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넘나드는 영원한 록스타, 김창완밴드 완전체 인터뷰
서른을 맞은 바자가, 올해 초 10년 만에 신곡 '세븐티'를 발표한 이들에게 삶과 시간, 창작에 관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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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EVER LOVE
전설이라는 수식 거부. 깊고 너른 어른, 그런 거 말고. 김창완밴드의 음악은 선동 없이 희망의 조각을 이식한다. 현재진행형의 순간을 의심하지 않게 만든다. 사랑으로.
재킷은 H&M. 선글라스는 Balenciaga. 반지는 Bell&Nouveau. 스카프는 Oilily. 벨트는 Nouvmaree. 셔츠, 팬츠, 볼로타이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하퍼스 바자 키보디스트 이상훈, 드러머 강윤기, 베이시스트 최원식, 기타리스트 염민열 그리고 김창완. 오랜만의 김창완밴드 완전체 화보예요. 요즘 바쁘시죠? 촬영에 온 2000년대생 스태프들은 김창완밴드를 몇 해 전 펜타포트에서 알게 됐는데, 프레시한 무대에 놀랐대요.
이상훈 저희 밴드가 원래 페스티벌 체질이었는데, 아무래도 팬데믹 이후 쌓여 있던 게 무대에서 좀 많이 표출됐나 봐요. 열기가 마치 세대교체가 이루어진 것처럼 느껴졌고요.
김창완 지금 프레시하다고 말씀을 하셨는데, 그전에는 왜 올드하게 느꼈을까, 그걸 모르겠어요. 왜 그랬을까? 워낙 오래된 밴드라 선입견이 있었나 봐요.
하퍼스 바자 저는 매번 선생님의 샤우팅에 놀라요. 이렇게 평온하시다가 무대 위에선 “분이 안 풀리네” 하고 소리 치시는, 격차가 신기하고요.
김창완 관객분들이 나를 그렇게 만드는 거지, 그분들에게 제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건 거의 없어요. 어쩌면 그건, 저하고 전혀 관련이 없는 일일지 몰라요. 어디에서 어떤 반응을 할지 전혀 예측할 수가 없어요. 많은 뮤지션들이 관객의 반응을 미리 안다는 듯이, 이런저런 연출을 하지만 그건 그렇게 대단한 것 같지 않아요. 공연의 주인공은 부르는 사람보다 듣는 이의 몫이 아닌가, 또 그들이 주인공 아닌가.
하퍼스 바자 올해 10년 만에 싱글 <세븐티>를 발매하고 전국 투어도 마치셨죠. 요즘도 선생님이 수시로 신곡 데모를 단체 톡방에 던지신다고요.
김창완 아침에 제가 곡을 써서 보내면 저녁 때 가서 레코딩을 할 정도니까, 손발이 척척 맞지요. 그렇게 발표한 곡이 ‘노란리본’.
이상훈 ‘E메이져를 치면’ 데모는 아침 라디오 방송 하시던 중 광고 나갈 때 보내셨죠. 이번에는 무슨 말씀이실까, 호기심이 생기죠. 사실 “이런 음악을 작업해야겠다”라는 의도로 보내시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아서, 일상적인 문자처럼 받아들이게 돼요. 노랫말을 쭉 읽어볼 때 관객분들이 느끼는 든든함, 위로 같은 걸 저희도 받고요.
김창완 저희는 사실 만나면 음악 얘기밖에 안 해요. 강윤기 드러머, 이상훈 키보디스트와는 산울림 시절부터 같이 해왔는데, 평생을 음악 얘기 외에는… 안 해요. 악기는 다 고쳤니?
염민열 그거는 해결됐어요. 네, 이런 식으로. 세트리스트에 뭐 좀 부족한 거 없나, 그러면서 지내는 거죠.
