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경표가 해석한 <커넥트>의 사이코패스는 어떤 모습?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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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표가 해석한 <커넥트>의 사이코패스는 어떤 모습?

쉼표가 필요한 고경표.

BAZAAR BY BAZAAR 2022.12.22
고경표는 숨 가쁘게 달려온 한 해의 끝에서 잠시 멈추어 서기로 했다. 지금 그에겐 쉼표가 필요하다. 
니트는 Erdem by G.Street 494 Homme. 
 
오늘 컨디션 난조로 예정보다 일찍 화보 촬영을 마무리했다. 〈헤어질 결심〉 〈서울대작전〉 〈육사오(6/45)〉 〈월수금화목토〉 그리고 〈커넥트〉까지 올해 영화와 드라마에서 대활약을 펼쳤다. 도대체 어떤 에너지로 저렇게 달릴 수 있는지 궁금했는데 당신도 지치긴 하나 보다.
그랬던 올해 모든 스케줄의 마지막이 바로 이 인터뷰다. 원래 몸이 튼튼한 편인데 갑자기 긴장이 풀리는 건지. 저도 지금 제 상태가 낯설다. 어쨌거나 저에게는 즐겁고 설레는 한 해였다.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가 되고 싶은데, 감사하게도 올해 나온 작품들에서 제 캐릭터가 전부 달랐다. 그걸 하나하나 수행해나가는 과정이 즐겁더라. 작품이 공개되고 나서 사람들의 관심이나 호감에서 보람도 느꼈다. 12년 동안 연기를 했는데 이제서야 한 단계 발돋움한 것 같다. 줄곧 저라는 배우의 독창성을 갖고 싶었는데, 그간의 노력이 시동을 걸 수 있는 열쇠로 돌아왔달까. 빨리 다음 작품이 개봉했으면 좋겠다, 다음 작품은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그런 마음으로 잘 버티다가 여기까지 왔다. 지금은 휴식이 간절하다.
어떤 배우로 가는 열쇠인가?
저를 지켜봐주는 분들께 신뢰 비슷한 게 생기지 않았을까? “쟤는 올라운더 플레이어야. 이런 캐릭터도 하고, 저런 캐릭터도 할 줄 알아.” 그걸 늘 바라왔던 것 같다. ‘다음 작품에서 또 저렇게 하겠지?’가 아니라 ‘이번엔 또 어떻게 할까?’ 같은 기대.
그런 맥락에서 디즈니+ 오리지널 〈커넥트〉는 어떤 기대를 갖고 선택한 작품인가?
지금까지 해본 적 없는 캐릭터였고 미이케 타카시 감독, 정해인 배우, 김혜준 배우 같은 훌륭한 사람들과의 작업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원래 미이케 타카시의 영화를 좋아했나?
그렇다. 이번에 작품을 하면서 감독님 작품들을 다시 봤다. 〈도쿄아포칼립스〉는 물론이고 원작부터 좋아했던 〈크로우즈 제로〉 그리고 〈악의 교전〉 〈신이 말하는 대로〉 〈착신아리〉 〈13인의 자객〉 〈테라포마스〉까지. 어떤 사람은 감독님의 작품이 ‘유치뽕짝’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니트 베스트는 Lmood. 데님 팬츠는 System Homme. 스니커즈는 Maison Mihara Yasuhiro. 티셔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미이케 타카시는 허무맹랑한 설정일지라도 그 세계관 안에 있는 인물들의 지극히 현실적이고 납득 가능한 감정선을 통해 핍진성을 부여하지 않나.
그래서 저는 감독님이 좋다. 설명적이지 않으면서도 어떤 상황에 처한 인물들의 내면을 깊숙하게 들여다보는 분이다. 새로운 세계관을 다룰 줄 아시는 거다. 작품을 감상할 때 현실성을 최우선적으로 따지는 관객들이 있는데 이 작품은 다큐멘터리가 아니다. 어떤 가정하에 어떤 인물들이 어떤 상황과 사건을 마주하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를 통해 인간의 심리와 본성을 표현하는 게 영화 아닌가. 현실적인 잣대로 들여다보면 이 작품이 조금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런 분들은 안 보셔도 된다. 재미있게 봐주실 분들 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다. 저는 이 작품 참 좋다.
완성된 작품을 본 소감이 어떤가?
신선했다. 요즘 작품들은 주로 빠른 컷들로 몰입도를 올리는 경우가 많다. 그런 빠른 호흡에 조금 지쳐 있었던 것도 같다. 반면 〈커넥트〉는 천천히 스며드는 작품이다. 마냥 장르물의 특성을 가진 슬래셔 무비라고 치우쳐서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OTT 시장이 열리고 플랫폼이 다채로워진 만큼, 작품들 역시 비슷한 결의 클리셰 덩어리가 아니라 더 다채로워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커넥트〉가 그런 작품이다.
당신이 맡은 오진섭이라는 인물은 ‘사체아트’를 즐기는 아티스틱한 사이코다. 어떻게 해석했나?
이 인물이 사람을 해하는 건 단순히 죄의식이 없어서 혹은 자아도취에 빠져서가 아니다. 그저 배고플 때 밥 먹고 목 마를 때 물 마시고 소변이 마려우면 소변을 보듯 지극히 당연한 일인 것이다. 껍데기 안에 보통의 사람과는 다른 의식이 원념처럼 자리 잡은 이질적인 존재랄까. 사이코패스이기 때문에 들어가는 클리셰적인 표현은 최대한 배제하고 싶었고 그저 오진섭을 믿고 연기하려고 했다.
 
