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요즘 커피보다 말차가 더 인기인 이유?

보기만 해도 마음이 시원해지는, 그러나 식을 줄 모르는 핫한 말차 열풍.

프로필 by 최강선우 2025.05.24

일본 전통 녹차에서 비롯된 말차는 잎 전체를 아주 곱게 갈아 만든 녹차 분말을 뜻한다. 말차 라떼와 빙수는 물론 마들렌, 티라미수, 몽블랑까지. 전문점이 아니더라도 도넛 가게든 빵집이든, 메뉴판에 ‘말차’가 들어간 제품이 없으면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실제로 말차 시장은 글로벌 시장 규모 43억 달러(한화 약 6조 2천억 원)이고 2023년 한 해 동안만 4176톤 소비했으며 최근 10년간 생산량 3배 증가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요를 못 따라가는 중이다. 말차 수확 과정은 굉장히 어렵고, 섬세하기에 전문 장비와 시간이 필요하다. 차나무가 자라는 데만도 평균 4~5년이 걸린다고. 글로벌 프랜차이즈 카페나 식품 브랜드들이 앞다퉈 말차 신제품을 출시하는 가운데, 원료 확보 경쟁은 치열해지는 분위기다. 실제 일본의 최대 말차 공급업체는 "구매 제한" 조치를 발표하기도 했다고. 말차 재배지로 유명한 교토 우지 지역의 전통 차 브랜드 잇포도 Ippodo는 철저하게 구매 수량 제한을 둘 정도로 인기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말차의 맛은 커피처럼 강렬하지 않고 초콜릿처럼 자극적이지 않다. 몸과 기분을 마구 들뜨게 하지 않는다. 쌉쌀하면서도 억세지 않고 부드럽다. 말차가 유독 디저트 신에서 강력한 존재감을 가지는 이유는 활용이 쉽고 정서적 깊이감을 줄 수 있다는 데에 있다. 쌉쌀함, 단맛, 바삭함, 크리미함이 공존하는 디저트의 레이어는 단조롭지 않고 천천히 감각을 확장시킨다. 말차 디저트가 맛이 아닌 ‘느낌’으로 기억되는 이유다.


말차 붐은 우연도 반짝 유행도 아니다. 몇년 전부터 뉴욕 기반의 말차 전문 브랜드 차 차 맛차 Cha Cha Matcha의 인스타그래머블한 매장이 SNS에서 젊은 세대의 감성을 장악하며 시작된 말차 붐이 한 번 일기는 했으나, 틱톡에서 또다시 터진 것. '말차 격불 ASMR (matcha whisking ASMR)' 이나 말차 음료를 일부러 엎는 밈이 전 세계적으로 퍼지고 #matcha 등 관련 해시태그는 수백만 건을 넘어섰다. “#matchawhisking”, “matcha is not a drink it’s a lifestyle” 같은 문장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단순히 맛있는 음료를 넘어 일종의 라이프스타일 혹은 정체성 선언이 되고 있다.



건강한 삶을 위한 음료


웰니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지금 주목 받지 않을 수 없다. 일반 차보다 항산화 성분이 10배 가까이 많고, 카페인도 충분하다. 나쁜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좋은 콜레스테롤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는 연구 결과가 존재한다. 혈당 조절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슐린 저항성을 낮춰 당 흡수를 조절하고, 혈당 수치 변동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이어진다. 심지어는 말차에 포함된 에피갈로카테킨 갈레이트(EGCG)는 암세포 성장을 억제해 전이 속도를 늦추는 데 영향을 줄 수 있는 물질로도 평가받는다. L-테아닌이라는 아미노산 성분이 마음을 안정시키는 작용을 해서 깨어있어도 무리 없이 조용하게 깨어 있는 감각을 제공한다. 물론 초록색이 지닌 안정감이 컬러 테라피 차원에서도 긍정적 효과를 불러 일으킨다고. 최근 미국 Z세대(Gen Z) 사이에서 말차 라떼를 일부러 바닥에 쏟은 뒤, 그 위에 자신의 옷이나 신발, 소지품을 함께 찍어 SNS에 올리는 ‘말차 스필(matcha-spill)’ 인증샷이 유행하기도 했다. 사진을 찍기 위해 일부러 8달러나 하는 말차 라떼를 쏟아 버리는데, 예술적으로 쏟은 말차의 초록색 이미지와 은근슬쩍 자신의 스타일을 강조하는 새로운 문화라고.



