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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저 비비에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게라르도 펠로니와 북촌에서

에너제틱한 서울에서 마주한 파리의 몽상가와 '피스 유니크' 컬렉션

프로필 by 서동범 2026.04.25

LE RÊVEUR: THE DREAMER

예민한 손짓과 화기로운 미소, 슈즈를 사랑하는 파리의 몽상가. 로저 비비에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게라르도 펠로니(Gherardo Felloni)가 2026 S/S ‘피스 유니크(Pièce Unique)’ 컬렉션과 메종의 브랜드 북 <Roger Vivier, Heritage and Imagination> 론칭을 기념하여 서울을 찾았다. 어느 따뜻한 봄날, 고즈넉한 한옥에서 그를 마주한 순간을 기록하며.


한옥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한 로저 비비에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게라르도 펠로니.



전통적인 꽃신이 연상되는 로저 비비에의 ‘벨 비비에’ 펌프스가 정갈하게 놓여 있다.


하퍼스 바자 5월호의 커버 스타다!(웃음) 우리에게도 디자이너 커버 스토리는 매우 뜻깊고 특별하다. 소감이 어떤가?

게라르도 펠로니 영광이다. 한국은 로저 비비에만의 시각과 창의성을 이해해주며 열정적이고 빠르게 성장하는 곳이다. 개인적으로 한국 문화에 깊은 친밀감을 느낀다. 디테일과 감정적인 요소 그리고 미학(美學)을 대하는 감수성이 서로 닮아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5월호를 촬영하면서도 서로를 이해하는 두 세계가 나누는 하나의 대화처럼 느껴졌다.

하퍼스 바자 한국에는 두 번째 방문이다. 첫 번째 방문과 이번에 느낀 서울에 대한 인상도 궁금하다.

게라르도 펠로니 인상적인 점은 한국이 글로벌 문화적 상상력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는 사실이다. 세계적인 브랜드들이 의미 있는 경험을 위해 서울을 찾는 동시에 K-문화 역시 매우 강력한 영향력으로 전 세계에 영감을 준다. 서울을 처음 방문했을 때와 비교하면 모든 것이 한층 생동감 넘치고 역동적이며 동시에 더 친숙하게 다가왔다. 이곳에는 놀라운 에너지가 흐르며, 전통과 혁신이 공존하는 조화로움이 큰 영감을 준다.

하퍼스 바자 2026 S/S 오트 쿠튀르 기간에 선보인 ‘피스 유니크’ 컬렉션을 서울을 배경으로 촬영했다. 애니멀 모티프가 다채롭게 변주된 피스들이 인상적이었는데, 이번 컬렉션의 출발부터 작업에 대한 설명을 부탁한다.

게라르도 펠로니 ‘피스 유니크’ 컬렉션은 마치 오트 쿠튀르처럼, 오직 한 사람만을 위한 작품과도 같다. 각각의 디자인은 수작업으로 완성되며, 제작에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또 이번 컬렉션은 하우스의 아카이브에서 출발했다. 아카이브 속 애니멀리에(Animalier) 피스는 사실적으로 표현되지 않고 상상력에 기반해 디자인되었다. 이러한 정신을 자수나 핸드 페인팅 기법으로 구현하며 단 하나뿐인 백으로 재해석했다. 모티프는 단순히 영감과 장식적인 요소뿐 아니라 구조의 일부로도 스며든다. 이는 장인정신을 통해 아카이브의 아이디어를 매우 동시대적인 감각으로 전환한다.

하퍼스 바자 디올, 미우미우, 프라다 등 다양한 하우스에서의 경험이 인상적이다. 로저 비비에의 유산과 게라르도 펠로니의 세계는 어떻게 균형을 이루나? 그리고 메종의 아카이브를 통해 느껴지는 로저 비비에와 당신의 접점은?

