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프림 매장을 물들인 예술가, 리타 아커만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Art&Culture

슈프림 매장을 물들인 예술가, 리타 아커만

리타 아커만(Rita Ackermann)의 태도는 예술이 스스로 당신의 삶을 말해준다는 진리를 대변한다.

BAZAAR BY BAZAAR 2023.09.05
슈프림 서울 스토어.

슈프림 서울 스토어.

지금으로부터 30년 전. 공산주의 체제 헝가리의 예술 학도였던 리타 아커만이 마주한 1990년대 뉴욕은 ‘멋진 신세계’였다. 그는 소비주의의 절정이었던 도시의 사람들을 자기 눈으로 바라보았고, 느낀 바를 캔버스에 옮겼다. 옷가지를 걸치지 않은 채 자유로운 포즈를 취한 여성들의 윤곽선, 뭉개거나 흩어진 물감 자국, 그 위를 손가락으로 휘두른 흔적. 확실한 인장은 스타일이 된다. 타인의 관심을 갈구한 적도 없는데 유독 시선을 끄는 이들의 이야기가 그러하듯, 단숨에 작품은 뉴욕 예술계의 애정을 받았고 그는 원치 않아도 곧장 인사이더로 거듭났다. 밴드 소닉 유스의 앨범 커버 작업, 클로에 세비니의 절친한 동료이자 패션 브랜드 클로에와의 협업 티셔츠를 선보이는 등 화려한 이력이 뒤따랐다.
한동안 스튜디오에서 고요히 몰두해온 그는, 지난해 오픈한 슈프림 시카고 매장을 대규모 벽화로 채웠다. 그리고 이제 전 세계 두 번째 아트 프로젝트로, 슈프림 서울 스토어에서 작업을 마쳤다. 리타 아커만을 인터뷰한 많은 저널리스트들은 그에게 작업의 세부적인 이유를 추궁할수록 대화는 미궁에 빠질 것이라는 말을 남겼다. 나의 질문에도 몇 개의 ‘노 코멘트’가 돌아왔고, (당황스럽지 않았다면 거짓일 테지만) 이는 분명한 심상을 남겼다. “모든 예술작품은 단순히 자아의 표현 그 이상이 될 때까지, 작가의 자아를 통해 스스로를 먹어치워야 한다.(Every artwork has to eat itself through the artist’s self until it is something more than just the presentation of the self.)” 몇 차례 작가가 선언한 이 심오한 말이 그의 예술세계를 온전히 반영한다는 것이다. 배경, 의도, 감정을 소거하고 고유의 감상만 남기는 것. 그것이 리타 아커만이 원하는 예술이다. 이 일관된 태도야말로 그의 작품이 결코 올드해 보이지 않고, (유스 컬처의 상징인 브랜드와 컬래버레이션을 할 만큼) 계속해서 새로움을 주는 비결이 아닐까.
 
슈프림 시카고 스토어.

슈프림 시카고 스토어.

