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뎀나와 조나단 앤더슨의 퇴사!? 10년간의 주요 업적 정리

10년의 혁신, 시대를 정의한 순간들. #발렌시아가 #로에베

프로필 by 윤혜연 2025.03.25

발렌시아가와 로에베의 10년은 그야 말로 휘황찬란했다. 발렌시아가의 뎀나는 럭셔리와 일상의 경계를 허물었으며, 로에베의 조나단 앤더슨은 공예와 실험을 통해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새롭게 했다. 그렇게 10년간 혁신의 물결을 일으킨 뎀나와 조나단 앤더슨이 이직・퇴사 소식을 전했다. 그간 하이라이츠를 살펴보며, 뎀나와 조나단이 어떻게 21세기 패션의 방향을 이끌었는지 살펴본다.



뎀나 ♥︎ 발렌시아가



#1 2016 F/W 발렌시아가 데뷔 - 스트리트 감성을 하이 패션으로!

발렌시아가 2016 F/W 발렌시아가 2016 F/W 발렌시아가 2016 F/W 발렌시아가 2016 F/W 발렌시아가 2016 F/W 발렌시아가 2016 F/W

뎀나가 첫 컬렉션을 선보였을 때, 모두가 궁금했다. ‘베트멍을 입은 발렌시아가? 이게 가능해?’ 하지만 뎀나는 하우스의 헤리티지를 건드리지 않으면서도 오버사이즈 실루엣과 후디 등 특유의 스트리트 감성을 녹여냈다. 과거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의 건축적 구조미를 자신의 방식으로 재해석한 것. 그 결과, 아직까지도 두고두고 회자되는 상징적 룩들의 향연이었다. 특히 아워글래스 재킷은, 당시 사회초년생이었던 내가 처음으로 신용카드 할부라는 걸 써본 아이템이 되기도!



#2 ‘트리플 S’, 못생긴 슈즈가 대세가 되다

발렌시아가 2017 F/W

발렌시아가 2017 F/W

발렌시아가 2017 F/W

발렌시아가 2017 F/W

현재도 판매 중인 ‘트리플 S’ 스니커즈 현재도 판매 중인 ‘트리플 S’ 스니커즈 현재도 판매 중인 ‘트리플 S’ 스니커즈

한때 운동화가 날렵해야 한다는 불문율이 있었지만, 뎀나는 전혀 다른 길을 걸었다. 2017 F/W 시즌, ‘트리플 S’가 등장하자 모두가 당황했지만, 이 어글리 슈즈는 곧 전 세계를 장악했다. 투박한 실루엣, 과장된 볼륨, 빈티지한 느낌까지. 못생겼다고? 아니, 그것이 바로 패션이었다. 럭셔리 브랜드의 '운동화' 시장 진출을 본격적으로 이끈 뎀나야 말로 ‘게임 체인저’였으며, 이후 수 시즌동안 각종 패션 브랜드들이 어글리 슈즈 출시에 혈안이었다.



#3 패션과 현실의 경계를 허문 캠페인

발렌시아가 2018 F/W

발렌시아가 2018 F/W

발렌시아가 2018 F/W

발렌시아가 2018 F/W

발렌시아가 2019 F/W 캠페인

발렌시아가 2019 F/W 캠페인

발렌시아가 2019 F/W 캠페인

발렌시아가 2019 F/W 캠페인

발렌시아가 2020 S/S 캠페인 발렌시아가 2020 S/S 캠페인 발렌시아가 2020 S/S 캠페인

패션 하우스의 캠페인은 보통 환상을 파는 법. 하지만 뎀나는 달랐다. 2018 F/W 쇼부터 가족과 커플을 등장시키던 뎀나는 2019 F/W 캠페인에 패션 포토그래퍼가 아닌, 웨딩 포토그래퍼를 고용했다. 실제 파리 커플들을 등장시켜 꾸미지 않은, 진짜 자연스러운 연인의 모습을 포착한 것. 이 외에도 2020 S/S엔 뉴스 방송 포맷을 차용한 패션필름 속에서 모델들은 무표정한 얼굴로 날씨를 전하고, 정치적 뉴스 속보를 읽었다. 이는 단순한 연출이 아니라, ‘패션도 현실과 무관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의미였다. 발렌시아가만의 아이러니한 위트를 극대화한 이 캠페인은, 결국 우리가 사는 세계 자체가 하나의 런웨이라는 점을 상기시켰다



#4 심슨 가족과 손잡은 2021

2021년 10월에 공개한 발렌시아가 X 심슨 패션 필름 장면. 2021년 10월에 공개한 발렌시아가 X 심슨 패션 필름 장면. 2021년 10월에 공개한 발렌시아가 X 심슨 패션 필름 장면. 2021년 10월에 공개한 발렌시아가 X 심슨 패션 필름 장면. 2021년 10월에 공개한 발렌시아가 X 심슨 패션 필름 장면. 2021년 10월에 공개한 발렌시아가 X 심슨 패션 필름 장면.