삶의 방식이 담긴 한 잔


이처럼 말차의 인기는 건강적 효능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전 세계 F&B 브랜드와 카페들이 앞다퉈 말차를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느린 라이프스타일의 심벌'로 재정의하고 있다. 실제로 수도승이 즐겨 마셨다는 음료가 바로 말차인 만큼, 마음을 고요하게 한다. 말차를 내리는 행위는 ‘머무는 집중’에 가깝다. 고자극의 시대에서 평온을 욕망하는 이들이 선택한 새로운 삶의 방식이기도 한 것. 바쁘게 움직이는 삶 속 일시정지 버튼을 누르는 감각적 루틴처럼 기능함을 알 수 있다. 클린 걸, 조용한 사치(quiet luxury), 명상과 힐링을 추구하는 정서적 소비자는 말차에 뜨겁게 반응하고 있다. 찻잎을 갈아 물에 풀어 격불하는 제스처와 과정은 부드러움과 삶의 순간에 존재하는 리듬을 허락한다.



[Info 1] 말차 입문을 위한 짧은 가이드


처음 마셔보는 사람이어도 괜찮다. 어렵고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 없다.


*준비물

물, 가루 말차, 차선과 차완 네 가지만 있다면 집에서도 누구나 시작할 수 있다.


-말차 가루: ‘세이초(清澄)’나 ‘우지 말차’만을 선보이는 소산원의 말차 등 1등급 분말부터 시작해도 좋지만, 국내에서도 시중에 출시된 브랜드의 제품을 선택해도 충분하다. 슈퍼 말차의 언스위트 파우더, 오설록의 프리미엄 라인, 소아다원의 세레모니얼 등도 추천할 만하다.

-차선(茶筅): 말차를 섞는 작은 대나무 거품기. ‘휘핑’하는 듯 빠르게 저어 거품을 내는 것을 '격불(擊拂)'이라 한다. 사포닌 성분 덕에 거품이 올라오며, 이를 쪼개 고운 입자로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손끝 리듬으로 만드는 하루의 리추얼.

-차완(茶碗): 거품이 잘 퍼질 수 있도록 바닥이 넓은 그릇이 적합하다. 만약 없다면 넓은 머그컵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

-물: 70°C 정도의 따뜻한 온수가 적절하다. 끓는 물은 말차의 풍미를 줄이고 쌉싸름함을 날카롭게 만들 수 있어 주의할 것.


*순서

티스푼 하나 분량의 말차 가루에 70도 정도의 따뜻한 물을 넣고, 대나무 차선으로 마구 격불하거나 블렌더나 미니 거품기로 천천히 돌려주면 끝이다. 오트음료를 섞어 라떼로 만들고, 프로틴 스무디처럼 얼음과 프로틴 가루, 치아씨드 등을 첨가해 블렌더로 갈아 아침 대용으로 마셔도 좋다. 우유보다는 오트음료나 아몬드음료, 혹은 코코넛 밀크 등 식물성 음료와의 조화가 훌륭하다.



[Info 2] 말차는 어디에서나


이 유행의 흐름을 선도하는 건 세계 곳곳에 자리한 말차 스팟이다.


<서울>

산노루 말차와 호지차로 유명한 카페. 특히 제주의 말차를 소개하는 것이 특징이다. 말차에 대한 진정성이 담긴 곳으로 조용한 골목에 위치한 산노루 서울 삼성점은 제주 본점의 감성을 그대로 담아낸 플래그십 스토어다. 가장 어린 새싹으로는 세레모니얼 말차를, 그 다음으로 어린잎을 녹차와 프리미엄 말차로 생산한다.

산노루 말차_산노루 제공 산노루 메뉴_산노루 제공 산노루 메뉴_산노루 제공 산노루 삼성_산노루 제공 사진/ 산노루 제공 사진/ 산노루 제공 산노루 제주_산노루 제공 산노루 메뉴_산노루 제공

(산노루 삼성점) 서울 강남구 삼성로122길 35 프레인빌라 1층, 매일 10:30-19:00

(산노루 제주점) 제주 제주시 한경면 낙원로 32 산노루, 매일 10:30-18:00


슈퍼말차 인공적인 단맛 없이 유기농 말차 본연의 쌉싸름함을 진하게 느낄 수 있다. 말차 파우더는 스위트한 버전과 언스위트 버전 두 가지가 있다. 말차를 이용해 선보이는 디저트 랑그드샤 쿠키도 유명하다. 선물용 박스로 구매할 수 있다.

성수 서울 성동구 서울숲6길 19, 매일 11:00-21:00


틸데 숙대입구역 근처 남영동 조용한 골목에 자리한 카페 틸데는 독특한 ‘실타래 빙수'로 많은 이의 사랑을 받고 있다. 시그너처인 수제 말차 베이스를 사용한 말차 실타래 빙수는 물론 말차를 이용한 음료 메뉴가 다양해서 고르는 재미가 있다.