하퍼스 바자 매끈하고 티 없는 소리의 질감에 귀가 익숙해져서 그런지, 김창완밴드의 곡들을 들으면 영상이나 음원마다 확연히 다르게 들릴 때가 있어요. 첫 정규 앨범 <The Happiest>에서 그랬듯이, 여전히 원테이크 녹음 방식을 고수하고 있나요?
김창완 그건 굉장히 중요해요. 우리 음악을 유니크하게 만드는 방법이기도 하고요. 그 순간을 담아낸다는 것의 의미가, 다른 어떤 것보다 더 중요하기 때문에 내가 그걸 고수하는 것 같아요. 혹시 몰라서 한, 두 번 더 레코딩을 하지만, 첫 번째가 가장 좋을 때가 많아요.
최원식 2008년에 처음 시도했는데, 공통된 마음이었다고 할까요? 공연 실황 녹음을 하듯이 악기와 악기가 겹치는 부분도 있고, 엔지니어들도 당황했죠. 이렇게 끝나도 되는 거냐고. 대신 우리 밴드의 라이브를 보러 온 사람들은 레코드에 없는 소리를 들을 수 있어요.
하퍼스 바자 ‘세븐티’는 끝날 듯 끝나지 않는 전환이 새로웠어요. 포크 발라드처럼 흘러갈 줄 알았던 예상이 빗나갔죠.
김창완 기승전결이 있는 곡이 아니어서, 아마 자기 꼬리 물고 있는 뱀처럼 순환되는 느낌을 줄 거예요. 항상 하는 얘기지만, “우리가 음악을 하는 게 아니라 음악이 우리를 음악하게 한다”. 이게 저희 모토인데요. 연주를 하고 곡을 발표하고 있지만, 사실 우리의 궁극적인 질문에 닿으려면 한참 멀었어요. 아마 저희 멤버들도 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것 같아요. 가장 신비롭게 생각하는 건, “도대체 음악을 감상한다, 듣는다는 건 뭘까” “듣고 마음이 일렁인다는 건 뭘까”, 그게 우리의 숙제예요. 아직도 우리는, 그야말로 바닷가에 앉은 것 같아요. 멀었죠. 진짜 답을 찾은 것 같다, 돌멩이 주운 것 같다, 이런 느낌이 들 때도 있어요. 근데 또 자고 일어나면 망망대해예요. 할수록 어려워지는 느낌. 점점 미궁에 빠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하퍼스 바자 언젠가 선생님께서 중학생 무렵 레드 제플린의 곡이 아니라 ‘지고이네르바이젠’ 바이올린 선율을 듣고 충격받았다고 말하신 적 있죠. 이후 음악의 실체가 있다고 믿게 되었다고. 지금 믿는 것과 믿게 하는 것의 차이에 관해 말씀하시는 것 같기도 하고요.
김창완 도대체 이게 왜 이렇게 들리나, 갑자기 놀란 거죠. 음악을 만드는 건 그에 비하면 아주 조잡한 일이에요.
(왼쪽부터) 이상훈이 착용한 재킷은 Recto. 선글라스는 Gucci. 셔츠, 팬츠, 타이, 슈즈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최원식이 착용한 목걸이는 Bell&Nouveau. 재킷, 셔츠, 팬츠, 슈즈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강윤기가 착용한 재킷은 Saint Laurent. 셔츠는 Givenchy. 팬츠, 선글라스, 타이, 슈즈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김창완이 착용한 재킷은 Lorena Antoniazzi. 셔츠는 Enoughone. 안경은 Badpixel. 벨트는 Nouvmaree. 반지, 크로스로 멘 장갑은 Bell&Nouveau. 팬츠, 슈즈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염민열이 착용한 재킷, 팬츠는 Recto. 셔츠, 팬츠, 타이, 체인, 슈즈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재킷은 H&M. 선글라스는 Balenciaga. 반지는 Bell&Nouveau. 스카프는 Oilily. 벨트는 Nouvmaree. 셔츠, 팬츠, 볼로타이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재킷은 S.s.daley. 선글라스는 Valentino. 셔츠, 팬츠, 타이, 슈즈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하퍼스 바자 종종 시간을 화두로 한 곡을 선보이셨죠. 산울림의 ‘청춘’은 물론, 10년 전 발표한 ‘시간’은 우화처럼 시간의 속성을 알려주는 곡이고요. 신곡 ‘세븐티’에서는 “일흔 살이 이렇게 허무한지 몰랐네/이룬 것 없이 욕심만 커져 여기저기 기웃대는 구경꾼처럼”이라는 구절이 오래 마음에 남았어요. 그때의 시간과 지금의 시간은 어떻게 다른가요?
