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막스마라가 여성을 응원하는 방식

런던 화이트채플 갤러리에서 제9회 ‘아트 프라이즈 포 우먼’을 수상한 도미니크 화이트가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

프로필 by 박애나 2024.07.05
사진/ ⓒDan Weil

사진/ ⓒDan Weil

1951년 론칭한 이후로 오로지 여성을 위한 업적을 쌓아온 막스마라. 영국의 화이트채플 갤러리와 이탈리아의 콜레치오네 마라모티(아트 전시 공간)가 공동 주최하는 막스마라 아트 프라이즈 포 우먼(Max Mara Art Prize for Women, 이하 MMPA)은 영국에 기반을 둔 여성 신진 예술가를 위해 격년으로 열리는 시각예술상이다. 작품 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시간과 공간은 물론 전문 자원을 제공하고 그들의 작업을 국제적으로 알리는 역할을 해왔다. 이전 수상자로는 앰마 탤벗(Emma Talbot), 헬렌 캠목(Helen Cammock), 엠마 하트(Emma Hart), 코린 손(Corin Sworn), 로르 프루보(Laure Prouvost), 안드레아 뷔트너(Andrea Büttner), 하나 리카즈(Hannah Rickards), 그리고 마가렛 샐먼(Margaret Salmon).

사진/ ⓒ Above Ground Studio (Matt Greenwood) 사진/ TIWI 사진/ TIWI 사진/ TIWI 사진/ TIWI 사진/ TIWI
2005년에 설립된 이후로 올해 9회를 맞이한 MMPA의 명예의 수상자는 바로 영국 출신의 역대 최연소 작가, 도미니크 화이트(Dominique White, 1993년생)이다. 막스마라의 역사가 시작된 이탈리아의 작은 소도시, 레지오 에밀리아의 옛 본사에 자리한 개인 소유의 아트 컬렉션 콜레치오네 마라모티의 지원 아래 6개월간 이탈리아에서 작업한 그의 신작 “Deadweight”를 처음 공개하는 자리에 <바자>가 함께 축하를 전했다.

사진/ ⓒ Above Ground Studio (Matt Greenwood) 사진/ ⓒ Above Ground Studio (Matt Greenwood) 사진/ ⓒ Above Ground Studio (Matt Greenwood) 사진/ ⓒ Above Ground Studio (Matt Greenwood) 사진/ ⓒ Above Ground Studio (Matt Greenwood)
해양 전문 용어인 “Deadweight”는 화물선이 가라앉지 않은 상태에서 최대로 실을 수 있는 무게의 한계를 뜻한다. 단어 그대로, 죽기 직전까지 얼마나 많은 무게를 버티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단위. ‘안정성’을 위해 존재하는 단어의 의미를 역설적으로 풀어내는 그의 작품엔 ‘혼란’과 ‘변형’이라는 단어가 먼저 떠오른다.

사진/ ⓒDan Weil 사진/ ⓒDan Weil 사진/ ⓒDan Weil
화이트채플 갤러리 1층, 문을 열고 들어서면 마주하는 고요한 공간에선 힘과 연약함이 공존한다. 4개의 대형 조각 작품은 어두컴컴한 지중해의 심해 속에 잠식된 무언가를 표상하고 있다. 금속으로 형성된 각진 구조물들은 마치 버려진 닻 혹은 포유류의 골격과 같으며 동시에 바다의 물결을 연상시킨다. 물속에 잠겨 녹슬고 부패한 조각과 잔재들은 그런데도 불구하고 실재하는, 어쩌면 자유를 희망하는 저항의 상징으로 자리한다.

아프리카의 전통문화와 미래를 SF판타지와 결합한 ‘아프로퓨처리즘(Afro-futurism)’과 흑인 사회의 고통과 억압을 말하는 ‘아프로페시미즘(Afro-pessimism), 해양 사회의 복잡한 지배 구조를 의미하는 ‘하이드라키(Hydrarchy)는 그의 작품에서 빠질 수 없는 개념이자 끊임없는 탐구를 이어가는 요소이다. 흑인으로서의 주체성을 녹여낸 작품으로 ‘블랙니스(Blackness)’의 세계를 창조하고자 하는 도미니크 화이트. 그의 예술적 사고로 풀어내는 과거와 현실의 아픔은 아름답지만 되돌아보게 되는 힘이 있다.

도미니크 화이트의 신작 “Deadweight”는 런던 화이트채플 갤러리에서 2024년 9월 15일까지 전시된다. 이후 2024년 10월 27일부터 2025년 2월 16일까지 이탈리아 레지오 에밀리아의 콜레치오네 마라모티에서 전시를 이어간다.

Credit

  • 글/ 런던 통신원 한지연
  • 사진/ © Above Ground Studio (Matt Greenwood) ©Dan Weil KIW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