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오래된 미래

지금 화이트 큐브 서울에서 만날 수 있는 미노루 노마타의 도시 풍경화.

프로필 by 손안나 2024.01.19
Minoru Nomata, <Points of View-31>, 2004, Acrylic on canvas, 145.5x112cm. © the artist. Courtesy White Cube.

Minoru Nomata, <Points of View-31>, 2004, Acrylic on canvas, 145.5x112cm. © the artist. Courtesy White Cube.

미노루 노마타는 상상 속의 건축물을 그린다. 잊혀진 고대 문명의 유산 같기도 하고 먼 미래를 위한 우주 기지 같기도 하다. 그리하여 거기엔 과거와 미래가 공존한다. 하지만 단 하나 만큼은 결코 알아차릴 수 없다. 그래서 이것들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광활한 지평선 위에 서 있는 건물들은 오로지 목적 없음에 목적을 두고 건설되었다. 영화 <인셉션>에는 꿈의 세계를 직조하는 다양한 전문가가 등장한다. 꿈 추출가, 꿈 위장사, 그리고 꿈 설계자. 현실에서 건축학도인 아리아드네(엘리엇 페이지)는 현실보다 자유롭고 무엇이든 설계할 수 있는 꿈의 세계에 매료된다. 전시장을 유영하다 ‘만약 아리아드네에게 예술적 감각이 있었다면 이런 형태가 아니었을까?’ 하는 상상을 덧붙여보았다. 이 도시 풍경화 또한 철저히 작가적 상상에 기반한 백일몽이니까.
일본어로 먼 광경을 투영하다는 뜻의 ‘映遠’을 전시 제목으로 지었으면서도 작가는 굳이 비출 영, 멀 원의 음차인 ‘영원’이라는 한글 번역을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 아마도 어떤 상태가 끝없이 이어진다는 뜻의 ‘永遠’이 덧씌워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일 것이다. “관람객이 그림을 직접 보고 각자의 해석대로 비추어보길 바란다”는 작가의 말로 추측하건대 먼 광경을 투영한다는 것은 아마도 상태가 아닌 태도를 의미할 것이다. “제 작업실이 협소한데 가끔 그곳이 차시즈(차실) 같아요. 다도에서는 차를 마시는 공간을 하나의 우주라고 하죠. 어느 날 작업실 천장을 올려다보고 느꼈어요. 우주가 여기에 있구나.” 오직 작가의 상상만으로 쌓아 올린 장엄하고 아름다운 풍경. 그 안에서 숭고미를 발견할 수 있는가 없는가. 가능성은 당신의 마음 안에 있다. 우주가 거기에 있으니.
※ «映遠 - Far Sights»는 화이트 큐브 서울에서 3월 2일까지 열린다.

Credit

  • 사진/ ⓒ the artist. Courtesy White Cube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