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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의 휴가> 엄마와 딸, 김해숙과 신민아

차와 침묵과 사랑을 나누는 두 사람의 깊고 푸른 겨울밤.

프로필 by BAZAAR 2023.11.26
 
 김해숙이 착용한 드레스는 Loewe. 귀고리는 Lost In Echo. 장갑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신민아가 착용한 재킷, 팬츠는 Michael Kors. 귀고리, 반지는 Didier Dubot.

김해숙이 착용한 드레스는 Loewe. 귀고리는 Lost In Echo. 장갑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신민아가 착용한 재킷, 팬츠는 Michael Kors. 귀고리, 반지는 Didier Dubot.

 
영화 <3일의 휴가>에서 죽은 지 3년째 되는 날 하늘에서 3일간의 휴가를 받아 딸을 만나러 내려온 엄마 ‘복자’, 시골집으로 돌아온 딸 ‘진주’를 연기한다. 복자와 진주로 산 기간은 어떤 시간이었나?
김해숙 민아를 한 번도 본 적은 없지만 꼭 한번 같이 작업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다 이번에 처음으로 함께했다. 민아가 말이 없는 스타일이라 굉장히 세심한가 보다 했는데 지내다 보니 진짜 딸 같고 의외로 재미있는 구석도 있다. 한마디씩 툭툭 던질 때 예상치 못하게 웃기는 데가 있다. 털털한 면도 있고 마음이 굉장히 따뜻하다. 겨울에 촬영하느라 함께 추위를 견뎌야 했는데 민아였기 때문에 잘 버틸 수 있었다. 지금도 보고 싶으면 친딸처럼 문자나 전화를 하고 칭얼거린다. 신민아 어른들께 살갑게 하지 못해 선생님들 앞에선 늘 긴장하곤 한다. 그런 모습도 너무 예뻐해주셔서 마음 편하게 촬영할 수 있었다. 영화가 엄마와 딸 이야기라 그런지 촬영이 끝나고도 진짜 엄마 같은 느낌이 든다. 김해숙 문득 민아가 생각나고 보고 싶을 때가 있다. 지난번엔 민아가 CF에 나오는 걸 보고 오랜만에 연락을 했는데 연결이 안 됐다. 번호가 바뀌었더라.(웃음) 나중에 알고 보니 민아가 번호를 변경한 후 전화를 했는데 내가 저장을 안 한 거였다. 그건 생각 못하고 그렇게 찾아보긴 처음이었다. 그 정도로 끈끈하다. 민아도 마음을 쉽게 여는 아이는 아닌데 그런 면이 나와 비슷하기도 해 예쁜 딸 하나를 더 얻은 것 같다.
 
 셔츠, 재킷은 Ych. 슈즈는 Sergio Rossi.

셔츠, 재킷은 Ych. 슈즈는 Sergio Rossi.

