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샤넬의 4가지 심볼이 주얼리가 된다면?

홍콩에서 샤넬의 새로운 하이주얼리 컬렉션을 마주했다. 이름하여 ‘사인 & 심볼’!

프로필 by 이진선 2026.07.31

Make a Wish


지난 6월, 홍콩에서 샤넬의 새로운 하이주얼리 컬렉션을 마주했다. ‘사인 & 심볼(Signes & Symbols)’. 그 이름처럼 이번 컬렉션은 가브리엘 샤넬의 삶과 영혼에 영원한 이정표가 되어준 4가지 상징에 주목한다.


로즈 골드에 다이아몬드, 핑크 스피넬을 세팅한 '심볼 까멜리아' 네크리스.

로즈 골드에 다이아몬드, 핑크 스피넬을 세팅한 '심볼 까멜리아' 네크리스.

실로 오랜만의 홍콩 행이었다. 빽빽한 고층 건물, 혼잡한 거리, 귓가를 맴도는 신호 점멸 소리, 현란한 네온사인… 우리가 추억하는 그때 그 시절의 낭만은 사라졌지만, 홍콩에는 당시의 향수를 자극하는 무언가가 분명히 존재한다. 샤넬이 새로운 하이주얼리를 공개하는 도시는 늘 특별했다. 베니스, LA, 런던, 모나코를 비롯해 교토까지, 그 도시가 지닌 특유의 무드가 컬렉션의 키워드와 절묘하게 어우러져 보다 깊은 인상을 남기곤 했으니. 이번 프레스 트립은 지난 5월, 프랑스 남부 리비에라 위치한 코코 샤넬의 별장인 라 파우자에서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샤넬의 새로운 하이주얼리 컬렉션 ‘사인 & 심볼’을 아시아 마켓에 소개하는 자리였다. 주얼리를 만나러 가기 전, 모두에게 공지 하나가 전해졌다. 전시된 주얼리 외 그 어떤 것도 촬영이 불가하다는 것. 이유는 프레젠테이션 장소인 저택이 대중에게 처음으로 공개되는, 너무나 프라이빗한 곳이기 때문이라고.

화이트·로즈 골드에 다이아몬드와 사파이어를 세팅한 '앙프리메 리옹' 네크리스. 로즈·화이트 골드에 다이아몬드, 에메랄드, 락 크리스탈을 세팅한 '리옹 매지스트럴' 링. 플래티넘·로즈 골드에 페어 컷 다이아몬드와 다양한 젬스톤을 세팅한 '탈리스만 드 심볼' 이어링. 오벌 컷 옐로 다이아몬드가 돋보이는 화이트 골드 소재 '심볼 까멜리아 솔레르' 링. 화이트·로즈 골드·플래티넘에 다이아몬드, 루비, 오닉스를 세팅한 '리옹 밀레네르' 브레이슬릿. 로즈 골드에 다이아몬드, 핑크 스피넬을 세팅한 '심볼 까멜리아' 링. 화이트 골드에 다이아몬드, 스페사르타이트 가닛, 튀르쿠아즈를 세팅한 '심볼 옴브레' 이어링. 화이트 골드에 다이아몬드, 탄자나이트, 스페사르타이트 가닛, 카닐리언을 세팅한 '심볼 에뚜왈' 링. 옐로 골드에 다이아몬드, 옐로 사파이어를 세팅한 '리옹 레요낭' 링. 화이트 골드에 다이아몬드, 탄자나이트 비즈, 임페리얼 토파즈, 스페사르타이트 가닛, 카닐리언을 세팅한 '심볼 에뚜왈' 네크리스. 화이트 골드에 다이아몬드, 오닉스, 블랙 세라믹을 세팅한 '탈리스만 꽁뜨라스트' 브레이슬릿. 로즈 골드에 다이아몬드, 스페사르타이트 가닛, 튀르쿠아즈를 세팅한 '심볼 엉블레마띠끄' 링.