게라르도 펠로니 어떤 의미에서 로저 비비에는 늘 곁에 존재해왔다. 메종에 합류하기 전, 다른 하우스에서 일하던 시절에도 무슈 비비에의 작업은 언제나 나에게 큰 영감을 주었다. 그리고 오늘날 프라다와 디올 등에서도 그의 미학적 언어를 재해석하는 모습을 계속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아카이브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것은 단순히 복제해야 할 대상이 아닌 끊임없이 대화해야 할 존재다. 그리고 그 안에서 발견하는 것은 단순한 형태에 그치지 않는다. 호기심과 자유로움 그리고 모던한 사고방식 등 내가 깊이 공감하는 부분이 이러한 정신과 태도이다.

하퍼스 바자 그렇다면 로저 비비에에서 선보인 컬렉션 중 게라르도 펠로니의 컬러를 가장 잘 나타내는 작업을 고른다면 무엇인가?

게라르도 펠로니 최근 진행한 ‘피스 유니크’ 프로젝트를 꼽을 수 있다. 이 컬렉션을 통해 창의성과 장인정신 모두에서 완전한 자유를 경험했다. 그리고 아틀리에 애니멀리에(Atelier Animalier)에서 이러한 경험을 더욱 확장해볼 수 있었다. 대담한 색감과 상상력 그리고 메종의 탁월한 사부아-페르(savoir-faire, 노하우)가 결합된 작업으로 나의 비전과 로저 비비에가 매우 직접적이고도 풍부한 표현으로 만나는 지점이었다.

하퍼스 바자 매 시즌 선보이는 프레젠테이션 또한 독보적이다. 컬렉션 디자인을 비롯해 프레젠테이션의 연출적인 아이디어와 영감은 어디서 얻는가?

게라르도 펠로니 로저 비비에의 아카이브는 언제나 나의 작업의 출발점이자 매우 중요한 요소다. 하지만 그것은 고착화된 것이 아닌 끊임없이 재해석되고, 새롭게 형태를 갖추며 변화해간다. 그리고 나는 종종 영감의 원천은 어디에나 존재한다고 말한다. 아주 단순한 꽃 한 송이에서도 찾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적절한 순간에 포착하고, 새로운 무언가로 변환해내는 능력이다.

하퍼스 바자 지난 1월 선보인 아카이브 북에는 카트린 드뇌브(Catherine Deneuve), 이자벨 위페르(Isabelle Huppert), 양자경(Michelle Yeoh) 등 다양한 아티스트가 참여했다. 인상적인 부분인데, 로저 비비에에 부합하는 이상적인 여성상이 있다면?

게라르도 펠로니 단 한 명의 특정한 여성이 아닌 ‘태도’가 중요하다. 로저 비비에를 대표하는 여성은 자신감 넘치고, 표현력이 풍부하며, 스스로에 대한 확신을 지닌 인물이다. 즉 타인의 인정을 구하기보다는 스스로를 정의하는 사람. 카트린 드뇌브는 메종의 이미지를 시대를 초월하는 방식으로 형성해왔고, 예지(ITZY)는 동시대적인 강인함으로 하우스에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는다. 이들을 연결하는 것은 바로 ‘존재감’이다. 공간을 장악하면서도 결코 과하지 않은 자연스러움, 그 균형이야말로 로저 비비에의 본질이다.

하퍼스 바자 글로벌 브랜드 앰배서더이자 K-팝 스타 예지와의 촬영은 어떠했나? 그녀에 대하여, 그리고 로저 비비에와 어우러지는 K-문화에 대한 당신의 생각도 궁금하다.

게라르도 펠로니 예지와의 작업은 매우 자연스럽게 진행되었다. 그녀는 강한 존재감에 타고난 표현력을 지녔고, 이는 메종의 정신과도 깊게 맞닿아 있다. 또한 이미지가 지닌 힘에 대한 공통된 이해도 있다. 개인의 개성을 하나의 아이콘으로 만들어내는 힘, K-팝 문화와 로저 비비에의 역사 모두에 공통적으로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하퍼스 바자 앤티크 주얼리 수집가로도 유명하다. 언젠가 당신의 앤티크 주얼리 컬렉션도 소개하고 싶은데, 앤티크 주얼리 외에 요즘 당신의 최대의 관심사는 무엇인가?