김창완 사람들은 자기 경험에 대해서 완전히 확신을 갖고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저의 경험으로 다가갈 수 있는 세상이라는 게 너무 좁고 편협해서, 그걸로 진짜 세상을 인지할 수 있나, 이런 생각이 들어요. 시간이라는, 이 수수께끼가 풀릴까 싶죠. 많은 사람들이 시간을 잘게 쪼개거나 계절로 읽는 식으로, 시간을 잘 경험하고 있다고 오해하는데, 저에게는 음악만큼이나 시간도 점점 모를 세상이에요. 기자님이 방금 ‘풋풋풋’ 웃으셨는데, 그 웃음소리가 너무 신기하게 들리는 거예요. 우리가 소리로 예술을 하지만, 그 소리가 참 신선한 거예요. 익숙한 환경 안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그런 감각으로 경험을 쌓아왔기 때문에, 모든 걸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데 세상에는 뭐 하나도 이렇게 시원하게 설명할 수 있는 게 없어요.
하퍼스 바자 어쩐지 ‘열두 살은 열두 살을 살고, 열여섯은 열여섯을 살지’라는 곡이 떠올라요.
김창완 이제야 시간이 이렇게 어려운 거구나, 하는 걸 조금 느끼는 거예요. 시간은 너무 오묘해서, 청춘의 시간이 지금 이 순간에도 지나가기도 하고, 아직 다가오지 않은 먼 미래의 시간이 저를 이렇게 핥아주기도 하고, 그러는 것 같아요. 그런 애매함, 제가 가장 간절하게 보여드리고 싶은 건 지금 제가 처해 있는 이런 미숙함과 애매함이거든요. 그런데 의외로 공연장에서 ‘청춘’을 부르고 ‘세븐티’를 부르잖아요. 스물일곱에 쓴 곡은 내가 마치 시간을 알고 있는 듯이 썼고, 일흔 넘어서 쓴 곡에는 시간의 애매함 같은 것들이 표현이 돼 있잖아요. 사뭇 다른 내용인데, 그걸 듣는 관객들은 시간에 대해서 다 아는 것 같아요. 그 시간의 간격을 앉은 자리에서 다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느낌이 있어요. 그런 게, 너무 신기한 거예요.
하퍼스 바자 직접 그 시간을 살아낸 사람이 부르는 거니까요. 몇 백 페이지의 소설을 읽는 것에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경험이죠.
김창완 그러니까 사라지는 것으로부터 관객이 느낀 거잖아요. 텍스트는 이해하려고 하는 시간에, 다 휘발돼버리지. 음악은 사라져서 아름다워요. 지금 우리가 앉아서 이 시간을 이렇게 경험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 아름다운 것처럼요. 공연장에서 우리가 받는 느낌이 그래요. 지금 한 곡이 끝났다, 사라졌다, 아름답다. 우리는 늘 그렇게 얘기해요.
하퍼스 바자 백지 속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즐기시나요?
김창완 막연함을 즐길 만큼 또 여유로울 수도 없어요. 어떨 때는 초조하기도 하고 이게 또 맞는 길인가 싶기도 해서, 흔들리는 거죠. 그야말로 걸어가야죠, 끝없이 걸어가야죠.
