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의 동물 퍼레이드가 펼쳐졌다. 이곳은 샤넬 2023 봄-여름 오트 쿠튀르 컬렉션이 열린 파리 그랑 팔레 에페메르(Grand Palais Éph´emer`e). 가상 마을 축제를 연 샤넬의 널찍한 쇼장 위로 사람 키를 훌쩍 넘는 커다란 동물 조각상이 하나 둘 등장하자 관객들의 호기심 어린 눈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나무, 크래프트지, 종이로 만든 이 조각상은 모두 프랑스를 대표하는 구성주의 작가 자비에 베이앙(Xavier Veilhan)의 작품. 발단은 이러하다. 컬렉션 준비에 앞서 버지니 비아르는 자비에 베이앙과 함께 캉봉가 31번지를 다시 찾았다.(둘의 협업은 지난해에 이어 세 번째다.) 하우스에게는 가장 상징적인 주소이자(1981년부터 지금까지 샤넬 부티크가 자리하고 있다), 아르데코 양식의 거울 계단을 올라가면 나오는 이곳의 3층은 가브리엘 샤넬이 생전 차곡차곡 수집한 보물로 가득한 사적 공간. 버지니는 탁자에 올려진 낙타와 벽난로 옆 청동 사슴 등 아파트에 가득한 동물 조각상과 회화작품에서 이번 컬렉션의 힌트를 얻었다. 아파트 책장에 꽂혀 있던 동물 우화집을 자비에에게 건네며 그녀가 말했다. “샤넬의 동물 우화를 재해석해주세요.”
결과적으로 10개의 거대한 동물 조각상이 쇼장에 속속 배치되었고, 우아한 축제의 서막을 알렸다. 쇼는 모델이 조각상 안에서 걸어 나오며 시작되었다. 마치 트로이 목마처럼! 동물에 대한 영감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번 컬렉션의 핵심은 탁월하게 가벼운 자수입니다. 그리고 모두 동물을 표현하고 있죠.” 벽화처럼 수놓은 사슴부터 크리스털로 새겨 넣은 웰시 코기, 꽃 내음을 맡고 있는 시퀸 토끼까지. 사자, 새, 물고기, 말, 낙타, 버팔로는 생동감 넘치는 모습으로 하우스의 상징인 까멜리아와 함께 1960년대풍의 짧은 트위드 세트업부터 코트, 드레스 위에 다채롭게 수놓였다. 한땀 한땀 장인들의 손길을 담은 테크닉은 물론 튤, 태피터, 오간자, 샹티 레이스, 페인팅한 레이스 등 51개의 실루엣에 담긴 섬세한 패브릭은 자세히 뜯어볼수록 감탄을 자아낼 정도. 이 밖에도 축제의 퍼레이드를 이끄는 군악대장에서도 장난스러운 영감을 찾았다. 높이 솟은 톱 햇(Top Hat)부터 나비 넥타이, 화이트 글러브, 레이스 부츠, 더블 브레스트 재킷, 새틴 소재의 망토가 바로 그것.
언제나 그랬듯 샤넬의 쿠튀르 쇼는 새하얀 웨딩 가운으로 마무리된다. 제비 자수 디테일의 미니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부가 자비에 베이앙의 코끼리 조각상에서 우아하게 걸어 나왔고, 아름다운 이야기의 대미를 장식했다. 틸다 스윈튼과 지디의 뜨거운 기립 박수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