슬랙스는 Tonywack. 니트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헤어질 결심〉에서 “왜 그 여자한테 초밥 사준 거예요?”라는 명대사를 탄생시키지 않았나. 개인적으로는 “용의자의 말을 너무 들어주시는 거 아니에요?”에서 “너무”를 미묘하게 강조한 표현도 좋아한다. 이번 작품에서는 어떤 대사에 힘을 주었나?
2화였나, 오진섭이 어떤 사람인지 확실하게 알 수 있던 대사가 있었다. 자신을 짝사랑하는 같은 직장 후임이 집에 찾아왔을 때 이렇게 말한다. “너도 깨끗하게 하고 와볼래? 다 알려주고 싶다며.” 이 말이 굉장히 불쾌하면서도 강렬하게 다가왔다. “너도 깨끗하게 하고 와볼래?”에서 이미 이 여성을 사람 취급하지 않는다는 암시가 깔려 있다.
정해인과의 호흡은 어땠나? 작품 안에서 오진섭과 대립하는 프로타고니스트 하동수를 연기했는데.
저희가 〈D.P.〉에서도 호흡을 맞춰보지 않았나. 극 중에선 티격태격하는 사이였지만 연기적으로 그렇고 소통이 되는 배우라서 너무 행복했다. 한마디로, 훌륭한 형이자 동료다. 이번 작품 끝나고 우리끼리 그런 얘기도 했다. 나중엔 친구로 나오는 작품도 좀 같이 했으면 좋겠다고.
여전히 연기가 재밌나?
재밌다. 아직까지는. 있었다 없었다 왔다갔다하는데 지금은 재미있는 시즌인 것 같다. 지독히도 싫을 때가 있었지만.
연기가 지독히도 싫었을 때는 언제인가?
신인 시절 동시에 여러 작품을 병행하다 보니까 이리저리 치이는데 알아주는 사람 하나도 없고. 내가 지금 뭐하고 있지 싶을 때도 있었다. 나중에는 일이 없으니까 또 하고 싶더라. 절박해진 거다. 그 시기를 겪어본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표준근로시간도 생기고 촬영 현장 분위기도 꽤 바뀌었다. 그때는 권위적인 감독이 참 많았다. 다행히 그분들은 저를 캐스팅하지 않았다. 신인 때 오디션에서 그런 얘기도 들었다. 자기와 내기를 하자고. 너는 절대 배우가 못 된다고. 자기가 장담하겠다고. 그렇게 말하고 오디션 방을 나가라고 하더니 갑자기 다시 부르는 거다. “야, 너 다시 들어와봐. 너 내가 시체 역할이라도 주면 할래?” “네. 하겠습니다.” “왜?” “현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 싶습니다.” “야, 나는 너 현장 경험 시켜주는 사람 아니니까 가라.” 그때 많이 울었다.
 