하퍼스 바자 어른이 될수록 괜찮게 살고 있는 게 맞는지 자꾸 확인하고 싶고, 확인받고 싶어져요. 시간에 관해 알고 싶어지는 것도 그런 마음 같아요.
김창완 못된 습관인데, 사람들이 은근히 자기를 구박해 버릇해요. 언제부터 길러졌는지 몰라도 사회성을 가져가면서 점점 강화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럴 필요가 있나, 내가 나를 이렇게 옭아맬 게 있나. 떨어져서 객관적으로 보려고 하면, 아주 다 아는 것 같이 생각하기 쉽잖아요. 그게 어리석다고 생각해요. 알 것 같은 걸 의심하는 것, 어려운 일이에요. 저도 저를 옥죄고 겁박하는 것 알아요. 그럴 때는 진짜 더 큰 세상이 있는 걸 봐요. 얼마 전에 비둘기가 모이를 쪼는 걸 보는데, 한 마리가 날아가니까 나머지도 따라 날더라고요. 흰나비 한 쌍은 좀 떨어져도 될 만한데 아주 꼭 붙어서 날개가 부딪힐 것처럼 날아가요. 쟤네들도 외로움을 아는 거지, 했거든요. 나비나 비둘기의 심정을 모르잖아요, 우리가. 그런데 자기 외로움의 근원이나 불안의 근원은 다 아는 것처럼 행동하잖아요. 그건 안 된다는 거예요. 나의 불안을 강화할 필요는 없다는 거지. 조금 떨어져서 자기를 용서하고 바라보는 것, 그것도 훈련이 필요하지 않나 싶은 거예요. 우리가 시간에 허기진 채로 사는 것 같아요. 아침에 일어나면 새소리 들으면서 “저건 무슨 소리일까” 하는 일을 굉장히 좋아해요. 강물을 누가 이렇게 망연히 쳐다보고 있어요, 요즘 세상에. 그런데 강물이 찰랑이는 소리는 의미가 있어요. 그 정도만의 여유를 갖자는 거예요.
재킷, 팬츠는 Lemeteque. 셔츠는 Brooks Brothers. 체인은 Vacant Archive. 이어커프, 타이, 슈즈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셔츠는 H&M. 깃털 모자는 Bell&Nouveau. 안경은 Valentino. 베스트, 이너 헨리넥 톱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하퍼스 바자 슬픈 날엔 어떤 곡을 쓰거나 들으세요?
김창완 슬프면 음악이고 뭐고 다 싫어요. 잠만 자지, 무슨 정신으로 뭘 하고 듣고 하겠어요? 그런데 저는 기타를 자주 잡아요. 거의 매일 잡아요. 그런 루틴이 감정적으로 격앙돼 있는 것을 해소해줄 수 있죠. 그래서 음악을 늘 가까이하고 기타를 벗 삼는 건지도 모르죠.
하퍼스 바자 “네가 그리워서 소고기 스파게티 시켜먹었네”(‘모자와 스파게티’) 이런 가사는 어떻게 쓰시는 거예요?
김창완 가사를 글 쓰는 것처럼 생각하기 쉬워요. 글과 가사는 너무 달라요. 뮤지션이나 작사가들이 어떤 문학적인 내용을 담아야겠다 생각하는데, 저는 가사가 태어날 때 음악으로 태어나야지, 문학을 차용해서는 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허공에 흩어지는 글씨, 또는 흩어지는 어떤 감정. 이런 것들은 뭐랄까, 술술 술 내리듯 이루어지는 과정이라고 봐요. 곧 사라질 것들이 알알이 맺혀서 떨어지는 거지. 사람들이 감정을 포집해서 그걸 담은 가사를 써요. 외국말로 쓰고. 그런 방식을 채택하는 것도 노력이니까, 혐오하고 싶지는 않아. 그래도 저는 그렇게 쓴 가사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퍼스 바자 1970년대 이후부터 활동해온 한국 1세대 세션 드러머, 김광석 밴드의 멤버, 영화 및 드라마 음악감독 등 멤버 분들은 한국 대중음악사의 플레이어로 활동을 겸해오면서, ‘김창완밴드’라는 이름 아래서 음악을 한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
최원식 이런 이야기를 서로 나눠본 적은 없는데, 비슷하게 느낄 거예요. 처음 시작할 때부터 집을 찾았구나, 그런 생각 했어요. 다른 일정이 생겼다가 다시 밴드로 돌아오면 집에 돌아온 것 같은 느낌.
