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의 신세계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Art&Culture

한복의 신세계

전통이 일상이 될 수 있을까? «blurring boundaries: 한복을 꺼내다» 전시에서 답을 찾다.

BAZAAR BY BAZAAR 2023.09.11
크리스티나 김은 미국에서 활동하는 패션 디자이너이지만 그 창작의 뿌리는 한국의 전통문화에 닿아 있다. 요리, 재봉, 정원 가꾸기처럼. 그녀에게 한국의 멋이란 우리 주위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를 이용하여 단순하면서도 우아하며 아름다운 것으로 재창조하는 과정이고 그 자체로 수행의 일종이자 일상 속 예술 행위이다.
 
한국의 대표적 전통공예 기법으로 만든 보자기는 그녀의 디자인 철학을 인용한다. 그녀는 옷을 만들고 남은 자투리 천을 하나하나 소중히 모아 또 다른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재활용 프로젝트를 선보여왔고 2003년 〈타임〉이 주관하는 ‘올해의 혁신가’에 선정되기도 했다. 자원 낭비를 줄이고 환경을 보호한다는 차원을 넘어서 노동과 시간, 정성을 존중하는 태도가 거기 깃들어 있다. 가장 단순한 작업이 가장 훌륭하게 완료됨으로써 비로소 의미를 지니는 공예적 태도 말이다.
작가는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인공적 색상을 배제하고 유물에서 발견할 수 있는 자연 염색 색상을 연구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고 말한다. 오방색, 쪽빛 그리고 온돌, 뭇국, 잣, 삼베, 숯색 지붕, 자기, 석회와 분필, 서리 등 한옥에서 생활했던 작가의 어린 시절에서 영감을 받은 한국의 색이 37점의 한복을 통해 다채롭게 구현되어 있다.

 
무엇보다 이번 전시는 한복의 아름다움을 유지하면서도 일상복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자리다. 전통문화연구소 온지음 옷공방의 도움을 받아 개인 소장가나 박물관을 방문해 유물의 치수를 재고 전통의상 패턴을 연구하기도 하고 요즘 유행하는 젠더리스 룩처럼 한복의 성별을 구분하지 않고 착용하거나 속옷인 무지기치마를 겉옷으로 겹쳐 입는 시도를 선보이는 등 전통 한복에서 실용성과 현대성을 발견하고자 노력했던 2년간의 발자취가 고스란히 이번 전시에 녹아있다. 지금 당장 꺼내어 입고 나가도 어색하지 않은, 비로소 천천히 ‘진화’하는 우리의 옷. 가장 한국적인 21세기 한복이 여기에 있다.  
 
※ «blurring boundaries: 한복을 꺼내다»는 2023년 9월 2일부터 11월 15일까지 아름지기 통의동 사옥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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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에디터/ 손안나
    사진/ 재단법인 아름지기,그루비주얼(이종근)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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