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화가 이중섭이 남긴 미공개 편지 70통에 담긴 이야기
신간 <이중섭, 그 사람>을 쓴 오누키 도모코는 이중섭과 그의 아내가 지나온 시간을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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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화 <복숭아와 아이>.
“오늘은 스케치하기에 안성맞춤입니다. 약간 흐리지만 아주 좋은 날씨예요. 스케치하러 나가기 전 귀여운 당신의 사랑에 가슴 설레며, 폴 발레리와 베를렌의 시를 써 보냅니다” “아빠가 야스카타 군과 야스나리 군이 복숭아를 가지고 노는 그림을 그렸습니다. 사이좋게 나눠 먹어요.”
마이니치 신문기자 오누키 도모코는 2016년,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열린 100주기 기념 전시에서 화가 이중섭의 편지화와 은지화 같은 작품들을 처음 접한 다음, 수소문 끝에 아내 야마모토 마사코를 찾는다. 5년간 3번의 인터뷰, 70여 통의 미공개 편지와 기존 공개된 편지들을 샅샅이 살피며 그는 두 사람의 만남부터 지금까지의 타임라인을 평전으로 엮었다. 일본 3대 출판사 쇼가쿠칸 논픽션 대상작으로 주목받은 책은 낯선 일본 미술계에 이중섭이라는 예술가를 톡톡히 알리는 역할을 했다. 한국에서 <이중섭, 그 사람>이라는 제목으로 다시 책을 출간한 작가와의 대화.

1955년 미도파 화랑에서 첫 개인전을 연 이중섭.
한국에서 이중섭의 비극적 삶은 이미 너무도 유명하다. 한국전쟁 이후 가족과 떨어져 살며 생활고로 인해 제주, 통영 등 전국을 전전하다가 병상에서 죽음을 맞이했다. 책이 일본 독자들에게 이중섭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면, 한국 독자들에게는 어떤 시각을 전하고 싶었나?
작가의 입체적인 면모를 보여주고 싶기도 했으나, 일본인 아내 야마모토 마사코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싶은 바람도 있다. 한국에서는 작가를 외면한 채 홀로 둔 아내라는 시각도 있는데, 그와의 긴 대화 끝에 화가의 아내로 두 아들을 키우는 엄마로 최선의 삶을 살아온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7년간의 사랑 끝에, 70년간 그리움에 살아온 사람. 35살에 미망인이 된 이후 재혼도 하지 않고, 꼿꼿한 태도로 작가의 아카이빙이 도움되는 일에 참여해왔다.
마사코 여사의 사후 옷장에서 70여 통의 미공개 편지가 발견됐다. 이중섭과 마사코가 서로 다툰 흔적을 발견할 수 있는 서한의 내용을 공개한 것도 흥미로웠는데.
편지를 시기별로 맞추면서 두 사람의 생각을 추측할 수 있었다. 가족을 애달피 그리워하는 모습도 있지만, 예민한 성미와 한편으론 감정에 무척 솔직한 모습도 녹아있다. 편지밖에 연락할 수단이 없던 시대였기에 이중섭은 사흘에 한 번씩 편지를 써달라며 “확실하게 지켜주세요. 이럴 거면 헤어집시다”라고 격정적인 표현을 하기도 했다. 그러다 몇 달 뒤엔 “보고 싶어서 그랬어요. 미안해요. 앞으로 잘할게요”라는 식의 내용을 보내는 모습이, 여느 커플이든 겪을 수 있는 상황 같아 굉장히 인간적이었다.

1939년 도쿄문화학원에서 처음 만나 1945년 원산에서 결혼식을 올린 이중섭 부부.
시인 김광균과 김향안 등 이중섭 가족들의 안녕을 바라며 떨어져 지낸 두 사람에게 도움을 준 인물들과의 편지도 담았다. 또 백영수 화백을 만나러 갔다가 아내 김명안 여사와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화가 본인은 그리고 싶은 것을 그리면 되겠지만 아내는 그 이상으로 남편의 작품을 좋아하지 않으면 자신의 역할을 감당할 수 없어요. 이 그림이 돈이 될지 어떨지를 생각해서는 안 되니까요.” 김명안 여사의 이 말이 기억에 남는다. 마사코 여사 또한 이중섭과 오래도록 함께했다면 그 모습일지 추측해봤다. 김향안 역시 일본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인데, 주고받은 편지를 통해 마음이 통하는 우정이 존재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삶을 깊이 들여다본 이로서, 이중섭은 어떤 사람이자 예술가라고 생각하나?
삶을 예술에 고스란히 투영한 예술가. 일본판 표지는 은지화 작품 <부부>인데 두 남녀가 격렬히 서로를 갈구하는 모습이 담겨있고, 20대의 깊은 사랑이 느껴진다. 미도파 화랑에서의 첫 개인전을 앞두고 기대에 부풀었을 때 황소를 그렸고. 반면 한국판 표지인 <돌아오지 않는 강 3>은 생애 마지막 무렵 그렸는데 눈발 속의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모습이다. ‘비운의 천재 화가’ 같은 익숙한 수식에서 벗어나 삶을 들여다보는 경험에 이 책이 도움이 되면 좋겠다.
Credit
- 에디터/ 안서경
- 사진/ 혜화1117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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