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LEBRITY
삶이 가사가 되는 사람들
솔직한 게 힘이라면 내 노래는 나의 무기. 자기 삶을 가사로 뱉는 래퍼들에게, 힙합이 멋있지 않다는 어느 노랫말은 아무 힘이 없다.
전체 페이지를 읽으시려면
회원가입 및 로그인을 해주세요!

나는 살아가 지금 난 지금을 원해 내 모두를 거네 환청은 겨우 사라져 그들은 과거의 존재 - 언텔 ‘아기휴먼’ 中
언텔
먼저 고백할 게 있다. 난 힙합을 잘 모른다. 막 10대가 되었을 때부터 음악을 가까이했지만 주된 관심사는 클래식이나 재즈 쪽이었다. 힙합에 발을 들인 건 우연히 다이나믹 듀오와 도끼의 음악을 듣고 나서부터다. 틀을 막 깨부수듯 자유로운 힙합은 어린 나에게 꽤나 충격이었다. 좋아하는 마음은 듣는 것을 넘어 가사를 쓰고 뱉도록 만들었다. 좋아하는 걸 꾸준히 파고들면서 지금까지 왔다. 어쩌면 갓 10대가 된 그때나 지금이나 힙합 신에 대해 갖고 있는 지식의 수준은 비슷할지도 모른다.
확실히 아는 게 하나 있긴 하다. 힙합은 나이와 경험의 폭을 기준으로 급을 나누지 않는다는 것. 오로지 능력으로 인정하는 문화라는 것. 그래서 나처럼 아주 작고 연약한 사람도 용기를 갖고 기꺼이 도전하게 만든다. 이만큼 공평한 무대가 또 어디 있을까? 내가 이렇게 랩에 푹 빠져 있는 이유일 수도 있겠지. 하고 싶은 얘기를 전하는 수단은 랩 말고도 많겠지만 아직 이렇게까지 매력적인 방법을 찾진 못했다. 무엇보다 지금 내가 가장 잘하는 일이고.
내 음악을 관통하는 하나의 주제? 그런 건 없다. 매 순간 느끼는 감정에 충실하면서 치열하게 살아온 사람의 흔적 정도로 읽히면 좋겠다. 나에게 랩은, 가사는 사진이다. 순간 순간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장치. 산만하게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그게 내 음악의 매력일 수도.

레더 재킷은 Harley Davidson. 이너 니트, 귀고리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그 틀을 벗어던졌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앨범이 드디어 세상에 나왔다. 제목은 <ANIMAL>. 작년 12월에 발매한 내 두 번째 정규 앨범이다. 이건 그야말로 내 밑바닥까지, 가감 없는 진짜를 드러낸 최초의 작업물이다. 지금까지 지향해온 건 ‘진짜 나’를 담은 음악이었는데, 20대의 중턱을 바라보는 지금에서야 바라던 지점에 가까워졌다.
“떠나가고 싶어 멀리로/ 아무도 찾을 수 없도록/ 사라지고 싶어 조금도/ 그리워할 수조차 없게”. 타이틀 곡 ‘이사철새’는 철저히 내 경험담이다. 열아홉 때부터 수없이 이사를 다니며 느낀 공허함과 쓸쓸함에 대해 썼다. 타인의 시선이나 스스로 만들어낸 부담감은 더 이상 날 옥죄지 않는다. 사실 사람들은 대체로 남에게 관심이 없잖아? 이제 음악을 만드는 행위가 숨 쉬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내 삶의 일부가 된 것 같다. 내 상승곡선은 지금부터 시작이야.

천지 빛나네, 직선 떨어지는 섬광에 눈 멀기는 천만에, 기적 벌어져도 초연해 - 스월비 & gamma ‘MILLAN’ 中
스월비
내가 생각하는 랩은 ‘spoken word poetry’ 즉, 말로 쓰는 시다. 때론 아주 드라이한 일도 극적으로 써내는 것이 래퍼의 주요 자질이라는 점에서, 만화를 소비하고 즐기는 나의 라이프스타일은 분명 가사를 쓰는 데 도움이 된다. 소년 만화는 극적인 전개가 포인트다. 주인공에겐 늘 시련이 있지만 헤쳐나갈 동료가 있다. 우정, 용기, 함께 견디고 싸우고 이기고 배우는 과정. 이 모든 이유를 뒤로하고서라도 봐야 하는 이유를 말하자면, 그냥 내가 제일 빠져 있는 취미라서 그런 거지 뭐.
하고 많은 공간 중 피겨숍에서 사진을 찍겠다고 한 것도 그래서다. 난 이곳에서 가장 신이 난다. 머무는 것만으로도 가슴 뛰는 장소가 있다는 건 꽤나 멋있는 일 아닌가? 여기서 가장 나다운 얼굴이 나올 것이라 생각했다.


이렇게 만든 노래로 도대체 뭘 말하려는 거냐면, 그냥 내가 생각하는 멋을 보여주고 싶은 거다. 난 내가 15살 때 쓴 곡을 봐도 뭘 멋있다고 느껴서 쓴 건지가 보인다. 표현하는 방식은 좀 구릴지라도 그 저변에 깔린 동경의 대상은 지금 생각하는 멋과 크게 다르지 않다. 마치 터널 비전 같은 거다. 하지만 뭔가 아쉽다. 아직 그 ‘멋’이란 게 뭔지 뾰족하게 말을 못하겠어서. 요즘 새 앨범을 작업하면서 그걸 찾아가는 중이다. 일종의 소거법을 쓴다. 지난 타임라인을 순서대로 훑어보면서 싫었던 걸 쳐내는 거지. 마지막엔 뭐가 남아 있을까? 나도 궁금해.
Credit
- 사진/ 송시영
- 헤어 & 메이크업/ 박정환, 남다은
- 스타일리스트/ 진준형, LSB
- 디자인/ GRAFIKSANG
Celeb's BIG News
#스트레이 키즈, #BTS, #엔믹스, #블랙핑크, #에스파, #세븐틴, #올데이 프로젝트, #지 프룩 파닛
이 기사도 흥미로우실 거예요!
실시간으로 업데이트 되는
하퍼스 바자의 최신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