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까르띠에의 이미지를 만드는 이의 이야기

까르띠에 이미지・스타일・헤리티지 디렉터 피에르 레네로와 2026 워치스 앤 원더스 현장에서의 인터뷰.

프로필 by 윤혜연 2026.05.23

OBJECTS OF TIME


까르띠에가 올해 내세운 테마는 ‘형태의 워치메이커, 공예의 대가’. 2026 워치스 앤 원더스 현장에서 까르띠에 이미지・스타일・헤리티지 디렉터 피에르 레네로(Pierre Rainero)를 만나 새로운 컬렉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옐로 골드 케이스의 ‘똑뛰’. 커피 원두에서 영감 받은 ‘그랑 드 카페’ 컬렉션 워치. 옐로 골드·스틸 콤비 디자인의 ‘로드스터’.

하퍼스 바자 이번 신제품을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코드는 무엇이고, 까르띠에가 오랜 시간 쌓아온 스타일과는 어떻게 연결되나요?

피에르 레네로(이하 레네로) 모든 까르띠에 오브제는 결국 저마다의 방식으로 ‘까르띠에다움’을 드러냅니다. 크게 두 방향으로 접근하죠. 먼저 우리가 ‘필수적 형태(essential shape)’라고 부르는 방식이에요. 직사각형, 정사각형, 타원처럼 가장 기본적인 기하학 형태를 탐구합니다. 모서리가 둥근 사각형처럼 변형된 형태까지 포함해서요. ‘산토스(Santos)’가 대표적이죠. 반대로 특정 문화나 환경에서 받은 인상을 형태로 풀어내는 방식도 있습니다. 우리는 이를 ‘표현적 형태(expressive shape)’라고 불러요. 예를 들어 과거의 ‘탱크 쉬누아즈(Tank Chinoise)’는 중국 건축과 미술에서 영감받은 모델입니다. 북아프리카 자동차 경기에 참여했을 당시의 인상을 시계 디자인에 녹여낸 적도 있고요. 동물 모티프 시계 역시 같은 맥락입니다. 동물의 형태나 특징을 디자인 안으로 끌어들였죠.

하퍼스 바자 올해 신작 중에서는 어떤 모델이 그런 방향을 가장 잘 보여주나요?

레네로 ‘로드스터(Roadster)’를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1950~1960년대 자동차 산업에서 영감을 받은 모델인데요. 당시 자동차들은 속도만큼이나 미적 감각과 공기역학적 디자인을 중요하게 여겼죠. ‘로드스터’ 역시 그 분위기를 담고 있습니다. 반면 ‘미스트 드 까르띠에(Myst de Cartier)’는 완전히 다른 접근이에요. 시계가 없는 팔찌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시계가 팔찌의 일부가 되죠. 시계와 주얼리의 경계가 거의 사라진 형태라고 할까요. 우리가 자주 이야기하는 ‘주얼리로서의 시계’를 보여주는 작업입니다.

하퍼스 바자 결국 까르띠에는 늘 ‘형태’를 중심에 두는 브랜드 같아요.

레네로 맞아요. ‘끌루 드 파리(Clou de Paris)’ 모티프로 장식한 ‘베누아(Baignoire)’ 역시 같은 흐름입니다. 다이아몬드 세팅과 장식 기법을 통해 하나의 주얼리 오브제로 완성했죠. 반면 ‘크래쉬 스켈레톤(Crash Skeleton)’은 또 다른 방식으로 까르띠에의 디자인 철학을 보여줍니다.

하퍼스 바자 이번 발표에서 가장 강렬했던 피스 중 하나였죠.

레네로 ‘크래쉬’는 형태를 다루는 작업에 유머와 아이러니가 더해진 결과입니다. 기존 타원형 케이스를 마치 사고를 겪은 것처럼 비틀어 새로운 아름다움을 만든 셈이에요. 그래서 이름 역시 ‘크래쉬’가 됐고요. 이 모델은 까르띠에가 워치메이킹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명징하게 보여줍니다. 우리에게 기술은 어디까지나 미학을 위한 도구예요. 단순히 무브먼트가 케이스 형태를 따라가는 데 그치지 않고, 스켈레톤 구조를 통해 무브먼트 자체를 드러내고자 했죠. 아름다움을 위해 드러나는 무브먼트를 설계한 셈입니다. 예를 들어, 로마숫자 인덱스는 다이얼 위의 장식이 아니라 무브먼트를 연결하는 부품 역할을 해요. 기술적 요소 자체가 디자인의 일부가 되는 셈이죠.

