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희동 예술 축제, 연희아트페어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Art&Culture

연희동 예술 축제, 연희아트페어

맛집도 큰 집도 많은 연희동에는 갤러리도 많다. 동네 속에 스며든 갤러리가 손을 모아 축제를 여는 날, ‘연희 아트페어’가 시작된다.

BAZAAR BY BAZAAR 2022.05.08
 
2020년 ‘Call for Collector’를 슬로건으로 시작한 연희 아트페어는 3년 차로 접어들고 있다. 원래 가을에 열리던 것이 올해는 5월 6일부터 열흘간 새봄에 열린다. 대규모 행사장을 주축으로 각 갤러리별 부스로 진행되는 기존 아트페어와는 다르게 연희동에 위치한 각 공간 및 갤러리의 실제 전시공간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기에 단순히 작품을 관람하고 사고파는 페어라기보다는 축제에 가깝다.
서울에서 보기 드문 원도심의 분위기를 간직한 홍연길을 중심으로 카페와 셀렉트 숍, 음식점, 그리고 옛 양옥들이 어우러진 연희맛로 부근까지 퍼져 있는 12개 공간이 참여한다. 연희 아트페어 특유의 분위기는 동네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1970년대 이후 교육, 정재계 명사들이 선호하는 주거지역으로 당시 선망의 대상이었던 신식 양옥과 마당을 갖춘 주택들이 여전히 남아 있다. 1990년대를 지나며 젊은이들의 지역인 홍대를 비롯한 대학 캠퍼스 주변부터 트렌디한 음식점과 카페들이 하나둘 생겨나기 시작했으며 예술가들이 모이게 되면서 강북의 대표적인 문화예술지역으로 자리 잡았다. 이후 홍제천 인근의 연희동 지역까지 구역이 정비되어 홍제천 인근과 홍연길을 중심으로 갤러리와 대안공간이 속속 모여들었다.
재빠르게 자리를 잡고 구심점 역할을 해온 플레이스막과 아터테인은 우리나라 젊은 작가들의 실험적인 기획전을 성공적으로 선보이며 연희동 지역의 대표 전시공간으로 입지를 단단히 다졌다. 이들을 필두로 작지만 각자의 개성이 뚜렷한 공간들이 생겨나며 여전히 연희동만의 색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또 하나의 특징은 각 공간의 오너들이 직접 작가 섭외와 기획을 통해 전시를 이끌어가는 만큼 기획자의 성향에 따라 작가의 결 또한 필연적으로 다양하다는 것이다. 공공미술과 상업화랑 기획자, 문화예술기관과 기업의 비주얼 디렉터, 아티스트와 인문학 등 다양한 백그라운드와 경력을 갖춘 공간 오너들은 자신들의 주관과 시각을 더해 각 공간의 성격을 만들어가고 있다. 특히 특정 부분에 편중된 기존 미술시장의 자본 흐름과 시류에 편승하는 작품을 소개하기보다는 건강하고 단단한 미술시장의 자생과 지속성에 대해 함께 고민한다. 자발적인 참여와 연대의식을 바탕으로 공통의 과제에 대해 고민하고 비전을 공유하는 것 역시 연희동 지역 갤러리들이 타 지역 갤러리와 다른 행보를 보이는 차별점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배경 덕분에 새롭게 마켓에 진입하는 작가들뿐 아니라 가능성이 엿보이는 옐로칩 작가군과 선호도가 높은 블루칩 작가까지 다양하고 신선한 작가들의 전시가 매달 열리고 있다. 그리고 일 년에 한 번 열리는 아트페어에서는 그간 각 공간을 통해 작품을 선보였거나 혹은 향후 전시 일정이 잡힌 작가들이 대거 참여한다. 이들의 작업을 한눈에 살펴보고 컬렉터의 안목과 취향에 대해 즐겁게 이야기하고 합리적인 가격에 작품을 구매할 수 있는 자리가 된다. 페어를 통해 인연을 맺은 컬렉터들에게는 향후 작가와 작품에 대한 소식을 비롯해 다양한 전시 일정을 공유하며 지속적인 교류와 공감대를 형성하게 된다.
“갤러리의 문턱을 낮춘다”는 말의 의미는 단순히 가격을 낮춘다는 뜻이 아니다. 특정 고객들 외에 새롭게 미술시장에 입문하거나 작품을 구매하지 않더라도 미술시장이나 현장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까지 편안한 마음으로 공간에 방문하고 궁금한 지점에 대해 묻고 대답하는 일이 자연스러워지는 것이 바로 ‘문턱을 낮추는 것’의 진정한 의미일 것이다. 아트마켓과 현시대의 상황이 궁금하고 새로운 작가를 비롯해 현재 내가 관심 있는 작가들의 최근 동향이 궁금한 사람이라면 연희 아트페어는 이러한 갈증을 해소하기에 최적의 행사라 할 수 있다. 전반적인 분위기와 갤러리스트들의 열린 태도 덕분에 연희 아트페어에는 어린이 컬렉터도 등장한다. 진지하게 부모의 손을 잡고 작품을 감상하는 이들은 자신의 관점에서 궁금한 점을 묻고 이야기를 나누며 가격을 묻고 스스로 작품의 컬렉션 여부를 결정한다. 시장의 논리와 가격으로 작품의 가치를 매기는 요즘 시대에 주관에 따라 작품 구매를 결정하는 모습에 한국 미술시장의 새로운 미래를 엿보는 기분이다.
세계적인 미술이론가이자 저술자인 곰브리치는 그의 가장 유명한 저서 중 하나인 〈서양미술사(The story of Art)〉의 첫 머리에 “절대적인 예술은 없다. 단지 예술가만 존재할 뿐이다.”라는 문장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많은 것을 시사하는 이 문장의 근본적인 의미는 시대나 가치관에 따라 우리가 예술이라 받아들이는 것들에 대한 관점은 무수하며 결국에는 예술가들의 모든 창작물의 근본으로 남는다는 것을 이야기한다고 해석된다. 시장의 가치와 판단이 예술작품의 본질을 평가하는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며 그 또한 영원하지 않다는 점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예술이라는 것의 가장 중요한 본질인 작가의 주체적인 표현과 메시지를 관객이 스스로 받아들이고 해석하며 판단하는 현대미술의 특징과 맞닿아 있는 지점일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 미술시장이 뜨거운 이때, 자신만의 안목과 취향을 바탕으로 한 작품의 컬렉션이, 그리고 아트를 대하는 근본적인 자세에 대한 점검이 어쩌면 제일 필요한 시점일지도 모른다. 미술품을 ‘제품’이 아닌 ‘작품’으로 바라보고 다양한 작가와 이들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에 대한 고민이 된다면 올해 연희 아트페어를 주목하길 바란다.
 
