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건축과 패션의 상관관계, 막스마라 휘트니 백

패션은 당신이 살아가는 방식을 말해주고, 건축은 당신이 살고 싶은 방식을 말해준다. 그 둘의 교차점에서 만나는 막스마라 휘트니 백.

프로필 by 고영진 2025.05.19

패션과 건축은 언뜻 다른 분야처럼 보이지만, 형태와 공간, 구조와 기능성이라는 공통된 언어를 갖는다. 이 두 창의적 영역의 교차점에서 탄생한 막스마라의 휘트니 백이 올해로 10주년을 맞이했다.

건축과 패션은 오랫동안 영감을 주고받아왔다. 자하 하디드의 유선형 건축물이 후세인 샬라얀의 유기적 드레스 실루엣에 반영되거나, 루이 비통과 건축가 프랭크 게리의 파리 재단 협업, 프라다와 렘 콜하스의 변형 가능한 공간 디자인 등 건축과 패션은 늘 서로의 영역을 넘나들며 새로움을 창조해왔다. 막스마라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이안 그리피스(Ian Griffiths) 역시 건축을 전공하며 디자인 감각을 길렀고, 막스마라가 개최한 학생 공모전에서 건축적 영감을 담은 룩으로 우승을 거두며 패션계에 입문했다. 건축과 패션 간의 창의적 교류가 빚어낸 또 하나의 성공적인 사례가 바로 막스마라와 렌초 피아노 건축 워크숍(Renzo Piano Building Workshop, 이하 RPBW)의 협업으로 탄생한 휘트니 백이다.



2015년, 뉴욕 맨해튼 미트패킹 디스트릭트에 새롭게 개관한 휘트니 미술관. RPBW가 설계한 이 미술관은 구조적 아름다움과 기능성을 겸비한 건축물로 주목받았다. 막스마라는 개관 기념으로 RPBW와 협력해 미술관의 건축적 요소를 담아낸 가방을 탄생시켰다. 처음에는 한정판으로 출시되었지만, 곧 브랜드의 아이코닉한 제품으로 자리 잡았다. "휘트니 미술관은 개관 기념 오프닝 이벤트를 기획하며 우리를 막스마라와 연결해 주었습니다." RPBW의 건축가 엘리자베타 트레차니가 회상한다. "이 과정에서 막스마라가 미술관 건축의 정수를 담은 백을 디자인해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어요. 게다가 이 프로젝트는 이탈리아 장인 정신을 대표하는 브랜드와 함께하는 것이었기에, 우리는 이 도전에 깊이 고민했고 결국 수락하게 되었습니다."



(휘트니 백 제작 과정. 안감을 레드 컬러의 나파(nappa) 가죽으로 한 것이 특징적이다.)

(휘트니 백 제작 과정. 안감을 레드 컬러의 나파(nappa) 가죽으로 한 것이 특징적이다.)

휘트니 백의 가장 큰 특징은 미술관 외관의 모듈식 요소에서 영감을 받은 리브드(ribbed) 디자인이다. 이 구조적 디자인은 단순히 미적 요소를 넘어 가방에 견고함을 부여하며 이탈리아 장인정신의 정수를 보여준다. 10주년을 맞아 다시 주목받는 알루미늄 컬러의 휘트니 백은 미술관 외관의 메탈릭한 느낌을 그대로 담아낸다. 특히 이번 에디션에서는 레드 컬러의 나파(nappa) 소재로 안감을 제작해 외부의 차가운 메탈릭함과 내부의 따뜻한 컬러가 대비를 이루며 미적 감각을 한층 높였다. 이 세심한 디테일은 막스마라의 장인정신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막스마라 팀과는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매년 함께 모여 컬렉션에 어울리는 색상을 선정하고, 기존의 클래식한 디자인을 보완할 수 있는 새로운 사이즈를 개발하고 있어요. 하지만 이러한 변화 속에서도 원래의 디자인 철학은 변함없이 유지하고 있습니다." 트레차니는 설명한다.