틸데 실타래 빙수_업체 제공 말차 실타래 빙수_업체 제공 틸데_업체 제공 틸데_업체 제공 마차 라뗴_틸데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84길 14 2층, 매일 12:00 - 23:00


<도쿄>

나카무라 토키치 교토 우지에서 1854년에 개업한 전통 명차 전문점. 고품격 말차의 기술과 모던한 현대적 디자인이 결합해 고급스러우면서도 세련된 무드다. 본점은 교토이지만 도쿄에는 긴자식스에 위치한 긴자점과 아자부다이힐즈 지하에 테이크아웃만 가능한 매장도 위치해 있다. 공간이 넓지는 않지만 맛차의 정수를 맛볼 수 있는 곳. 매번 시즈널로 선보이는 음료가 있어 꼭 맛볼 것을 권한다.

나카무라 토키치 긴자점_업체 제공 나카무라 토키치 긴자점_업체 제공 나카무라 토키치 긴자점_업체 제공

(긴자점) 〒104-0061 Tokyo, Chuo City, Ginza, 6 Chome−10−1 GINZA SIX 4F, 매일 10:30-19:30


카구라자카 사료 말차로 만든 몽블랑이 유명한 디저트 카페. 진하고 풍부한 말차맛이 퍼지는 초콜릿을 딸기나 경단에 찍어 맛보거나, 바닐라 아이스크림에 말차 초콜릿을 부어내는 등 창의적이고 다양한 말차 스위츠에 풍덩 빠져보자.

카구라자카 도쿄_업체 제공 카구라자카 도쿄_업체 제공 사진/ 업체 제공

Japan, 〒162-0825 Tokyo, Shinjuku City, Kagurazaka, 3 Chome−1, 매일 11:30-22:00


더 맛차 도쿄 THE MATCHA TOKYO NEWoMan新宿 신주쿠역 바로 옆 NEWoMan 신주쿠 몰 1층에 위치한 THE MATCHA TOKYO는 요즘 시대에 딱 맞는 말차 카페. 큰 특징은 유기농이라는 것. 주문과 함께 눈 앞에서 정갈하게 말차를 내리는 모습을 구경할 수 있다. 아이스크림 메뉴도 인기가 많다.

더 맛차 도쿄_업체 제공 더 맛차 도쿄_업체 제공

〒160-0022東京都新宿区新宿4-1-6 , 매일 10:00-21:00 (일요일은 20:30까지)


<뉴욕>

Cha Cha Matcha

차차 맛차 외관_업체 제공 사진/ X 사진/ X

말차 붐의 시발점이 된 브랜드다. 핑크&라임의 컬러 팔레트, ‘I Love you So Matcha라는 위트 있는 네온사인, 매장의 열대풍 무드는 젠지의 피드에 ‘감각적인 건강함’으로 작동했다. 말차를 힙하고 즐거운 것으로 만들어냈다고 평가 받는다. 단순한 카페라기보다 ‘말차를 건강하고 힙한 라이프스타일로 즐긴다’는 선언처럼 기능하는 곳이다.

1158 Broadway, New York, NY 10001, United States, 매일 07:00-19:00, 주말 08:00-19:00


Matchaful

라벤더 마차_마차풀 제공 사진/ 마차풀 제공

‘농장부터 격불까지(Farm-to-Whisk)’라는 슬로건 아래, 유기농 싱글 오리진 말차를 엄선한다. 로컬 공급자와의 신뢰, 직접 수입한 툴, 낮은 조도의 공간, 티 라떼가 만들어지는 과정까지 모든 것이 하나의 퍼포먼스이자 의식이다. 뉴욕식 셀프케어의 정점에 가까운 매장을 방문해보자. 버터플라이피 butterfly pea 차를 넣은 메뉴 ‘어스 글로우 EARTH GLOW’나 라벤더 폼을 올린 ‘라벤더 드림Lavender Dream’을 꼭 맛볼 것. 뉴욕에는 소호와 놀리타 두 지점이 있다.

(SoHo) 184 Prince St. New York, NY 10012, 평일 8am-6pm, 주말 8:30am - 6pm

(Nolita) 217 Mulberry St. New York, NY 10012, 매일 8:30am - 6pm


Kettl Tea

뉴욕에서 가장 정통 다도에 가까운 공간이다. 화려함 대신 고요함을 택한 이 카페는 일본에서 직접 들여온 차 도구와 소수 정예의 좌석 배치로, 말차 자체에 집중하게 만든다. ‘잘 만든 차를 조용히 마시는 시간’을 뉴욕 한복판에서 실현시킨 세련된 장소다.


(Greenpoint) 70 Greenpoint Ave, Brooklyn, NY 11222, United States

(Bowery) 348 Bowery, New York, NY 10012, United States, 평일 09:00-19:00 주말 09:00-20:00


관련기사

Credit

  • 사진/ 이미지 하단 표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