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바람 불면 티 라떼

인도를 여행하다 보면 익숙한 풍경을 아침마다 볼 수 있다. 길가 가판대에서 한솥 끓여내는 ‘마법의 음료’를 마시려고 이른 아침부터 너도나도 기다리는 사람들이 보인다. 인도인에게 자양강장제처럼 여겨지는 인도식 밀크티 짜이의 맛을 잊지 못해 직접 선보이는 곳들이 국내에도 생기면서 커피가 아닌 차를 응용한 음료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인도 뿐만 아니라 영국, 일본, 중국과 대만처럼 차 문화가 발달한 나라에서는 과거부터 우려낸 찻잎에 우유나 두유를 넣거나, 같이 끓여내 마셔왔다. 밀크티, 차이티, 짜이, 버블 밀크티라는 수많은 이름을 가진 티 라떼는 셀 수 없이 다양한 차의 종류만큼 맛도 만드는 방법도 각양각색이다. 차의 고유한 향과 맛을 만끽할 수 있는 전국구 티 라떼 맛집 다섯 곳을 추천한다.

과거 당산동 사랑방 같던 두더지 손 가게가 상호를 변경하고 망원동 한적한 골목 근처에 문을 열었다. 굉장히 작고 귀여운 가게이지만 짜이 맛이 깊다. 카더멈 짜이는 알싸함과 뜨끈함이 확 느껴질 정도로 그 맛이 매우 깊고 강렬하다. 여름철 향신료의 뜨끈함이 부담된다면, 레몬그라스의 상큼한 향과 은은한 산미가 잘 어울리는 레몬그라스 짜이(4천5백원)를 추천한다. 시그니처는 코코아 아이스짜이(5천8백원)다. 매장이 워낙 아담한데 인기가 늘 많아 웨이팅 손님이 항상 있는 것이 유일한 단점이다. 친절한 사장님의 접객이 따뜻하고 편안하다는 평이 많다. 알루 핫 샌드위치와 같은 식사 메뉴도 갖춰 짜이와 함께 먹으면 한 끼를 해결하기에도 좋다. 비건 옵션도 물론 가능하다. 비정기적으로 뜨개방이나 바느질 워크숍이 열리는데 소박하고 아기자기한 느낌의 공간과도 어울린다.
주소 서울 마포구 방울내로6길 8

2012년 중국 광저우(廣州)에서 작은 밀크티 가게로 영업을 시작한 전문 브랜드다. 세계 최초로 크림치즈 폼이 더해진 버블티를 출시하며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한국 진출 전부터 화제를 일으켰고 홍콩, 중국에서 잠시 살거나 여행을 다녀온 이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현재는 서울 내 홍대점을 포함해 다섯 곳의 지점이 있다. 헤이티의 밀크티는 찻잎을 베이스로 해 특유의 상큼함과 산뜻함이 특징이다. 유명한 만큼 이유가 있는 치즈 폼은 밀크티 맛을 배가하는 강력한 킥이니 추가해 마셔볼 것을 권한다. 달달한 브라운슈가와 짭짤하고 고소한 치즈폼과의 조합이 돋보이는 로스티드 브라운 슈가 보보밀크(6천9백원)가 특히 인기다. 당도는 0%부터 100%까지 마음대로 설정할 수 있다. 헤이티가 가진 장점은 과일 베이스를 사용한 리프레싱 리얼 프룻 티 메뉴 군의 퀄리티 역시 좋다는 점. 해외에서도 워낙 긴 웨이팅으로 유명하지만, 전용 주문 앱이 있어 대기 시간을 줄일 수 있다.

강릉 초당동을 방문하면서 두부 맛집만 검색한다면 트렌드에 한참 뒤떨어져 있는 걸지도 모른다. 북적이는 메인 상권에서 안쪽 주택가로 들어가면 한적한 티룸 하나가 나온다. 전통 방식인 차선으로 격불하여 내어주는 오리지널 스타일의 순수 말차(5천원) 뿐만 아니라 말차 프라페, 말차 크림 라떼 등 말차를 응용해 만든 음료 메뉴가 다양하다. 국산 유기농 100% 말차만을 사용한다. 색깔만 봐도 녹진한 말차 푸딩(5천5백원)도 판매한다. 시즌 별 메뉴도 새롭게 선보이는데, 여름철 호지차의 찻잎을 가득 넣어 만든 아이스크림을 넣은 호지 아이스크림 라떼는 특히 인기였다고. 지금은 말차 밤 라떼를 맛볼 수 있다. 봄에는 꽃이 즐비한 정원의 포토 스팟, 목조 인테리어로 차분한 분위기의 공간 또한 음료의 맛을 배가한다.
주소 강원 강릉시 초당원길 46 별채

인도식 짜이의 근본이라고 할 수 있는 짜이 전문 가게. 성수동과 서울숲에서 조금 떨어진 한적하고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작은 골목에 자리한다. 2020년 3평 남짓한 공간으로 시작한 짜이 전문집으로 추우나 더우나 가게 앞 작은 간이 테이블에서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작은 잔에 뭔가를 마시고 있는 풍경을 볼 수 있었다. 지난 4월 더 넓은 공간으로 리뉴얼하면서 밖에서 마실 수는 없지만, 아늑한 공간에서 여유를 느낄 수 있다. 오너가 직접 여러 도시를 여행하면서 접한 인상적인 짜이를 메뉴에 올린다고. 생강과 카다멈을 넣은 진저 짜이(3천5백원)도 좋지만,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별 메뉴를 경험하길 추천한다. 강력 추천 메뉴는 율무차의 고소한 맛에 피스타치오가 들어간 핑크 짜이(4천원)와 올드몽크 다크 럼이 들어간 럼 짜이(6천원)다. 럼 짜이는 금요일 밤 10시까지 여는 심야짜이집 시간에 인기가 특히 높다고. 5백 원을 추가하면 오트 밀크로 변경 가능하다.
주소 서울 성동구 성수이로 18-1

경기도 동탄에 위치한 부부 티 하우스는 찻집이자 차 도구를 판매하는 쇼룸이자 카페다. 이로운 차와 차도구로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제안한다는 슬로건 하에 끽다생활을 풍족하게 한다. 동탄 센트럴파크 공원에서 도보 10분 거리에 위치한주민들의 추천 산책 코스이기도 하다. 잎차도 유명하나 비기는 단연 밀크티다. 우롱차, 홍차, 보이차 세 가지가 준비되어 있는데 보이차 밀크티는 어디에서도 쉽게 만날 수 없다. 보통의 밀크티가 레시피의 정량을 맞추어 완성되어 나온다면, 이곳의 밀크티는 우유와 차가 따로 제공된다. 우롱차의 향긋한 향을 음미하며 기호에 맞게 우린 차를 부어가면서 마시는 방법을 제안하는 세심함과 차에 대한 애정을 엿볼 수 있다. 이너피스를 위한 2인 스페셜 코스(3만1천원)를 주문하면 차, 밀크티, 다식까지 한 번에 즐길 수 있어 다도가 처음인 이들도 편하게 경험해 볼 수 있다.
주소 경기 화성시 여울로 158-44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