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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윤서의 청춘, 그 찬란함의 기록

데뷔 3년 차, 천진한 웃음과 깊고 단단한 눈빛. 오늘보다 빛나는 내일을 위해 묵묵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노윤서라는 청춘, 그 찬란함의 기록.

프로필 by 윤혜영 2024.11.20
검지에 착용한 미디엄 ‘트리니티 쿠션 쉐입’ 링, 약지의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트리니티 쿠션 쉐입’ 링, 체인 네크리스, 레이어드한 ‘트리니티 쿠션 쉐입’ 네크리스는 모두 Cartier.

노윤서의 데뷔작은 노희경 작가가 쓴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다. 같은 해 넷플릭스 영화 <20세기 소녀>가 개봉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드라마 <일타 스캔들>과 넷플릭스 시리즈 <택배기사>에서 눈도장을 찍었다. 올해 방영된 <엄마친구아들>에서는 만인의 이상형, 스타 노윤서로,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는 섬찟한 얼굴로 살인범을 휘어잡는 ‘의선’으로. 연기 경력 3년 차를 지나고 있는 노윤서는 역할의 경중을 떠나 자신이 보여줄 수 있는 최대치를 담담하게 보여주고 있다.
노윤서는 잘 알고 있다. 데뷔작으로 <우리들의 블루스>를 만난 것이 얼마나 큰 행운이며, 지금의 영화 시장에서 20대를 주연으로 내세운 <청설> 같은 영화가 얼마나 귀한 것인지를. 한 세대를 대표하는 배우로서 <바자>의 커버를 장식하게 된 오늘이 얼마나 뜻깊은 자리인지도. 하지만 두려움까지 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언제나 중요한 것은 눈앞의 해야 할 일이기 때문에. 한 발짝 떨어져 나의 위치와 책임을 직시하되,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것은 부담과 긴장을 떨쳐내는 노윤서만의 방식이다. 인터뷰가 시작되자 긴장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또박또박 대답을 이어간 것처럼. 한 인터뷰에서 노윤서는 “지금 이번 생의 운을 다 쓰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말을 했다. 하지만 우리는 결코 운만으로 이루어지는 일은 없다는 것을 안다. 동시에 우리는 모른다. 무던해 보이는 얼굴 이면에, 그 얼마나 치열한 시간이 있었을지는.

다이아몬드를 장식한 ‘트리니티’ 이어링, 오른손 중지에 착용한 라지 ‘트리니티’ 링, 왼손 약지에 착용한 ‘저스트 앵 끌루’ 링, 검지의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미디엄 ‘클래식 트리니티’ 링, 엄지의 미디엄 ‘클래식 트리니티’ 링, ‘트리니티 쿠션 쉐입’ 네크리스, ‘트리니티’ 브레이슬릿, 그 아래 착용한 ‘Love’ 브레이슬릿은 모두 Cartier.

재킷은 Bonbom. 부츠 힐은 Jil Sander. 셔츠, 타이, 팬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하퍼스 바자 영화라면 <20세기 소녀>도 있었지만, 극장에서 개봉하는 영화는 <청설>이 처음이죠.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스크린으로 먼저 만나보긴 했겠으나 진짜 개봉을 했을 때의 느낌은 또 다를 테고요.
노윤서 내일 VIP 시사회를 하는데, 살면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연락을 해본 건 처음이에요. 제 지인들을 초대하는 자리이니 가족부터 친구, 한 번이라도 같이 작품을 했던 선배님들에게도 다 연락 드렸거든요. 지금 딱 결혼식을 앞둔 기분이에요.(웃음)
하퍼스 바자 또래 배우들이 주축이 되어 그 나이 대의 일상을 세심하게 그리는 영화라는 점에서 지금까지의 전작과는 마음가짐이 조금 달랐을 것 같아요. 촬영 현장의 분위기는 어땠나요?
노윤서 그동안 교복 입은 학생 연기를 많이 보여드린 만큼 또래 배우들과 연기하는 것 자체가 새롭진 않았어요. 하지만 저희가 오롯이 작품을 이끌어가야 하는 환경은 처음이었죠. 당연히 부담이 됐지만 촬영할 땐 그런 생각들은 끼어들 틈도 없이 대본에만 몰입했던 것 같아요. (홍)경 오빠가 그랬거든요. 요즘 이렇게 20대 배우들이 끌고 가는 영화가 많이 없기 때문에 <청설>이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고요. 부담이 생길지언정 결국 감사한 마음으로 돌아오게 돼요.

‘트리니티’ 이어링, 펜던트 고리에 다이아몬드를 장식한 ‘트리니티’ 네크리스는 Cartier.

