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연히 본 일본 영상 때문이었다. 보아를 좋아하게 된 것 말이다. 카우보이모자를 벗어 던지고,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른 것 같은 목소리로 격렬하게 춤추고 노래 부르는 또래의 여자아이. 그러니까 2002년 발매한 보아의 4번째 일본 싱글 ‘LISTEN TO MY HEART' 무대 영상이었다. 알아듣지 못하는 보아의 일본어 노래를 들으며 나 혼자 ‘입덕’하게 된 거다. “순수하고 상냥하고 무해해 보이지만 절대 호락호락하거나 빈틈 있어 보이지 않았음”이라는, 보아의 일본 예능을 모아 놓은 유튜브 영상의 한 댓글처럼, 완벽하지 않은 일본어에도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모습도 진짜 멋있었다. 그때 보아는 16살이었다.
2000년 8월 만 13세의 나이로 데뷔한 보아는 이듬해인 2001년 일본 시장 진출했다. 2002년 한국인 최초로 일본 오리콘 차트 1위를 차지하며 일본 가요계 한류 열풍을 몰고 왔다. 10대에 한일 양국 가요계의 정점을 찍었다. 올해는 보아의 일본 데뷔 20주년이다. 이제는 일본에서도 인간 권보아의 삶보다 가수 보아의 삶이 훨씬 길어졌다. (그는 지난해 인스타그램에 “안녕 가수로 20살이 된 BoA라고 해”라며 "어떻게 보면 이제 막 가수로서 성인이 된 느낌이다. 이제 정말 인간 권보아의 삶보다 가수 보아의 삶이 훨씬 더 길어진 것 같다”고 한국 데뷔 20주년의 소감을 밝혔다) 중학생 소녀를 ‘점핑보아(보아의 공식 팬클럽)’로 만든, 보아의 20년 일본 활동 속에서 기념비적인 곡과 앨범을 모았다.
1. Listen to my Heart
보아의 일본 활동에 전환점이 된 곡. 2002년에는 ‘Listen to my Heart’가 포함된 일본 첫 정규앨범이 발매됐다. 이 앨범은 100만장이 넘는 판매량을 기록하며 한국 가수 최초 오리콘 일간, 주간 앨범 차트 1위를 차지했다. 일본 연말 최대 음악 축제인 NHK '홍백가합전'의 첫 출연도 2002년에 이루어졌다.
2. VALENTI
2003년 보아의 두 번째 정규앨범 〈VALENTI〉가 발매됐다. 보아의 일본 활동 최고의 히트곡이라 할 수 있는 ‘VALENTI’가 타이틀로 포함되었다. 오리콘차트 1위는 물론, 음반 판매량 100만장을 기록하며 일본에서의 인기를 다시금 증명해 보였다.
3. Moon & Sunrise
보아가 16살 때 직접 작사한 곡이다. “크리스마스이브 일본에서 홀로 있는 외로운 마음을 가사로 적었다”는 비하인드가 있다. 어린 나이에 일본에서 홀로 활동하며 겪었을 힘듦과 외로움이 그대로 느껴져 많은 팬이 특별하게 여기는 곡이기도 하다.
4. Merry-Chri
‘메리크리’는 2004년 발매됐다. 겨울 시즌만 되면 각종 음원 차트 상위에 랭크되는 일본의 대표 겨울 곡이다. 그래서 보아의 일본판 ‘벚꽃 연금’이라 불리기도. 2020년 크리스마스 당일, 라인 뮤직 차트 2위를 기록했다.
5. This Is Who I Am
2010년 발매된 일곱 번째 일본 정규앨범 〈IDENTITY〉 1번 트랙의 곡. “쫙 펴진 긴 생머리로 춤춰온 인생”, “때론 찢어진 청바지에 몸을 밀어 넣기도 했어” 등 그동안 보아가 발표한 노래가 가사에 담겨있다. ‘정체성’이라는 앨범의 부제 같은 곡이다.
6. The Greatest
5월 30일 발매된 따끈따끈한 노래다. 보아의 일본 데뷔 20주년 기념 베스트 앨범의 타이틀 곡. 완숙한 퍼포먼스는 현재진행형 가수인 보아의 앞으로를 계속 기대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