 분주했던 스펙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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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시리즈 <나를 충전해줘> 스틸
훤칠한 키와 무해한 미소, 로맨틱 코미디의 전형적인 남주인공. 대중이 오랫동안 기억하던 김영광의 외피다. 그러나 지난 몇 년간 넷플릭스라는 캔버스 위에서 펼쳐진 그의 궤적은 안전한 길을 거슬렀다. 기괴한 나르시시즘에 사로잡힌 연쇄살인마로 인간의 밑바닥을 응시하더니, 총기를 든 브로커로 거친 액션의 한복판을 내달렸다. 또한 이달 공개된 신작 <나를 충전해줘>에선 독특한 설정을 입은 로코로 복귀했다. 플랫폼의 유연한 수위를 징검다리 삼아, 장르마다 제 몸의 온도를 완전히 바꿔 온 그의 필모그래피를 짚었다.
<썸바디>, 완벽한 피지컬 뒤에 숨긴 기괴한 파멸
넷플릭스 시리즈 <썸바디> 스틸
도약의 결정적 분기점은 정지우 감독의 넷플릭스 시리즈 <썸바디>(2022)였다. 소셜 데이팅 앱을 매개로 벌어지는 연쇄살인을 다룬 이 작품에서 김영광은 건축 디자이너 성윤오를 맡았다. 188cm가 넘는 큰 체격과 단정한 자태는 로맨스의 무기가 아니라 타인을 통제하고 파괴하는 거대한 덫으로 전복됐다. 그는 극단적인 체중 조절을 거치며 살인마의 뒤틀린 욕망을 육체성 그 자체로 구현했다. 감정을 배제한 건조한 눈빛과 거대한 체구가 주는 원초적 공포는 기존의 '로코 남주' 이미지를 단숨에 지워냈다. 관습적 안전지대를 스스로 벗어던진 선택이 만들어낸 변신이었다.
<트리거>, 거친 총구 앞에서 입증한 장르적 타격감
넷플릭스 시리즈 <트리거> 스틸
어둠의 심연을 찍은 그는 넷플릭스 시리즈 <트리거>를 통해 하드보일드 액션으로 보폭을 넓혔다. 총기 청정국인 대한민국에 출처를 알 수 없는 불법 총기가 배달되며 벌어지는 재난급 액션 스릴러다. 김영광은 무기 밀매 네트워크의 핵심 브로커 문백 역을 맡아 김남길과 호흡을 맞췄다. 능청스러운 유머 뒤에 냉철한 생존 본능을 숨긴 이 인물은 총격전과 육탄전을 오가며 극에 탄력을 불어넣었다. <썸바디>에서 몸의 기괴함을 실험했다면, <트리거>에서는 큰 체격이 뿜어내는 직선적인 속도감과 타격감을 장르적 쾌감으로 안착시켰다.
<나를 충전해줘>, 익숙한 장르를 비틀어낸 변주
넷플릭스 시리즈 <나를 충전해줘> 스틸
넷플릭스 시리즈 <나를 충전해줘> 스틸
그리고 지난 9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나를 충전해줘>로 궤적을 잇는다. 인공 심장 배터리가 방전 직전인 재벌 3세 백호랑(김영광)과 몸에 전기가 흐르는 작가 나보배(채수빈)의 만남을 그린 판타지 로맨틱 코미디다. 앞선 두 편이 서늘한 긴장감과 액션에 방점을 찍었다면, 이번에는 본래 자신의 주특기였던 로맨스로 돌아오되 판타지적 설정을 얹어 결을 비틀었다. 완벽해 보이지만 심장이 꺼질까 전전긍긍하는 결핍을 천연덕스럽게 소화하며, 글로벌 비영어 쇼 부문 상위권에 안착하는 저력을 보였다.
피지컬이 주는 혜택은 자칫 배우를 특정 이미지에 가두는 족쇄가 되기 쉽다. 그러나 김영광은 그 체격을 연쇄살인의 흉기로, 거친 액션의 동력으로, 때로는 방전을 걱정하는 재벌 3세의 허당미로 부지런히 교체해 왔다. '달콤한 남주'의 껍질을 깨고 나와 넷플릭스라는 링 위에서 증명해 낸 스펙트럼. 글로벌 스트리밍 생태계의 문법을 가장 영리하게 활용하는 배우 김영광의 다음 선택이 궁금해지는 이유다.
Credit
- 사진 /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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