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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첫 LP 앨범을 발매한 이승윤
선명하고 담대하게. 이승윤의 목소리가 점점 증폭할 때 드러나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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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킷, 팬츠, 슈즈는 모두 Bottega Veneta.
긴 연휴 동안 어떻게 시간을 보냈어요?
이런저런 코드를 쳐보며 계속 곡 작업을 했습니다.
싱어송라이터의 앨범 준비 일상은 무척 촘촘할 것 같아요.
그래서 시간을 정해뒀어요. 매주 수요일, 한 곡씩은 초안을 완성하자고. 프로듀서인 친구 희원과 같이 작업하고 있는데 합주를 해보다가 좋든 구리든 최대한 곡을 만들어보려고 하죠.
올해 1월 정규 2집 앨범 <꿈의 거처>를 발표한 이후 줄곧 공연을 이어왔어요. 전국 투어를 마치고 꾸준히 페스티벌의 무대에 올랐는데, 지금은 어떤 상태예요?
빨리 다음 앨범의 곡들로 공연을 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요. 순간 이동을 하고 싶을 정도로. 2집을 내고 비로소 이승윤이라는 가수가 이런 음악을 하는 가수라는 걸 보여주었다고 느꼈고, 스스로 굉장히 큰 감흥이 있었어요. 묵묵히 만들었거든요. 어떻게 하면 화제가 될지, 어렴풋이 알고 있는 루트에 한눈팔지 않고.

레더 톱, 팬츠는 Zara.
<바자>와 만나게 된 건 첫 LP로 <꿈의 거처> 앨범을 발매하게 되었기 때문이에요. 팬들을 위한 음감회를 열기도 할 텐데 기존 앨범과 다른 사운드적 변화를 꼽아본다면요?
리스너들은 LP를 취미의 영역에서 듣지만, 음악을 만드는 사람의 입장에서 LP는 유일하게 살아남은 청정 영역 같은 느낌이 있어요. 주로 스트리밍을 통해 듣는 요즘, 볼륨이 작으면 곡의 감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요. 소리를 여러 레이어로 쌓으면 곡의 디테일이 줄어들 수 있어 요즘 유행하는 음악들은 악기를 여러 개 사용하지 않고 적은 악기로 극대화된 소리를 낼 수 있는 쪽을 택하죠. LP는 여러 악기의 레이어를 잘 담아낼 수 있는 거의 마지막 수단이라고 생각해요. 어쩌면 음악을 만드는 이의 최초의 의도를 잘 담아낼 수 있는 방식인 거죠. 저는 곡을 만들 때 층을 쌓는 걸 좋아해서 LP로 들었을 때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거예요.
보컬의 새로움도 발견할 수 있겠어요. 12곡의 트랙을 하나씩 듣다 느낀 건 발성이 되게 다양하다는 거예요. ‘한 모금의 노래’ 같은 곡에서는 미성이나 중성적인 소리가 들리다가 ‘야생마’의 고음에서는 탁성이 두드러져요.
사실 제 목소리를 좋아하게 된 지 얼마 안 됐어요. 두세 달쯤? 그전엔 제 음악에 등장하는 악기 하나 정도로만 생각했죠. 투어를 다니며 20곡 이상 연달아 제 노래를 부르면서 깨달았어요. 어쩌면 다양한 보컬의 색채를 가진 게 내 유니크한 점일 수도 있겠다고. 발성을 배운 적이 없다 보니 가공했을 때 덜 예쁜 소리인 게 사실이에요. 배운 발성을 내야 방송에서 튠을 더했을 때 예쁜 소리가 나거든요.
직접 곡을 만들더라도 보컬을 내세우는 아티스트가 있는 반면, 밴드나 악기와의 조화를 중시하는 이도 있죠.
보컬의 볼륨이 작은 음악을 선호해요. 그걸 사운드가 안 좋다고 평하는 이들도 있지만 제가 생각하는 소리의 레이어를 쌓기 위해 의도적으로 줄이는 편이에요.
정식으로 보컬을 배우지 않는 이유는 뭐예요? 이제 <싱어게인> 우승자가 된 지 2년이 지났고 트레이닝을 받을 수도 있잖아요.
