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 끝줄 소년', 스페인 희곡이 원작이었다고?
스페인 희곡과 프랑스 영화를 거쳐 탄생한 넷플릭스 드라마 '맨 끝줄 소년'. 원작과 무엇이 달라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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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드라마 '맨 끝줄 소년'은 스페인 극작가의 희곡과 프랑스 영화 '인 더 하우스'를 바탕으로, 원작을 새롭게 재해석한 작품이다.
- 원작이 타인의 삶을 엿보는 관음의 욕망을 그렸다면, 드라마는 창작자의 열등감과 재능에 대한 집착을 중심으로 새로운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 "다음에 계속"이라는 원작의 장치를 넷플릭스 6부작 구성에 맞게 확장하며 강한 몰입감과 서스펜스를 만들어낸다.
사진/ 넷플릭스
사진/ 찬란
공개 첫 주 글로벌 넷플릭스 8위를 기록한 넷플릭스 드라마 <맨 끝줄 소년>. 이 드라마는 스페인 극작가 후안 마요르가의 희곡과 프랑수아 오종이 연출한 영화 <인 더 하우스>가 이미 증명한 서사의 힘 위에 세워진 작품이다. 친구의 가족을 관찰하며 글을 쓰는 학생, 그 글에 매혹되는 문학 교수라는 기본 구조는 동일하다. 그러나 <맨 끝줄 소년>은 원작이 집중했던 관음의 욕망을 창작자의 열등감과 집착이라는 축으로 옮기면서 전혀 다른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타인의 삶을 엿보는 이야기였던 원작은 어떻게 재능을 엿보는 이야기로 바뀌었을까.
재능을 엿보는 교수, <맨 끝줄 소년>
근데 너 네 과제에 썼던 얘기. 그거 사실이냐?
- 그러니까 지금 제 과제 속 화자랑 작가가 같은 사람이냐고 물어보시는 거예요?
그럼 뭐야, 지어낸 거야?
- 그건 또 아니지만, 글쎄요. 같은 수도 있고 다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선생님 소설 속 화자는 작가하고 같은 인물이에요?
- <맨 끝줄 소년>
사진/ 넷플릭스
사진/ 넷플릭스
20년째 차기작을 쓰지 못하는 국문과 교수 허문오(최민식)은 “자기가 뭘 쓰는지도 모르면서 줄줄이 뱉어놓은” 작문 과제를 첨삭하는 데 지쳐있다. 그런 그에게 명문대 공대생이지만 교양 필수 과목인 ‘기초 작문의 이해와 실제’를 수강하는 이강(최현욱)의 글은 메마른 일상의 새로운 활력이 된다. 이강은 같은 수업을 듣는 동기 김세윤(이진우)의 집에 방문해 그들의 가족을 관찰하며 소설과 산문의 경계를 넘나드는 글을 빠른 속도로 완성한다. 강의실에서 내주는 과제만으로는 부족해서 먼저 이강을 위해 ‘개인 문학 과외’를 열어주겠다고 자처하고, 그 시간에 알바를 해야 한다는이강에게는 알바비에 상응하는 돈까지 지불한다. 말하자면 허문오는 연재물의 ‘기다무’를 기다릴 수 없어서 현질까지 하고, 자신의 일상을 오직 이강이라는 저자의 글을 보는 방식으로 재편한 독자가 된다. 처음에는 재능 있는 학생을 돕고 싶다는 마음으로 시작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허문오는 학생의 삶이 아니라 학생의 재능 자체에 집착하게 된다.
집을 엿보는 소년, <인 더 하우스>
완벽한 가족을 가까이에서 보면서 이들의 일부가 될 것만 같았다. 근데 이 집에 내 자리는 없다. 다음 시간에 계속.
- <인 더 하우스>
<맨 끝줄 소년>이 창작자의 열등감을 서사의 중심에 놓는다면, 영화 <인 더 하우스>는 타인의 삶을 훔쳐보는 관음의 욕망을 더 중점적으로 다룬다. 주인공 클로드(어니스트 움하우어) 역시 친구 라파(드니 메노셰)의 집을 드나들며 그 가족을 관찰하고 이를 문학 수업 선생님 제르망(파브리스 루키니)의 수업 시간에 작문 과제로 제출한다. 클로드의 글을 따라 읽다 보면, 그는 완벽해 보이는 가족의 일상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자신도 그 세계의 일부가 되고 싶어 한다. 제르망 선생님을 처음에 이를 중산층 정상 가족에 대한 계급적 욕망으로 바라보지만, 이는 한층 더 관음적이다. 그래서 영화에서 중요한 건 집이다. 클로드는 그 공간에 입장해야만, 그래서 곳곳을 관찰해야만 이야기를 이어갈 수 있다.
열등감 서사와 폭발하는 서스펜스
그런 생각이 들더라. ‘할 얘기가 없으면 그냥 안 해도 되지 않나?’ 그렇게 살아도 괜찮잖아. 근데 무엇보다도, 너 문장 공부부터 다시 해야겠더라.
- <맨 끝줄 소년>
사진/ 넷플릭스
허문오의 학과 동기이자 20년이 흐른 현재까지도 현역 베스트셀러 소설가인 김수훈(허준호)의 한마디는 <맨 끝줄 소년>의 첫 화와 마지막 화에서 반복되며 ‘소포모어 징크스’를 겪고 있는 허문오의 실체를 드러낸다. 허문오가 학생들 대부분의 글을 ‘쓰레기’라고 평가하는 이유도, 제자 이강의 글이 완성될 때까지의 여정을 함께 하고 싶은 이유도 작가적 정체성이 만들어내는 열등감을 스스로의 힘으로는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불만도, 찬사도 외부 대상에 투사한 끝에 이강이 소설의 엔딩에서 한 발 물러나려 하자 그 틈을 놓치지 않는다.
특히, 드라마가 본격적으로 속도를 내는 시점은 3화다. 이강이 글 속에 등장시키는 ‘김세윤의 아버지’가 실은 허문오의 오랜 경쟁자이자 첫사랑과 연결된 김수훈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부터. 그전까지 허문오는 학생의 글을 읽고 평가하는 철저한 관찰자였다. 하지만 이때부터는 글 속에 담긴 인물들의 외양, 가치관, 사건 사고가 모두 자신의 과거와 연결되면서 이해당사자가 된다. 즉, ‘왜 이강은 친구의 집을 관찰하고 이를 글로 쓰는가’라는 작은 미스터리가 사적 복수와 욕망이 결합된 심리 스릴러로 전환되는 것이다.
‘다음에 계속’이 만든 넷플릭스형 서스펜스
두 작품을 연결하는 가장 대표적인 장치는 “다음에 계속”이다. <인 더 하우스>의 클로드도, <맨 끝줄 소년>의 이강도 결정적인 순간에 글을 끊는 바람에 읽는 사람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런데 <맨 끝줄 소년>의 “다음에 계속”은 6부작이라는 넷플릭스 드라마의 컴팩트한 구성을 만나 빛을 발한다. 한 편이 끝나고 바로 다음 에피소드를 재생하게 만드는 구조는 넷플릭스 시대의 시청 습관과 가장 잘 맞아 떨어진다. 원작 희곡과 영화가 가진 문학적 매력을 현대적인 콘텐츠 소비 방식으로 이식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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