 코트, 반지, 슈즈는 모두 Ferragamo. 터틀넥, 스커트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코트, 반지, 슈즈는 모두 Ferragamo. 터틀넥, 스커트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수많은 스타들의 ‘엄마’를 연기했다. “부모 자식 간 호흡은 연인 간 호흡보다 더 깊어야 한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김해숙 영화에서도 둘의 호흡이 잘 묻어났을 거다. 엄마는 자식이 무슨 짓을 해도 대신 죽을 수 있다. 진주는 복자에게 세상 하나뿐인, 자기 목숨보다 더한 존재다. 세상 모든 엄마들은 자식에게 부족한 엄마라고 생각한다. 나 또한 그렇다. 모든 게 엄마 탓, 부모 탓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복자는 진주에게 항상 미안한 엄마다.
“세상에 존재하는 엄마의 숫자만큼 차별화되게 연기해야 한다”는 연기 철학도 인상 깊다. <3일의 휴가>에서는 지금까지 하지 않았던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김해숙 이번 작품은 굉장히 어려웠다. 그동안 많은 엄마를 했는데 이번에는 살아있는 엄마가 아닌 하늘나라에서 3일 동안 휴가 나온 엄마다. 나는 현실 세계에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 마음이 어떤 마음일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 영화적으로 접근을 해야 하나 하며 초반에 힘들었는데 민아를 보니 저절로 나왔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엄마지만 그 안에서 ‘엄마는 엄마다’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내내 우리 엄마를 참 많이 생각했다. 살아계실 때는 다 모른다. 나도 지금 누군가의 엄마고 옛날엔 누군가의 딸이었는데 만일 우리 엄마가 3일간의 휴가를 받아 내려오실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만약 오시면 어떻게 할까 그런 생각을 많이 했다. 엄마한테 이 영화를 바치고 싶다.
그렇다면 ‘진주’에게 ‘복자’는 어떤 엄마인가?
신민아 나 역시 엄마에게 좋으면서도 섭섭한 게 있다. 세상에서 가장 가깝고 너무 좋아하다 보니 딸들은 감정 표현을 쉽게 하게 되는 것 같다. 진주 역시도 그런 딸이었다. 그러다 엄마가 돌아가신 후 엄마의 맛을 찾게 된다. 가장 엄마다운 것을 그리워한다. 그렇게 조금이라도 사람답게 살아가고 싶은 마음을 가진 딸이 아닐까 싶다.
엄마 얘기만 해도 딸들은 울컥하는 게 있다. 
김해숙 수년 됐지만 아직도 엄마를 생각하면 울곤 한다. 딸 생각 하면 또 울컥하고.
촬영을 하며 시간을 많이 보내다 보면 친모녀처럼 투닥거리는 순간도 있었을 것 같다. 
신민아 진주 눈에는 복자가 안 보인다는 설정이다. 서로 옷이 닿을 정도로 가까이 있는 상황인데도 안 보이는 연기를 하니 재미있었다. 슛이 들어가면 감정이 올라와야 하지만 리허설하는 도중에도 막 눈물이 나왔다. 선생님도 나도 같은 마음을 갖고 연기를 하고 있다는 걸 느꼈다.
눈물을 억지로 참는 순간들이 많았겠다.
김해숙 웃으면 안 되는데, 울면 안 되는데 하면서 연기했다. 정말 웃기고 너무 슬픈데 서로 겨우 참느라 기억에 많이 남는다.
백반집 사장으로 분한 만큼 꾸준히 칼질을 연습하고 요리를 열심히 배웠다고 들었다. 평소에도 요리를 즐기는 편인가?
신민아 요리를 즐기진 않는다.(웃음) 이번에 재료를 다듬으며 칼질을 해보니 요리에 약간 재능은 있는 것 같다.
잔치국수, 수제두부, 스팸김치찌개 등 소박하지만 우리를 위로하는 요리가 여럿 등장한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음식 중 가장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가?
신민아 스팸김치찌개! 김해숙 진주가 엄마를 추억하며 만드는 만두 때문에 고생을 많이 하는 에피소드가 있다. 그 만두가 정말 맛있었다. 만두랑 스팸김치찌개 두 가지를 뽑고 싶다.
소울 푸드가 있나?
신민아 엄마가 불고기를 많이 해주셔서 지금도 불고기를 좋아한다. 엄마가 해줬던 불고기랑 김치찌개 같은 음식이 제일 편안한 것 같다.김해숙 돌아가신 어머님이 생전에 닭을 간장에 볶아주시곤 했는데 찜닭도 아닌 것이 굉장히 맛있었다. 어느 날 그 음식이 너무 생각나 만들어봤다. 그 맛이 안 나더라. 그 요리를 비슷하게라도 하는 식당이 없나 지금도 찾아보는데 없더라. 지금 민아 말을 듣고 가슴이 뭉클했다. 다들 엄마가 해주신 음식을 즐겨 먹고 그 음식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되는 것 같다. 어머님이 해주셨던 그 음식을 찾을 수가 없어 좀 배워놓을 걸 하는 생각이 든다. 그때는 해주시는 대로 받아먹기만 했다.
그 레시피를 재현하기 위해 연습도 많이 했나?
김해숙 몇 번 해봤는데 잘 안 되더라. 음식은 솜씨도 중요하지만 사랑이 들어가야 된다는 말이 딱 맞다. 예전에는 그게 무슨 말인가 했는데 내 자식을 위해 음식을 해주면서 깨달았다. 엄마는 자식을 맛있게 먹이기 위해 사랑을 담잖아. 그러니까 엄마의 레시피를 아무리 따라 하려 해봐도 그 맛이 날 수 없는 것이다.
 
 재킷은 Theballon. 셔츠 드레스는 Arch The.

재킷은 Theballon. 셔츠 드레스는 Arch The.

 재킷, 셔츠, 스커트는 모두 Lee Y. Lee Y.

재킷, 셔츠, 스커트는 모두 Lee Y. Lee Y.

