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피에르 위그, 루이스 부르주아, 론 뮤익이 온다!

올해 가야할 국내 전시들, 미리 체크하자.

프로필 by 손안나 2025.01.31

서울 ,아트, 핫이슈


올해 아트 신에서 기대해도 좋은 전시와 공간.


론 뮤익, <In Bed>, 2005, 혼합재료, 162x650x395cm,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 소장품. © Gautier Deblonde © Ron Mueck

론 뮤익, <In Bed>, 2005, 혼합재료, 162x650x395cm,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 소장품. © Gautier Deblonde © Ron Mueck

루이스 부르주아, <Mother and Child>, 2007, Colored pencil and watercolor on paper, 24.1x20.3cm. Photo: Christopher Burke, © The Easton Foundation/Licensed by SACK, Seoul and VAGA at ARS, New York

루이스 부르주아, <Mother and Child>, 2007, Colored pencil and watercolor on paper, 24.1x20.3cm. Photo: Christopher Burke, © The Easton Foundation/Licensed by SACK, Seoul and VAGA at ARS, New York

세계적인 현대미술가가 온다

연초에 쏟아지는 전시 라인업을 보며 1년의 순회 지도를 그려보는 일은 항상 즐겁다. 2025년 준비된 전시의 면면이 그 어느 때보다 이목을 끈다. 국내외 작가들의 대형 전시가 풍족하게 열리는 큰 흐름 속에서 그동안 규모 있게 다뤄지지 않았던 해외 작가들이 대거 내한한다.

당장 2월 말에 리움미술관에서 프랑스 출신의 현대미술가 피에르 위그의 전시가 열린다.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그의 첫 개인전이기도 하다. 피에르 위그는 미학의 상징인 호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에 숲을 불러들인 ‘사건’으로 전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아무도 상상하지 못한, 혹은 상상했으나 실현하지 않았던 일은 그가 공연장으로 옮겨온 1천 그루의 나무로 실제가 되었다. 이번 전시 역시 미술관 공간을 인간과 다양한 비인간이 공존할 수 있는 생태계로 만들 예정이다. 영상, 사운드, 조각, 설치를 아우르는 주요 작품 14점과 예술의 도시 베니스의 대표적인 미술관 중 하나인 푼타 델라 도가나와 리움이 함께 지원한 신작이 공개된다.

국립현대미술관은 론 뮤익의 전시로 올해의 공식 일정을 시작한다. 론 뮤익은 하이퍼리얼리즘 조각가라는 이름에 걸맞게 압도적인 크기와 디테일을 구사한다. 죽은 아버지의 모습이나 본인의 지친 얼굴을 상세하게 표현한 대표작들은 어딘가 섬뜩하지만 한편 맥 빠질 만큼 편안함을 발산한다. 사진에 갇혀 있던 론 뮤익의 작품은 2017년 우리나라에 처음 당도했고 2021년 리움미술관 재개관전으로 화제를 모았다. 전시장을 가로지르는 거대한 남자의 얼굴 안에 새겨진 주름, 수염 자국과 모발 한 올까지 생생하게 표현했으나 뒷면은 텅 빈 작품 <Mask II>는 론 뮤익이 말하려는 바를 직설적으로 담고 있다. ‘인간은 과연 무엇으로 구별되는가?’ 그의 물음과 대답의 실마리는 아시아 첫 대형 개인전이기도 한 4월 전시에서 알 수 있다.

빛과 공간을 직조하는 설치미술가 제임스 터렐은 비교적 우리에게 익숙한 작가다. 뮤지엄 산에 영구설치된 작품이 있고 꾸준히 개인전과 단체전을 열었다. 6월 페이스갤러리 서울에서 열리는 제임스 터렐의 개인전은 다른 전시들에 비하면 규모는 크지 않지만 수십 년에 걸친 작가의 포괄적인 작업을 선보이는 데 중점을 두었기에 의미가 크다. 홀로그램, 프로젝션 작품, 종이 작품, 유리 작품 등 최근 전시들이 특정 시리즈에 집중했던 것과 달리, 이번 전시는 작가의 전체 작업 세계를 깊이 있게 조망할 예정이다.

27년 만에 일본에서 열린 루이즈 부르주아 회고전에 대한 감상을 더 이상 선망하지 않아도 된다. 8월 호암미술관에서도 25년 만의 회고전이 준비되어 있다. “거미는 나의 어머니에게 바치는 찬가이다.” 거미 형상을 한 루이즈 부르주아의 대표적인 조각 작품은 제목도 <Maman(마망, 엄마)>이다. 실을 짜고 해충을 잡는 거미의 모습에 자수로 가계를 도왔던 어머니의 삶과 현명함, 헌신을 투영했다. 루이즈 부르주아는 예술을 대단한 치장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아버지의 배신과 어머니의 죽음으로 인한 자살 시도를 겪으며 부푼 내면의 불안함을 평생 예술 활동의 밑거름으로 삼았다. 이번 회고전은 본인의 두려움을 뛰어넘기 위해 평생을 분투했던 처절한 예술가로서의 여정이 낱낱이 드러난다. 대표작 외에 일기, 정신분석 일지, 메모 등이 공개되어 작가의 내면을 더 깊숙하게 바라볼 수 있다.

Credit

  • 글/ 박의령(프리랜스 에디터)
  • 디자인/ 이진미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