게라르도 펠로니 오페라를 전공해 가능한 자주 공연을 보러 간다. 오페라는 여전히 나에게 깊은 영감을 준다. 그 외에도 경매장이나 파리의 벼룩시장 같은 곳에서 디자인 오브제를 발견하는 것을 좋아한다. 또한 자연과의 소통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정원이나 식물을 탐구하고, 직접 꽃과 식물을 수집할 수 있는 장소에 끌리는 편이다.

하퍼스 바자 2018년 부임 후 메종의 첫 애슬레저 스니커즈부터 2020년 론칭한 주얼리 라인 그리고 2023년 첫 베스트 컬렉션까지. 오래된 유산에 동시대적인 새로운 감각을 더해가는 작업이 인상적이다. 앞으로 해보고 싶은 기획 또는 준비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있는가?

게라르도 펠로니 끊임없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탐구하며 발전시키고 있다. 현재는 아이템에 대한 집중도가 특히 높으며, 곧 선보이게 될 차기 컬렉션에 많은 시간과 비중을 두고 있다. 이는 메종이 진화해 나가는 지속적인 과정이며, 계속해서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작업이다.

하퍼스 바자 로저 비비에는 크리스찬 디올, 이브 생 로랑 등 다양한 브랜드와의 협업으로 아이코닉한 슈즈를 선보였다. 지금은 더욱 다양한 컬래버레이션이 성행하는데, 협업에 대한 계획과 생각도 궁금하다.

게라르도 펠로니 협업은 진정한 대화가 이루어질 때 매우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프로젝트의 수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메종의 정체성을 존중하면서도 새로운 시각을 열어주는 ‘올바른 연결’을 찾아내는 것이라 생각한다.

하퍼스 바자 메종에 합류한 후 약 8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브랜드와 당신에게는 어떠한 변화가 있었나?

게라르도 펠로니 로저 비비에에서의 시간을 통해 나의 작업물의 결과를 매우 직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깊이 사랑하는 메종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일해온 경험은 개인적으로 매우 큰 성취이자 풍요로운 여정이다. 로저 비비에 역시 지속적으로 진화하고 성장해 왔으며, 우리는 브랜드의 역사를 충실히 지켜 나가면서도 새로운 세대에게 소개하고 확장해 나가는 중이다.

하퍼스 바자 당신에게 로저 비비에란 어떤 의미인가?

게라르도 펠로니 과거부터 현재까지, 로저 비비에와 함께한 시간은 개인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커리어가 시작되기 전, 한 권의 책에서 분홍색 ‘버귤(virgule)’ 힐을 처음 보았을 때 느꼈던 감정은 일종의 계시와도 같은 순간이었다. 그때 나는 신발이 단순한 기능을 넘어 창의성과 감정, 그리고 디자인을 담아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상상력이 구조를 만나고, 디자인으로 여성이 느끼는 감각과 경험을 실제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하나의 사고방식 말이다. 오늘날 이 자리에 있다는 것은 그 이야기를 계속 이어가는 것이고, 그 시간을 함께 공유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하퍼스 바자 마지막으로 이번 서울 방문이 짧지만 좋은 추억으로 기억되길 바라며, 아카이브 북처럼 앞으로 로저 비비에의 유산 위에 당신은 어떤 이야기를 써나가고 싶은가?

게라르도 펠로니 서울은 언제나 그렇듯, 나를 매우 따뜻하게 맞아주었다. 감사하다. 앞으로도 영감을 주는 이야기를 계속해서 만들어 나가고 싶다. 또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언젠가 한 젊은 디자이너가 책을 펼쳐 들고, 어쩌면 이 아카이브 북일지도 모르지만 한 켤레의 슈즈를 발견하고 이 직업을 사랑하게 되는 순간을 맞이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그리고 그 피스가 어쩌면 바로 내가 디자인한 슈즈일 수도 있겠다고・・・.(웃음)


한국 문화에 깊은 친밀감을 느낀다는 게라르도 펠로니.


Credit

  • 사진/ 김시내
  • 사진/ ©️ Roger Vivier(Heritage & Imagination)
  • 메이크업/ 하늘
  • 로케이션/ 태오양스튜디오 북촌 한옥 ‘청송재’
  • 어시스턴트/ 김진우
  • 디자인/ 한상영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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