강윤기 집이 너무 좋지 않나?(웃음) 대한민국에서 이렇게 여러 장르를 하는 팀이 많지는 않잖아요. 그 점에 자부심이 있어요. 사람들이 각자 사는 세상이 되었는데, 우리는 형, 동생, 어르신이 모였는데 한 번도 트러블이 없어요. 곡이 나오면 상훈 씨가 프로듀서로 작업하고 한 명씩 자기 스타일대로 더해서 만들어가는데, 그 과정이 너무 신기해요. 이제 떠나라 해도 안 나갈 거니까.
염민열 2011년에 처음 밴드에 들어왔는데, 첫 합주 때 느꼈던 건 딱 이거예요. 하고 싶은 대로, 어떤 걸 시도해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는다는 것. 이럴 수가 있나, 했죠. 오히려 “더 해” 같은 느낌을 받아서, 더 하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오늘 촬영에 오기 전에도 기타를 치다 왔고요.(웃음)
하퍼스 바자 <바자>는 서른 살을 맞았고, 김창완밴드는 18주년을, 선생님은 내년에 데뷔 50주년을 맞죠. 찾아보니 30여 년 전 인터뷰에서, 스스로 예술가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누군가 그렇게 부르든 안 부르든 하고 싶은 걸 할 거니까, 나는 예술가다”라고 답하셨더라고요. 마음먹은 대로 살아왔다고 느끼시나요?
김창완 어렸을 때도 그런 얘기를 했어?(웃음) 그건 내 자신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지만 예술을 접하는 사람들에게 권하는 이야기이기도 해요. 잣대로 예술을 가두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도 담겨 있는 말이에요. 어떤 사람이 신념을 가지고 자신의 삶을 개척하는 모습을 보이면 누가 무슨 일을 하든 간에 ‘참 예술적이다’라고 이야기할 수 있지 않나, 이런 이야기예요. 어느 평론가의 워낙 유명한 말이기도 하지만, “음악 누구나 할 수 있는 거 아니야?”라는 그 말을 아직도 믿어요. 제가 이제 그림을 열심히 그리는데, 그 말을 따라 그려요. “그림 누구나 그릴 수 있는 것 아니야?”, 그게 제 그림의 발로예요. 음악을 그렇게 들었듯, 그림에 있어서 그런 태도를 유지하고 있어요.
하퍼스 바자 선생님이 생각하는 예술가는 뭔가요?
김창완 자기의 길을 가는 사람은 예술가라고 생각해. 눈치 보지 않고 자기의 삶을 걸어간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에요.
하퍼스 바자 긴 시간 음악하는 삶, 예술하는 삶을 살아온 멤버 분들은 어떤가요?
최원식 신념이나 가치관이 달라도, 한 가지 극명하게 느껴지는 건, 그냥 가고자 하는 목적지는 비슷한가 보다, 그 언저리인가 보다 하는 정도. 밖에 계신 분들은 이런 것도 궁금해하실 수 있는데, 리더가 김창완 선생님이면 밴드 멤버들 앉혀놓고 계속 훈육하지 않을까, 이런 말을 들은 적 있어요. 한 말씀도 안 하세요. 저나 상훈 씨 같은 경우는 학창 시절 산울림을 듣고 자랐잖아요. 그렇다고 해서 김창완밴드에서 함께 연주하면서 “산울림 시절에 우리가 들었던 음악이 어땠다” 하고 논박한 적이 없어요. 음악은 그냥 숨 쉬거나 느끼는 것으로 나와야지, 배우거나 가르쳐서 되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강윤기 공연을 앞두고 저는 아직도 굉장히 불안하거든요. 늘 하는 음악인데 더 잘해보고 싶어서. 서포트를 잘해야 또 좋은 노래도 하실 거고, 이렇게 좋은 곡을 만들었는데, 폐를 끼치면 안 되겠다, 이런 생각 저런 생각을 아주 수도 없이 해요. 그런데 “오늘은 절대 미스테이크가 없어야 되겠다” 하고 결심하면 오히려 그날 더 실수하는 경우가 있어요. 수십 년 했으니 소리는 자연적으로 나잖아요. 연주하는 저의 자세가 좋았으면 좋겠어요. 그게 제일 바라는 거예요.