홍콩 도심에서도 30여분을 달린 뒤에도 굽이굽이 산길을 올라 마침내 도착한 장소. 이국적인 저택의 전경을 마주하니 자연스레 그 곳이 떠올랐다. 라 파우자! (내외부 인테리어는 물론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언덕에 위치해 있다는 점까지 닮아 있었다.) 라 파우자는 리비에라가 현대 예술의 중심지이자 국제적 사교의 장이었던 당시, 가브리엘 샤넬의 상상력에서 탄생한 유일한 저택이다. 1928년 로크브륀-카프-마르탱 언덕에 세워졌으며 그녀의 눈부신 성공과 독립성을 상징하는 동시에 파리에서의 사업과 사회생활로부터 벗어나 진정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장소이기도 했다. 또한 그녀는 라 파우자에서 손님들을 맞이하고, 테니스를 즐기고, 춤을 추고, 조용한 휴식을 취하며 여가를 만끽했는데 살바도르 달리를 비롯한 저명한 예술가들도 머물다 간 것으로 전해진다. 이렇듯 라 파우자를 떠올리게 하는 특별한 공간에서 가장 먼저 마주한 하이주얼리는 바로 옥타곤 컷 사파이어(20.66캐럿)를 중앙에 세팅해 화려함을 극대화한 ‘앙프리메 리옹(Imprimé Lion)’ 네크리스. 다이아몬드가 세팅된 까멜리아와 별, 태양 모티프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폭포수처럼 떨어지고, 중심에는 사파이어를 짊어진 사자 모티프가 위용을 드러낸다. 과연 사인 & 심볼 컬렉션의 마스터피스로 손꼽힐만한 자태였다. 컬렉션의 이름, 그리고 이 네크리스에서 유추할 수 있듯 이번 컬렉션은 마드모아젤 샤넬의 삶과 영혼에 영원한 이정표가 되어준 4가지 상징인 까멜리아, 별, 태양, 사자의 미학적인 대화를 다채로운 보석으로 구현한 것이다. 코코 샤넬에게 있어 주얼리는 단순히 몸을 가꾸는 장식품이 아닌, 자신의 내면의 철학을 직관적으로 표현하는 대담한 아이디어의 결정체였다. 또한 그녀의 상징들은 단순한 디자인적 장식이 아니었다. 오바진(Aubazine) 수도원의 밤하늘을 수놓던 혜성과 자갈길 위의 별, 남성복에서 차용하여 완벽한 기하학적 형태를 완성한 까멜리아, 자신의 별자리이자 강인함을 상징하는 사자, 여기에 지중해 태양이 선사하는 빛의 온기는 깡봉가 31번지 아파트와 라 파우자 빌라를 비롯해 그녀가 머물던 모든 공간을 지배한 운명적인 상징들이었다.

김고은(Kim Go-eun). 박서준(Park Seo-jun). 추티몬 옥밥(Chutimon Aokbob). 앤 슈(Ann Hsu). 카리나 라우(Carina Lau). 마크 프린(Mark Prin).  팔라 첸(Fala Chen).