재킷, 팬츠, 화이트 셔츠는 모두 Noice. 스니커즈는 Maison Mihara Yasuhiro.
 
그래서 독기가 생겼나?
아니다. 당시에는 엄청 실망하고 상처만 받았었다. 너무 어렸다. 저런 사람이 아니더라도 나를 써줄 사람은 분명히 있을 거야. 나는 그 사람들이랑 행복하면 되지. 그런 마음이었다. 그렇게 연기를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다.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언제까지 연기할 수 있을까?
연기는 오래 하고 싶은데 아마 저의 선택은 아닐 거라 생각한다. 언제든지 이 바닥에서 쫓겨날 수 있고 갈갈이 찢겨서 흩어질 수 있다. 부디 찢기지만 않기를 바랄 뿐이다. 마주하는 대중이 가장 무섭다. 혹자들은 연예인 걱정 하는 거 아니라고 하시는데 사실 우리도 약자다. 요즘 들어 억울하다는 생각도 든다. 왜 나는 항상 감내해야만 하고 감수하고 받아들여야 하지? 내가 하는 성찰과 고찰보다도 더 못한 인간들이 나를 헐뜯으면 그 발톱이 너무 아프더라. 과연 그 사람들은 현실에서 나만큼 사람들을 마주하기 두려워하면서 또 나만큼 사람들에게 예쁨받기 위해서 발버둥쳐봤을까? 그게 갈갈이 찢겨졌을 때의 기분을 알까? 그런 게 때로 힘들다.
말한 대로 배우는 선택받는 직업이고 기다림의 직업일 수 있다. 예전의 당신처럼 지금 이 순간도 선택받기를 기다리는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제가 어릴 때 많이 들었던 말인데, 기회는 언제든지 주어지지 않는다. 기회는 아주 우연한 기회에 잠깐 오는데, 그건 준비된 사람만 잡을 수 있다. 내 경우엔  〈응답하라 1988〉이었다. 지금도 힘든 시간을 보내고 계시겠지만 본인이 못하거나 못나서가 아니다. 원래 산다는 것 자체가 자연재해 같은 거지 않나. 그러니까 조금만 더 힘내주셨으면 좋겠다.
올 한 해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려본다면? 일단 제43회 청룡영화상의 ‘아무경표’를 꼽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안 좋은 얘기만 하다 보니까 올해가 힘든 것처럼 들렸을 수도 있는데, 행복한 일도 많았다. 특히 청룡영화상에서 〈헤어질 결심〉 팀이 모여서 서로의 수상을 축하해주던 그날을 잊을 수 없다. 김신영 누나, 이정현 누나, 박해일 형님, 탕웨이 그리고 저까지 다 같이 앉아 있는데, 제가 가장 막내였지만 거기서 제가 분위기를 즐긴다고 누구 하나 손가락질하거나 얌전히 있으라는 얘기 안 하셨다. 그동안 줄곧 바라고 꿈꿨던 시간이었다. 이런 팀과 함께할 수 있다는 사실이 좋아서 눈물이 날 뻔했는데 유난 떠는 것 같아서 겨우 참았다. 앞으로도 그 순간을 잊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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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에디터/ 손안나
    사진/ 윤송이
    헤어/ 노혜진(아크아뜰리에)
    메이크업/ 노미경(아크아뜰리에)
    스타일리스트/ 박지영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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