얼마 전 서울 슈프림 매장에서 벽화 작업을 마쳤다. 뉴요커로 살아온 당신에게 서울은 어떤 인상을 남겼나?
서울은 콘크리트 정글의 깨끗한 버전이다. 공원에서 들리는 매미 소리와 한국 음식은 시차 적응과의 싸움에서 나를 행복하게 해주었다.
슈프림 시카고 스토어에 새겨진 벽화를 보고 과거 슈프림과 의상으로 컬래버레이션을 선보인 작품 〈히로인 2(2014)〉가 떠올랐다. 서울의 아트워크도 그 연장선인가?
전혀 다르다. 공간의 구조에 따라 새로운 구성을 따랐다. 검은색, 흰색, 빨간색의 배색은 그대로 유지했지만.
슈프림뿐만 아니라 뉴욕의 서브 컬처 신을 반영해온 패션 컬렉티브 베르나데트 코퍼레이션(Bernadette Corporation)과 협업해 브랜드를 만들거나 브랜드의 모델이 되는 등 수많은 패션 업계 동료들과 협업해왔다. 이러한 경험이 어떤 영향을 미쳤나?
슈프림과의 협업은 패션보다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와의 협업에 가까운 일이다. 모델이 되거나 브랜드를 만드는 게 아니라 협업 프로젝트로는 유일한 경험이었고 우리는 함께 벽화를 완성했다.
캔버스뿐만 아니라 쉽게 지울 수 있는 칠판을 매개로 삼은 초크보드 시리즈 등 회화라는 장르 안에서 다양한 매체를 실험해왔다. 벽화 작업을 하는 것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
벽화를 그리는 것은 주어진 마감과 장소 안에 계획을 실행하는 일인 반면, 회화는 행동과 반응 사이의 담론에 의존하는 일이다. 데드라인 없이 미지의 세계로 나아가는 것이다.
과거 오클라호마시티 폭탄 테러 같은 혼란스러운 사회 현상을 작품에 반영한 적도 있다. 반면 최근의 작품들은 추상회화의 역동성을 더욱 드러내는 인상을 준다. 당신의 내면에 변화가 있었나?
나는 성장했다.
슈프림 작업과 유사한 하우저앤워스 뉴욕 갤러리 벽에 그려진 〈Murals〉 시리즈는 동시대를 사는 여성이 마주할 법한 일상의 장면들을 요일별로 보여준다. 편안한 자세로 모니터를 보거나 침대에 널브러져 휴식을 취하는 등 각각의 요일을 나눈 행위들은 무얼 뜻하나? 또, 예술가로서 거시적인 주제를 다루는 것과 미시적인 주제를 작품에 녹이는 것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나?
노 코멘트.
 
© Rita Ackermann Courtesy the artist and Hauser & Wirth Photo: Daniel Turner

© Rita Ackermann Courtesy the artist and Hauser & Wirth Photo: Daniel Turner

화가 조시 스미스와의 인터뷰에서 회화를 통해 스토리텔링을 전달하는 것보다 캐릭터를 창조하는 데 더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유머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당신의 작품 속 인물들도 겉으론 재치 있어 보이지만 어딘가 깊은 내면을 가진 이들 같기도 하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유머는 진실을 경쾌하게 전달한다. 가슴 아픈 이야기를 울컥한 감정보다 유머로 전달하는 것이 훨씬 매력적이다. 찰리 채플린의 영화 〈키드〉가 좋은 예다.
예술가로서 자아를 지워야 한다는 철학을 고수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단지 지난 20여 년 동안 예술작품을 위대하게 만드는 요건이나, 어떤 종류의 예술작품이 수면 위로 드러나 격상되는지에 대해 관찰하면서 깨달은 것이다. 위대한 작품을 볼 때 언제, 누가 만들었는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자신만의 ‘명예의 전당'에서 시각적인 카타르시스를 경험하는 것이랄까.
어린 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시각적 경험에 대해 말해준다면?
러시아 만화 〈Nu, Pogodi!〉.
예술가로서 작업을 이어갈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인가? 창작에 대한 즐거움과 열정 때문일까?
열정과 즐거움은 강력한 동력이지만 그것을 의식하지 않는다. 사실 항상 왜 이 새로운 그림을 그려야 하는지 스스로 묻는다. 하지만 번번이 답은 그림을 그리는 것 외에 내게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요즘 당신의 화두는 무엇인가?
몇 년 전 또는 그 이전의 그림을 해체하여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재구성하는 작업에 빠져있다.
프리즈 서울의 하우저앤워스 부스를 통해 관람객에게 작품이 공개될 예정이다. 소감이 어떤가?
행복하다.
어떤 작가로 기억되길 원하나?
살아생전 그걸 말하는 건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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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에디터/ 안서경
    사진/ ⓒ Supreme New York Courtesy Supreme New York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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