발렌시아가와 심슨의 만남은 예상치 못한 조합이었다. 파리패션위크에서 공개된 이번 쇼는 하나의 단편 애니메이션 형식으로, 호머 심슨이 마르지 않는 눈물을 흘리며 마지에게 드레스를 구해줬고, 이후 행복에 겨운 마지가 런웨이에 등장하는 장면을 담았다. 이는 아직까지도 평론가들에게 단순한 의류 브랜드 범주를 넘어 대중문화와의 경계를 허물어 새로운 형태로 문화적 표현을 한 패션 하우스 사례라는 평가를 받는다.



#5 정치적 메시지를 담은 눈보라 속 런웨이

발렌시아가 2022 F/W 발렌시아가 2022 F/W 발렌시아가 2022 F/W 발렌시아가 2022 F/W 발렌시아가 2022 F/W

본인을 ‘영원한 난민’이라 표현하는 뎀나. 2022 F/W 시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그는 자신이 겪은 기억을 패션으로 풀어냈다. 조국인 소비에트 조지아에서 발발한 내전을 피해 불과 12살이란 나이에 독일로 피난을 가게 됐는데, 이때 겪은 비극을 다시금 되새기며 우크라이나를 향한 응원의 메시지를 전한 것. 눈보라가 몰아치는 런웨이, 500여개 좌석 위에 놓인 우크라이나 국기 색 티셔츠와 노트, 커다란 담요를 두른 모델들, 전쟁과 난민을 암시하는 스타일링. 이 무대로 뎀나는 패션은 정치와 무관할 수 없다는 것을, 런웨이 또한 하나의 저항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6 발렌시아가 오트 쿠튀르, 52년만에 부활

발렌시아가 2021 F/W 오트 쿠튀르 컬렉션 발렌시아가 2021 F/W 오트 쿠튀르 컬렉션 발렌시아가 2021 F/W 오트 쿠튀르 컬렉션 발렌시아가 2021 F/W 오트 쿠튀르 컬렉션 발렌시아가 2021 F/W 오트 쿠튀르 컬렉션 발렌시아가 2021 F/W 오트 쿠튀르 컬렉션 발렌시아가 2021 F/W 오트 쿠튀르 컬렉션 발렌시아가 2021 F/W 오트 쿠튀르 컬렉션 발렌시아가 2021 F/W 오트 쿠튀르 컬렉션 발렌시아가 2021 F/W 오트 쿠튀르 컬렉션

한때 ‘베트멍 키즈’라 불리던 뎀나가 오트 쿠튀르를? 모두가 의아해했지만, 뎀나는 오히려 쿠튀르의 개념을 확장하는 방식으로 정면 승부했다. 극단적으로 미니멀한 블랙 롱 코트, 스포티한 선글라스를 더한 드레스, 심지어 패딩과 진까지. 손바느질로 완성한 하이 패션이 스트리트 감성과 만나는 순간, ‘쿠튀르도 이렇게 입을 수 있다’는 새로운 공식이 탄생했다.



뎀나 뎀나 뎀나

10년동안 패션을 비틀고, 뒤집고, 조롱하면서도 새로운 룰을 만들어낸 뎀나. 스캔들도, 논란도 많았지만, 결국 뎀나 바질리아가 남긴 것은 단순한 트렌드가 아니라 ‘태도’였다.

이제 발렌시아가는 새로운 장을 맞이할 것이다. 뎀나 바질리아의 발렌시아가를 기억하는 이들은, 그의 시대를 ‘하나의 거대한 패션 실험’으로 떠올릴 것이다. 그리고 그 실험은, 꽤 성공적이었다.




조나단 앤더슨 ♥︎ 로에베



#1 시작은 로에베, 2015 S/S 데뷔

로에베 2015 S/S 우먼즈 로에베 2015 S/S 우먼즈 로에베 2015 S/S 우먼즈 로에베 2015 S/S 우먼즈
로에베 2015 S/S 맨즈 로에베 2015 S/S 맨즈 로에베 2015 S/S 맨즈

조나단 앤더슨이 로에베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됐을 때 많은 이들이 의문을 가졌다. 젠더리스한 감각과 실험적 스타일로 주목받던 젊은 디자이너가 유서 깊은 가죽 공방을 어떻게 재해석할 것인가. 그렇게 2015 S/S 시즌, 첫 컬렉션이 공개되자 모든 의문은 기대감으로 바뀌었다. 미니멀한 실루엣과 구조적인 디자인, 가죽의 새로운 활용법까지. 로에베는 한층 현대적이고 예술적인 브랜드로 다시 태어났다. 앤더슨식 로에베의 서막이었다.