하퍼스 바자 ‘로드스터’처럼 비교적 대담한 사이즈도 인상적이었어요.

레네로 까르띠에는 흔히 ‘작은 시계를 잘 만드는 브랜드’라는 이미지가 있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큰 사이즈를 지양하는 건 아닙니다. 필요하다고 판단되거나 오브제의 아름다움이 그렇게 완성된다고 느껴질 때는 더 큰 사이즈를 선택하죠. ‘로드스터’가 그런 경우예요. 기존 까르띠에 시계보다 확실히 큰 편이니까요. 자동차 산업에서 받은 영감을 표현하고 브레이슬릿과 함께 스포티한 인상을 강조하기 위한 선택이었어요. 결국 각각의 시계는 서로 다른 실험의 결과물인 셈이에요. 어떤 사이즈든 우리의 우아함 기준을 충족하고 손목 위에서 균형 있게 작동한다면 그게 올바른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하퍼스 바자 결국 우아함이라는 것도 착용감과 연결되는 이야기겠네요.

레네로 그렇죠. 우리는 손목 위에서 얼마나 자연스럽게 느껴지는지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로드스터’ 역시 볼륨감이 있지만 실제로 착용하면 손목 곡선에 따라 부드럽게 감기죠. 브레이슬릿 구조는 그런 편안함과 우아함을 구현하기 위해 깊게 연구한 결과고요.

하퍼스 바자 베누아, 미스트 드 까르띠에, ‘클로쉬(Cloche)’…. 결국 까르띠에는 시간을 ‘형태 안에 담는’ 브랜드 같아요.

레네로 맞아요. 사실상 시계를 품은 브레이슬릿 오브제에 가까운 작업이 많죠. 까르띠에가 ‘시계를 만드는 주얼러’라고 불리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주얼러가 시계를 만든다는 건 단순히 다이아몬드를 세팅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오히려 기술적 제약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형태를 만들 수 있다는 의미에 가까워요. 전통적 워치메이커처럼 무브먼트 중심으로 사고하기보다, 먼저 아름다운 오브제를 떠올립니다. 그리고 그 안에 시간을 담아요.

하퍼스 바자 결국 그런 형태를 구현하려면 높은 수준의 기술력이 뒷받침돼야겠네요.

레네로 맞습니다. 올해 까르띠에가 단순히 ‘형태의 워치메이커’가 아니라 ‘공예의 대가’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도 같은 이유예요. 기술을 완전히 숙달하지 못한다면 그런 결과물에 도달할 수 없거든요. 디자이너들 역시 기술적으로 무엇이 가능하고 어려운지 충분히 이해한 상태에서 작업합니다. 어떤 브리지 구조와 무브먼트 형태가 가능한지까지 모두 이해하고 있죠.

하퍼스 바자 이번 ‘프리베’ 신작들처럼 독특한 케이스 형태를 다시 선보일 때, 단순한 복각이 아닌 지금의 감각으로 보이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무엇인가요?

레네로 ‘프리베’ 컬렉션의 목표는 가능한 한 원형 모델에 가까이 다가가는 데 있습니다. 동시에 오늘날에도 실제로 착용 가능한 시계를 만드는 것 역시 중요하죠. 지금의 시계는 1920~1930년대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내구성과 실용성을 요구받으니까요. 당시 시계들은 더 섬세하고 취약했습니다. 유리 품질도 지금보다 떨어졌고 방수 기능도 없었죠. 무브먼트와 케이스도 훨씬 약했고요. 오늘날에는 같은 크기와 비율을 유지하면서도 구조와 무브먼트 전반에 걸친 기술적 발전을 함께 담아내야 합니다. 형태에 대한 기억은 유지하되, 지금 시대의 기술 수준 역시 담아내야 하는 거죠.

하퍼스 바자 ‘결국 과거를 재현하는 작업이라기보다는, 현재 기술로 다시 완성하는 과정에 가깝다’는 거군요.