하퍼스 바자 영화의 배경은 요즘과는 전혀 다른 계절을 그리고 있죠. 청량한 여름날, 기억에 남는 촬영 현장의 한 장면이 있다면요?
노윤서 <청설>에서는 소리가 아주 중요해요. 극 중 캐릭터들이 주로 수어로 대화하기 때문에 사람의 음성보다 주변 백색 소음이 잘 살아 있는 영화인데요. 특히 자연에서 나는 소리가 극대화되어 들렸을 때가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바람이 사악 불고 거기에 나뭇잎이 흔들리는 소리가 들릴 때처럼요. 기분이 참 좋았어요.
하퍼스 바자 청각장애인인 ‘가을’을 뒷바라지하는 성실한 언니 ‘여름’을 연기했어요. 입이 아닌 손으로 대사를 하는 경험은 어땠나요?
노윤서 지금보다 훨씬 내성적이고 소심했던 어린 시절부터 항상 카메라 앞에서는 표정이 다양했거든요. <청설>을 찍으려고 그랬던 건지!(웃음) 엄마가 말씀하시기로는 저는 아기 때부터 사진 찍을 맛이 났대요. 사진을 보면 그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다 보인다고요. 실제로 수어 할 때 표정이 중요해요. 어쩌면 이번 작품이 저의 진짜 얼굴들을 보여드릴 수 있는 기회인 것 같아요.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클래쉬 드 까르띠에’ 이어링, 약지에 착용한 ‘클래쉬 드 까르띠에’ 링, 검지의 미디엄 ‘클래식 트리니티’ 링, 레이어드한 라지 ‘트리니티’ 링은 모두 Cartier.

니트 드레스는 Ann Demeulemeester by Luisaviaroma.

하퍼스 바자 배우 노윤서의 데뷔작은 <우리들의 블루스>죠.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꼽는 질문에 늘 이 작품을 답했더군요. 시간이 흘러 그때를 다시 반추해보면 어떤 기분이 드나요?
노윤서 4차 오디션까지 봤었는데, 마지막 합격 소식을 들었을 때도 믿기지가 않았어요. “정말 제가 된 게 맞나요?” 하고 몇 번이나 물어 봤죠. 실감할 새도 없이 대본 리딩하고, 촬영에 돌입했던 것 같아요. 물론 내가 지금 어떤 운에 당첨이 된 건지는 너무 잘 알고 있었어요. TV에서만 보던 선배님들을 눈앞에 두고 함께 연기한다는 사실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했을 뿐이죠. 그치만 다 필요 없고, 일단 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어요.(웃음) 요즘 유독 <우리들의 블루스> 촬영 현장에서 찍은 사진들이 앨범에 자주 떠요. 그때 사진은 볼 때마다 신기한 것 같아요. 내가 김혜자 선생님, 고두심 선생님이 해주신 밥을 먹는 영주로 살았었구나, 한다니까요. 말로는 명료하게 설명할 수 없는, 그저 영광스러운 마음이에요. 아마 평생 그럴 것 같아요.

옐로 골드 케이스와 앨리게이터 레더 스트랩이 조화로운 ‘탱크 루이 까르띠에’ 미니 워치, 왼손 검지의 ‘저스트 앵 끌루’ 링, 소지의 미디엄 ‘트리니티 쿠션 쉐입’ 링, 오른손 검지에 착용한 라지 ‘트리니티’ 링은 모두 Cartier.

튜브톱 드레스는 Jacquemus.

하퍼스 바자 방금 ‘운에 당첨되었다’고 표현했지만,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의 행보가 단순히 운만으로 가능했던 성과는 아닐 거예요. 나에게 있는 배우로서의 강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흉내 낸다고 될 수는 없는, 그야말로 타고난 재능 말이에요.
노윤서 이런 질문을 받았던 적이 있는데, 그땐 대답을 잘 못했어요. 왠지 능청스럽게 말해야 할 것 같은데 쑥스러웠거든요. 오늘은 생각나는 게 있어요! 저는 잡생각이 없어서 눈앞에 놓인 것만 생각해요. 여름이랑 닮은 부분이죠. 물론 책임감과 부담감에서 비롯된 잡념이 끼어들 때도 있지만, 대체로 ‘일단 이것부터 하자’에 사로잡혀 있어서 오래 못 가요.(웃음) 바꿔 말하면 시야가 좁다는 건데, 순간에 집중하는 면이 이 일을 할 때 장점으로 작용하는 것 같아요.
하퍼스 바자 무겁게 생각하지 않고 일단 움직이고 보는 스타일이라는 건, 연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를 듣고서도 짐작하고 있었어요.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10년 넘게 해오던 미술을 그만두고 연기를 시작했죠. 등록금을 벌고자 시작한 모델 일에 뒤이어 자연스럽게 발을 들인 연기에 거창한 목표나 의지가 있었던 것 같지는 않고요.
노윤서 맞아요. 모델 일을 하다 회사 대표님의 권유로 연기를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주저했어요. 전공생도 아닌 내가 열정도 없이 발을 들여도 괜찮은 걸까 하고요. 하지만 한 번 배워보고 결정해도 되는 거니까. ‘일단 해보자’ 했죠. 근데 너무 재밌는 거예요. 제가 연기를 할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했는데, 이제는 욕심도 내면서 진지하게 임하고 있는 걸 보면 역시 일단 해보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핑크 골드 소재 ‘Love’ 이어링, 약지에 착용한 ‘Love’ 링, 중지의 미디엄 ‘클래식 트리니티’ 링, 검지의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미디엄 ‘클래식 트리니티’ 링, ‘트리니티’ 네크리스, 레이어드한 ‘트리니티 쿠션 쉐입’ 네크리스, 펜던트 중심에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트리니티’ 브레이슬릿은 모두 Cartier.

