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인이 먹는 국수와 된장찌개는?!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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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인이 먹는 국수와 된장찌개는?!

해외 이주자 공동체와 지역사회는 도심과 교외에 다양한 모양으로 자리 잡았다. 보이지 않는 경계 너머 우리 이웃의 삶 속으로 한 발자국 들어가본다.

BAZAAR BY BAZAAR 2022.09.07
 

안산 땟골마을

안산시 단원구 선부2동은 땟골마을이라 불린다. 도롱이나 초가지붕을 만들 때 쓰던 억새인 ‘띠’가 많아 ‘띠골’이라 하다가 땟골이 되었다. ‘고려인 마을’이라고도 하는데 말 그대로 우리나라에서 고려인이 가장 많이 모여 사는 곳이라서다. 버스로 한 정거장 거리만큼의, 좁은 도로가 나 있고 양쪽 골목 사이사이 주택가를 포함하는 작은 마을이다.
한낮의 땟골은 지브리 애니메이션을 닮았다. 소음도 없고 속도를 높이는 차도 없다. 도로변으로 수십 년은 자랐을 나무가 아담한 보폭으로 차양을 만들고 그 아래는 두 사람이 앉으면 꽉 찰 만한 작은 버스정류장이 낮게 자리한다. 오가는 사람들은 마치 서로가 아는 것처럼 살며시 눈인사를 나눈다. 식료품가게와 미용실, 식당, 정육점, 옷가게. 사는 데 꼭 필요한 상점들은 모두 갖췄다. 화려하지도 않고 누추하지도 않은 딱 삶의 색채가 깃든 공간들이 길을 따라 놓여 있다. 사이사이 자리한 외벽이 없는 복도식 다세대 주택은 사람 사는 모양새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오래전 양식을 그대로 간직한 붉은 벽돌 건물에는 키릴 문자 간판과 한글 간판이 사이좋게 걸려 있다. 옷가게 사장님이 문을 활짝 열고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나는 한국 사람이고요. 옆집은 고려인.” 고려인이 7천 명가량 거주한다지만 한국인들의 터전이기도 하다.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등 주로 스탄 국가에서 이주한 고려인들은 그들의 언어와 유창하진 않지만 한국어를 섞어 쓴다. 놀이터에도 두 나라의 언어로 쓴 현수막이 걸려 있다. 놀이기구와 벽에 쓰인 낙서도 키릴 문자다. 새삼 다른 나라에서 온 이들의 삶 속에 있다는 자각이 든다.
고려인 마을 주택은 대부분 외벽이 낮은 복도식 다세대다.

고려인 마을 주택은 대부분 외벽이 낮은 복도식 다세대다.

서울 시내에도 중앙아시아 음식을 파는 곳은 여럿 있지만 고려인들의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곳은 이곳뿐이다. 샤슬릭과 올리비에 샐러드처럼 익숙한 메뉴를 지나쳐 ‘국시’와 ‘뿍 탸이’에 시선이 멎는다. 국시의 부제는 고려인의 국수. 잔치국수와 비슷하게 생겼는데 고명으로 토마토와 양배추 절임이 올라간다. 러시아 음식에 자주 쓰이는 딜이 뿌려져 있는 것도 특징이다. 국물을 한 숟갈 뜨면 인상이 전혀 달라진다. 차갑다. 시큼하고 새콤한 냉국수다. 뿍 탸이는 고려인의 된장찌개다. 된장의 함경도 말인 북장이 어쩌다 보니 뿍 탸이로까지 변화되었다. 뚝배기에 나오는 뿍 탸이는 영락없는 된장찌개인데 고수가 수북이 쌓여 있다. 국물 아래 재료를 떠 올리니 이국적인 맛의 정체가 나타난다. 양배추와 기름에 볶은 돼지고기, 허브가 들어간 된장찌개라니! 사할린 지역으로 강제이주 당한 한국인과 그 후손들 사이에서 현지화된 한국 요리를 먹는 경험은 귀하다. 양팔에 한 아름 들어오는 그루터기만큼 커다란 케이크도 이 동네의 특산물이다. 베이커리가 보이면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된다.
고려인 마을에서 보낸 반나절은 고려인 음식처럼 익숙하면서도 이질적이었다. 해석할 수 없는 문자와 더디게 말이 통하는 사람들에게서 느껴지는 생경함이 아니라 마을 전체에 녹아 있는 그들만의 생활방식이 있어서다. 거리를 걷고 물건을 사는 모든 일이 서둘러 돌아가지 않고 보드랍게 이어지는 감각. 이것이 바로 지금 여기의 삶일 것이다.
고려인 마을 주택은 대부분 외벽이 낮은 복도식 다세대다.

고려인 마을 주택은 대부분 외벽이 낮은 복도식 다세대다.

고려인의 국수 ‘국시’.

고려인의 국수 ‘국시’.

벽에 쓰인 낙서도 키릴 문자다.

벽에 쓰인 낙서도 키릴 문자다.

익숙한 빨간 벽돌 건물에 자리한 러시아 음식점.

익숙한 빨간 벽돌 건물에 자리한 러시아 음식점.

고려인 마을 주택은 대부분 외벽이 낮은 복도식 다세대다.

고려인 마을 주택은 대부분 외벽이 낮은 복도식 다세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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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에디터/ 박의령
    사진/ 김연제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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