레네로 맞아요. ‘프리베’ 컬렉션은 앞으로도 계속 확장될 예정이고, 이번에 선보인 형태들 역시 그 흐름 안에 있어요.

하퍼스 바자 그런 작업을 할 때 가장 경계하는 건 무엇인가요?

레네로 지루함이요.(웃음) 이 작업에 참여하는 모두가 열정을 느끼는 건 정말 중요합니다. 디자인마다 접근방식도 달라야 하니까요. 결국 중요한 건 각 디자인의 본질을 깊이 이해하는 일입니다. ‘탱크’와 ‘산토스’, ‘로드스터’를 같은 방식으로 다룰 순 없죠.

하퍼스 바자 이번 신작들이 사람들에게 어떤 첫인상으로 남길 바라나요?

레네로 최근 몇 년간 우리가 보여준 방향을 고려했을 때 ‘로드스터’가 제일 많은 이들에게 신선한 놀라움으로 다가갈 것 같아요.(웃음) 처음 접하는 분들도 흥미롭게 느낄 거고요. 시계 애호가나 컬렉터들은 ‘프리베’ 라인에 반응할 것 같고, 주얼리 워치는 또 다른 고객층의 관심을 끌겠죠. 하지만 중요한 건 이 모든 컬렉션을 함께 바라봤을 때의 인상이에요. 서로 완전히 다른데도 동시에 모두 ‘까르띠에답다’는 것. 저는 그 점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까르띠에는 단 하나의 시계로 정의되는 브랜드가 아니라는 것. 그 다양한 가능성을 가진 브랜드라는 걸 보여주고 싶습니다.

하퍼스 바자 까르띠에 아카이브 워치를 보면, 당시엔 급진적이었지만 지금 보면 오히려 현대적으로 느껴지는 피스들이 있죠. 이번 신작 중에서는 어떤 모델이 가장 그럴까요?

레네로 흥미로운 질문이네요. 아마 ‘로드스터’ 아닐까요? 약 25년 전 등장 당시만 해도 굉장히 파격적인 디자인이었지만, 시간이 흐른 지금은 하나의 클래식 워치처럼 받아들여지니까요. 까르띠에는 늘 처음엔 독창적으로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결국 클래식의 기준이 되는 디자인을 추구해 왔습니다.

하퍼스 바자 오늘날 사람들은 시계를 통해 자신의 취향을 솔직하게 드러내요. 까르띠에가 제안하는 ‘현대적 우아함’ 역시 그런 맥락일까요?

레네로 결국 중요한 건 진정성이라고 생각해요. 자신의 취향에 정말 잘 맞는 오브제를 찾는 것. 그리고 다르게 보이려 애쓰지 않는 것이죠. 애써 꾸미기보다 자기다운 모습이 자연스럽게 드러날 때 우아함도 생긴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까르띠에는 고객들이 우리의 창작물을 통해 각자의 취향과 개성을 표현할 수 있도록 다양한 선택지를 제안하고자 해요. 착용감 역시 같은 맥락입니다. 몸에 자연스럽게 맞고 움직임을 편안하게 따라가야 하죠. 착용자에게 부담이나 제약이 느껴져서는 안 됩니다.

하퍼스 바자 그 철학을 가장 잘 보여주는 까르띠에 워치를 하나만 꼽는다면요?

레네로 오늘은 ‘산토스-뒤몽(Santos-Dumont)’을 이야기하고 싶어요. 개인적으로도 만족감이 큰 피스거든요. 전통적으로 메탈 브레이슬릿은 시계를 스포티 엘레강스 영역으로 끌고 가는 요소인데, ‘산토스-뒤몽’은 조금 다릅니다. 훨씬 더 세련되고 우아한 분위기로 풀어냈죠. 메탈 브레이슬릿으로 그런 우아함을 표현하는 건 하나의 도전이기도 했고요.


‘미스트 드 까르띠에’의 옐로 골드 모델. 까르띠에 이미지・스타일・헤리티지 디렉터 피에르 레네로

Credit

  • 사진/ Cartier © Antoine Pividori(제품), Jean-François Robert(인물)
  • 디자인/ 이진미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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