이에 샤넬 주얼리 크리에이션 스튜디오는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고, 스케치 없이 원단을 재단하듯 주얼리를 구상했던 마드모아젤의 자유로운 정신을 계승했다. 4대 보석인 사파이어, 루비, 에메랄드, 다이아몬드는 물론 오닉스, 커넬리언, 터콰이즈, 크레이소프레이즈, 스페사르타이트 가넷, 탄자나이트 비즈와 임페리얼 토파즈에 이르기까지 색채의 폭을 파격적으로 확장해 고대 비잔틴 주얼리의 화려함과 현대적 조형미를 교차시켰다. 그 결과 총 85피스의 주얼리가 4개의 테마 아래 완성되었는데 첫 번째로 앞서 언급한 ‘앙프리메 리옹’ 네크리스를 키 피스로 내세운 레 장프리메 (LES IMPRIMÉS), 두 번째는 르 리옹 앙블레마티크(LE LION EMBLÉMATIQUE), 세 번째는 레 비쥬 탈리스만(LES BIJOUX TALISMANS), 마지막 네 번째는 레 심볼(LES SYMBOLES)이다. 좀더 자세히 들여다 보자. 먼저 레 장프리메는 패턴의 대칭과 기하학적 웅장함에 주목한 것으로 까멜리아, 별, 태양을 반복적인 패턴으로 배치해 직물처럼 유연하면서도 정교한 기하학적 대칭 구조를 완성했다.플래스트런(plastron)과 방도(bandeau) 네크리스 형태를 중심으로 패싯 커팅 스톤과 다이아몬드가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극상의 실루엣이 단연 돋보인다. 르 리옹 앙블레마티크는 2012년부터 샤넬 하이주얼리의 정체성으로 자리잡은 사자 모티프의 위엄을 드러낸 것으로 이번 컬렉션을 통해 오닉스, 루비, 다이아몬드와의 강력한 대비에 집중했다. 대표적인 피스는 ‘리옹 밀레네르(Lion Millénaire)’ 네크리스와 링. 섬세한 사자의 실루엣을 구현한 것과 루비와 오닉스 그리고 다이아몬드의 대담한 컬러대비가 돋보인다. 세 번째인 레 비쥬 탈리스만은 사물 하나하나에 신호와 부적의 의미를 부여했던 가브리엘 샤넬의 정신을 본받아 고유의 영적 가호를 담은 아뮬렛(Amulet, 불운으로부터 소유자를 보호해주거나 행운을 비는 주술적인 의미를 가진 부적의 일종) 형태의 주얼리로 구성되어 있다. 커넬리언, 터콰이즈, 크리소프레이즈 등 다채로운 컬러 스톤을 아낌없이 사용해 이국적인 생동감을 선사한 ‘탈리스만 드 심볼(Talisman de Symboles)’ 네크리스와 이어링이 돋보인다. 마지막으로 레 심볼은 샤넬의 헤리티지 기호들을 다채로운 대형 스톤과 기발한 구조 전환을 통해 극적으로 재해석한 것이 특징이다. 주요 피스는 전시 공간에서도 단연 눈길을 사로잡았던 ‘심볼 에뚜왈 트랜스포마블(Symbole Étoile Transformable)’ 네크리스. “이 황금빛 물결, 토파즈만큼 아름다운 것은 없다”는 코코 샤넬의 취향을 반영해 퍼플 블루의 탄자나이트 비즈와 오렌지 가넷, 커넬리언 여기에 26.21캐럿 쿠션 컷 임페리얼 토파즈를 더했다. 이 네크리스는 후면을 분리해 브레이슬릿으로, 별 모티프는 이어링으로 변형해 착용 가능하다. 이와 함께 10.32 캐럿의 오벌 컷 DFL 다이아몬드를 중심으로 핑크 사파이어 테두리의 다이아몬드 꽃잎이 풍성하게 피어난 ‘심볼 까멜리아 로즈(Symbole Camélia Rose)’ 링도 에디터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로즈·옐로 골드·플래티넘에 다이아몬드, 쿠션 컷 에메랄드를 세팅한 '리옹 매지스트럴' 네크리스. 화이트 골드에 다이아몬드, 오닉스, 블랙 세라믹을 세팅한 '탈리스만 꽁뜨라스트' 브레이슬릿. 화이트 골드에 다이아몬드, 탄자나이트 비즈, 임페리얼 토파즈, 스페사르타이트 가닛, 카닐리언을 세팅한 '심볼 에뚜왈' 네크리스.

STARS OVER REPULSE BAY

이튿날 저녁, 매혹적인 휴양지인 홍콩 리펄스 베이를 배경으로, ‘사인 & 심볼’ 하이주얼리 컬렉션을 기념하는 성대한 갈라 이벤트가 열렸다. 시와 예술, 음악, 그리고 하이 주얼리가 한데 어우러진 이번 행사에는 샤넬 글로벌 앰버서더인 김고은, 박서준, 저우쉰(Zhou Xun), 앤 슈(Ann Hsu), 추티몬 옥밥(Chutimon Aokbob), 마크 프린(Mark Prin)을 비롯해 하우스 프렌즈인 카리나 라우(Carina Lau), 팔라 첸(Fala Chen) 등 아시아를 대표하는 세기의 스타일 아이콘들이 총출동해 자리를 빛냈다. 이날 김고은은 로고 장식의 스트라이프 슬리브리스 드레스에 ‘심볼 까멜리아’ 이어링과 네크리스, 링을 매치해 우아함을 드러냈고, 박서준은 별과 까멜리아 모티브가 장식된 ‘심볼 까멜리아 로즈’ 브로치를 포멀한 슈트에 매치해 세련된 포인트를 더했다.

하이라이트는 오프닝 무대를 장식한 레이베이(Laufey)의 깜짝 공연. 그래미 어워드 수상에 빛나는 멀티 연주자이자 싱어송라이터인 그녀는 특유의 고전적인 재즈 음색과 클래식의 선율이 돋보이는 라이브를 선보이며 청중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몽환적인 음악과 샤넬 주얼리에 담긴 네 개의 상징이 한데 어우러지며 마치 한편의 시를 감상한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샤넬의 ‘사인 앤 심볼’ 하이주얼리 컬렉션은 가브리엘 샤넬의 사적인 기억과 감정에서 출발한 상징들이 어떻게 시대와 세대를 뛰어넘어 보편적인 우아함의 기치로 자리 잡았는지, 명징하게 보여준다. 샤넬 주얼리 크리에이션 스튜디오는 또 한 번 하이주얼리의 미학적 지평을 넓혔다. 과거의 영감과 현재의 보석 세공 기술이 완벽하게 교차한 이 화려한 여정은 또다시 다음 시즌을 기대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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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사진/ ©Chanel
  • 디자인/ 한상영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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