범용성이 떨어질까봐요. 제가 어떤 장르든 꽤 잘 구사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으니, 보컬리스트로서의 강점을 포기하더라도 제 장점을 지키는 게 낫다고 생각해요. 괜히 어설프게 배웠다가 노래를 부를 때 ‘어떻게 해야 하는데’ 하고 느낀 그대로를 보여주기보다 무대에서 딴 생각을 많이 하게 될까봐. 그 점을 제일 피하고 싶거든요.

타탄체크 보 장식 블라우스, 슬링백 힐은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벨트 디테일 가죽 미니스커트는 3백28만원 Blumarine.
‘방구석 음악가’라는 별칭을 지나 대중의 피드백을 더 많이 받게 된 지금, 유독 승윤 씨의 공연 영상에는 “초심이 같은 가수”라는 평이 많아요. 실제로 그런가요, 스스로 변화하고 있는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제 초심은 무엇이다’라고 공공연히 밝힌 적이 없기 때문에 엄청 행복한 평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제가 원하는 방향성에 향하는 중이니까요. 올해 투어를 하고 앨범을 내면서 음악을 처음 하고 싶다 여겼던 마음이 이런 걸까, 이제서야 초심으로 살아보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만 저를 응원해주는 분들이 생길수록, 어떤 걸 잘 되돌려드리고 싶다는 마음과 책임감도 커져요. 그러다 보니 디테일한 부분에 예민해지는 상황이 생겨날 수밖에 없고요.
2집 앨범 소개글로 “삶을 공허에게 전부 빼앗기기 전에 선수를 치자. 앨범이나 일단 내자”라는 문장이 팬들 사이에 회자되기도 했죠. ‘비싼 숙취’, ‘시적 허용’ 같은 제목도 문학적인 인상을 주기도 해요.
한 단어에 꽂히면 바로 아무 문장이나 메모장에 적어요. 말도 안 되는 문장이라도 일단 적어 놓고 나중에 꺼내 보는 거죠.
제일 최근에 쓴 문장이 있어요?
최근에 쓰는 문장은 다음 노래 가사가 될 것 같아서 밝히지 않겠습니다. (폰을 뒤져보며) 공개할 만한 건 시답지 않게 쓴 글인데, “너는 장기 말인 적도 없으면서 훈수만 두네”라고 썼네요.
어떤 생각에 비롯해 쓴 문장이에요?
실제로 그 장기판 안에서 싸워본 적도 없으면서 뒤에서 훈수만 두는 사람들한테 화가 났던 것 같네요.(웃음) 결국엔 제 얘기입니다. 일갈하는 것처럼 보여도 저 역시 그런 포인트를 분명히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자전적인 경험에서 써요. 사실 ‘나라고 다른가’ 하면서.

재킷은 Egon Lab by Adekuver, 셔츠는 Mindenim by Adekuver.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가사는 정규에 실리지 않은 ‘관광지 사람들’이라는 곡이에요. 관찰하는 눈이 좋은 사람일까 추측해봤어요. “과거에 빚을 지고 있다고 말하지만/ 과거도 우리한테 빚을 지고 있다고/ 우린 끊임없이 그들을 되내이는데/ 그들은 딱히 우릴 기억해주지 않아” 같은 가사를 보고요.
파리 여행을 할 때 한 성당에 들어갔는데 유독 금전을 요구하시는 노숙자분들이 많았어요. 그런데 그 성당 안에선 교황의 얼굴이 박힌 금화를 팔더라고요. 그분들이 가질 수 있는 금화는 없지만 또 한쪽에는 판매하는 금화가 쌓여있고. “관광지에 사는 사람들은 어떤 기분일까? 우리 삶도 그런 모습 아닐까?” 같은 생각을 하며 썼죠.
진행자로서 가수들과 인터뷰하는 시리즈인 <이승윤의 후아유>를 흥미롭게 봤어요. 자기 고민을 털어놓고 무척 솔직하게 질문하더군요. 지코와의 대화 중 오디션 우승 이후 매체에 노출된 지 일 년째가 되었는데, 100% 감사하지 않은 환경인데 감사하다고 말해야 할 것 같은 상황에 놓이는 것 같다며 조언을 구하기도 했죠.
