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발레 코어의 정점! 샤넬 2024 봄-여름 오뜨 꾸뛰르

가브리엘 샤넬이 애정한 버튼을 통해 버지니 비아르가 빚어낸 아름다운 춤.

프로필 by 김서영 2024.01.26
샤넬이 2024 봄-여름 오뜨 꾸뛰르 쇼에 앞서 티저 영상 ‘버튼(The Button)’을 공개했을 때, 마침내 올 것이 왔다고 생각했다. 의복에서 ‘단추’란 무수히 다양한 소재로 만들어지고, 다채로운 제작 기술이 필요하며 옷을 여미거나 장식하기 위해 사용되는 기본 요소다. 이보다 오뜨 꾸뛰르에 걸맞는 완전한 주제가 있을까. 티저 영상에서 하우스 앰배서더인 배우 마가렛 퀄리가 샤넬 재킷 소매에서 사라진 단추의 흔적을 쫓아 파리 깡봉가 31번지에 닿는 여정은 샤넬 하우스의 시작, 오뜨 꾸뛰르와 완벽히 맞닿아 있었다.

가브리엘 샤넬과 오뜨 꾸뛰르

사실 오뜨 꾸뛰르는 파리의 역사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사실 18세기 이후 자수와 깃털, 모자, 장갑, 신발 장인들의 뛰어난 솜씨 덕분에 파리의 패션은 이미 유럽 전역으로 퍼진 상태였다. 하지만 오뜨 꾸뛰르가 탄생한 건 제2제정 시대에 이르러서다. 당시 파리 상류 패션을 선도했던 디자이너 찰스 프레데릭 워스(Charles Frederick Worth)가 ‘패션 디자이너’의 개념을 각인시키며, 1858년 뤼 드 라 페(ruedelaPaix)에 파리 최초의 꾸뛰르 하우스를 설립했다. 화려한 살롱에서 손님들을 맞이하고 모델에 옷을 입혀 컬렉션을 발표하는 방식을 처음 선보인 것이다. 이후 다른 하우스들도 그의 뒤를 따랐고, 20세기 초 오뜨 꾸뛰르로 인해 파리는 세계 패션의 중심지가 되었다.

이러한 시대적 배경 속에 당시 가브리엘 샤넬은 모자 디자이너였다. 1910년 깡봉가 21번지에 자신의 첫 부티크인 <샤넬- 모드>를 열었고, 1912년에는 도빌에 두 번째 부티크를 열어 모자 이외에 편안함과 우아함을 결합한 의류 라인을 처음 선보였다. 그리고 마침내 1915년, 비아리츠의 빌라 라랄드(Villa Larralde)에 꾸뛰르 하우스를 설립하며 상류층과 세계 각지에서 찾아온 고객들에게 인기를 얻었다. 이후 1918년 샤넬의 상징적인 주소가 된 파리 깡봉가 31번지에 꾸뛰르 하우스를 설립한 후, 10년에 걸쳐 사업을 확장했고 샤넬의 공방에선 수백 명의 재봉사들이 컬렉션을 만들었다.

오늘날, 샤넬은 하우스의 유산을 보존하기 위해 오베르빌리에와 파리 19구 사이에 공방 전용 공간 le19M를 만들었다. 자수 공방 르사주를 포함해 총 11개 공방, 600명의 장인들이 빛으로 가득찬 아뜰리에에서 오뜨 꾸뛰르의 정신을 계승하고 있다.

버튼의 진화

가브리엘 샤넬은 이미 1920년대부터 주얼 장식 버튼을 필수로 사용했다. 단추의 기능적인 역할에 보석 장식을 더했고, 이를 단순함과 정교함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핵심 요소로 활용했다. 특히 버튼은 활동적인 여성을 위해 디자인한 샤넬 수트에 포인트가 되었고, 1950년대부터 선보인 모노그램을 비롯해 사자와 체인, 까멜리아, 진주, 별, 태양 등 가브리엘 샤넬이 좋아했던 상징으로 끊임없이 재해석되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버튼은 식별 요소나 인식 가능한 표식, 부적 또는 컬렉션의 상징으로 진화되었으며,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샤넬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불어넣는 역할을 담당했다.

샤넬은 컬렉션마다 영감의 원천이 되는 감정을 끌어내 준다. 내 임무는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를 전할 방법을 찾는 것이다.

발레 코어의 정점에 선 샤넬 2024 봄-여름 오뜨 꾸뛰르

가브리엘 샤넬이 발레를 위한 첫 디자인을 선보인지 올해로 100주년. 버지니 비아르는 여성에게 자유로움을 선사한 해방의 상징인 ‘버튼’을 통해 발레와 무용의 세계로 우리를 안내했다. 이번에 선보인 2024 봄-여름 오뜨 꾸뛰르 컬렉션은 패션과 음악, 연극이 한데 어우러진 동시에 무용수의 몸과 움직임을 유형의 형태로 재해석했다.
이번 쇼는 버지니 비아르의 특별한 요청으로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와 데이브 프리(Dave Free), 마이크 칼슨(Mike Carson)이 무대 세트를 디자인했다. 오뜨 꾸뛰르의 상징하는 거대한 CC로고 버튼이 무대 정중앙 천장에 자리 잡았고, 이를 배경으로 드레이퍼리와 작은 리본, 일루전 튤 포켓, 레이스 벨트, 시퀸, 브레이드, 작은 플라워 장식 등으로 수놓은 투명한 쇼트 스트레이트 스커트, 롱 드레스, 점프수트, 짧은 케이프의 풍경이 연달아 펼쳐졌다. 화이트 발레 레오타드와 타이즈 위에 착용할 법한 매우 여성스러우면서도 몸의 아름다움을 극대화하는 룩에 시선을 뗄 수 없었다.

무용에 대해 자주 생각하곤 한다. 무용은 샤넬에서 중요한 테마다. 샤넬은 발레단, 안무가, 무용수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무용계 거장들의 비범한 스타일과 위풍당당한 신체에서 영향을 받은 2024 봄-여름 오뜨 꾸뛰르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 보자. 핑크와 화이트의 수채화가 두드러지는 이번 컬렉션은 레온 박스트(Léon Bakst)와 세르게이 디아길레프(Sergei Diaghilev)가 몸담았던 발레 뤼스의 선명한 색채감에서 영감을 얻은 만큼 로맨틱한 컬러 팔레트를 자랑한다. 지극히 여성스러운 튤과 러플, 플리츠, 레이스 소재 등으로 몸을 감싼 런웨이 위 모델들은 그 어느 때보다 우아하고 가벼운 모습. 하지만 무엇보다 이 컬렉션이 특별한 이유는 몸에 지닌 힘과 옷의 섬세함을 하나로 결합하고자 했다는 점이다. 또한, 튤 소재의 다운 재킷과 후드에선 현대적인 감성까지 느껴진다.
내게 있어 춤이란 전하고 다시 말하는 데 즐거움을 느끼는, 내 마음에 가까운 모든 이야기와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마치 무용수의 가벼운 공중 도약을 보는 듯 경이롭고 우아한 샤넬 2024 봄-여름 오뜨 꾸뛰르 컬렉션. 발레코어 트렌드를 넘어서 하우스의 헤리티지와 장인 정신, 예술이 한데 어우러져 오뜨 꾸뛰르 본연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순간이었다.

Credit

  • 사진 샤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