강승민은 갤러리 민트의 오너이자 큐레이터다. 전시기획자로 10여 년 차를 보내며 30회가 넘는 크고 작은 전시를 만들고 기획했다. 시각적인 만족감이 필요한 천성을 타고났다. 시각예술 분야에서 일을 벌이는 게 천직이라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
 
갤러리 민트(Gallery Mint)
서대문구 홍연길 62 1층 / @gallery_mint
갤러리 민트는 2019년 광주 디자인비엔날레에 바우하우스 100주년 기념전을 포함해 수년간 시각예술 전문 분야의 전시기획자 및 큐레이터로 참여한 강승민이 만든 공간이다. 건강한 미술시장에 대한 관심과 다양한 컬렉터의 저변 확대를 목표로 신진작가 발굴과 홍보, 그리고 기성작가들의 새로운 시도를 담은 신작을 발표하는 기획에 주력하고 있다. 공예작가와 디자이너, 순수회화 작가가 함께했던 개관전 «취향»을 시작으로 3회의 내부 전시를 진행했으며 «바우하우스 위빙» 전시를 평창동 미메시스 아트하우스에서 외부 기획으로 진행한 바 있다. 올해는 «럭키 드로잉» 전시를 시작으로 매달 새로운 전시를 선보일 계획이다.
 
갤러리 인(Gallery IN)
서대문구 홍제천로 116 201호 / @_innsinn_
갤러리 인은 미술을 전공하고 20여 년 간 패션 분야에 종사했던 홍인이 다년간의 작품 수집 경험과 애정을 바탕으로 꾸민 갤러리다. 페인팅뿐만 아니라 사진, 동양화, 공예 작업을 선보이는 전시를 진행하고 있어 특히 신생 컬렉터라면 주목해볼 만하다. 직접 선택한 일본의 공예작가들이 참여하는 전시를 일 년에 한 번씩 선보이며 차별화를 두고 있다. 올해는 5월에 열리는 연희 아트페어, 7월 코엑스에서 열리는 어반 브레이트 등의 페어 참여를 계획하고 있으며, 8월 말에는 공간을 확장해 더욱 다양한 전시를 선보일 예정이다.
 
갤러리 호호(Gallery HOHO)
서대문구 홍연길 72 2층 / @galleryhoho
호호는 젊은 작가들의 새로운 시도를 시각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작년 8월에 문을 열었다. 뿐만 아니라 육아 및 생계의 이유로 경력이 단절되었던 여성 작가, 다양한 미학적 담론을 이끌어내는 기획자들, 새로움을 추구하는 중견작가들과 함께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창작공간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작가들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며 해결방안을 모색하고자 6개월간 작가에게 레지던스 공간과 전시 기회를 마련해주는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함께 운영하는 것이 특징이다.  
 
무소속 연구소(Musosok Lab)
서대문구 연희로 77-12 / @musosoklab
무소속 연구소는 문화예술에 바탕을 두고 있는 구성원과 다양한 분야의 조력자로 이루어진 예술 공동체이자 전문 기획사이다. 연희 아트페어를 기획·운영하고 다양한 지역의 기관과 협력하여 지역 아트페어를 만들고 활성화시키는 데 주력한 임성연이 대표를 맡고 있다. 공공예술 프로젝트와 지역 공동체 예술 활동에 대한 담론과 대안을 제시하고, 새로운 형식의 시도와 실천을 통해 문화를 나누고 관계를 맺어나가는 커뮤니티 기반의 실험적인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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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글/ 강승민
    일러스트/ 나이스프레스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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