김창완 드럼 하이햇 같은 경우, 공연을 한 번 하면 수백 번 수천 번을 두드릴 거예요. 그런데요, 단 한 번도 같은 하이햇이 없어요. 그걸 한 번 때리는 게 기계적으로 나오는 게 아닌 거예요. 그런 걸 다 느껴요. 거기 비하면, 우리 최원식 베이시스트는 거의 돌 같아요. 바위 같아요, 산 같은 베이스.
최원식 최근에 체중이 좀 늘었거든요.(웃음)
이상훈 음악을 만들다 보면 어떨 때는 체온 같은 느낌도 들어요. 데모를 받으면 그게 손에 잡히지가 않잖아요. 들으면 그냥 쑥 지나가고, 몰라서 또 들어보고. 합주할 때도 마찬가지고요. 말로 하기엔 너무 많은 텍스트가 필요한데, 음악은 사람과 사람이 손을 잡으면 그게 말이 없어도 전해지듯 느껴질 수 있죠. 우리 멤버들과 함께 음악을 하면서, 그걸 최대한 표현하고 싶은 거예요.
하퍼스 바자 마지막은 선문답으로 마무리하고 싶어요. 김창완밴드의 공연을 보면 행복을 의심하지 않는 사람들 같아요. 좋은 순간을 온전히 믿을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김창완 그 순간을 즐긴다는 것은, 생의 환희예요. 그게 뭐 대단한 일이든, 아니든. 아까 스타일리스트가 옷을 갈아입혀 주는데, 너무 행복한 표정을 짓는 거예요. 그 표정 하나로 그렇게 좋더라고요. 신부님 매는 이런 타이 하나 매주면서 굉장히 좋아하시는 거예요. 거울을 안 봐서 난 어떻게 생겼는지도 몰라. 행복한 순간이라는 게 특별히 있는 게 아니에요. 그냥 그 순간에 행복하면 완전해지는 거예요. (손을 붙잡으며) 안 기자님, 오늘 편안했어요? 이렇게 만져보는 건, 우리 밴드가 음악을 하면서 상훈 씨가 그런 얘기를 한 것처럼, 뭔가 이렇게 체온이 전해지는 것 같아서예요. 그래서 내 손을 만져보자고 그러는 거예요. 백 마디 말보다, 지금 우리 음악이 전하고자 하는 건, 이거예요.
재킷은 Press Only Entrance. 선글라스는 Gucci. 셔츠, 타이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왼쪽부터) 염민열이 착용한 재킷, 팬츠는 Recto. 셔츠, 타이, 팬츠, 선글라스, 체인, 슈즈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최원식이 착용한 선글라스는 Valentino. 목걸이는 Bell&Nouveau. 재킷, 셔츠, 팬츠, 슈즈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이상훈이 착용한 재킷은 Recto. 선글라스는 Gucci. 셔츠, 팬츠, 타이, 슈즈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Credit
- 사진/ 박종하
- 헤어/ 이슬아
- 메이크업/ 김채은
- 스타일리스트/ 이명선
- 프롭 스타일리스트/ 전예별
- 어시스턴트/ 신형진
- 디자인/ 이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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