#2 가방 하나로 증명한 앤더슨力, ‘퍼즐’ 백 등장

로에베 2015 F/W

로에베 2015 F/W

로에베 2015 F/W

로에베 2015 F/W

현재까지도 판매 중인 로에베 ‘퍼즐’ 백 현재까지도 판매 중인 로에베 ‘퍼즐’ 백 현재까지도 판매 중인 로에베 ‘퍼즐’ 백 현재까지도 판매 중인 로에베 ‘퍼즐’ 백

조나단 앤더슨이 로에베에 남긴 첫 번째 아이콘은 단연 ‘퍼즐’ 백이다. 2015 F/W 시즌에 첫 선을 보인 이 가방은 하우스의 새로운 정체성을 상징하는 오브제로 승화했다. 기하학적 패널 구조와 부드러운 가죽이 결합한 디자인은 기능성과 미학을 완벽하게 조화시켰다. 이후 이 백은 다양한 크기와 컬러, 소재로 확장되며 사랑받았다. 오늘날까지도 로에베 하면 퍼즐 백이 떠오를 만큼, 앤더슨이 남긴 가장 강렬한 유산 중 하나다.



#3 공예와 패션의 경계를 허문 로에베 재단 공예상

2025년 로에베 재단 공예상 파이널리스트. 2022년 서울공예박물관에서 열린 로에베 재단 공예상 전시 전경.

조나단 앤더슨은 패션을 단순한 의류 산업이 아닌, 예술과 공예가 공존하는 장으로 만들고자 했다. 이를 대표하는 것이 2016년에 론칭한 ‘로에베 재단 공예상(Loewe Foundation Craft Prize)’이다. 전 세계 공예가들의 창의성을 조명하는 이 상은, 패션과 공예의 관계를 재정의하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동시에 앤더슨은 브랜드 캠페인과 컬렉션에서도 수공예적 요소를 적극 활용했다. 전통적 짜임 기법, 가죽 세공, 도예가들과의 협업까지. 그의 로에베는 현대성과 장인정신이 교차하는 지점에 서있었다.



#4 이비자에서 찾은 자유, 폴라 이비자 컬렉션

로에베 2021 ‘폴라 이비자’ 컬렉션 로에베 2023 ‘폴라 이비자’ 컬렉션

조나단 앤더슨은 로에베의 DNA를 재해석하는 과정에서 브랜드의 스페인적 뿌리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특히 2017년, ‘폴라 이비자(Paula’s Ibiza)’ 컬렉션을 부활시키며 로에베의 새로운 여름 챕터를 열었다. 1970년대부터 이비자 해변 문화를 대표했던 ‘폴라 이비자’라는 브랜드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오마주한 것. 이 라인은 화려한 패턴과 보헤미안 감성, 장인정신이 돋보디는 디테일로 매년 여름 시즌을 상징하는 캡슐 컬렉션으로 자리잡았다. 이비자의 자유분방한 무드를 패션으로 옮긴 앤더슨의 감각이 빛나는 계절!



#5 과감해 더욱더 동화적인 런웨이

로에베 2022 F/W 로에베 2022 F/W 로에베 2022 F/W
로에베 2023 S/S 로에베 2023 S/S 로에베 2023 S/S

조나단 앤더슨은 로에베에서 꾸준히 ‘형태’에 대한 실험을 지속해왔다. 그리고 2023년, 그 실험이 정점에 달했다.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실루엣은 물론이고, 꽃이 그 자체로 의상이 된 것. 3D 프린팅을 이용한 볼륨감과 과장된 곡선, 비현실적 비율은 마치 가상의 캐릭터가 걸어나온 듯했다. 패션을 조각처럼 다룰 수 있다는 그의 철학을 증명한 셈. 디지털 시대 속 아날로그적 장인 정신, 실험적 형태미를 조합한 앤더슨식 로에베의 정점을 보여준 순간이었다. 꿈과 현실의 경계를 허물며, 새로운 차원의 스타일을 제시하면서.


조나단 앤더슨 조나단 앤더슨 조나단 앤더슨

가방 하나로 아이덴티티를 확립했고, 공예를 패션 영역으로 확장했으며, 실루엣과 형태에 대한 대담한 실험을 감행한 조나단 앤더슨. 이제 그는 또 다른 여정을 준비하고 있다. 그가 남긴 유산은 로에베의 DNA 속 깊이 새겨졌으며, 그가 어디로 향하든 패션의 새로운 장을 여는 일은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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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사진/ Balenciaga Getty Images Launchmetrics Loew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