초면인 상태에서 대화를 이어가야 하고 저는 유재석 님이 아니기 때문에(웃음) 제가 먼저 뭔가를 꺼내놓지 않으면 허심탄회하게 얘기 나눌 수가 없어요. 항상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요. ‘안 감사한’ 순간도 많은데, 그걸로 거짓말하며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지 않아요. 그러면 제가 진짜로 느끼는 감사함의 밀도가, 감정의 밀도가 떨어지는 것 같아서 묻게 된 질문이죠.
고정 질문으로 지금의 음악 세계를 만든 정서적 근원을 묻죠. 승윤씨의 정서적 근원은 무엇인가요?
아무래도 저는 브릿팝, 그리고 이승환과 이적. 8살 때 처음 접한 대중음악이 패닉의 ‘달팽이’였고, 팝송은 오아시스의 ‘Don’t look back in anger’였는데, 거기서 뻗어나온 갈래가 저도 모르게 취향으로 정해졌어요.
꽤 성숙한 초딩이었네요.
4살 터울의 첫째형이 저보다 먼저 기타를 쳤고 그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집안의 매체를 관장하는 분이니 형이 보는 걸 따라 본 거죠. 둘리가 절벽에서 떨어지는 걸 보고 웃으면 “저게 웃긴가?” 여기며 다 큰 줄 알았던, 꼴보기 싫은 초딩이었어요. 소설가가 되고 싶어서 방학 숙제로 소설을 써내기도 했어요. 그게 있어 보이니까.(웃음)
일찍이 <데미안> 같은 책도 읽었죠?
그쵸. 신파적인 소설도 좋아하다가 사춘기쯤 <해리포터>, <반지의 제왕>으로 넘어갔어요. 저는 무언가를 만들어낸다는 것 자체에 빠졌던 것 같아요. 그 형태가 중요하다기보다는.

톱은 MM6, 팬츠는 Rick Owens. 부츠는 Raf Simons.
최근 주연으로 출연한 <듣보인간의 생존신고>라는 다큐멘터리도 개봉했어요. 영화과를 졸업한 감독들이 뮤직비디오 제작을 위해 승윤 씨를 찾아가 ‘영웅 수집가’의 영상을 만들게 되는 도전 과정이 담겼죠. 비슷한 제안을 여러 곳에서 받았는데, 편지를 보고 함께하게 되었다고요.
누군가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간절히 쏟아붓는 시기를 함께하게 되고, 실제 개봉이라는 결과까지 이어질 수 있어 기뻤죠. 저는 뮤직비디오든 아트워크든 창작자의 마음대로 맡기는 편이에요. 자유롭게 해석하면서, 같이 뭔가 완성했다는 느낌을 받는 걸 좋아해요.
이승윤의 음악을 영화에 비유한다면 어떤 모습일까요?
저는 미장센파가 아닐까.(웃음) 기타, 드럼, 건반 같은 각각의 악기들이 이루는 미장센이 가장 중요해요. 예를 들면 웨스 앤더슨의 영화는 보고 나면 사실 스토리보다 예쁜 색감과 장면이 기억에 남잖아요. 제 음악을 듣고 어떤 색감을 남길지, 그게 제일 우선이에요.
지금까지 꿈을 좇는 과정에서 든 단상들과 사회에 대한 비판적 시선처럼 내면의 응축된 이야기들을 앨범에 담아왔어요. 다음 앨범에서는 어떤 말을 건네고 싶어요?
가사는 가볍게 쓰려고 하는데 잘 될는지.(웃음) 1~2집은 10년 동안 제가 써왔던 곡을 묶고 새로운 것들을 조금 더해 완성했다면, 지금은 떠오르는 것들을 ‘우다다’ 쏟아내는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저조차 신기하게도 에너지와 열망이 계속 생겨요.
Credit
- 에디터/ 안서경
- 사진/ 윤송이
- 헤어/ 김수철(이유)
- 메이크업/ 김현경(이유)
- 스타일리스트/ 이종현
- 어시스턴트/ 장세진,허지수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Celeb's BIG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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