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걸'에서 '킬링타임'까지…생중계가 스며든 K-스릴러
카메라가 켜진 순간 시작되는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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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가 변하면 콘텐츠도 변한다. 스마트폰 하나로 누구나 방송을 켜고 타인의 일상을 실시간으로 들여다보는 시대, 스릴러가 서스펜스를 길어 올리는 무대도 달라지고 있다. 인터넷 방송 BJ가 사건에 휘말리는 <마스크걸>(2023), SNS 인플루언서의 죽음을 쫓는 <그녀가 죽었다>(2024), 트렁크 안에서 라이브 방송으로 목숨값을 벌어야 하는 <드라이브>(2024)가 그 흐름 위에 있었다. 지난 21일 개봉한 <킬링타임>은 이 계보에 가장 새롭게 합류한 작품이다. 생중계가 스릴러의 한복판으로 스며든 과정을 짚어봤다.
<마스크걸>, 얼굴을 가려야 주목받는 역설
넷플릭스 시리즈 <마스크걸> 스틸
김용훈 감독의 넷플릭스 7부작 <마스크걸>(2023)은 1인 방송이 어떻게 현실 범죄의 씨앗이 되는지 보여준다. 이한별, 나나, 고현정이 시기별로 이어 연기한 평범한 직장인 김모미는 지독한 외모 콤플렉스에 갇힌 채 밤마다 마스크를 쓰고 인터넷 방송 BJ '마스크걸'로 변신한다. 인생에서 오직 타인의 주목만을 갈구했던 그에게, 얼굴을 가려야만 비로소 주목받는다는 아이러니는 이중생활의 동력이었다. 화면 속 판타지가 현실의 악몽으로 무너지는 순간은 회사 동료이자 열성 팬인 주오남(안재홍)이 정체를 알아채면서다. 익명의 렌즈 너머에 머물던 시선이 현실의 물리적 위협이 되어 침범해 온 것이다. '전시하는 자'와 '지켜보는 자'가 파국으로 충돌하는 이 출발점은 뒤이은 작품들에서 변주되는 구도다.
<그녀가 죽었다>, 관음과 관종이 맞붙는 순간
영화 <그녀가 죽었다> 스틸
<마스크걸>이 지켜보는 자와 전시하는 자의 충돌을 서사의 출발점으로 삼았다면, 김세휘 감독의 연출 데뷔작 <그녀가 죽었다>(2024)는 이를 이야기 한복판에 세운다. 남의 삶을 훔쳐보는 게 취미인 공인중개사 구정태(변요한)는 관찰 대상이던 SNS 인플루언서 한소라(신혜선)의 죽음을 목격하고, 살인 누명을 벗기 위해 주변 인물들을 파헤친다. 거짓 포스팅으로 화려한 삶을 꾸며 내는 관종과 남의 사생활을 훔쳐보는 관음이 기괴하게 맞물린다. 화면 속에 전시되던 일상이 현실의 사건으로 돌아오는 순간, 일상의 플랫폼은 범죄 현장으로 둔갑한다. 타인의 일상을 훔쳐보는 시선 자체가 서사의 동력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드라이브>, 생중계가 곧 목숨값이 될 때
영화 <드라이브> 스틸
관찰과 전시를 넘어, 생중계 자체가 생존의 조건이 된다면 어떨까. 박동희 감독의 첫 장편 상업영화 <드라이브>(2024)는 이 질문을 달리는 자동차의 트렁크라는 밀실로 옮겼다. 70만 구독자를 거느린 인기 유튜버 한유나(박주현)는 납치된 채 눈을 뜨고, 1시간 안에 라이브 방송으로 6억 5천만 원을 벌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 라이브 방송 화면은 유일한 동아줄이자 인물의 숨통을 죄는 타이머가 된다. <그녀가 죽었다>가 일상을 훔쳐보는 시선에서 공포를 건져 올렸다면, <드라이브>는 대중의 눈앞에서 살기 위해 스스로를 전시해야만 하는 잔혹한 게임을 설계했다.
<킬링타임>, 생존마저 볼거리가 되는 시대
영화 <킬링타임> 스틸
류혜영·남윤수 주연의 <킬링타임>은 한 걸음 더 나아간다. 호주 영화 <스케어 캠페인>(2016)을 한국 정서와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을 결합해 리메이크한 이 작품은 생존을 건 사투가 누군가의 킬링타임용 구경거리로 소비되는 구조를 겨눈다. 자극적인 몰카 방송 중 벌어진 사망 사고로 방송을 접었던 크루 '킬링타임'은 재기를 위해 폐병원에서 다시 카메라를 켠다. 그러나 이내 정체불명의 존재에게 습격당하며 60분 안에 살아남아야 하는 타임어택이 시작된다. 가짜로 꾸며 낸 공포가 진짜 위협으로 뒤바뀌는 아이러니다. 무료함을 달래려 가볍게 시간을 보낸다는 '킬링타임'의 뜻도 이 영화에서는 누군가를 죽이는 시간으로까지 확장된다. 생중계는 이 영화에서 공포의 배경을 넘어 공포의 일부가 된다.
얼굴을 가린 BJ에서 폐병원의 생방송까지, 스릴러 속 카메라는 점점 인물의 곁으로 다가왔다. 주목받고 싶은 욕망의 도구였던 카메라는 훔쳐보는 시선이 되고, 생존의 조건이 되고, 마침내 공포를 만드는 장치가 됐다. 방송을 켜는 사람과 그 방송을 보는 사람 모두가 이야기 안으로 들어온 것이다. 시대가 변하면 콘텐츠도 변한다. 스릴러에서 공포가 자리 잡는 곳은 낯선 밀실에서 우리가 매일 켜고 보는 화면 속으로까지 넓어졌다.
Credit
- 사진 / 넷플릭스·(주)콘텐츠지오·메리크리스마스·더 타이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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