 
명문 대학교의 교수를 하다 자신이 살던 시골집에 돌아와 백반 장사를 시작한 딸의 모습에 당황한다. 이런 비슷한 일들이 있을 때 조언을 하는 편인가, 따끔하게 혼을 내는 편인가?
김해숙 글쎄. 조언이라는 건 받아들여져야 조언이 되는 거다. 만일 얘기를 할 기회가 있고 얘기해서 들을 수 있는 상황이면 조언을 해보겠지만 아니면 뭐 어쩔 수 없는 거지. 그것 또한 부모의 사랑인 것 같다.
정해진 답이 있는 수학 문제와 달리 인생은 좀처럼 답이 나오지 않는다. 요즘 생각에 잠기게 하는 고민거리는 무엇인가? 
신민아 인생은 그동안 이렇게 해왔으니 앞으로 이렇게 살면 되는구나가 아닌 것 같다. 정말 답이 없으니 어떻게 하면 잘 살 수 있을지, 지금 괜찮게 잘하고 있는 건지에 대한 고민을 늘 한다. 오히려 바쁠 땐 그런 고민이 덜하다. 요즘은 드라마 촬영 중이라 드라마 찍는 것만 고민한다. 조금 심플해졌다. 김해숙 인생의 모든 순간이 다 소중하지만 특히 부모 자식 간의 사랑을 한번쯤 되돌아보고 나중에 후회하지 않게끔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단 생각이 든다. 부모님이 세상에 안 계실 때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것에 대한 후회는 겪어봐서 너무 잘 알거든. 나도 나이가 들어가다 보니 내 딸이 혼자 남겨졌을 때 나 같은 마음을 갖게 되지 않을까 하는 고민이 있다. 진짜로 내가 너무 힘들었기 때문이다. 인생의 고민이 중요하기도 하겠지. 하지만 내 곁에 항상 있기 때문에 소중한 줄 모르다가 나중에 그것이 없어졌을 때 허망함이 얼마나 큰지는 아무도 모르더라. 올겨울에는 잠깐이라도 부모님을 생각할 수 있는 해가 됐으면 좋겠다.
이외에도 인생에 대해 알려주고 싶은 팁이 있나?
김해숙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살아왔다. 인생의 팁이 어디 있겠나. 다 각자의 길이 있다. 자기의 길을 묵묵히 가다 보면 나이가 든다. 성공에만 집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자기 자신을 항상 먼저 생각하면서 살았으면 좋겠다.
 
김해숙이 착용한 톱, 슈즈는 Tod’s. 귀고리, 반지는 Lost In Echo. 검지에 낀 실버 링은 본인 소장품. 스커트, 양말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신민아가 착용한 셔츠, 점프수트, 타이, 슈즈는 Alexander McQueen. 귀고리, 반지는 모두 Didier Dubot.

김해숙이 착용한 톱, 슈즈는 Tod’s. 귀고리, 반지는 Lost In Echo. 검지에 낀 실버 링은 본인 소장품. 스커트, 양말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신민아가 착용한 셔츠, 점프수트, 타이, 슈즈는 Alexander McQueen. 귀고리, 반지는 모두 Didier Dubot.

 
하고 싶었는데 아직 못해본 것들도 많나?
신민아 예전에는 꿈, 목표 이런 게 너무 거창했다. 뜻대로 안 됐을 때 스스로를 괴롭혔던 것 같다. 이제는 내 마음이 좀 편했으면 좋겠다. 가까운 사람들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고 대단한 일을 안 하더라도 그 시간들이 좋다는 걸 잘 느꼈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이 요즘 많이 든다. 김해숙 인생이 별거 아닌 것 같아도 되게 복잡하다.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면 발목이 잡히는 수도 있다.
유독 풍광이 예쁜 소도시와 케미가 잘 맞는다. 촬영을 하다 보면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닐 텐데. 남는 시간은 어떻게 보내나?
신민아 이번 촬영 때는 강원도 근처를 많이 돌아다녔다. 강릉에 사는 친구를 보러 가기도 했다. 정선 근처에 5일장이 서면 장에도 가곤 했다. 지방 촬영할 때 쉬는 시간이 생기면 구경하는 편이다. 김해숙 나는 움직이는 걸 안 좋아한다. 우리 딸이 하루는 방에 딱 들어오더니 “엄마, 병실이야?”라고 하더라. 먹을 건 좋아해 맛집은 눈에 불을 켜고 찾아다닌다. 그마저도 너무 멀면 안 간다.
평소에 쉴 때 힐링하는 방식이 따로 있나?
신민아 뭘 잘 안 한다. 선생님이랑 그런 점이 비슷하다. 김해숙 민아랑 성격도 비슷한 데가 많다. 이번에 강원도에서 너무 비슷한 게 많아 우리는 어떻게 이런 것도 똑같냐고 했다. 민아 생각이 곧 내 생각이다.
한 번 더 같이 촬영하면 더 재미있는 일이 많이 생길 것 같다.
김해숙 작품으로 한 번 더 만나면 또 다른 퀄리티가 나올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꼭 다시 만나서 한 번 더 해야 된다. 그땐 할머니가 되겠네. 할머니라도 좋다.
<3일의 휴가> 집필을 한 유영아 작가는 “내가 죽고 나면 사랑하는 사람에게 어떤 말을 전하고 싶을까를 상상하다가 시나리오를 구상하게 됐다”고 밝혔다. 내가 죽고 나면 사랑하는 사람에게 어떤 말을 전하고 싶나?
신민아 왜 눈물이 나지. “너무 행복했어. 고마워”라고 말할 거다. 김해숙 “슬퍼하지 마. 항상 사랑한다. 잊지 마”라고 말하고 싶다. 아유, 내가 인터뷰하다 울어보긴 또 처음이네.  
 

Credit

  • 프리랜스 에디터/ 김희성
  • 사진/ 박종하
  • 헤어/ 임철우(신민아), 안미연(김해숙)
  • 메이크업/ 원조연(신민아), 유혜수(김해숙)
  • 스타일리스트/ 강윤주(신민아), 박선용(김해숙)
  • 세트/ 김경민
  • 어시스턴트/ 박세진, 이원선, 허지수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