휘트니 백은 단순히 아름다운 디자인에 그치지 않고 실용성까지 겸비했다. 가볍고 내구성이 뛰어난 소재 선택, 사용자의 편의를 고려한 내부 구조, 어깨에 메거나 손에 들 수 있는 다양한 착용 방식 등 실생활에서의 사용성을 철저히 고려했다. 건축이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기능성도 중시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지난 10년간 휘트니 백은 본질을 유지하면서도 지속적으로 진화해왔다. 파리 장식 미술관과 뉴욕 패션 기술 연구소의 컬렉션에 포함되며 그 가치를 인정받았고, 패션 애호가들의 필수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이전에는 이런 프로젝트에 참여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어떤 반응이 나올지 전혀 예상할 수 없었어요. 분명한 것은, 우리가 10주년을 축하하게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는 점이에요!" 트레차니의 말에서 프로젝트의 성공에 대한 놀라움을 엿볼 수 있다.



(막스마라 청담 플래그십 스토어의 윈도우 디스플레이.)

(막스마라 청담 플래그십 스토어의 윈도우 디스플레이.)

10주년을 맞아 막스마라는 휘트니 미술관과의 파트너십을 새롭게 이어가며 특별한 기념 행사를 준비했다. 오는 4월 밀라노 디자인 위크 기간에 코르소 비토리오 에마누엘레에 위치한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특별한 디스플레이가 펼쳐질 예정이며, 2015년 첫 출시된 알루미늄 색상 모델을 포함한 125개의 한정판이 출시된다. 이번 10주년 에디션에서는 부드러운 핑크, 실버, 골드, 캐멀, 오션 블루, 리켄 그린, 딥 브라운, 블랙까지 13가지 새로운 컬러를 만나볼 수 있다. 또한 기존 클래식 모델에 새로운 5개의 리브드 디자인을 추가해 총 6가지 사이즈로 선보인다. 5월에는 로마, 파리, 런던, 서울, 도쿄, 홍콩 등 주요 12개 도시에서 특별한 쇼윈도 전시와 기념 행사가 펼쳐지며, 5월 20일 뉴욕에서는 휘트니 갈라 이벤트로 이번 프로젝트의 대미를 장식할 예정이다.


휘트니 백은 단순한 패션 아이템을 넘어 건축과 패션의 경계를 허문 혁신적 제품이다. 트레차니는 이 협업에 대해 "즐겁고 재미있는 경험"이라고 표현하며, "우리는 열정과 세심한 배려를 바탕으로, 특히 소재 선택 과정에서 디테일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가치를 공유할 수 있었습니다"라고 말한다. 휘트니 백은 건축물의 요소를 패션 아이템으로 재해석한 뛰어난 사례다. 미술관 외관의 수직적 요소와 금속성 재질, 모듈식 구성을 가방이라는 형태로 옮겨놓았다. 이 과정에서 단순히 외관을 모방하는 데 그치지 않고, 건축의 본질인 구조적 아름다움과 실용성을 패션 언어로 번역해냈다. "누군가 휘트니 백을 들고 있는 모습을 볼 때마다 자연스럽게 미소가 지어져요. 그리고 이 멋진 공동 작업을 떠올리게 됩니다." 트레차니는 말한다.



‘디자인 바이 렌초 피아노 빌딩 워크숍(Designed by Renzo Piano Building Workshop)’이라는 각인은 이 가방이 단순한 액세서리가 아닌, 건축적 철학이 담긴 예술작품임을 상기시킨다. 그리고 이 작은 각인 속에는 패션과 건축이라는 두 분야의 창의적 대화가 담겨 있다. 막스마라 휘트니 백의 10주년은 단순한 기념일을 넘어, 건축과 패션의 아름다운 만남이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지속되며 진화해온 여정을 축하하는 의미를 갖는다. 이 여정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며, 휘트니 백은 건축적 영감과 패션 디자인의 조화를 보여주는 상징으로 남을 것이다.

Credit

  • 글/ 김민정
  • 사진/ 막스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