홀터넥 드레스는 16Arlington by Luisaviaroma.

하퍼스 바자 연기를 계속하게 만드는 재미로 ‘나아지고 있음을 느끼는 점’을 꼽았더군요. 연기를 처음 시작했을 때와 지금을 비교해보면 어때요? 어떤 점에서 가장 많이 성장했나요?
노윤서 글쎄요. 잘 모르겠어요. 여전히 새로운 작품을 만날 때마다 배우는 것들이 많아요. <청설>을 찍으면서 경 오빠와 (김)민주한테도 많은 자극을 받았어요. <우리들의 블루스> 찍을 땐 기본적인 카메라 용어도 잘 몰랐거든요. 대본에 적힌 ‘OL’이 오버랩인 것도요.(웃음) 이제 용어나 현장의 시스템 측면에서는 확실히 아는 게 많아지긴 했지만, 그 역시 미미한 정도예요. 점차 나아질 제가 궁금해서 더 오래 연기를 하고 싶은 것이기도 해요.
하퍼스 바자 오래 꾸준히 사랑받는 물건에는 ‘클래식’이라는 수식이 붙어요. 이번 커버 촬영에 함께한, 100주년을 맞은 까르띠에 트리니티 링처럼요. 어떤 화려함이나 기교도 대체할 수 없는, 오로지 그만큼의 시간이 쌓였을 때 받을 수 있는 인정이죠. 배우로서의 시간을 차곡차곡 쌓아간 훗날의 노윤서에게 어떤 수식이 뒤따르길 바라나요?
노윤서 질문을 베끼려는 건 아니지만(웃음) 그야말로 클래식한 배우가 될 수만 있다면 좋을 것 같은데요. 패션에 대입하자면, 어느 룩에도 잘 어울리는 클래식한 백처럼 어떤 작품에나 잘 어울리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영화 <클래식>을 정말 재밌게 보기도 했고요!(웃음) 다시 볼 때마다 질리기는커녕 새로운 감상이 들고, 여운을 남기는 명작이잖아요. 나중에 연기한 시간들을 돌아봤을 때 그 정도의 잔상을 남길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약지에 착용한 ‘Love’ 링, 중지의 미디엄 ‘클래식 트리니티’ 링, 검지의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미디엄 ‘클래식 트리니티’ 링, ‘트리니티’ 브레이슬릿, 핑크 골드 소재 ‘Love’ 이어링, 화이트 골드 소재 밴드를 따라 다이아몬드를 장식한 ‘트리니티’ 네크리스, 레이어드한 ‘트리니티 쿠션 쉐입’ 네크리스는 모두 Cartier.

홀터넥 드레스는 16Arlington by Luisaviaroma.

하퍼스 바자 트리니티 링은 다양성의 가치와 모든 형태의 사랑을 상징합니다. 연기라는 일은 물론, 배우로서 사는 삶 역시 ‘사랑’을 빼고는 설명할 수 없고요. 당신에게 사랑은 어떤 형태인가요?
노윤서 <청설> 원작에 이런 대사가 있어요. “사랑은 그 자체로 충분해서 번역이 필요하지 않다.” 그동안 말하지 않고 사랑을 표현하는 일이 어렵지 않았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요. 전 오히려 더 쉬웠어요. 수어를 할 땐 처음부터 끝까지 상대방의 눈을 계속 바라보고 있어야 해요. 사랑은 손과 눈빛을 통해서도 느껴지더라고요. 물성을 띤 존재는 아니지만, 사랑이 있는 곳에는 어떻게든 티가 나게 되어 있는 것 같아요. 그 자체로 충분하다는 말도 그래서겠죠. 사랑은 저를 완전하게 해주는 것이기도 해요. 일, 가족, 친구, 연인. 나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요소들인데 일에 대한 열정도, 관계를 지탱하는 핵심도 결국 사랑이니까요. 그러니까, 사랑이 없다면 인생은 아무 의미가 없을 것 같아요.

인 네크리스, 레이어드한 ‘트리니티 쿠션 쉐입’ 네크리스, 오른손 소지에 착용한 미디엄 ‘트리니티 쿠션 쉐입’ 링, 왼팔의 화이트 골드·핑크 골드·옐로 골드 소재 밴드를 연결한 ‘트리니티 쿠션 쉐입’ 브레이슬릿, 검지의 미디엄 ‘트리니티 쿠션 쉐입’ 링,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트리니티 쿠션 쉐입’ 링은 모두 Cartier.

드레스는 Lemaire. 부츠는 Jil Sander.

※ 화보에 촬영된 제품은 모두 가격 미정.

Credit

  • 에디터/ 고영진
  • 사진/ 고원태
  • 헤어/ 이혜영
  • 메이크업/ 조은정
  • 스타일리스트/ 이윤미
  • 네일/ 임미성
  • 어시스턴트/ 정민호
  • 디자인/ 한상영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